453화. SNS는 인생의 낭비 (8)
컨티뉴 캐피탈은 바닥까지 떨어진 투위터 주식을 최대한 긁어모은 다음 알렌 에버하트에게 기존 계약대로 인수할 것을 강요했다.
계약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하던 알렌 에버하트는 어쩔 수 없이 기존 계약대로 투위터를 인수했고, 컨티뉴 캐피탈은 단기간에 40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컨티뉴 캐피탈의 승리로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 티슬라 대량 공매도!]
이 소식은 즉시 월스트리트를 휩쓸었다.
“티슬라를 공매도했다고?”
“설마 투위터 주식을 인수할 때부터 준비했던 건가?”
“투위터 인수는 1차전이었고, 2차전 시작인가?”
“이게 메인 아니야?”
다들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위터를 떠넘기는 것까지만 생각했는데, 설마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티슬라를 공매도했을 줄이야!
“이쯤 되면 알렌 에버하트랑 전면전 아닌가?”
“어느 쪽이 이길까?”
“이제까지 티슬라 공매도는 전부 실패했잖아.”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이라면 다르지 않겠어?”
상장 이후 만년 적자였던 티슬라는 이제 흑자로 전환해 연 30퍼센트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판매량이 연간 100만 대 수준이라 토요타나 대연차 등에 비하면 아직 영업이익 자체는 적지만, 이익률은 세 배 이상 높았다.
게다가 티슬라가 파는 차는 전부 대당 3만 달러 이상.
이제는 누구도 티슬라가 망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에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 계산하느라 바빴다. 이러한 기대감 덕분에 주가는 끝도 없이 올랐고, 역사상 가장 빠르게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했다.
티슬라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은 대체로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섣불리 공매도에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티슬라 주가는 한순간도 고평가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공매도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전부 큰 손실을 보고 물러나야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컨티뉴 캐피탈은 성공할 수 있을까?
투자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티슬라 가치에 대해 다시 분석해 봐.”
“에버하트 CEO의 대량 매도가 사실인지 빨리 확인해!”
“우리도 공매도에 들어간다!”
* * *
난 회사 근처 스타박스에서 트리시를 만나 커피를 마셨다.
“항상 마시던 커피지만 오늘은 왠지 색다른 느낌이네요.”
“왜요?”
“이 커피 두 잔이면 한 달 동안 투위터에서 이름 옆에 크고 아름다운 뱃지를 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내 말에 트리시는 피식 웃었다.
“하루에 스타박스 커피 몇 잔 덜 마시면 최신 엔폰도 살 수 있죠.”
“이러다가 스타박스 커피값 아끼면 차도 집도 살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럼 스타박스는 뭘 먹고 사나?
난 그녀를 보며 물었다.
“기사 반응은 어때요?”
“엄청 좋아요. 사실 기사 조회수 올리는 치트키가 컨티뉴 캐피탈과 알렌 에버하트인데, 이번에는 둘이 같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컨티뉴 캐피탈의 티슬라 공매도에 대한 기사는 쏟아져 나왔다.
“다행이네요.”
“다행 아니에요.”
“왜요?”
트리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사 쓴 뒤 WST 공식 계정이 투위터에서 차단됐으니까요. 일단 이의 신청해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
에버하트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쓰는 게 이렇게 위험하다.
대체 표현의 자유란 뭘까?
“에버하트의 반응이 좀 궁금하네요. 인터뷰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난 얼음이 다 녹은 커피를 마셨다.
“저도요.”
아마 지금쯤이면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며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을까?
* * *
[에버하트 측, 티슬라 대량 매도 사실 인정!]
[매도 주식 총 213만 주. 평균 980달러에 매도]
[에버하트 CEO, 티슬라 주식 200억 달러 매도 사실로 밝혀져!]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를 통해 대량 매도 사실을 인정했다.
기본적으로 CEO의 매도는 악재로 인식된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CEO기 때문이다.
에버하트 CEO의 대량 매도가 사실로 밝혀지자, 주가는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갔다.
컨티뉴 캐피탈은 공세를 이어나갔다.
록허트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투위터 인수 자금 마련은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다. 주식 담보 대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티슬라 주식을 매도한 것은 주가가 고점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자 알렌 에버하트는 빈정거리듯 투윗을 올렸다.
[너희가 아직 살아있는 줄 몰랐어.]
[가지고 있지 않은 집과 차는 팔 수 없어. 그런데 너희는 가지고 있지 않은 티슬라 주식을 팔고 있네. 이건 사기잖아!]
공매도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티슬라 주주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이번에는 컨티뉴 캐피탈보다는 알렌 에버하트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더 이상 안 팔겠다고 약속했잖아!
-아! 그거 구라였음. 미안 ㅎㅎ
-ㅋㅋㅋ 믿을 놈을 믿어야지.
-아니ㅅㅂ 팔아도 작작 팔아야지. 200억 달러나 팔면 어떡해?
-진짜 투위터 인수는 핑계일 뿐이고, 고점에서 팔아서 한몫 챙긴 거 아니야?
-형 뭐라고 말 좀 해봐!
-아악! 내 주식!
-살려줘~~
주가가 폭락 중인 상황에서 록허트 대표는 추가 매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베하트 CEO는 투위터를 인수하며 회사도 빚을 지게 했다. 인수 전 투위터의 부채는 55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에버하트 CEO의 인수 후 220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그가 투위터의 파산 위험성을 경고한 만큼, 이를 이유로 200억 달러가량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발언은 즉시 기사로 쏟아졌다.
[컨티뉴 캐피탈, 에버하트의 추가 매도 가능성 제기]
[에버하트, 티슬라 주식 추가로 매도하나?]
[추가 매도시 주가 하락 불가피!]
사실 알렌 에버하트는 상황을 보며 100억 달러가량을 추가로 매도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어차피 무리였다.
알렌 에버하트는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
물론 투위터로.
[앞으로 2년간 티슬라 주식을 한 주도 팔지 않겠다!]
주주들은 다들 못 믿겠다는 반응이었다.
이전에도 같은 말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 이번에는 진짜야? 믿어도 돼?
-어째 더 팔 수도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어이, 에버하트. 이번에 또 장난질하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알지?
-흑우들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느냐?
-이 말 믿는 흑우들 없제?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안 좋은 소식이 흘러나왔다.
[티슬라, 사이버트론 또 출시 연기!]
[사이버트론 생산 계획 아직 미정!]
[티슬라 전기트럭 콜론, 제원 공개 안 하는 이유는?]
티슬라 투자자는 다른 기업 투자자들과는 좀 다르다.
그들은 티슬라라는 기업의 성장성만큼이나 알렌 에버하트의 존재를 신뢰했다.
알렌 에버하트가 곧 티슬라고, 티슬라가 곧 알렌 에버하트다.
티슬라 투자자들은 알렌 에버하트의 말과 행동에 열광했고, 그의 비전을 믿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알렌 에버하트의 팬이나 추종자나 다름없었다.
그는 이제까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인물이었다.
그가 전기차를 내놓기 전까지 전기차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로켓을 쏘아 올리기 전까지 민간 우주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은 이제 현실이 됐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중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알렌 에버하트가 약속을 어기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 약속이 이뤄질 거라는 압도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또 출시 연기네.
-사이버트론 대체 언제 나옴?
-전기트럭 콜론이 진짜 넥스트로젠 수소트럭보다 나은 거 맞지?
-아니,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건 사기라며? 그럼 만들지도 않은 차를 팔아 계약금을 받아놓고 3년 넘게 출시를 미루는 것도 사기 아니야?
티슬라의 신차가 지연된 사이, 수소차 진영은 공세를 강화했다.
[벤츠트럭, 볼보트럭, 넥스트로젠과 업무 협력!]
[넥스트로젠, 수소차 관련 각종 특허 공개!]
[EU,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예산 편성!]
전기차는 이미 티슬라라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가 존재한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티슬라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2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차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넥스트로젠은 수소차 관련 기술과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해 상용차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승용차 시장을 장악해 상용차로 나아가려는 전기차와는 반대로, 상용차 시장을 장악해 승용차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
그동안 티슬라 주가를 끌어올린 건 기업의 미래가치와 알렌 에버하트의 팬덤.
인성이나 다른 건 몰라도 그는 경영에서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에 투위터에서 보여준 삽질 때문에 그 환상이 깨졌다.
투위터로 인해 알렌 에버하트의 경영 신화가 흔들리자, 그동안 쌓여왔던 티슬라의 각종 문제점이 부각되며 주가도 함께 흔들렸다.
그동안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만큼 떨어지는 속도 역시 가팔랐다.
[티슬라 시총 5천억 달러 붕괴!]
[티슬라 장중 52주 최저가로 급락!]
[전문가들 티슬라 추가 하락 경고!]
어느새 시총 6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투위터에는 실시간으로 티슬라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에버하트 이 개자식아!!!]
[지금 투위터가 문제가 아니라, 티슬라가 문제 아니야?]
[제발 투위터 말고 티슬라에 신경 좀 쓰자.]
[난 에버하트 말을 믿었을 뿐이고! 그래서 전재산을 털어 티슬라를 샀을 뿐이고! 그래서 개털이 됐을 뿐이고!]
[내 주식 살려내!]
이를 보는 에버하트는 속에서 열불이 뻗쳤다.
“이런 빌어먹을! 이 새끼들은 대체 뭐야!?”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그가 자초한 거나 다름없다.
투위터를 인수한 것도 그고, 티슬라 주식을 판 것도 그다. 그러나 왠지 이 모든 일들이 컨티뉴 캐피탈이 계획한 것처럼 느껴졌다.
투위터는 그가 인수한 뒤 엉망진창이 됐고, 이제는 티슬라 주가마저 폭락하고 있다.
주가 하락을 멈추기 위해서는 당장 티슬라 경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니, 적어도 그런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갑자기 물러나는 것은 패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물러날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알렌 에버하트는 투윗을 올려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위터 CEO 관둘까? Yes or No]
그는 이전에도 심심하면 투위터에서 찬반투표를 하곤 했다.
총 1,85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은 59퍼센트였다.
그러자 알렌 에버하트는 기다렸다는 듯, 후임자를 찾는 즉시 투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 티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