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52화 (452/529)

452화. SNS는 인생의 낭비 (7)

JK모건 트레이더 벤저민 히긴스.

그는 호출을 받고 컨티뉴 캐피탈 본사로 향했다.

처음 거래했을 때만 해도 컨티뉴 캐피탈은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사모펀드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어느새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대 사모펀드로 성장했으니까.

물론 월스트리트에는 컨티뉴 캐피탈보다 더 큰 자본을 굴리는 사모펀드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곳도 컨티뉴 캐피탈만큼의 수익률을 내지는 못했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모펀드가 아닐까?

때문에 대형 IB들은 컨티뉴 캐피탈과의 거래를 전담하는 담당자를 정했고, 관련 팀을 꾸렸다.

벤저민은 미팅실에서 록허트 대표를 만났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대표님.”

이미 몇 차례 본 적이 있는 사이인 만큼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전에는 못 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동양인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한미루라고 합니다.”

“아…….”

데이비드 록허트의 이름은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컨티뉴 캐피탈 CEO라고 하면 대부분 그를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컨티뉴 캐피탈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록허트 CEO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사실.

잠시 멍하니 있던 벤자민은 실수를 깨닫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인사했다.

“JK모건의 벤저민 히긴스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놀랐다.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젊을 줄이야.’

자리에 앉은 그는 보고하듯 말했다.

“투위터 매수를 끝마쳤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은 JK모건을 비롯해 다섯 곳의 IB에 매수를 위탁했고, 총 21.8퍼센트의 지분을 확보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이걸로 끝난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들었다.

벤저민은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티슬라 공매도를 말입니까?”

“예. 관련 풋옵션도 최대한 매수하도록 하겠습니다.”

티슬라는 공매도의 무덤이라 불리는 종목.

매분기마다 망할 거라는 리포트가 나왔고, 그때마다 공매도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주가는 수십, 수백 배가 폭등해 공매도 세력들을 전멸시켰다.

그동안 월가의 스타로 불리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티슬라 공매도에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 중 망한 곳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도 달려들겠다니!’

공매도는 기대 이익은 한정된 반면, 손실은 무한대인 위험한 투자 방식. 풋옵션은 말할 것도 없다.

벤저민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스크가 클 텐데요.”

대답은 한미루가 했다.

“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가 있나요?”

벤저민은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그는 거래 중개인.

어쨌거나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다.

“어느 정도를 생각하십니까?”

그 물음에 한미루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JK모건의 역량에 달려있죠. 얼마까지 받아줄 수 있나요?”

* * *

컨티뉴 캐피탈이 티슬라 공매도와 풋옵션 매수에 나선 것은 투위터 주식을 매수할 때부터였다.

그리고 투위터 주식을 알렌 에버하트에게 판 뒤, 그 돈을 티슬라 공매도에 추가로 투입했다.

총 투자금액은 360억 달러.

가진 현금을 전부 한 종목 공매도에 쏟아부은 것이다.

데이비드는 농담처럼 말했다.

“투자가 실패하면 좀 위험해지겠군요.”

우리는 스노우 크래시와 레전드게임즈 등의 대주주.

가진 돈 날린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을 테고, 아이스스톰 인수는 물 건너갈 것이다.

“잘될 거예요.”

“성공을 확신하십니까?”

난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 알렌 에버하트를 믿으니까요.”

* * *

알렌 에버하트는 티슬라를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스페이스Z를 세계 최대 민간우주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

그런 만큼 그는 투위터를 인수한 후 전세계 1등 소셜 네트워크로 만들겠다고 장담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순간에 직원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업무량이 폭증했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과로를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이제 투위터 직원은 원래의 절반인 3,800명에서 다시 절반인 1,900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비용이 절감되었지만, 그보다는 매출 감소 속도가 빨라 적자는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알렌 에버하트의 이중적인 행태도 문제였다.

그는 투위터를 표현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그동안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정지되거나 삭제되었던 계정을 일시에 복구시켰다.

온갖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넘쳐났지만, 이를 필터링할 직원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면서 정작 알렌 에버하트를 비난한 기자들의 계정은 차단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에버하트가 투위터를 사유화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며 비난하자, 그들의 계정 역시 전부 차단했다.

접속이 끊기거나 서비스 장애가 수시로 발생했다.

불안감이 커지고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하자, 이용자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몇몇 스포츠 스타와 할리우드 배우들은 더 이상 투위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계정을 삭제했고, 이용자가 줄어들자 광고를 하는 기업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투위터가 각종 혼란을 겪는 사이, 티슬라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매도가 쏟아지며 한때 1조 달러를 찍었던 티슬라 시총은 고점 대비 20퍼센트가 하락해 8천억 달러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매도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티슬라 투자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상관없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시 오름.

-지금이 매수 적기다!

-ㅇㄱㄹㅇ 티슬라 떨어질 때마다 샀으면 지금쯤 맨해튼에 내 집 장만했음.

-티슬라는 시총 2조 달러가 적정합니다.

-주가 떨어진다고 파는 흑우들 없제?

-응, 실컷 공매도 해봐, 병신아~ 폭등하면 그만이야~

티슬라 주가는 원래부터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하루에 5~10퍼센트 오르내리는 것은 딱히 큰일도 아닌 만큼, 사람들은 이를 일시적인 조정 정도로 여겼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듯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를 받쳐주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WST의 기사가 올라왔다.

[(WST 단독) 티슬라 대량 매도 주체는 누구인가?]

(전략)

티슬라 공매도 물량은 평균 200억 달러 수준. 그런데 최근 들어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공매도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어제 티슬라 주가는 3.3퍼센트 하락한 95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고점 대비 21퍼센트 하락한 금액이다.

시장이 공매도 세력으로 컨티뉴 캐피탈을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록허트 대표가 티슬라를 대량 공매도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티슬라 공매도의 이유로 CEO 리스크를 들었다.

‘에버하트 CEO가 투위터의 경영에 매진하며, 티슬라 경영이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략)

그렇다면 최근의 매도는 전부 컨티뉴 캐피탈로 인한 것일까?

그런데 정작 록허트 대표는 다른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세력으로 다름 아닌 티슬라 CEO 알렌 에버하트를 지목했다.

‘에버하트 CEO가 투위터 인수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30억 달러다. 함께 인수에 동참하기로 했던 LP들이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이 중 300억 달러 이상을 에버하트 CEO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그는 티슬라 지분 14.8퍼센트를 보유한 대주주로 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고 했지만, 그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티슬라의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200억 달러 이상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한다.’

작년 알렌 에버하트는 세급 납부를 이유로 티슬라 주식 90억 달러를 매도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주가가 30퍼센트가량 하락하고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그는 한동안 티슬라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컨티뉴 캐피탈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에버하트 CEO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록허트 CEO는 이렇게 말했다.

‘에버하트 CEO는 투위터 인수 계약을 맺었다가 직전에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꾼 전력이 있다. 따라서 그의 말은 조금도 신뢰할 수 없다.’

이 기사가 나가고 나자 티슬라 주가는 장중 5퍼센트 넘게 폭락했다.

티슬라 주주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지난번 매도 이후 더 이상 대량 매도는 없다고 에버하트 형이 분명 약속했음!

-이건 말도 안 돼!

-컨티뉴 캐피탈 놈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함.

-ㅋㅋㅋ 이 새끼들 공매도로 주가 떨구려고 별짓을 다하네.

-그럼그럼. 에버하트 형이 티슬라 주식을 팔았을 리 없지!

-지들이 공매도 쳐놓고 허위사실 유포하는 건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투기꾼들 말 믿는 흑우들 없제?

하지만 WST 기사가 나간 직후, 이내 비슷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티슬라 대량 매도, 에버하트일 가능성은?]

[에버하트 200억 달러 이상 매도한 것으로 추정!]

[티슬라 주식 팔아, 투위터 인수 자금 마련했나?]

[에버하트 측, 아직 공식 입장 없어!]

공매도야 늘 있던 일이지만, 대주주이자 CEO인 알렌 에버하트가 매도했다고 하면 얘기가 다르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0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이쯤 되자 투자자들도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진짜 에버하트가 판 거야?

-아니지? 다른 사람이지? ㅜㅜ

-제발 아니라고 말해 줘!

-아닐 거야. 제발 아니어야 해…….

-언론 따위는 믿지 않아! 난 끝까지 에버하트를 믿는다!

-여러분! 진실은 오직 투위터에 있습니다. 투위터만 보세요!

-난 나라가 망해도 티슬라야!

* * *

컨티뉴 캐피탈은 투위터 투자로 3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알렌 에버하트는 자기 돈이 그놈들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고작 30억 달러야. 불쌍한 놈들 적선해줬다고 생각해야지.’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

그의 자산에 비한다면 그 정도 돈이야 푼돈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놈들이 투자에 성공해 좋아할 걸 생각하면, 속이 좀 쓰렸지만.

누가 말했던가?

성공이 최고의 복수라고.

컨티뉴 캐피탈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투위터를 더욱 크게 성공시키는 것. 그럼 54달러에 매도한 것을 후회하게 될 테니.

때문에 알렌 에버하트는 잠도 거의 자지 않은 채 투위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뭐야? 이놈들이 티슬라를 공매도했어?”

투위터 인수 전후로 티슬라의 공매도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보고를 받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설마 그게 컨티뉴 캐피탈이었을 줄이야!

게다가 컨티뉴 캐피탈은 그가 몰래 티슬라 주식들 대량 매도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폭로(?)하기까지 했다.

이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려질 일.

그러나 지금 타이밍에, 이런 방식으로는 아니었다.

나중에 공시를 통해 슬쩍 알리려고 했다.

‘안 사려고 하는 투위터를 나에게 강제로 떠넘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티슬라 주가를 폭락시켜 수익을 내겠다고?’

참다못한 알렌 에버하트는 폭발했다.

“으아악! 컨티뉴 캐피탈, 이 개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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