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51화 (451/529)

451화. SNS는 인생의 낭비 (6)

알렌 에버하트는 기존 계약대로 투위터의 모든 지분에 대해 공개 매수 절차에 들어갔다.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에게 주식을 던졌다.

난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재판까지 갈 것도 없이 끝났네요.”

말로는 끝까지 갈 것처럼 엄포를 놓더니, 재판 시작 전날 입장을 바꾸었다.

아마 괜히 말 바꾸지 말고 그냥 인수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당연한 일이죠.”

이번에도 컨티뉴 캐피탈은 성공을 거뒀다.

직원들은 환호했지만,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한 반응이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투위터 주식 21.8퍼센트를 매수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주당 38.5달러. 그런데 이걸 주당 54달러에 매각했다.

75억 달러를 투자해 105억 달러에 팔았으니, 수익률은 무려 40퍼센트.

투자 기간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익이다.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요. 딱히 한 일도 없는데요.”

실제로 한 일이라고는 그저 샀다가 팔았을 뿐.

그동안 발로 뛰며 했던 다른 투자와 비교한다면, 날로 먹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군요.”

“예.”

30억 달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라면 더 큰 꿈을 가져야지.

난 웃으며 말했다.

“진짜는 이제부터죠.”

* * *

인수 직후, 알렌 에버하트는 바로 투윗을 날렸다.

[새가 새장 밖으로 풀려났다. 투위터는 이제 자유다!]

그러면서 개선장군처럼 투위터 본사에 들어가는 영상까지 함께 올렸다.

진행 과정에서 좀 모양 빠지는 일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미국 3대 소셜 네트워크 기업이 알렌 에버하트의 기업이 된 것이다.

티슬라, 스페이스Z, 솔라밸리, 뉴럴AI 등에 이어서 투위터 CEO가 된 알렌 에버하트는 향후 운영방침을 밝혔다.

[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 투위터를 누구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뒤, 투위터는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상장 기업은 여러 규제를 받고 공시의 의무가 있지만, 비상장 기업은 훨씬 자유롭다.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를 비상장 기업으로 만든 다음, 개혁해 재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투위터의 경영 문제를 지적했고, 자신이 CEO가 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공언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투위터를 되살릴 수많은 계획이 있었다.

알렌 에버하트는 CEO는 바로 투위터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대량 해고였다.

* * *

투위터 본사 직원은 총 7,600명.

알렌 에버하트는 이 중 3,800명을 해고했다. 해고는 이메일로 이뤄졌고, 즉시 업무용 메일과 회사 계정이 차단됐다.

여기에는 경영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CEO, COO, CFO, CPO(개인정보최고책임자), CISO(정보보안최고책임자), 최고마케팅책임자 등 수십 명의 경영진이 일제히 해고됐다.

어제까지 옆자리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알렌 에버하트, 투위터 직원 절반으로 감원!]

[3,800명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

[투위터, 금요일의 대학살]

정치권에서까지 비난이 쏟아졌지만, 알렌 에버하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을 자르면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당장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필수인력까지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담당자 어디 갔어?”

“방금 자르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예.”

“당장 데려와!”

“…….”

방금 자른 사람이 회사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붙잡아 데려오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해고당한 사람들이 그전까지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테니, 그들이 하던 일은 당연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모두가 두 사람 몫을 해야 하는 상황.

알렌 에버하트는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전 오늘부터 퇴근하지 않고, 투위터 본사에서 숙식을 하겠습니다. 저처럼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할 생각이 없는 직원은 즉시 사표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알렌 에버하트는 CEO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투위터 본사에 침상을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두가 알렌 에버하트처럼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알렌 에버하트만큼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원들은 일제히 퇴사를 신청했다.

너무 많은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두겠다고 하자, 놀란 알렌 에버하트는 다시 이들을 다시 붙잡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직원이 이런 상황이니, 계약직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6,000명의 계약직 직원 중 5,000명이 잘렸다.

이렇다 보니, 투위터 본사에서는 온갖 문제가 터져 나왔다.

“왜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대체 며칠째 쓰레기통이 그대로인 거야?”

“청소업체 언제 와?”

그 이유는 청소 외주용역까지 잘라버렸기 때문.

쓰레기통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화장실에는 휴지가 떨어지고 변기가 막히며 악취가 진동했다.

“각종 공과금이 미납됐다고 합니다.”

“비품 대금을 언제 결제해주냐고 항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작권 관련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거 어느 부서가 처리하는 거야?”

“대체 다들 뭘 하고 있는 거야?”

접속이 느려지거나,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불만이 속출했고, 투위터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났다.

투위터 매출의 90퍼센트는 광고에서 나온다.

그런데 알렌 에버하트가 기행을 일삼고, 투위터가 접속 장애를 겪고,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이 넘쳐나자 광고주들 역시 광고를 중단했다.

광고 매출이 급감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알렌 에버하트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바로 유료 멤버십의 강화.

투위터는 유료 회원에 대해 이름 옆에 초록색 뱃지를 달아주는 정책을 실행했다.

[단돈 월 8.49달러면 이름 옆에 크고 아름다운 뱃지를 달 수 있다. 나는 당장 가입했다!]

그는 이 정책이 가짜 뉴스를 없애고, 투위터의 신뢰도를 높여줄 거라 주장했다.

[월 8.49달러를 내는 사람의 투윗은 그만큼 신뢰도를 갖게 될 것!]

과연 그랬을까?

천만에.

온갖 가짜 계정이 유료 멤버십 인증을 받고 투윗을 올렸다.

미국 대통령, 상원의원, 스포츠스타, 할리우드 배우 등등.

심지어는 알렌 에버하트 이름으로 인증받는 계정들까지 등장했다!

인증을 받은 어느 가짜 계정이 성 기능 개선약을 무료로 푼다는 소식에 제약 기업들의 주가가 덩달아 출렁거렸다.

가짜 계정을 없애겠다며 만든 서비스로 인해 가짜 계정이 넘쳐나자,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이런 서비스를 굳이 8.49달러에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에버하트 형이 말하길 ‘8.49달러면 스타박스 커피 두 잔 가격에 불과하다. 커피 두 잔을 덜 마시면 당신도 나와 똑같이 푸른 뱃지를 달 수 있다’라고 함.

-ㅅㅂ ㅋㅋㅋ

-웃긴 건 저 얘기를 탐 키튼도 했음. 매주 스타박스 몇 잔 마실 돈이면 최신 엔폰을 살 수 있다고.

-넷플레이도 저렇게 홍보함. 커피 세 잔 마실 돈으로 전세계 콘텐츠를 즐기라고.

-아니, 뭔 스타박스 커피는 전세계 기축통화냐?

-걍 그린 뱃지 가입 안 하고, 스타박스 커피 두 잔 마시는 게 낫지 않을까?

* * *

난 트리시와 함께 근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오믈렛과 팬케이크를 먹었다.

“투위터는 지금 난리도 아니래요.”

시적(?) 표현을 하자면 ‘혼돈의 카오스’랄까?

이 모든 게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를 인수한 지 열흘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CEO가 되자마자 직원 절반을 자르다니. 언론에서 금요일의 학살이라고 부르는 거 알아요?”

미국은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감원을 택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이는 대기업이나 빅테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대량 해고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해고 통보는 대부분 금요일에 이뤄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해고자가 다음 날 회사로 쳐들어와 깽판 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주말 동안 머리를 식히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는 사측의 따뜻한 배려랄까?

트리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에버하트는 뛰어난 경영자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엉망으로 경영할 수 있죠?”

“투위터 경영은 이제까지 경영과는 좀 다르잖아요.”

알렌 에버하트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해왔다. 직원 열 명도 안 되는 회사를 수만 명이 일하는 회사로 키울 때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티슬라와 스페이스Z 모두 마찬가지다.

반면 투위터는 어떤가?

소셜 네트워크 시장은 이미 안정화됐고, 투위터는 이미 거대 기업이다.

이런 거대한 기업을 한순간에 떠맡는 것은 그로서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투위터를 운영하는 데 핵심 인력 50명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인력의 절반만 줄여도 온갖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해고에도 순서가 있다.

사람을 자르더라도 인수인계를 끝마치고 잘라야지, 하루아침에 잘라 버리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기자들은 거의 투위터 상황을 생중계하듯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하나 다 쓰기도 전에 다음 투윗이 올라오고 있어요. 하도 울려대서 알람을 꺼놓을까 고민 중이에요.”

원래도 알렌 에버하트는 SNS 중독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더 심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투윗을 올리고, 직접 답글을 달았다.

하는 일을 보면 몸이 열 개라도 정신이 없을 텐데, 대체 시간이 어디서 나서 이렇게 열심히 투위터를 하는 걸까?

누가 보면 여섯 개 기업 CEO가 아닌 방구석 백수인 줄 알겠네.

뭐, 480억 달러나 주고 샀으니 뽕을 뽑아야겠지. 나라도 그 돈 주고 샀으면 억울해서 폭풍투윗을 하지 않았을까?

“요즘 기사가 에버하트로 시작해서 에버하트로 끝날 정도라니까요.”

“…….”

만약 알렌 에버하트가 없었다면 기자들은 뭐 먹고 살았을까?

신난 것은 기자만이 아니다. 에이튜버들도 투위터에 대한 영상을 신나게 만들어서 올리고 있으니까.

비록 투위터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기자와 에이튜버들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는 중이다.

“에버하트가 투위터 경영에 매달리는 바람에 티슬라 주가까지 출렁이고 있어요. 최근 티슬라 공매도도 엄청 늘었다고 하고.”

“그래요?”

“네. 알다시피 티슬라가 공매도 세력의 무덤이었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공매도가 줄었는데, 최근 다시 크게 늘었다고…….”

말을 하던 트리시는 잠깐 멈칫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설마…… 아니죠?”

난 짐짓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뭐가요?”

“혹시 투위터를 매수하면서 티슬라 공매도도 했어요?”

“오! 정답. 잘했어요.”

“헷.”

칭찬해주자 트리시는 바로 히죽 웃었다. 역시 칭찬에 약한 타입이란 말이지.

하지만 이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뭐예요!? 또 미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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