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50화 (450/529)

450화. SNS는 인생의 낭비 (5)

화안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는 기업.

이전까지만 해도 화안그룹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현재는 화안그룹에서 가장 높은 시총을 자랑했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주역은 바로 허민웅.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허민웅은 별다른 잡음 없이 화안에너지 사장 자리로 올라섰다.

그는 취임사에서 기업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우리 기업은 앞으로 수소에너지에 올인합니다. 미래에 올 수소경제 시대에 화안에너지는 가장 선두에 서있을 것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기업이 망하는 것은 물론, 그룹까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망한다. 반대로 시장의 흐름을 너무 빠르게 읽어서 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전세계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가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은 분명한 만큼, 수소에너지의 시대는 반드시 온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는 언제 오냐는 것이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망한 뒤 수소에너지의 시대가 와봐야 소용없다. 실제로 이런 일은 시장에서 자주 벌어졌다.

수소경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

본격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화안에너지는 마치 전력 질주라도 하듯 달려나갔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투자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허민웅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밀어붙였다.

이번 미국 투자 역시 그의 의지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화안에너지는 수소트럭 합작공장에 투자하고, 반대로 넥스트로젠과 GM은 수소인프라 합작사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수소트럭이 상용화되긴 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

이번 투자가 성공한다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의 견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특히 알렌 에버하트는 수소트럭과 수소에너지를 비난하는 폭풍 투윗을 쏟아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티슬라의 CEO가 이러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컨티뉴 캐피탈이 투위터 인수 문제를 놓고 알렌 에버하트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보며 허민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슨 일로 미국에 남았나 했더니…….’

허민웅은 바로 의형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브라더.”

[왜요?]

허민웅 바로 물었다.

“기사 봤는데, 알렌 에버하트를 건드려도 괜찮은 거야?”

[따지고 보면 그쪽이 먼저 건드린 거죠.]

“응?”

[에버하트가 올린 투윗 안 봤어요?]

“당연 봤지.”

[단순히 심보가 꼬여서 욕한 게 아니라, 아예 노골적인 견제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거예요. 알죠?]

“그렇지.”

[그러니 이번 기회에 힘을 좀 빼놔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알렌 에버하트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배터리로 차를 움직이겠다는 생각이 허황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효율의 문제일 뿐 당시 기술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충전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슬라는 전기차를 만들던 초기부터 전국 곳곳에 메가차저라는 충전시설을 함께 지었다.

덕분에 티슬라는 전기차의 대중화에 성공했고, 이제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내놓았다.

그러나 상용차로 가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전기트럭은 승용차에 비해 몇 배나 되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기존 충전소로는 충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때문에 전기트럭용 고전압 충전시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티슬라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런데 넥스트로젠은 PIF의 압도적인 자본을 바탕으로 티슬라보다 먼저 이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중이다.

수소 인프라 건설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고, 관련 법을 입법해야 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야 한다.

알렌 에버하트 입장에서는 이전까지 전기차 회사들만 받아 가던 보조금을 앞으로는 수소차 회사들과도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기를 쓰고 반대할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과 세계 최대 민간우주기업의 CEO예요. 워싱턴 정가에 끼치는 영향력도 상당한 만큼, 그런 사람이 온갖 수단을 써서 반대하면 골치가 아프지 않겠어요? 만약 정부의 지원이 주춤하면, 다른 기업들의 투자 역시 지연될 테고.]

“그런데 그게 투위터와 무슨 상관이야?”

[재협상에 실패하면 체면을 구기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억지로 투위터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쪽 경영에 신경 쓰느라 수소차에 대한 대응이 소홀해지지 않겠어요?]

“어!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을 벌인 거야?”

[겸사겸사죠.]

그 말을 들은 허민웅은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감동이 밀려왔다.

“형을 돕기 위해 알렌 에버하트랑 싸우다니…….”

[……예?]

허민웅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미루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초면부터 면전에 대놓고 ‘허민웅 씨를 살려드리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한 건방진 자식.

그때만 해도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만약 그때 한미루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때 한미루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허민웅은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뜨거운 감정을 억지로 삼키며 말했다.

“형이 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 * *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허민웅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에 물기가 잔뜩 젖어있는 듯했다. 약간 울먹거린 것 같기도 하고.

“…….”

설마 감동받아 우는 건 아니겠지?

난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이 인간은 뭔 헛소리를 하고 앉았어?”

다 내 사리사욕을 위한 거니 쓸데없는 오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동호 선배다.

“무슨 일이에요?”

[진짜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 인수한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봐요?”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

“알렌 에버하트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연락처가 없는데?]

“투윗 날려요.”

하루에도 몇 번씩 투윗을 올리는 사람이니, 잘하면 리투윗에 답글까지 친절하게 달아주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나 DA증권사에 있을 때 에버하트 관련해서 리포트 엄청 썼는데. 그 형이 투위터에서 언급 한번 하면 주가가 청룡열차를 타는 거 알지?]

“…….”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청룡열차가 대체 언제 적 단어야?

내 동년배들은 그런 단어 안 쓴다.

어쨌거나 알렌 에버하트는 정치인을 제외하면, 대중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특히 투자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그가 주식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 다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레지터 어때? 좀 핫해 보이지 않아?]

[난 코러스44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에잇지라는 이름은 너무 구려]

[앞으로 나에게 DM을 보낼 때는 터미널 어플을 사용해~]

그가 좋다고 하면 시장에서 외면받던 잡주가 수십 배 폭등했고, 그가 별로라고 한 주식은 폭락했다.

게임스타트 역시 에버하트의 투윗에서 언급하자마자 바로 수십 퍼센트가 뛰었다.

이에 대해 수많은 고발이 이어졌고, SEC는 몇 차례 경과와 시정조치를 내렸지만, 알렌 에버하트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어떤 주식이 이유 없이 치솟으면, 알렌 에버하트의 투윗을 의심해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주식의 경우 최소한의 규제 장치라도 있지만, 암호화폐는 이런 규제조차 없다. 때문에 코인 시장 역시 알렌 에버하트 말 한마디에 널뛰기를 반복했다.

[비글코인 좋아 보여!]

[비글코인으로 티슬라 차를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볼까?]

[비글 투 더 문!!!]

원래 비글코인은 수많은 알트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알렌 에버하트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시총이 수십 배로 커졌고, 거래량 역시 10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정작 알렌 에버하트는 TV쇼에 나가 ‘비글코인은 사기다’라고 말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방송이 나가자 비글코인은 순식간에 30퍼센트가 폭락했다.

또한 갑자기 티슬라의 수익 일부를 반트코인으로 보유하겠다며 20억 달러어치 반트코인을 매수했다.

이 소식에 반트코인은 폭등했지만, 한 분기 만에 보유한 반트코인을 전부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덕분에 티슬라는 수익을 낸 반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비난이 빗발치고 소송도 당했지만, 여전히 그는 투윗을 통해 여러 주식과 암호화폐를 언급했고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오죽하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실적이나 미래가치보다 에버하트의 발언이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나도 한때는 에버하트 형 투윗 보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고 했었는데.]

“…….”

이러면 돈을 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투윗을 보며 단타를 치는 투자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알렌 에버하트는 항상 시세를 움직이는 존재였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이번 투위터 인수 역시 그의 뜻대로 돌아갈 거라 여겼다.

1회차 때는 샤크 인베스트만 나서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번에는 컨티뉴 캐피탈이 나서지만 않았다면 실제로 그렇게 됐을 것이다.

“어쨌거나 록허트 대표는 100퍼센트 기존 계약대로 인수할 거라 자신하네요. 투자하면서 이 정도로 확신이 드는 건 처음이라고.”

이러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동호 선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에버하트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닌가? 투위터 때문에 욕은 욕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날리게 생겼네.]

“이래서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페이스노트와 투위터를 안 한다.

[어……. 그건 SNS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 아니야?]

“하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그러고 보면, 알렌 에버하트는 SNS를 사서 인생을 낭비한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 * *

투위터 경영진과 주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그에게 인수 계약 이행을 강요했고,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했다.

‘대체 내가 그딴 계약을 왜 했지?’

300억 달러의 가치도 없는 기업을 무려 480억 달러에 사기로 하다니. 그때는 뭔가 눈에 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그는 연일 투윗을 올리며 비난했지만, 컨티뉴 캐피탈은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재판으로 가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는 사이 재판 개시 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왔다.

어차피 소송을 진행한다 한들, 만신창이가 된 투위터를 떠안아야 하는 건 다름 아닌 그 자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제길! 컨티뉴 캐피탈만 아니었어도!”

결국 재판 시작 하루 전.

알렌 에버하트는 백기를 들었다.

[(WST) 알렌 에버하트, 투위터 기존 계약대로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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