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49화 (449/529)

449화. SNS는 인생의 낭비 (4)

알렌 에버하트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과 민간우주기업의 경영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그리고 막대한 팬덤을 거느린 유명인이다.

그리고 컨티뉴 캐피탈은 각종 투자 성공으로 몇 년 만에 급성장한 사모펀드.

특히 최근에는 게임스타트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알 정도였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 결과 세계 3대 사모펀드인 레드록, 칸라인그룹, KRR을 제치고 가장 유명한 사모펀드로 손꼽혔다.

이 둘이 투위터 인수 문제를 놓고 부딪치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투위터 결국 소송전으로 넘어가나?]

[소송시 누가 유리한가?]

[알렌 에버하트, 투위터가 가짜 계정을 가려낼 명확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

[투위터 경영진, 세 차례 긴급회의에도 결론 못 내]

[에버하트 승소시, 투위터 주가 폭락 불가피]

각종 기사가 쏟아졌고, 뉴스채널과 에이튜브에서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출연해 향후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투위터 주주들과 티슬라 주주들의 댓글로 싸움을 벌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컨티뉴 캐피탈 vs 알렌 에버하트라니!

-역대급 데스매치네.

-아무리 컨티뉴 캐피탈이라고 해도 감히 알렌 에버하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다니.

-투위터 주주들은 컨티뉴 캐피탈을 지지합니다!

-티슬라 주주입니다. 에버하트 응원합니다! 투 더 문!

-어! 방금 알렌 에버하트가 투윗 올렸네. ‘컨티뉴 캐피탈이 투위터를 인수하는 건 어때? 난 양심적인 사람이니 내 주식을 54달러보다 싸게 넘길게’라고 함.

-안 사요~

-아! 안 산다고 ㅋㅋㅋ

-알렌 에버하트도 안 삼.

-지금 투위터 주가 52달러인데 들어가도 되나요?

-전재산 풀베팅해라. 1만 주 사면, 2만 달러 벌 수 있다.

-그건 에버하트가 그 가격에 인수할 경우고. 그러다가 계약 파기되면?

-응. 인수하라고 해봐, 병신아~ 달로 튀면 그만이야~~

* * *

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역시 알렌 에버하트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네요.”

데이비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번 일은 에버하트를 지우고 보면 쉽습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진실을 놓치는 거지.

잠시 후, 컨티뉴 캐피탈 본사에 손님이 찾아왔다.

편한 차림의 40대 후반 정도의 백인 남성은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루시언 칩록입니다.”

그는 다름 아닌 투위터의 CEO.

“어서 오십시오. 데이비드 록허트입니다.”

“안녕하세요, 한미루입니다.”

내 이름을 듣고 살짝 놀라는 걸 보니 나에 대한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인사를 끝낸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그러하듯, 투위터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대륙을 가로질러 뉴욕으로 날아온 것이다.

뭐, 어차피 전용기 타고 업무 보면서 왔겠지만.

투위터는 페이스노트, 린스타그램과 함께 세계 3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유챗이 있긴 하지만…… 이건 어차피 중국인 아니면 쓰는 사람이 없으니 패스하고.

칩록 CEO는 쓴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설마 인수 계약이 무산된 이후, 컨티뉴 캐피탈이 주식을 긁어모았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컨티뉴 캐피탈의 진짜 목적이 뭡니까? 정말로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습니까?”

난 질문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다른 목적이라면, 혹시 벼랑 끝 전술로 재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생각이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에버하트 측에서 계속해서 재협상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어긴다면 소송을 통해 끝을 보게 될 거라면서요.”

소송은 양쪽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투위터는 에버하트에게 기존 계약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걸었고, 에버하트는 투위터에 계약을 파기하고 기존에 낸 계약금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소송은 투위터 본사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만큼, 현재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그럼 그렇게 해야죠.”

“진심입니까?”

“예. 저희의 입장은 말한 그대로입니다.”

설마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는지 그는 당혹스러워했다.

난 그에게 물었다.

“지금 에버하트 CEO가 문제 삼고 있는 건 가짜 계정이죠?”

“그렇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에는 가짜 계정이 등록되어 있다.

“투위터의 가짜 계정이 얼마나 되나요?”

“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전체 계정의 5퍼센트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버하트 CEO는 10퍼센트가 넘을 거라 주장하고 있구요?”

“그렇습니다. 가짜 계정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투위터가 증명해야지만 인수 계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투위터 계정을 생성할 때는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 수도 있다.

아예 매크로를 활용해 수백 개의 계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의도적으로 가짜 계정 문제를 방치했습니까?”

가짜 계정이 홍보나 여론조작 등에 악용될 위험이 있는 만큼, 투위터 측에서는 적발하는 즉시 삭제한다.

하지만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가입자가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겨난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짜 계정이 점점 교묘해져서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 재판은 문제없겠네요.”

칩록 CEO는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투위터 창업자가 아닌 후임자.

보유 주식이라고 해봐야 50만 주쯤 되려나?

그러니 괜히 높은 가격 받으려다가 계약이 파투 나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무사히 인수되기를 바랄 것이다.

괜히 알렌 에버하트의 원한을 사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수도 있고.

이 바닥에서 엘렌 에버하트의 영향력을 무시하거나, 그를 적으로 돌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어차피 이미 적이 많으니, 한 명쯤 더 늘어난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만약 계약이 파기된다면 투위터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겁니다.”

데이비드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대 그런 일을 없을 겁니다.”

이전이었다면 아마 법원으로 갔어도 조정으로 끝났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재협상을 하려 했던 거고.

그러나 현재 투위터 주주들은 컨티뉴 캐피탈과 함께 계약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중.

법대로만 판결을 내려도 소송은 투위터의 승소로 끝나게 될 것이다.

난 통보하듯 말했다.

“최대주주로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재협상은 절대 불가합니다. 이를 어긴다면 경영진을 배임으로 고발하겠습니다.”

한국 기업이라면 모를까, 미국 기업이 다수의 주주가 반대하는 걸 밀어붙이기는 힘들다.

결국 칩록 CEO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알렌 에버하트는 현재 티슬라와 스페이스Z를 비롯한 다섯 기업의 CEO를 맡고 있다.

그는 한 주의 이틀은 티슬라 사무실에서, 이틀은 스페이스Z 사무실에서 일하고, 남은 사흘 동안 다른 기업의 일을 보고받고 처리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만큼, 그는 일정을 관리하고 잡무를 처리하는 비서와 팀을 따로 두고 있었다.

제이크 도지는 그의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였다. 그는 24시간 언제든 에버하트가 지시한 일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투위터 측에서는 뭐라고 하나?”

“컨티뉴 캐피탈이 반대해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처음 컨티뉴 캐피탈이 나섰을 때만 해도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놈들은 진심이었다.

“제길. 변호사들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을 운영하고, 여러 여자를 만나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온갖 문제를 만들어낸 만큼, 그의 주변에서는 각종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소송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겠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

에버하트는 자신을 변호할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건은 맡지 않고, 오직 에버하트의 사건만 전담해서 처리했다.

회의실에 들어선 알렌 에버하트는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있는 변호사들을 훑어보고는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소송으로 가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알렌 에버하트는 늘 바쁜 만큼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한다.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대표 변호사 커크 스태일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불리합니다.”

“계약 당시 그들은 가짜 계정이 그렇게 많다는 걸 나에게 알리지 않았어.”

“그렇긴 해도 관련 내용은 이미 언급된 사안입니다. 가짜 계정 문제가 계약을 파기할 만큼 중대한 사유가 되냐는 게 핵심인데, 법률 검토를 해본 결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투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노트와 린스타그램, 스낵챗 등 다른 소셜 네트워크 기업들 역시 동일하게 겪고 이는 문제.

따라서 투위터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속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알렌 에버하트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사실 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른 속셈이 있었기 때문.

“금액 조정은?”

“현재로서는 기존 금액대로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참다못한 알렌 에버하트는 호통을 치듯 말했다.

“안 된다, 안 된다! 당신들은 내 돈 수백만 달러씩을 가져가며 도대체 하는 게 뭐야?”

스태일리 변호사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한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다 나가!”

알렌 에버하트는 변호사들을 전부 회의실에서 내보냈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중얼거리듯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이라…….”

컨티뉴 캐피탈에 대한 얘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수소트럭을 언덕에 굴려 사기를 쳤던 토머스 모터스를 시작으로, 스노우 크래시를 인수하고, 게임업계 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엔플과 구블과는 수수료 문제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압권은 바로 엔플에게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떠넘긴 것이었다.

엔플은 엔플카 개발을 진행하며, 몇 차례 티슬라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때문에 그는 한 방 먹은 탐 키튼의 표정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랬는데…….

설마 자신이 비슷한 꼴을 당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알렌 에버하트는 이를 갈았다.

컨티뉴 캐피탈이라고 하면 대중들은 다들 데이비드를 떠올렸다.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은 데이비드 혼자가 아닌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알렌 에버하트는 업계의 소문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설마 탐 키튼을 물 먹인 바로 그놈인가?’

왠지 눈에 보이는 사람보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더 신경 쓰였다.

“한미루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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