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화. SNS는 인생의 낭비 (2)
데이비드의 계획은 매우 심플하다.
1. 헐값이 된 투위터 주식을 최대한 매수한다.
2. 알렌 에버하트에게 54달러 정가에 매도한다.
다른 거 없이 그저 샀다 팔았다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고, 누워서 떡 먹는 수준이다.
세상에 돈 벌기가 이렇게 쉽다.일부 기자들은 알렌 에버하트와 컨티뉴 캐피탈 간에 모종의 암약이 있었을 거라 추정했다.
현재 시장에서 매수할 수 있는 투위터 수량이 얼마나 될까?
보유지분이 5퍼센트를 넘으면 일정 기한 안에 보유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이 기한 안에 몰래 매수할 수 있는 수량은 기껏해야 15~20퍼센트 정도.
그렇다면 수익은 얼마나 될까?
현재 투위터 주가는 33달러, 알렌 에버하트가 매수하기로 한 건 54달러니, 대략 투자금의 60퍼센트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컨티뉴 캐피탈이 대량 매수에 나서는 순간 주가가 뛸 테니, 실제 수익은 이보다 줄어들 테고.
잘해봐야 한 30억 달러나 먹을 수 있으려나?
물론 이 정도만 해도 단기 수익으로는 엄청나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걸로 아이스스톰 잔금 치르기에는 턱도 없으니까.
더 큰 수익을 낼 방법은 없을까?
하나 있다.
난 데이비드를 보며 말했다.
“판을 좀 더 키워보죠.”
“어떻게 말입니까?”
“티슬라 공매도도 같이 하죠.”
내 말에 데이비드는 허를 찔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티슬라를 말입니까?”
“예.”
“계약대로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를 인수한다면, 필요한 돈은 본인 지분 10퍼센트를 제외한 430억 달러죠.”
원화로는 5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
물론 알렌 에버하트는 세계 최고의 부자. 재산이 400조 원쯤 되니, 50조 원쯤은 쉽게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 해도 보유 현금은 별로 없다.
계약을 맺을 당시 제출한 자금 마련 계획서를 보면, 그는 LP의 투자를 받고, 티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LP들의 참여는 저조할 테고, 인수 자금 대부분은 알렌 에버하트 본인이 마련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돈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티슬라 주식을 파는 거죠.”
“CEO이자 대주주인 알렌 에버하트가 티슬라 주가를 팔면 폭락할 거라는 말이군요.”
“예. 지난번에도 그랬잖아요.”
알렌 에버하트는 작년 약 100억 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스톡옵션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함이라 밝혔지만, 매도 금액은 내야 할 세금 액수의 세 배가 넘었다.
그가 보유주식의 5퍼센트를 매도하자, 주가는 15퍼센트가량 폭락했다.
데이비드는 반론을 제기했다.
“주가 폭락으로 문제가 되자, 알렌 에버하트는 더 이상 티슬라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난 빙그레 웃었다.
“그 말을 믿나요?”
내 말에 데이비드 역시 피식 웃었다.
“아니요. 사실 저도 안 믿습니다.”
세상 CEO들 말 중 가장 못 믿을 말이 바로 알렌 에버하트의 말이다.
하도 헛소리를 많이 하다 보니,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뭐가 진담이고 뭐가 농담인지 구분이 안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투위터 인수가 불필요한 일이라는 거예요.”
알렌 에버하트가 이제까지 한 일을 보면 무엇 하나 대단하지 않은 게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투위터 인수에 대해서도 ‘신의 한 수’라거나,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라고 극찬했다.
“투위터는 티슬라의 비즈니스에 있어서 별 도움이 안 돼요. 스펠링이 T로 시작한다는 것 말고는 별 관련이 없으니까요.”
사실 투위터를 싸게 사냐 비싸게 사느냐는 별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 경영에 실패하면, 티슬라까지 불똥이 튈 것이다.
“투위터에 신경 쓰느라 티슬라 경영에 소홀해질 거라는 겁니까?”
“정답. 바로 그거예요.”
알렌 에버하트는 티슬라 CEO(정확히는 테크노킹)로 알려졌지만, 그는 티슬라 말고도 여러 기업의 CEO직을 맡고 있다.
스페이스Z, 솔라밸리, 보어링코퍼레이션, 뉴럴AI 등등.
티슬라 하나만으로도 정신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이런 많은 기업들을 경영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알렌 에버하트가 워커홀릭이기 때문.
20대에 처음 사업에 뛰어든 이후부터 그는 일주일에 7일을 일했고, 심할 때는 하루 20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 침상을 놓고 생활했고, 티슬라가 양산에 들어갔을 때는 아예 공장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거기서 먹고 자며 일했다.
이 정도 노력은 해야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이쯤 되면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며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면 죽었다 깨어나도(실제로 죽었다 깨어났지만) 저렇게는 못 할 것 같다.
일반인이라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따지고 보면 저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다.
어쨌거나 여러 기업을 경영하고, 여자도 만나고, 그사이 틈틈이 투윗도 올리고…… 지금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텐데, 여기에 투위터 경영까지 추가된다면?
“몇 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알렌 에버하트가 없어도 티슬라의 경영에는 별문제 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티슬라 정도 기업쯤 되면 테크노킹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기 마련.
하지만…….
“대중들의 생각은 좀 다르지 않겠어요?”
티슬라가 이렇게 미친 듯이 오른 것에는 알렌 에버하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 역시 한몫했다.
그들에게 알렌 에버하트는 티슬라고, 티슬라가 곧 알렌 에버하트였다.
그런데 그가 티슬라에는 손 놓고 투위터 경영에만 매진한다면? 당연히 주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아시겠지만, 티슬라 공매도 세력들은 전부 실패했습니다.”
티슬라는 역사상 가장 많이 공매도에 시달린 종목이다. 동시에 공매도 세력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종목이기도 하다.
어떻게 된 회사가 매번 망한다는 리포트가 쏟아지는데, 막상 주가는 계속 올랐다.
때문에 티슬라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들이 그동안 입은 손실만 해도 5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공매도 세력들이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해서 티슬라를 공격한 건 아니었다. 그만큼 티슬라의 재무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티슬라는 상장 이후 15년 넘게 적자행진을 이어나갔고, 대출과 유상증자로 버티고 있었다.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모델5의 양산에 성공한 최근. 만약 여기서 실패했다면 정말로 망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티슬라는 매일 같이 망할 거라는 얘기를 듣던 회사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선 것도 모자라, 기어이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전까지만 1조 달러 클럽은 빅테크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예외가 있다면 아람코 정도.
그런데 자동차 기업이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사실 티슬라는 단순히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
양산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제까지 티슬라가 내놓은 차량은 고작 네 종류. 그리고 양산이라고 해봐야 아직은 100만 대 수준이다.
이전 생산량에 비하면 수십 배가 올랐지만, 매년 1천만 대를 파는 토요타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티슬라의 시총이 토요타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이유는 가장 발전된 배터리 제조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전까지만 해도 티슬라가 조만간 망할 거라는 리포트를 냈던 애널리스트들도 기술력을 확인한 뒤로는 태세를 전환해 티슬라를 찬양했고, 몇몇은 향후 엔플을 넘어 세계 1위 기업이 될 거라 주장했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그 거대한 시장을 티슬라가 장악할 거라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기대는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죠.”
“현재 티슬라 주가가 고점이라는 거군요.”
“예.”
데이비드는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은 예상이 아니라, 봐서 알고 있는 것뿐.
이런 걸로 칭찬받으니 좀 쑥스럽다.
“알겠습니다. 그럼 티슬라 공매도도 같이 준비하겠습니다.”
* * *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 인수를 계약한 것은 3개월 전.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에버하트가 투위터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큰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알렌 에버하트, 투위터 인수 철회 후폭풍]
[투위터 인수를 놓고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소송 진행]
[투위터 인수, 이대로 무산되나?]
[양측 재협상 가능성 열어놔…….]
이제까지 투위터의 주가를 받쳐준 것은 알렌 에버하트의 인수 계약이었다. 그러나 인수가 무산될 거라는 소식에 투위터 주가는 폭락했고,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컨티뉴 캐피탈은 여러 곳의 증권사를 통해 이 주식을 사들였다. 이렇게 되자 매물이 줄어들며 주가는 슬금슬금 올라 어느새 40달러를 넘어섰다.
“투위터 거래량이 왜 이렇게 늘었어?”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매수를 하는 거지?”
“설마 에버하트가 사들이고 있나?”
“그럴 리가.”
대량 매수가 들어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알렌 에버하트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투위터 주가가 폭락한 것은 알렌 에버하트가 인수 계약을 철회했기 때문. 그런데 이틈을 타서 주식을 매수한다면?
이는 명백한 주가조작에 해당된다.
‘알렌 에버하트가 아니면, 대체 누구지?’
모두가 투위터의 매수 주체에 의문을 가졌다.
그사이 투위터 주가는 어느새 50달러에 근접했다.
이 시점에서 컨티뉴 캐피탈은 공시를 냈다.
[(공시) 컨티뉴 캐피탈, 투위터 지분 21.8퍼센트 보유!]
이 공시에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특히 투위터 주주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뭐야? 컨티뉴 캐피탈이 샀다고?
-대체 투위터를 왜 사는데?
-헉! 설마 에버하트를 제치고 투위터를 인수하려는 건가?
-에버하트랑 인수 경쟁을 벌이겠다고?
-아니,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이 투위터를 인수할 이유가 있나?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컨티뉴 캐피탈과 에버하트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은?
-그런가?
* * *
최근 금융시장에서 기사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크게 둘이었다.
첫째는 알렌 에버하트.
그리고 둘째는 컨티뉴 캐피탈이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에버하트와 컨티뉴 캐피탈이 없으면 경제란을 뭐로 채우지?’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컨티뉴 캐피탈의 투위터 매수는 이 둘이 함께 관련된 일.
워낙 큰 사건인 만큼, 즉시 기사가 쏟아졌고 온갖 예측이 난무했다.
일부 기자들은 알렌 에버하트와 컨티뉴 캐피탈 간에 모종의 암약이 있었을 거라 추정했다.
[컨티뉴 캐피탈, 갑작스런 투위터 지분 인수]
[컨티뉴 캐피탈의 목적은?]
[알렌 에버하트, 사전에 알고 있었나?]
[컨티뉴 캐피탈, 투위터 인수에 찬성 or 반대?]
정작 스페이스Z 본사에서 티슬라 본사로 이동하던 도중 기사를 확인한 알렌 에버하트 본인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사흘 후, 투위터 경영진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인수금액을 20퍼센트 이상 인하할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컨티뉴 캐피탈이 주식을 매수해 판에 끼어든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니들이 여기서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