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화. SNS는 인생의 낭비 (1)
사람은 위치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
대부분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언행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알렌 에버하트는 그딴 거 없었다.
그는 기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을 즐겼다.
영화와 시트콤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SNS에서 하는 농담 따먹기를 즐겼다.
그런 그가 가장 애용하는 SNS는 투위터.
알렌 에버하트의 투위터 사랑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원래부터 투위터 관종이었던 그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CEO이자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투윗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투위터 팔로워 숫자는 무려 1억 명.
이는 전세계 6위로 기업인 중에서는 단연 최고고, 웬만한 글로벌 스타들보다도 높았다.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큰 인물인 만큼, 그가 한 투윗은 바로 기사로 나올 정도였다.
알렌 에버하트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라도 하듯 온갖 투윗을 올렸다.
티슬라가 한창 공매도에 시달리던 시절에는 이런 투윗을 올려 시장을 뒤집어놓았다.
[PIF의 투자를 받아 티슬라를 상장폐지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공매도를 상환하려는 숏커버링이 몰리며 티슬라 주가는 일시적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었고 주가는 다시 폭락했다.
티슬라 주가가 폭등하던 시기에는 이런 투윗을 올렸다.
[티슬라 주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
세상에 어느 CEO가 자기 회사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말하겠는가?
이 투윗이 올라오자, 티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2퍼센트가 폭락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황하지 마(Don't Panic)’라는 투윗을 올려 주주들의 복장을 터트렸다.
분노한 투자자들이 그를 주가 조작 혐의로 고소했고, SEC는 조사에 나섰다.
“벌금 2천만 달러를 내고 합의하지 않았나요?”
내 말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CEO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거리자, 오죽하면 티슬라 주주들이 제발 투위터 좀 그만하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알렌 에버하트는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내 의지로 투윗을 날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 고백도 투윗으로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
대체 관종이란 뭘까?
투윗 하나 잘못해서 2천만 달러를 내고도, 투윗을 끊을 수가 없다니.
이쯤 되면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 그냥 SNS 중독 아닌가?
“그래도 게임스타트 사태 때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 그랬었죠.”
데이비드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스타트 사태 당시 알렌 에버하트는 몇 차례 투윗을 날리며, 게임스타트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고 공매도 세력을 비난했다.
[보유하지 않은 집과 차는 팔 수 없다! 그런데 보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니! 이건 사기나 다름없다!]
[게임스통크(Gamestonk)!!]
이 투윗 덕분에 폭등하던 게임스타트 주가는 로켓처럼 치솟았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위터를 통해 온갖 관종 짓을 하던 알렌 에버하트의 관심이 이번에는 투위터 그 자체로 옮겨붙었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투위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투위터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곳이야!]
[투위터가 없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지?]
[난 투위터가 너무 좋아!]
동시에 운영에 대해 각종 불만도 드러냈다.
[투위터가 예전 같지 않아.]
[대체 언제부터 언급하면 안 되는 주제가 이렇게 많아졌지?]
[투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망가뜨리고 있어!]
[내가 발로 운영해도 이거보다는 잘할 것 같은데.]
그러자 누군가 여기에 답글을 달았다.
[그럼 당신이 사면 되겠네.]
[그럴까? 얼마지?]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알렌 에버하트는 이전에도 이런 식의 농담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를 인수해 코카인을 넣어볼까?]
[맥도날드를 사서 모든 아이스크림 기계를 고칠 것]
[맨유 어때? 내가 한번 사서 운영해볼까?]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때문에 알렌 에버하트가 투위터를 인수한다는 기사가 떴을 때까지도 사람들은 농담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였다.
알렌 에버하트는 주당 54달러, 총 480억 달러에 투위터 주식을 전부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 * *
맥스비전 스톰 인수와 투위터 인수.
양쪽 다 거대 기업을 인수한다는 점은 같지만, 이 둘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맥스비전 스톰은 NS라는 빅테크 기업이 인수하는 거지만, 투위터를 인수하는 주체가 티슬라가 아닌 알렌 에버하트 개인이라는 것이다.
개인이 스타트업도 아닌, 480억 달러짜리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다니!
개인의 기업 인수 금액 중에는 세계 최고다.
난 예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렸다.
거기서는 지배인에게 무시를 당한 부자가 호텔을 통째로 사서 사이다를 선사하는 장면이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애교였다.
세계 최고 부자쯤 되면, 호텔이 아니라 SNS 기업을 사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480억 달러면 원화로는 50조 원이 넘는다. 코스피에서 딱 세 종목만 제외하고 어느 기업이든 골라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설명해주었다.
“아시겠지만, 알렌 에버하트는 원래 투위터 최대주주였습니다.”
“지분이 얼마였죠?”
“10퍼센트입니다.”
그가 투위터를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투위터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기 때문.
엔플과 구블의 사용자 추적 금지 조치는 페이스노트 광고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이 조치는 페이스노트와 린스타그램에만 적용된 게 아니었다. 투위터 역시 마찬가지였고,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이상 폭락했다.
“반면 티슬라 주가는 폭등하며, 알렌 에버하트를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들어줬죠.”
이렇게 되자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정말로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사측 지분은 물론 개인 주주들 지분까지 전부 사들여서 투위터를 비상장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에 주주들은 환호했다.
40달러 중반에 머물던 주가는 즉시 20퍼센트가 오르며 인수금액인 주당 54달러로 올라섰다.
원래대로라면 얘기는 여기서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수 계약이 이뤄진 직후, SNS 기업들의 폭락세가 이어진 것이다.
페이스노트는 최악의 분기 실적을 냈고, 골든버그 CEO는 이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투위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것 역시 1회차 때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폭락세가 더 심했다.
그 이유는 역시나 나 때문.
블록밸리와 나이트라이트는 10대들의 소셜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레전드스토어에 메신저 등 각종 기능이 추가되며,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친구들끼리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이 SNS를 집어삼키며, 기존 SNS 사용자들의 이탈이 더욱 늘어났다.
어쨌거나 각종 악재로 인해 페이스노트의 주가는 계속 폭락하는 반면, 투위터 주가는 여전히 54달러 근처에 멈춰있었다.
왜냐하면 알렌 에버하트가 54달러에 사주기로 약속했으니까.
전문가들은 투위터의 가치를 480억 달러는커녕 3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알렌 에버하트 입장에서는 복장이 뒤집힐 만한 일이다.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고점에 물렸으니.
도저히 이 가격에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는 온갖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투위터에는 가짜 계정과 스팸 계정이 넘쳐나는데, 이와 관련한 자료를 나한테 제공하지 않았다. 투위터 경영진이 나를 속였어!]
이에 경영진들 역시 반박했다.
[자료는 필요한 만큼 충분히 보여줬다. 알렌 에버하트는 스팸 계정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도 계약에 동의했다.]
결국 알렌 에버하트는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이에 투위터 측 역시 계약을 이행하라고 맞소송을 했다.
계약 파기 소식이 알려지자, 투위터 주가는 무려 40퍼센트 넘게 폭락하며 30달러로 주저앉았다.
양쪽은 소송으로 맞붙으며, 투위터 인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난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알렌 에버하트 입장에서는 설사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겁니다. 현재 주가를 보면 그렇게 하는 게 이익이니까요.”
“가능할까요?”
“계약 파기가 쉽지 않다는 건 알렌 에버하트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소송의 진짜 목적은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겁니다.”
“계약 파기 소송 자체가 블러핑이라는 거군요.”
“예.”
사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짐작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인수가 끝나면 알렌 에버하트는 투위터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따라서 경영진들 입장에서도 그와 맞서는 건 부담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알렌 에버하트와 투위터 경영진이 다시 협상해서 기존 계약보다 낮은 가격에 재계약을 맺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30퍼센트 정도는 깎지 않을까?
“그럼 어째서 투위터 주식을 매수하자는 건가요?”
“협상을 못 하게 만드는 거죠.”
“어떻게요?”
“투위터 주식을 최대한 매수한 다음 기존 계약대로 이행하라고 양쪽을 압박하는 겁니다. 그럼 결국 알렌 에버하트는 기존 계약한 가격대로 주식을 매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난 일부러 회의적으로 물었다.
“가능할까요?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알렌 에버하트인데.”
“반대로 알렌 에버하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계약이 그렇게 쉽게 파기될 거라고 생각할까요?”
데이비드는 단언하듯 말했다.
“아무리 알렌 에버하트라고 해도 계약서에 사인했으면 끝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
다들 알렌 에버하트가 계약을 파기한다는 사실에 놀라 주식을 내던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1회차 때 실제로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폭락한 투위터 주식을 잔뜩 매수한 다음 투위터 경영진과 알렌 에버하트에게 인수 계약을 이행하라고 압박을 넣었다.
이로 인해 양측의 협상은 깨졌고,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재판 하루 전날.
결국 알렌 에버하트는 백기를 들고, 기존 계약한 가격대로 투위터를 인수하기로 했다. 덕분에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헐값에 사들인 투위터 주식을 알렌 에버하트에게 팔아넘기며 단기간에 60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
그 투자를 지휘했던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록허트다.
이 덕분에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그해 최고 수익률을 찍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기에 거액을 베팅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데이비드는 나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데이비드는 역시 대단한 투자자네요.”
내 말에 데이비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보스가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나야 회귀를 한 덕분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증권사에서 사기 펀드 추천 리포트나 쓰고 있었겠지.
“아무튼 좋은 생각이에요. 이번 기회에 알렌 에버하트에게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줘야겠네요.”
“어떤 교훈입니까?”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