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45화 (445/529)

445화. 기공식 (4)

사라는 나에게 말했다.

“티슬라 CEO의 반발이 크네요.”

“그쪽이야 전기트럭을 밀고 있으니까요.”

상용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전기트럭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수소트럭이 주목을 받으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실제로 수소트럭 합작공장 발표 이후 티슬라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티슬라의 전기트럭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쉽진 않을 거예요.”

티슬라가 만드는 전기트럭 콜론은 여러 차례 출시가 연기됐다. 주행 영상과 제원이 공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그렇다면 티슬라의 전기트럭 콜론은 이전에 티슬라가 출시한 전기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시장을 뒤집어 놓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못했다.

역시나 배터리의 가격과 무게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

대형트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터리가 탑재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무게가 증가하니 적재용량이 줄어든다.

늘어난 배터리 용량만큼 충전 시간이 길어진 것 역시 문제다.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난 사라에게 물었다.

“혹시 알렌 에버하트를 만난 적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전에 한 번요.”

“오!”

PIF 해외투자본부장쯤 되면 티슬라 CEO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인가요?”

“으음.”

표정을 보니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아! 미루 씨랑 비슷한 측면이 좀 있어요.”

“예? 저랑요?”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인데.

설마 알렌 에버하트와 비교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점이요?”

“허황한 얘기를 현실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요.”

난 웃음을 지었다.

나야 어디까지나 회귀를 했기 때문.

사실 회귀해서 돈 버는 건 쉽다. 그러나 회귀를 했다 해도 전기차를 만들어내고, 로켓을 우주로 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몇 번을 회귀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라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티슬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훌륭한 기업이죠. 미래도 유망하구요.”

“그럼 티슬라에 투자하는 건 어떤가요?”

“괜찮긴 한데, 지금은 좀 비싸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남들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비싸다.

티슬라가 미래에 벌어들일 엄청난 수익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 매수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

진작 투자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스노우크래시와 다른 곳에 투자하느라 여유가 별로 없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는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뒤였고.

“기다려봐요. 조만간 투자 기회가 올 테니까요.”

사라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설마 또 뭔가를 계획 중인가요?”

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 * *

사라는 먼저 전용기를 타고 런던으로 떠났다.

아람코 상장 문제를 놓고 런던 증권거래소 소장과 런던의 재무장관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

그리고 난 아버지와 허민웅과 함께 디트로이트 시내를 관광했다.

어째서인지 트리시도 따라왔다.

“기사 쓰려면 바쁘지 않아요?”

“디트로이트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사를 써야 잘 써질 것 같아요.”

“…….”

그냥 놀고 싶은 거 아닌가?

디트로이트는 모터시티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자동차 산업이 붕괴하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도시 전체가 침체에 빠졌으나, 최근 완전히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덕분에 해외에 있던 공장들이 미국으로 돌아왔고, 최근에는 친환경차 붐을 타고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동차가 점점 거대한 전자기기로 바뀌어 가는 만큼, 전장 관련 스타트업들도 속속 들어서며 제조업 못지않게 IT산업의 비중도 커지는 중이다.

그래도 뉴욕이나 LA에 비하면 치안이 불안정한 편. 그래서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 경호원들이 대동했다.

허민웅은 친근하게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이야! 우리가 이렇게 관광까지 하게 될 줄이야. 이 정도면 깐부 아닌가?”

“더우니까 좀 떨어져요.”

“……너무해.”

아버지는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면서 이런 곳도 다 와보는구나.”

GM 본사 앞에 도착하자, 트리시는 나에게 말했다.

“아버지랑 둘이 거기 서봐요. 사진 찍어줄게요.”

“예?”

“얼른요.”

그러고 보면, 막상 아버지랑 찍은 사진은 없는 것 같다.

난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섰다.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는 왠지 어색해하는 표정이었다. 아마 내 표정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좀 가까이 붙어요. 왜 그렇게 떨어져 있어요?”

“……네.”

난 아버지와 어깨를 붙였다.

트리시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자, 둘 다 웃어요. 스마일!”

반나절 정도 관광을 한 다음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물었다.

“미루 넌 한국에 안 가고?”

“예. 뉴욕에 가봐야 해서요”

아이스스톰 인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계약은 했지만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 짓고 잔금을 넣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예정.

일단 잔금 마련부터 해야 할 판이다.

“바쁜 모양이구나. 그래도 한국에 오면 집에 좀 들르고. 어머니가 걱정이 많아.”

“알겠습니다.”

허민웅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음에 봅시다, 브라더.”

“잘 가요.”

허민웅과 아버지는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났고, 난 트리시와 함께 전용기에 올라탔다.

* * *

전용기는 뉴욕을 향해 날아갔다.

트리시는 팔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무슨 생각해요?”

“아! 사라에 대해서요.”

“인터뷰했죠?”

“네.”

“무슨 얘기 했어요?”

“사우디의 변화에 대해서요. 여성 인권과 관련해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받았어요.”

“하긴, 내부 반발을 억누르려면 국제 여론도 중요하죠.”

“사라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투자를 통해 사우디를 바꿔나가겠다니.”

“제가 보기에는 트리시도 대단한데요.”

“제가요?”

“네. 트리시도 기사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잖아요.”

“흐응, 그래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표정이다.

트리시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 아버지가 혹시 제 얘기 안 해요?”

“……예?”

뭔 얘기를 해?

전용기는 출발한 지 두 시간이 좀 안 돼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린 트리시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미루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뭘요. 어차피 오는 길이었는데요.”

일종의 카풀(?)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고마워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좋네요. 오코너 버거로 가요.”

다시 뉴욕에 온 기념으로 우리는 오코너펍으로 향했다. 역시나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밖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줄을 무시하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주인 딸과 함께라면 얘기가 다르지.

“아빠! 저 왔어요!”

“오! 어서 오렴!”

우리는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트리시는 햄버거를 오물거리며 물었다.

“아이스스톰 인수 자금 마련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이것저것 생각 중이에요.”

사실 잔금 낼 돈이 없는 건 아니다.

내려면 어떻게든 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스스톰 인수는 원래 계획된 투자가 아니다. 우리 집 애(?)가 갖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사준 것뿐.

따라서 내 돈 쓰기보다는 벌어서 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혹시 벌써 생각해놓은 거 아니에요?”

“하나 있긴 한데…….”

내 말에 트리시는 눈을 빛냈다.

“정말요? 뭔데요?”

미리 말해주면 재미가 없다.

그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을게요.”

다름 아닌 데이비드다.

“여보세요.”

[일은 잘 끝나셨습니까?]

“예. 방금 뉴욕으로 돌아왔어요.”

[투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요?”

[투위터 주식을 매수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

이거 내가 하려던 말이었는데!

그 순간, 1회차 때의 일이 생각났다.

맞다. 그게 데이비드였지?

[왜 그러십니까?]

“아직 회사에 있나요?”

[예.]

“지금 바로 갈게요.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죠.”

난 남은 햄버거를 입에 밀어 넣은 다음, 트리시에게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

기자로서 촉이 발동했는지,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앗! 무슨 일이에요?”

“다음에 말해줄게요. 오늘 즐거웠어요.”

* * *

난 컨티뉴 캐피탈 본사에 가서 데이비드를 만났다.

“디트로이트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거기서 아버지를 만났어요.”

“정말입니까?”

“예. 저도 몰랐는데 화안에너지 허민웅 사장과 함께 왔더라구요.”

난 기공식에서 사라를 만난 얘기를 전해주었다.

“그보다 아까 얘기는 뭔가요?”

데이비드는 나에게 물었다.

“현재 투위터 상황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매일 같이 뉴스가 나오는데 모를 리가 있나요?”

투위터는 모두가 아는 소셜 네트워크 기업.

페이스노트나 린스타그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세계 가입자 수 4억 명에 활성이용자 수가 2억 명을 넘는 글로벌 SNS다.

최근 미국 시장의 인수합병 중 가장 큰 뉴스는 단연 NS의 맥스비전 스톰 인수.

인수가만 무려 820억 달러로 게임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이자, 빅테크 기업들 인수 중에서도 최대 규모니까.

여기에는 금액이 미치지 못하지만, 몇 달 전 꽤 큰 인수건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알렌 에버하트의 투위터 인수다.

* * *

알렌 에버하트.

그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실제로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렌 에버하트처럼 경영하라!]

[미래의 설계자 알렌 에버하트]

[알렌 에버하트와 암호화폐의 미래]

[알렌 에버하트의 삶과 명언, 그리고 사랑]

……등등.

물론 알렌 에버하트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알렌 에버하트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거다.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그의 유명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알렌 에버하트는 대학을 중퇴하고 20대에 동료들과 함께 핀테크 기업 페이펄을 창업했다.

4년 후, 그들은 페이펄을 당시 최대 이커머스 회사였던 아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했고, 알렌 에버하트는 20대에 2억 달러의 자산가가 됐다.

젊은 나이에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 돈을 번 것이다.

그는 그 돈으로 다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여러 기업에 손을 댔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기업은 두 곳.

바로 전기차 기업 티슬라와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Z다.

스페이스Z는 본인이 창업을 했지만, 티슬라는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아예 기업을 인수해버렸다.

한때 전기차 스타트업이었던 티슬라는 어느새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 됐다.

그야말로 자동차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페이스Z는 로켓 재활용에 성공하며, 세계 최대 민간우주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여러 기업의 CEO직을 맡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티슬라의 CEO로 가장 유명하다.

“엄밀히 따지면 티슬라에서 알렌 에버하트의 직함은 CEO가 아니지 않나요?”

데이비드는 피식 웃었다.

“예. 공식 직함은 테크노킹(Techno King)이죠.”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SEC에 제출하는 자료에 그렇게 적어놓았으니까.

뭐, CEO 명칭을 어떻게 할지는 CEO 마음이지.

이번 기회에 나도 직함을 킹갓엠페러 정도로 바꿔볼까?

어쨌거나 그저 투자만 하는 투자자인 나와는 다르게, 알렌 에버하트는 기술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티슬라와 스페이스Z가 성공하며, 덕분에 그도 세계 최고 부자로 올라섰고.

알렌 에버하트가 없었더라도 전기차 시대는 열렸을 것이다. 그가 아니었더라도 민간우주기업 시대는 열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을 5년 이상 앞당겼다.

아마 미래에는 세상을 바꾼 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재성과는 별개로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관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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