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36화 (436/529)

436화. 콘솔 출시 (5)

판타지아 테일즈R은 출시 이후 줄곧 레전드스토어와 코스믹스토어에서 1위를 찍었다.

입소문이 퍼진 덕분에 레전드스토어와 코스믹스토어의 가입자와 다운로드 수마저 증가할 정도였다.

그 영향으로 인해 레전드덱의 품귀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유성전자는 레전드덱 생산을 위해 계열사에 부품 주문을 발주하고, 쉴 새 없이 라인을 돌렸다.

그러나 공급은 여전히 부족했다.

2차 예약이 시작됐지만 역시나 순식간에 마감됐고, 아베이 등에서는 정가의 두세 배 가격에 올라왔다.

그 가격에도 잘 팔리는 걸 보니, 몇 개 빼다가 홍당무마켓에 올려 되팔이하고 싶어질 정도다.

난 허민웅의 연락을 받았다.

[헤이, 브라더.]

“무슨 일이에요?”

[아! 별건 아니고, 어제 아름이랑 잠깐 만났는데, 레전드덱 선물 받았다고 하던데.]

“거기야 블록밸리랑 나이트라이트 게임과 협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레전드덱은 컨티뉴 캐피탈 자회사가 처음으로 출시한 하드웨어. 그런 만큼 출시 직후 지인들에게도 하나씩 보내줬다.

[혹시 내 건 없어?]

“게임 안 하잖아요.”

[무슨 말이야? 형이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게임이 뭔데요?”

[어, 음, 테트리스? 아! 지뢰찾기도.]

“……그냥 컴퓨터로 하시죠.”

[나도 선물해줘! 갖고 싶어.]

이건 뭐 애도 아니고…….

하도 달라고 난리를 치니 어쩔 수 없다.

“알았어요. 하나 보내줄게요.”

[오! 진짜? 땡큐.]

통화를 끝낸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번에는 한세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오빠.]

“무슨 일이야?”

[게임기 잘 받았다구. 뭔 네 대나 보냈어?]

“친구들에게 나눠주라고.”

요즘은 여자애들도 모바일 게임 정도는 한다.

[안 그래도 애들 줬어. 소진이가 엄청 좋아하던데. 이거 매진이라 구하기 엄청 힘든 거라며?]

“소진이가 뭘 좀 아네.”

[응. 소진이는 게임 좋아하거든.]

“그래? 무슨 게임?”

[요즘 블록밸리 재밌게 한다던데. 그 뭐더라? 니더스 뭐였는데.]

“니더스에 어서 오세요?”

[맞아. 그거. 아! 그런데 그 게임, 진짜 선우 오빠가 만든 거야?]

“그걸 이제 알았어?”

[응. 선우 오빠 요즘 엄청 유명하던데. 이번에 새로 낸 게임도 대박 재밌다고 하고.]

“응.”

[오빠는 좋겠다. 유명한 친구 있어서.]

“…….”

얘가 잘 몰라서 그렇지,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다. 아직 쓸 만한걸. 죽지 않아.

[한국에는 언제 돌아와? 엄마가 집에 대체 언제 오냐고 물어보래.]

“아직 일이 좀 남아서. 나중에 간다고 말씀드려.”

[보고 싶어, 오빠.]

“……응?”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내 동생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혹시 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죽을 때가 다 됐다든지?

[오빠 보러 미국 가면 안 될까?]

“…….”

그럼 그렇지.

이게 목적이었구나!

난 딱 잘라 말했다.

“응, 안 돼.”

[아, 왜에에? 맨날 혼자만 놀러 다니고. 나도 좀 데려가.]

“일하러 온 거야, 일하러! 그리고 전에 미국 데려가 줬잖아.”

[또 가고 싶어. 나 요즘 영어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이야.]

“…….”

한세나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

타이탄 코인에 투자한 흑우들도 안 믿을 말이다. 미국인들 앞에서 ‘화자, 마자, 브라자’나 안 하면 다행이지.

“계속 열심히 하도록. 그럼 이만.”

[앗! 잠깐만.]

“왜?”

[올 때 선물…….]

난 더 들을 것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 * *

난 SW게임즈와 레전드게임즈 CEO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스스톰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리 얘기를 들은 선우와는 달리 스콧 CEO는 깜짝 놀랐다.

“맥스비전 스톰을요?”

“정확히는 아이스스톰만요.”

그러자 더욱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일단 세부적인 계획은 이렇습니다.”

내 계획을 다 들은 스콧 CEO은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래서 샤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맥스비전 스톰 주식을 취득하신 거군요.”

“뭐, 그런 셈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야금야금 주식을 매수해야 했을 텐데, 샤크 인베스트먼트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이클 프레스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스콧 CEO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안 될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니 왠지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인수에 성공하면 좋겠네요.”

그냥 덕담이 아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하는 스튜디오가 늘어나면 레전드게임즈 역시 더욱 크게 성장하게 될 테니까.

우리는 떠나기 전 인사를 나눴다.

스콧 CEO는 강선우에게 말했다.

“판타지아 테일즈R은 최근 해본 게임 중 가장 재밌는 게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발자로서 질투가 날 정도입니다.”

이어서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설마 이 정도로 게임에 진심인 줄은 몰랐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나 다름없다.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모두가 컨티뉴 캐피탈의 자회사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잘된 일이다.

업계의 소문이란 빛보다 빠른 법이니까.

* * *

난 선우와 함께 전용기에 올라타 시애틀로 향했다.

온라인게임은 출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운영과 업데이트는 계속 이어지니까.

선우는 계속해서 노트북으로 일하며 화상통화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나도 옆에서 놀고 있지는 않았다.

난 데이비드가 보내준 맥스비전 스톰에 대한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맥스비전 스톰은 독립된 게임 개발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맥스비전, 아이스스톰, 퀸닷컴 세 회사의 연합체로 현재 시총은 600억 달러 규모.

이 중 한국 게이머들에게 가장 유명한 건 당연히 아이스스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 오브 워로드, 메피스토, 오버클락, 스타스페이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했으니까.

심지어 스타스페이스는 출시된 지 2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대회가 열릴 정도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민속놀이라고 불리겠는가?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이스스톰의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세 회사 중 가장 매출과 수익이 적다.

아이스스톰이 보통 3, 4년에 한 번씩 대작 게임을 출시하는 반면, 맥스비전은 매년 콜 오브 아너 시리즈를 출시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퀸닷컴은 모바일 게임으로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다.

맥스비전과 아이스스톰의 영업이익이 15퍼센트 수준인 것에 비해 퀸닷컴의 영업이익은 30~40퍼센트.

이런 걸 보면 한국 게임사들이 왜 그렇게 모바일과 뽑기에 환장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아이스스톰은 PC게임의 명가로 한때 독보적인 위치였지만, 현재는 각종 악재에 휘청거리는 중이다.

예전의 IP는 시들시들해졌고, 신작들은 줄줄이 지연되거나 취소됐고, 얼마 전에는 사내 성추행 사건이 터지며 회사 이미지마저 떡락 중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다. 위기를 겪는 기업일수록 인수 제안을 거절하기는 힘든 법이지.

한창 자료를 살펴보는데, 선우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믿기지 않네.”

“뭐가?”

“우리 학생 때 스타스페이스랑 월드 오브 워로드 엄청 했잖아.”

“엄청 했지.”

학교 끝나기만 하면 만나서 PC방으로 달려가 로그인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레이드 뛰다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뻥치곤 했지.

그러다가 한세나가 아버지한테 이르는 바람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전용기를 타고 그 명작들을 만든 아이스스톰을 인수하러 가게 될 줄이야.”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확실히 감회가 새롭다.

1회차 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현실이 되다니.

“생각해 보니, 굳이 내가 같이 갈 필요가 있나? 너 혼자 가도 되는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아이스스톰 경영진 설득은 니가 해야지.”

내 말에 선우는 앉은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뭐!? 내가?”

“내가 얘기하면 양복쟁이가 돈지랄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을걸.”

회사를 인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검은 양복 입은 경영자들이 돈 가방을 내밀며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

게임이 애들 장난이었던 것도 어느새 옛말.

이제 게임은 거대한 산업이다. 그러나 동시에 예술이기도 하다.

모든 개발자는 게임을 성공시켜 막대한 돈을 벌게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돈만 좇아 게임을 만드는 것을 경멸한다.

LD스튜디오가 괜히 욕먹는 게 아니지.

아이스스톰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돈으로만은 안 된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무슨 민트초코 생산하는 회사라면 모를까……. 인수해서 폐업시킬 게 아닌 이상, 인수 이후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인수에 반발해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돈만 날리게 될 테니까.

사실 진작 NS를 찾아가 얘기해도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다린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레전드스토어는 스트림과 경쟁할 만한 거대 ESD로 성장했고, 레전드덱이라는 자체 콘솔을 출시해 성공시켰다.

그리고 선우는 판타지아 테일즈R을 대흥행시킨 덕분에 천재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는 중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인수할 만한 자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만나서 뭐라고 해?”

난 선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걸 이제부터 잘 준비해 봐.”

“…….”

* * *

NS는 한때 IT시장의 지배자였다.

컴퓨터가 각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며, PC 운영체제인 엔도어즈는 전세계 컴퓨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하지만 2008년 엔폰 출시로 인해 IT시장의 중심은 모바일로 옮겨갔고, 이때부터 NS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PC 판매가 줄어들며 NS의 매출은 크게 줄었고, 그사이 엔플과 구블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NS는 뒤늦게 엔도어즈 OS를 모바일로 개량한 엔도어즈폰을 내놓았지만, 엔플과 구블에 밀려 쫄딱 망했다.

다들 NS를 자기 덩치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공룡쯤으로 여겼다.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사티아 샤말란이 3대 CEO로 취임한 이후.

그는 기업 전체를 개혁했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필요 없는 사업은 가차 없이 쳐내면서 동시에 필요하다 싶은 기업은 수백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샤말란이 가장 집중한 것은 클라우드.

기존의 역량을 총동원해 클라우드에 투자했고, NS의 아이저는 후발주자임에도 AMZ의 ZWS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그리고 또 하나 집중한 것은 바로 게임.

20억 달러를 들여 마이 크래프트 개발사인 마장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게임 스튜디오의 인수합병에 나섰다.

덕분에 NS의 게이밍 부문은 점점 덩치를 키워, 이제는 위챈트와 소뉴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사티아 샤말란 CEO는 게이밍 부문 짐 스펜서 사장의 대면 보고를 받았다.

“컨티뉴 캐피탈 한미루 대표가 미팅을 요청해왔습니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그건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맥스비전 스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겠죠.”

얼마 전 벌어진 게임스타트 사태는 NS와는 별 관련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태로 인해 샤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맥스비전 스톰 주식 전량이 컨티뉴 캐피탈에게로 넘어갔다.

‘어째서 다른 주식이 아닌 맥스비전 스톰 주식을 택한 거지?’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이제 행동에 나선 모양이다.

샤말란 CEO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만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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