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34화 (434/529)

434화. 콘솔 출시 (3)

게임 스트리머 백금호.

닉네임 플래티넘 타이거.

그는 한때 브라더후드M의 상위 50명 랭커 중 한 명으로, 브라더후드M 플레이를 주력 콘텐츠로 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확률 조작 사태 이후 브라더후드M을 완전히 접었고,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게임 스트리머로 전향했다.

플랫폼도 카프리아TV에서 투위치와 에이튜버로 옮겼고, 오히려 이전보다 구독자가 더 크게 늘어났다.

“자, 이렇게 엔딩입니다.”

50시간에 걸친 오픈월드 대작 게임의 엔딩을 본 그는 감상을 얘기했다.

“처음에는 버그투성이에 최적화도 잘 안되어 있어서 때려치울까 했는데, 스토리는 괜찮네.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패치 좀 되면 해볼 만해. 풀프라이스는 아니고, 나중에 반값 할인할 때쯤 사서 해보면 될 듯? 그럼 이제 또 무슨 게임을 해볼까? 추천 받습니다.”

채팅창에 게임 추천이 주르륵 올라왔다.

그중 가장 많은 이름은 바로 판타지 테일즈R이었다.

백금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거 처음 나왔을 때 내가 해봤는데 재미없던데. 브라더후드M 하위호환이나 짝퉁 같은 느낌이라서 되게 별로였어. 뭐, 리메이크를 했으니 전보다야 나아지긴 했겠지만, 잘될 가능성 있는 게임이면 LD가 팔아넘겼을 리 있겠어? LD가 어떤 놈들인데. 그리고 알잖아. 나 이제 MMORPG 끊은 거. 한번 크게 데었더니, 이제는 손도 대기 싫어.”

-에이~ 형 무슨 말이야? 똥개가 똥을 끊지.

-평가 엄청 좋아~ 짐 슈나이더가 극찬했음.

-나도 예전 생각하며 해봤는데, 완전히 다른 게임 수준임.

-한번 플레이하면 못 빠져나올 듯.

-존나 재밌음. 과금도 거의 없고, 레이드도 재밌고.

-맞아. 레이드 성공하면 존나 뿌듯. 실력 올라가는 것도 보이고.

-은근 가챠성도 있어서 강화 잘 터지면 기분 좋음.

“강화 실패해봐야, 어차피 강화 세트 팔 거 아니야?”

-노노. 돈 주고라도 팔아줬으면 하는데, 얘들은 그런 거 안 팖.

-ㅇㅇ 전에 LD에서 출시했을 때는 강화 세트 39,900원에 팔았는데, 이번에는 싹 사라졌더라.

-강화도 잘되냐 안되냐의 차이지, 실패한다고 깨지거나 그런 거 없음.

-은근히 할 거 많아. 캐릭터도 꾸며야 하고, 영지도 꾸며야 하고, NPC도 키워야 하고, 유물도 모아야 하고.

-나 옷이랑 염색약 사는데, 이거 은근히 돈 나감. ㅎㅎ

시청자들이 도네챗을 보내며 계속 해보라고 권하자, 백금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럼 딱 3시간만 해본다.”

백금호는 레전드스토어로 들어가 판타지아 테일즈R을 설치해 게임을 시작했다. 캐릭터를 생성해 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은 전형적인 MMORPG의 모습이다.

“오! 여기는 이렇게 달라졌네. 전에는 시작부터 스킬 뽑기 결제부터 시켰는데, 이제는 그냥 주는구나.”

처음에는 대충대충 하던 그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이건 마치…….’

문득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브라더후드를 접했을 때가 생각났다.

과금과 랜덤박스로 뽑기좆망겜이 되어버린 브라더후드M이 아닌, PC MMORPG 브라더후드.

그곳은 그에게 있어서는 신세계였다.

모험과 탐험, 전투, 길드원들과의 유대 등등.

현실에서보다 그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현실에서 만난 친구보다 게임 속에서 만난 친구가 더 많았다.

다 함께 길드전을 벌이고, 레이드를 뛰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즐거움은 사라지고, 뽑기를 해서 뭐가 나오는지만이 중요해졌다.

판타지아 테일즈R에서 그 시절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낀, 백금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소리쳤다.

“그래! 바로 이게 MMORPG지!”

* * *

판타지아 테일즈R의 상승세는 매서웠다.

초반의 인기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듯 시간이 지날수록 동접자와 가입자가 폭증해 서버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현재는 가입자가 300만 명을 넘었다.

최근 게임들이 사전예약을 1천만 명씩 받다 보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출시 몇 달 전부터 이벤트를 벌여 모은 숫자다. 그리고 대부분은 허수고.

그런데 판타지아 테일즈R은 공개와 동시에 출시됐다. 게다가 이 게임은 가장 큰 ESD라 할 수 있는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에는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흥행 성적이 나온 것이다!

선우는 실시간 반응을 체크하며, 직원들과 통화했다. SW게임즈에서는 당연히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중이라고 한다.

웹진 리뷰와 평점도 속속 올라왔다.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난이도, 전투, 퀘스트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전문가와 유저 평점 모두 90점을 넘었다.

심지어는 MMORPG의 신기원을 열었다거나, WRPG와 JPRG의 장점을 제대로 취합했다거나, 역대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는 찬사까지 쏟아졌다.

전문가들 평가만이 아니라, 유저들의 평가 역시 ‘압도적 긍정적’이었다.

아직 초기인 만큼 평점을 매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최근 나온 게임 중에는 가장 높은 점수다.

탐 스콧 CEO는 기뻐하며 말했다.

“유럽과 일본 퍼블리싱도 서둘러 준비 중입니다.”

가입자 비중은 미국과 한국이 8대 2 정도.

한국의 MMORPG가 서구권에서 흥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미국에서 제대로 먹혔다.

이 정도면 향후 유럽 매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흥행 소식에 선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내가 만든 게임인데 잘 안될 리 있나?”

“…….”

이 자식 방금 전까지 다 죽어가지 않았나?

“훗, 역시 난 천재인가? 내 오른팔에 잠들어 있던 흑염룡이 드디어 깨어난 건가?”

얘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같이 회귀한 게 맞는 것 같은데.

“게임 개발자 꿈나무들을 위해 책이라도 하나 써볼까?”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 뭐 이런 거?

1회차 때는 치킨집 사장이었던 내 친구가 이제는 천재 개발자라니!

진정한 친구답게, 친구가 잘돼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개뿔.

이 자식이 으쓱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배알이 꼴린다.

쫄딱 망했어야 놀리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 * *

게임이 대히트를 치자,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한 유명 게임기자는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직접 우리가 있는 레전드게임즈로 찾아왔다.

“반갑습니다.”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은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의 이름은 짐 슈나이더.

미국의 유명 게임 웹진 게임스파크의 편집장으로, 현 게임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라고 할 수 있다.

선우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오래전부터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저를요?”

“예. 짐 슈나이더를 만나 인터뷰하는 건 모든 개발자들의 꿈일걸요. 판타지아 테일즈R에 대해 써주신 기사 잘 봤습니다.”

“직접 해보고 느낀 대로 썼을 뿐입니다.”

하기야, 그는 재미없는 게임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까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난 옆에서 슬쩍 물어보았다.

“서면이나 화상으로 인터뷰해도 됐을 텐데요. 이렇게 직접 만나러 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이번에 책을 하나 집필 중입니다.”

“어떤 책인가요?”

“여러 게임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은 책들입니다. 원래는 10장으로 구성했는데, 이번에 판타지아 테일즈R을 해보고 이에 대한 스토리를 책에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우는 큰 흥미를 나타냈다.

“오! 재밌을 것 같네요. 제목은 정하셨나요?”

그 물음에 슈나이더 편집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예. ‘피, 땀, 폴리곤(Blood, Sweat, and Polygons)’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책 명작이죠.”

재미도 재미지만, 수많은 개발자에게 영감을 준 책이기도 하다.

“예? 아직 출간 안 했는데요.”

“……제목만 들었음에도 재밌을 것 같다는 뜻이었습니다. 출간하시면 꼭 사서 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1회차 때 그 책을 읽어본 적 있다.

선우가 먼저 읽어보더니, 이건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고 강권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

거기에는 아이스스톰, 런지, CD 프로젝트 블루 등의 유명 게임사들의 개발 얘기가 담겨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가 말한 대로 10장으로 구성되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판타지아 테일즈R이 11장을 장식하게 된 건가?

슈나이더 편집장은 녹음기를 꺼내놓고 말했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죠.”

강선우는 오래전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판타지아 테일즈R의 출발은 LD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 * *

판타지아 테일즈R에 호평이 쏟아지는 만큼, LD스튜디오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처음 판타지아 테일즈를 출시한 곳이 LD스튜디오였기 때문이다.

-ㅋㅋㅋ 저 게임을 500억 원에 팔아넘겼다고?

-야, 이 미친놈들아! 판타지아 테일즈를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팔아먹은 니들이 제정신이냐?

-대체 LD스튜디오는 뭘 한 거지?

-LD가 LD한 거지 뭐…….

-그래도 원래 개발자에게 팔아서 다행임. 덕분에 미소녀 캐빨물 일색인 게임 시장에 이런 갓겜이 나왔잖아.

-ㅇㅇ LD가 리메이크했으면 어차피 또 망했음.

-북쪽의 탱자나무를 남쪽으로 옮겨 심었더니 귤이 열린 건가?

-이 회사에는 꿈도 희망도 없어.

-진태경 주주들에게 그랜절 안 하냐?

LD스튜디오 진태경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컨티뉴 캐피탈에서 게임을 사겠다고 제안했을 때, 이를 다시 출시해 성공시키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생길까 봐 팔고 싶지 않았던 건데.’

그러나 상대가 컨티뉴 캐피탈인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레전드게임즈의 대주주. LD스튜디오가 써릴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 중인 만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정까지 주주들이 알 리 없다.

그저 이런 엄청난 성공을 거둔 IP를 팔아넘겼다는 것에 분노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LD스튜디오에서 출시했던 판타지아 테일즈와 SW게임즈에서 출시한 판타지아 테일즈R은 많은 점이 다르다.

하지만…….

한번 만들면 끝인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MMORPG는 그 특성상 서비스 도중 얼마든지 업데이트시킬 수 있다.

만약 그 뒤로도 계속 서비스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판타지아 테일즈는 브라더후드를 잇는 차세대 IP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임을 1년도 안 돼 서비스 종료시키고, 개발팀을 해체하고, 개발자를 내쫓아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 모든 것은 박현종 전무가 한 일.

판타지아 테일즈를 서비스 종료시킨 것도, 개발3팀을 해체한 것도, 강선우를 내쫓은 것도.

그러나 그 역시 지금은 회사를 나갔다.

진태경 사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굴러들어온 복을 스스로 걷어찼군.”

사실 판타지아 테일즈R의 성공에 배 아픈 것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진태경 사장은 박수형 부사장의 보고를 받았다.

“브라더후드M 이용자들이 판타지아 테일즈R로 대거 이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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