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화. 콘솔 출시 (1)
게임스타트 사태가 마무리된 뒤.
중요한 이벤트가 코앞에 닥쳐왔다.
바로 레전드덱 출시.
거치용 콘솔이 아닌 휴대용 콘솔이자, PC 게임은 물론이고 모바일 게임까지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최초의 제품이다.
진작 자세한 스펙과 사진을 공개했고, 각종 게임 테스트와 호환성 테스트를 끝마쳤다.
난 출시를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 있는 레전드게임즈 본사로 향했다.
여기에는 SW게임즈 대표도 동행했다.
선우와는 뉴욕에서 만나 전용기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매트로폴리탄 공항에 도착한 나는 졸고 있는 선우를 깨웠다.
“그만 자고 일어나.”
“어어, 여기가 어디지? 지금 몇 년도야?
“…….”
이 자식 설마 방금 회귀했나?
“정신 차려, 임마!”
얘가 아직까지 제정신이 아닌 이유는 오기 직전까지 개발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
정확히는 게임은 진작 다 만들었고, 버그를 잡는 중이었다고 한다.
출시와 동시에 데이원 패치를 내놓는 것은 국룰이지.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면 되지 않나 싶지만…… 마감 직전에 연재작가가 부랴부랴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가?
뭐, 게임 작동에는 별문제 없다고 하니, 자잘한 버그야 직원들이 알아서 고치겠지.
공항에 내려서는 준비되어 있는 차를 타고 바로 이동했다.
본사 로비에는 탐 스콧 CEO와 켄 어틀리가 내려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난 켄과도 인사했다.
“다른 분들은요?”
“바빠서 제가 대표로 왔습니다.”
난 두 사람에게 강선우를 소개해주었다.
“이쪽은 제 친구이자 SW게임즈 강선우 대표입니다.”
스콧 CEO는 반갑게 인사했다.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대표님 친구 분이 이렇게 뛰어난 개발자일 줄이야.”
켄도 기뻐하며 손을 잡았다.
“저희 직원들 모두 강 대표님의 광팬입니다.”
“정말인가요?”
“예. 퀵샤카 오션월드로 사내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특히 루퍼스는 강 대표님을 천재 중의 천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타지아 테일즈에 거는 기대도 매우 큽니다.”
“가, 감사합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선우의 얼굴에는 점점 핏기가 사라졌다.
거대 게임사 대표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부담돼 죽을 것 같은 모양이다.
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쫄지 마.”
“훗, 누, 누가 쫄았다 그래?”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데, 또 한 명의 손님이 도착했다.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아무리 바빠도 이런 자리는 빠질 수 없죠.”
다름 아닌 유재호 회장이다.
다른 일 때문에 미국에 와 있다가 시간을 내서 날아온 것이다.
우리는 회의실에 모여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눴다.
스콧 CEO는 유재호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께서 많이 애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레전드덱은 저희에게도 중요한 상품입니다. 유성전자가 다시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거니까요. 저희도 기대가 매우 큽니다.”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긴 했지만, 생산에서는 남는 게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코스믹폰에서 즐기다가 레전드덱으로 옮겨서 즐기는 게 가능한 만큼, 레전드덱에 성공하면 스마트폰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사실 성능 좋은 콘솔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은 부품을 다 때려 넣으면 되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가격에 1000달러를 넘으면 몇 명이나 사겠는가?
콘솔은 기본적으로 성능 대비 가격이 매우 싼 제품.
레전드게임즈와 엔플과의 소송에서 NS 게이밍 부분 사장 짐 스펜서가 밝힌 바에 따르면, NS는 그동안 Z박스를 팔아서 낸 수익이 없다.
그렇다고 밑지고 장사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이익은 ESD를 통해서 내니까.
유성전자는 출시가가 500달러를 넘지 않기 위해 정말이지 피나는 원가절감을 했다.
용량은 256기가와 512기가 두 가지로 출시하고, 마이크로SD로 2TB까지 용량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각각 399달러와 499달러.
전세계에서 수직계열화가 가장 잘되어 있는 기업이니 이 가격에 만들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다.
그럼에도 개발비와 생산 라인 설치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천만 대는 팔아야 한다.
초도물량으로는 100만 대를 찍었다.
플레이스테이트와 Z박스, 그리고 린텐도 포터블이 1억 대씩 팔리는 걸 보면, 100만 대쯤은 우습게 생각되기 쉽지만…… 레전드덱과 비슷한 형태의 UMPC 중에는 10만 대를 파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생산과 유통 문제로 1차 출시국은 미국으로 한정했다. 미국에서의 흥행을 보고 유럽과 일본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레전드덱이 출시되는 건 1회차 때는 없었던 일.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왠지 잘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난 유재호 회장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요?”
“예. 이번 하나로 끝날 건 아니잖아. 나중에 2랑 3도 내야죠. 그때도 유성전자에 생산을 전부 위탁하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 * *
레전드덱 판매에 있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리셀러 방지.
콘솔 출시 직후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마련. 이를 노리고 리셀러들의 매점매석이 성행한다.
정작 게이머들은 콘솔을 구하지 못해 게임을 못하고, 리셀러들은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긴다.
때문에 예약 단계부터 아예 레전드게임즈 계정을 등록하게 해서 계정 당 하나씩 주문하도록 했다. 그리고 매크로로 생성된 계정에 대해서는 주문을 제한했다.
게임스타트 사태 직후 출시하는 것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콘솔은 성능 차이보다 독점작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즉, 그 콘솔에만 출시되는 특정 게임을 하기 위해 해당 콘솔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레전드덱의 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독점작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얼마든지 다른 디바이스로 즐길 수 있으니까.
이제까지의 콘솔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콘솔인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흥행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반면 게이머들은 대동단결하는 분위기였다.
-오우! 드디어 나오는구나!
-이건 사야 한다!
-무조건 산다.
-게임스타트로 번 돈으로 사야지~
-난 예약 성공했음 ㅋㅋ
-와이프에게 등짝 맞겠지만 어쩔 수 없다. 허락보다는 용서가 더 쉬운 법.
-여보, 미안해!
-사서 응원하자!
* * *
출시 당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매장별로 70퍼센트 물량은 미리 예약을 받아놓았다. 그러나 출시 전날부터 미 전역 게임스타트 매장 앞에는 밤샘 줄이 늘어섰다.
그리고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레전드덱 주세요!”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SNS에 인증샷을 올렸고, 구매를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레전드덱 초도 물량 100만 대, 첫날 매진!]
[레전드덱, 중고샵에서 두 배 가격에 거래]
[유성전자, 생산량 늘리겠다고 밝혀]
레전드덱의 인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폭발적이었다.
기사와 리뷰가 줄을 이었고, 각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아니, 미국에서만 발매하면 어쩌자는 거야?
-저거 유성전자가 만든다며? 그럼 한국부터 출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전량 베트남에서 생산함~
-그래서 대체 한국에는 언제 파냐?
-그냥 미국에서 직구하는 게 빠를 듯.
-미국도 매진이잖아.
-재타이거 형. 한국 출시 좀ㅜㅜ
* * *
[오늘의 웹진 주요 머릿기사 살펴봅시다.
먼저 PC 게이밍 리딧입니다.
‘레전드덱은 최고의 콘솔기기다.’
게임스파크의 기사를 인용한 이 포스트는 1만 3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현재 게이밍 디바이스는 모바일, 콘솔, PC 세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나 레전드덱은 이 셋을 통합한 기기입니다.
타 콘솔 독점작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레전드덱으로 즐길 수 있는 겁니다.
ADM이 설계한 커스텀 칩셋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스마트폰처럼 어디든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거실에 거치해 TV 연결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바일 게임은 물론이고, 트리플 A급 게임도 사양을 낮추면 30프레임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레전드덱으로 게임을 최고사양으로 돌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바로 클라우드 게이밍입니다.
레전드덱은 와이파이는 물론 셀룰러도 지원합니다.
안정적인 통신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모바일 게임이든 트리플A급 게임이든 원하는 게임을 골라서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게이밍 마스터입니다.
유저 kaizer999는 ‘난 엔폰을 사랑한다. 하지만 레전드덱도 사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쓴이는 블록밸리의 유저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블록밸리는 현재 엔스토어에서 퇴출되었고, 오직 클라우드로만 즐길 수 있습니다.
블록밸리는 클라우드에서도 놀랍도록 잘 돌아가지만, 게임을 설치하는 것에 비해 불편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통신환경이 안 좋을 경우 게임이 끊기기도 하구요.
일부 친구들은 코스믹폰 등 안드로메다 스마트폰으로 바꿨지만, 글쓴이는 엔폰이 아닌 다른 폰을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러한 고민을 레전드덱이 해결해주었습니다.
레전드덱을 통해 블록밸리를 더욱 큰 화면과 패드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또한 더 이상 스마트폰의 발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글쓴이가 레전드덱을 학교에 들고 가자, 친구들 역시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군요.
다음은 스트림 리딧입니다.
유저 Mood는 ‘난 이제 스트림을 버리고 레전드스토어로 갈아 탄다’라고 말해 8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그는 헤비 게이머로 8년 넘게 스트림의 유저였습니다. 스트림 계정에는 그가 구매한 게임과 획득한 트로피로 가득하죠.
이는 그가 다른 ESD로 옮겨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스트림 계정에는 그의 게이머로서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으니까요.
그러나 레전드덱을 구매한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레전드덱에는 기본적으로 레전드스토어가 깔려 있지만, 얼마든지 다른 ESD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스트림을 설치하는 것 역시 가능하죠.
그러나 그 무엇도 레전드스토어만큼 편하지는 않습니다.
레전드스토어는 채팅, 음성채팅, 스트리밍, 정보 공유 등 게이머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들은 아주 편리하고 완벽하게 작동됩니다.
8년 동안의 게이밍 히스토리를 버릴 만큼, 그는 레전드스토어의 편의성에 매료되었습니다.
다시 게이밍 마스터입니다.
유저 Koud123은 ‘난 이제 똥을 싸면서도 PC게임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해 2만 3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글쓴이는 고사양 PC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게임을 PC로 즐깁니다.
PC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책상 앞에 앉아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파와 침대에 누워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유저를 부러워했죠.
하지만 이제 더는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레전드덱 덕분에 책상 앞이 아닌, 거실 소파, 침실 침대, 심지어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참고로 글쓴이가 가장 게임하기 좋은 장소로 꼽은 곳은 화장실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월스트리트 에이프 리딧입니다.
이 게시판은 현재 ‘난 이 콘솔이 좋아!(I like the console!)’라는 글과 레전드덱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군요.
그럼 오늘의 게임 뉴스 헤드라인의 탐험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