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31화 (431/529)

431화. 게임스타트 (15)

내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대해 모두가 강하게 반발했다.

하기야, 저쪽 입장에서는 컨티뉴 캐피탈 지분만 비싸게 팔면 됐지, 왜 이런 조건을 내거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

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게임스타트 주가 폭등 사태는 원래 시장에서 해결됐어야 합니다. 그걸 시장에 맡기는 대신 조정으로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건 당신들입니다. 그러니 게임스타트 주주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랑은 말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됐는지, 멘더슨 CEO는 체임벌린 위원장을 보며 호소했다.

“공개매수를 하려면 헤지펀드들이 일시에 자산을 처분해야 합니다. 그랬다가는 시장에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이게 틀린 말은 아닌 게, 동시에 주식과 채권 등을 대량 매도한다면 가격이 폭락할 테고,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난 태연하게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일단 거래를 중개한 은행들에게 보유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자산 매각은 천천히 진행하구요.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그들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이거야말로 공동책임 아니겠는가?

체임벌린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산 매각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시장에 혼란을 끼치지 않도록 SEC가 관리 감독하겠습니다.”

그 말에 멘더슨 CEO는 입을 다물었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결정됐군요. 컨티뉴 캐피탈은 보유한 게임스타트 지분 30퍼센트를 샤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맥스비전 스톰 주식 12퍼센트와 교환하고, 다른 헤지펀드들은 공매도 비율에 맞춰서 주당 300달러에 5천만 주를 공개매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의 있습니까?”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이 조정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 끝장을 보게 될 테니까.

체임벌린 위원장은 재판장의 판사처럼 선언하듯 말했다.

“그럼 이렇게 강제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난 서류에 사인하며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주가가 얼마나 오르든 컨티뉴 캐피탈은 시장에서 주식을 팔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온갖 비난이 쏟아졌을 테니까.

그러나 강제조정이 이뤄진 덕분에 지분 교환이라는 형식으로 팔아넘길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걸 다 얻은 셈이다.

얘기가 다 끝난 만큼,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나가려고 하는데, 마이클 프레스턴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내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가까이서 보니 몸이 정말 좋다.

190센티가 넘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우람한 팔뚝.

업무로 바쁠 텐데, 이런 몸을 유지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실제로도 그는 월스트리트의 유명인이었고, 시장의 지배자였다.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그는 계속 승승장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옆에는 데이비드 록허트가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번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설사 수년에 걸쳐 오늘의 손실을 복구한다 해도 예전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불가능하겠지.

“한 가지만 물어보죠.”

“뭔가요?”

“정말로 주가가 폭등할 줄 모르고 게임스타트를 인수한 겁니까?”

개인투자자들이 뭉쳐서 거대 헤지펀드들을 무너뜨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만약 1회차 때 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도 헤지펀드들 편에 서있었을지도 모르지.

“글쎄요.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르는 법이죠.”

마이클 프레스턴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 * *

[SEC, 게임스타트 사태 강제조정]

[컨티뉴 캐피탈, 게임스타트 지분 30퍼센트를 샤크 인베스트먼트 보유 주식과 교환]

[게임스타트 사태 관련 헤지펀드들, 주당 300달러에 5천만 주 공개매수 발표!]

[최악의 사태는 피해……]

조정회의 결과는 즉시 속보로 전해졌다.

닐 라우디츠는 바로 방송을 켜서 조정회의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5천만 주면 전체 발행주의 절반이 넘어. 첫 일주일은 계좌당 10주씩을 먼저 공개매수 신청할 수 있고, 그 이후 신청은 안분배정하는 방식이야. 즉, 주가가 어떻게 되든 게임스타트에 투자한 개인이라면 3000달러씩은 회수할 수 있는 거야.”

주식을 매수해 숏스퀴즈를 일으켜 주가를 폭등시킨다는 계획은 성공했다. 덕분에 10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수십 배가 올랐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엑시트다.

누군가 팔기 시작하면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할 수밖에.

결국 먼저 내던지고 나가는 사람만 돈을 벌고, 그 뒤의 모두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공개매수라면 매도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주가의 하한선을 받쳐주게 된다.

그리고 그 주가의 하한선이 무려 300달러다!

“아마 모두가 끝장을 보기를 바랐을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이 강제조정에 응하지 않았다면 게임스타트 인수를 취소하거나, 아니면 주식 강제 매각을 시켰을 거야. 그랬다면 우리 역시 대부분 죽었겠지.”

닐 라우디츠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헤지펀드들이 굴복했어. 우리가 해낸 거야!”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이겼다!

-유인원들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다!

-유인원들은 뭉치면 강하다!

-좀 아쉽네. 끝까지 가는 걸 보고 싶었는데.

-레알ㅋㅋㅋ 나도 다 망하는 엔딩 기대했음.

-SEC의 강제조정이었다고 하니, 컨티뉴 캐피탈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

-ㅋㅋㅋ 케빈 멘더슨 표정 한번 보고 싶네. 우리 보고 불장난한다고 하더니, 본인 재산이 다 타버림.

-개인투자자들 보고 포커판의 호구라고 하더니, 본인이 호구였음.

* * *

월요일 장이 열리자, 게임스타트 주가는 바로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300달러에 공개매수가 발표된 만큼, 주가는 그보다 살짝 아래에서 머물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공개매수에 응했다.

헤지펀드들은 공개매수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제히 자산 매각에 나섰다.

운용자산의 50퍼센트를 날린 샹그릴라 리서치는 ‘우리는 앞으로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겠다. 대신 성장할 만한 기업을 찾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공매도 중단을 선언했다.

멀린 캐피탈은 간신히 파산은 피했지만, 자산의 80퍼센트가 날아갔다. 이 상태로는 계속 운영이 불가능한 만큼, 펀드 청산을 발표했다.

헤지펀드의 손실은 곧 펀드에 투자한 연기금과 기관, 그리고 대학들의 손실로 연결됐다. 다들 손실 규모를 확정하느라 바빴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하버드대, 그리고 그다음은 MIT와 예일대였다.

-ㅎㄷㄷ 하버드대 전체 기금 절반이 넘는 3억 5천만 달러 날림.

-MIT도 3억 달러 날렸음. 전교생에서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돈이라는데.

-아니, 저 대학들은 천재들만 모인 곳 아닌가?

-그 천재들이 투자한 결과가 저렇습니다.

-내가 발로 투자해도 쟤들보다는 잘할 듯~

-ㅅㅂ ㅋㅋㅋ

-유인원에게 맡겼어도 저만큼은 날려 먹진 않았겠네 ㅎㅎ

-쟤들 내년 장학금은 어떻게 주냐?

-괜찮아. 내년에 기부 입학 더 받으면 돼.

-아~ 하버드대랑 MIT 입학하려 했는데, 가지 말아야겠다.

* * *

일이 마무리된 뒤.

난 카페에서 트리시를 만났다.

“하이, 미루.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트리시는 내 맞은편에 앉았고, 난 미리 주문해놓은 커피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고마워요.”

“많이 바쁜 모양이네요.”

“기자가 늘 그렇죠.”

“WST 기사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던데요.”

트리시는 해맑게 웃었다.

“전부 미루 덕분이에요.”

“다른 언론사들은 엄청 욕먹고 있는 것 같던데. 특히 NYT 기사가요.”

“아, 맞다. 그거 제 친구가 쓴 거예요.”

“바넷사 로즈 기자요?”

“네. 쓰기 전에 나한테 좀 물어보지. 그랬으면 알려줬을 텐데.”

트리시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SEC 조정회의는 어땠어요?”

“뭐, 좋은 경험이었어요.”

“만약 강제조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컨티뉴 캐피탈이 공개매수를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다면 하루이틀 안에 폭락했을 거예요.”

실제로 1회차 때는 조정회의까지 갈 것도 없이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무너졌다.

개인투자자들이라고 무조건 선한 건 아니다.

대의를 위해 뭉친 이들이 있는 반면, 그저 폭등하는 주가에 올라타 한몫 챙기려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왠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금융 시장에서 위기가 터지면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사실 세상은 잘만 굴러간다.

뉴스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이만 일어나죠.”

이 시간에 만난 이유는 오늘 데이비드에게 초대를 받았기 때문.

난 트리시와 함께 데이비드의 집으로 향했다.

데이비드의 집은 무려 2억 달러짜리 초고층 펜트하우스.

우리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집은 그사이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모델하우스 같던 이전과는 달리 거실 한쪽에는 동화책과 인형, 애들 장난감 등이 보였다.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네요.”

“그러게요.”

데이비드는 딸과 함께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입은 메기는 우리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곱슬거리는 금발과 호수 같은 푸른 눈. 새하얗고 통통한 얼굴.

아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트리시는 허리를 숙여 메기를 끌어안으며 반가워했다.

“메기야!”

확실히 미국인들은 스킨십이 자연스럽단 말이지.

트리시의 품에 안겨있던 메기는 이어서 내 품에 안겼다.

“아저씨!”

난 재빨리 메기를 안아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네에.”

“그사이 좀 큰 것 같네.”

메기는 자랑하듯 말했다.

“아빠가 그러는데, 전에 쟀을 때에 비해 1인치 자랐대요.”

1인치가 몇 센티였더라?

21세기임에도 미국에는 미터법이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식사부터 하시죠.”

우리는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샐러드, 바비큐립, 잠발라야 등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설마 이거 직접 만드신 거예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는요.”

“…….”

이 얼굴에, 이 연봉에, 요리까지 잘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메기는 두 손으로 접시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다양한 모양의 쿠키가 있었다.

“아빠랑 구운 쿠키예요.”

메기가 만든 쿠키라니.

이 정도면 미쉐린 쓰리스타 이상이다.

내가 원래 남을 시기 질투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질투심이 샘솟았다.

나도 얼른 예쁜 딸 낳아서 함께 쿠키 만들고 싶다.

그러나, 한세나 먹을 치킨이나 튀기고 있는 게 내 현실.

“잘 먹을게.”

난 쿠키를 한 입 베어물고는 깜짝 놀랐다.

“이, 이건…….”

메기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민트초코칩 쿠키예요.”

“…….”

내 표정을 본 메기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왜 그래요? 맛없어요?”

“마, 맛있네.”

난 쿠키를 먹으며 생각했다.

민트초코 생산하는 회사들을 몽땅 인수해서 폐업시키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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