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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30화 (430/529)

430화. 게임스타트 (14)

휴게실에 모인 헤지펀드 운영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애송이가 튀어나와서는.”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마이클 프레스턴은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상황을 현실이라 믿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두가 거대한 악몽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그만은 현실을 직시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양인에 대해 생각했다.

차라리 록허트 대표가 왔다면 안심했을 것이다. 그는 최소한 월스트리트의 상식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한미루는 아니다.

그가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끝을 맺기 위함이다.

“체임벌린 위원장님께 찾아가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파산하면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텐데요.”

“협상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협상이란 대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겁니다. 지금 상황은 협상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컨티뉴 캐피탈은 조정을 거부해도 손해 볼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

그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패전처리라고 할 수 있겠군요.”

* * *

난 체임벌린 위원장에게 컨티뉴 캐피탈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겠습니까?”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저희 입장에서는 이것도 최대한 양보한 겁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월스트리트의 편이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힘이 있기 때문.

그러니 나에게도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 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

“지금 중요한 건 누군가의 이익이나 손해가 아닌, 시장의 붕괴를 막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위원장님께서 중재를 위해 주말에도 이렇게 애쓰고 계신 거구요. 이러한 위원장님의 노고를 필립스 상원위원님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필립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핵심 권력자이자 차기 당권 주자.

SEC 위원장의 임기는 5년이므로, 그의 임기는 차기 대통령과 겹친다. 연임을 하거나 다른 주요직으로 가고 싶다면, 차기 대통령과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시는 게 좋겠지.

체임벌린 위원장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렇군요. 일단 상대측 의견도 한번 들어보죠.”

그는 비서를 호출해 지시했다.

“프레스턴 대표를 모셔오게.”

잠시 후, 마이클 프레스턴이 나타냈다.

“거기 앉으시죠.”

그는 내 옆에 앉았다.

생각해보면 프레스턴 가문과는 나름 인연이다.

알렉스 프레스턴에 이어 마이클 프레스턴과도 협상을 하게 될 줄이야. 왠지 두 번 다 내가 악역인 듯하지만.

조정회의 도중 이렇게 따로 얘기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원래 중요한 결정은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겠나?

난 그를 보며 말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샤크 인베스트먼트에게 주식 교환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주식 교환이요? 어떤 주식입니까?”

“맥스비전 스톰 주식입니다.”

“…….”

내 말에 마이클 프레스턴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빅테크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겠지.

NS의 CEO 사티아 샤말란은 게임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NS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게임회사들을 하나둘 씩 인수했다.

그렇게 베니맥스, 루프 스튜디오 등이 NS 게임사업부 산하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재 NS는 맥스비전 스톰 인수를 계획 중이다.

맥스비전 스톰은 맥스비전, 아이스스톰 엔터테인먼트, 퀸닷컴 세 회사가 합쳐진 거대 게임회사.

현재 시총은 약 650억 달러.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게임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비록 게임스타트 공매도에 물려 이 자리에 나오긴 했지만, 마이클 프레스턴이 유능한 투자자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금융 명문가 출신에 내가 투자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유명 투자자로 이름을 떨쳤으니.

뭐, 이번 일만 해도 나만 아니었다면 큰일 없이 넘어갔겠지.

어디서 정보를 들은 건지, 본인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맥스비전 스톰의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주식이 무려 13퍼센트다.

덕분에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습니까?”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1회차 때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일과 별 관련 없었다. 때문에 주식 교환 같은 건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샤크 인베스트먼트가 전면에 나섰고, 그때 이 계획을 떠올렸다.

별 수고 들이지 않고 맥스비전 스톰 주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지.

솔직하게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믿는 것 같은 눈치는 아니다.

“교환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맥스비전 스톰 주식 13퍼센트를 받고, 컨티뉴 캐피탈이 보유한 게임스타트 주식 30퍼센트를 넘기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저희가 크게 손해를 보는 겁니다.”

맥스비전 스톰 13퍼센트는 84억 5천만 달러. 반면 게임스타트 30퍼센트는 192억 달러다.

이 교환 비율대로라면 게임스타트의 주식을 주당 300달러로 계산한 셈.

그는 냉소를 지었다.

“장난합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맥스비전 스톰의 주가는 정상인 반면, 게임스타트 주가는 비정상이기 때문이지.

어차피 시간의 문제일 뿐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어있다.

“아니면 현금으로 사셔도 좋습니다. 그럼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받아야겠지만요.”

이미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유보금을 전부 게임스타트 공매도에 밀어 넣었다. 그런 만큼 보유한 현금이 바닥난 상태.

“응하지 않는다면요?”

“프레스턴 대표님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이게 매우 관대한 제안이라는 것을요.”

당장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 또한 그 돈으로 주식을 사려고 하면 주가는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다.

그런데 내 제안대로라면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는 것도 피하고, 현재 시장가의 절반으로 당장 2800만 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컨티뉴 캐피탈이 보유한 지분은 38퍼센트로 알고 있는데요.”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지분은 남겨둬야 하니까요. 이번에 불가피하게 넘긴 주식은 추후 시장에서 다시 매수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때는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내려가 있겠지만.

“설마 샤크 인베스트먼트만 이번 일에 책임을 지라는 건 아닐 테고…… 다른 조건이 또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번 일에 관련된 이들은 전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겠죠.”

컨티뉴 캐피탈이 단지 돈만 노리는 헤지펀드라면 우리 지분만 최대한 비싼 값에 팔고 손을 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레전드덱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개인투자자가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 * *

원래 휴식은 30분이었지만, 50분이 지난 후 조정회의가 재개됐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방금 있었던 컨티뉴 캐피탈과 샤크 인베스트먼트의 협상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그 말에 모두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컨티뉴 캐피탈이 지분을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것만으로 주가는 폭락하게 될 테니까.

난 바로 말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샤크 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한 다른 헤지펀드들은 각자 비율에 맞게 시장에서 게임스타트 주식을 공개매수 해주시기 바랍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샤크 인베스트먼트에 넘기는 지분은 30퍼센트. 이걸로 공매도를 상환한다 한들 공매도 비율은 여전히 100퍼센트 이상이다.

결국 주식을 움켜쥐고 있는 개인들이 매도에 나서야만 이 사태가 끝날 것이다.

가필드 CEO가 물었다.

“공개매수라면 얼마에 하라는 겁니까?”

난 잠시 생각하는 척한 다음 말했다.

“시장가로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금요일 종가는 687달러.

이 금액에 공개매수를 했다가는 파산 확정이다.

난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었습니다.”

어차피 파산한다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파산을 면할 만한 금액을 제시해야겠지.

“금액은 300달러. 수량은 5천만 주. 각자 공매도 비율 대로 책임지고, 공개매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금액으로 치면 150억 달러다.

가필드 CEO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말이 안 되긴요. 현재가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데요.”

“컨티뉴 캐피탈은 23달러에 산 주식을 우리 보고는 300달러에 사라는 겁니까?”

잔뜩 흥분한 그와는 달리, 난 차분하게 말했다.

“저희는 게임스타트를 인수하며 공개매수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소액주주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지배력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된 걸로 알고, 저희가 공개매수에 나설 겁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300달러에 공개매수하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러자 멘더슨 CEO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다.

“금요일 종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할 생각입니다.”

멘더슨 CEO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컨티뉴 캐피탈이 못할 거라 생각합니까?”

컨티뉴 캐피탈은 그럴 만한 자본이 있고 명성이 있다.

“게임스타트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죠.”

공매도 수량은 발행주식수의 150퍼센트를 넘었다. 여기서 컨티뉴 캐피탈 지분을 제외하면 240퍼센트가 넘는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식을 더 매수한다면?

가뜩이나 주식이 씨가 마른 판에 컨티뉴 캐피탈이 지분 확대에 나선다면, 그때는 무슨 수를 써도 공매도 상환이 불가능해진다.

살 수 없는 주식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때는 주가가 1천 달러나 2천 달러를 가도 이상하지 않다.

빌린 주식은 반드시 주식으로 갚아야 한다.

게다가…….

“설마 헤지펀드가 여기 모인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헤지펀드라면 세상에 널려있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지분 확대에 나서는 순간, 모두가 한몫 챙기기 위해 일제히 매수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헤지펀드가 파산하든 투자은행이 파산하든, 최대한 끌어올린 가격에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하겠지.

난 경고하듯 말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월요일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건 여러분들이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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