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28화 (428/529)

428화. 게임스타트 (12)

프레스턴 가문의 장남 마이클 프레스턴이 이끄는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원자재, 픽스드인컴, 하이일드 채권, 주식, 스타트업 등에 골고루 투자했다.

매년 평군 40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시장이 성장하든 떨어지든 마찬가지였다. 이런 엄청난 성공에 사람들은 앞다퉈서 그에게 돈을 맡겼고, 샤크 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은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그는 가장 뛰어난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시장에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지금은 굴욕적인 협상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와 있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그는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끝도 없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데이비드 록허트 영입에 실패했을 때부터다.

데이비드 록허트는 원래 샤크 인베스트먼트에 면접을 보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직전에 그를 컨티뉴 캐피탈에서 채갔다.

그리고 데이비드 록허트는 적이 돼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자라는 명성 역시 데이비드 록허트에게 넘어갔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맞은편에 앉은 동양인 청년을 보았다.

그는 컨티뉴 캐피탈의 공동대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데이비드 록허트와는 달리, 그의 이름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주요 인사라면 모두가 그의 이름을 한 번씩 들어보았다.

‘그가 데이비드 록허트를 섭외한 건가?

마이클 프레스턴은 오래 전부터 컨티뉴 캐피탈과 한미루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그의 뒤에 거대한 자본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흐름을 추적하면 무언가 나오기 마련.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바로 컨티뉴 캐피탈은 한미루가 가진 자본만으로 설립됐다는 것.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저 남자가 아닐까?’

* * *

게임스타트 사태를 지켜보는 개인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바로 금융 시장이야 망하든 말든 주가가 이대로 대기권을 뚫고 달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규제 당국은 결코 시장이 무너지게 놔두지 않으니까.

숏스퀴즈의 가장 유명한 사례인 2008년 발생한 폭스바겐 사태는 어떻게 끝났을까?

당국은 포르쉐 측의 공시 위반을 문제 삼았고, 포르쉐는 강제로 주식을 헤지펀드에 매각해야 했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SEC가 개입한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회의 시작부터 질문이 나에게 집중됐다.

“컨티뉴 캐피탈이 게임스타트를 인수한 이유가 뭡니까?”

“공시에 밝힌 대로 레전드게임즈는 새로운 콘솔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컨티뉴 캐피탈의 향후 게임 투자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이를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스타트를 인수했습니다.”

“주가 폭등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거군요.”

“예. 오히려 이런 상황이 생겨서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계속해서 물었다.

“공시할 경우 주가가 폭등할 거라는 걸 예상했습니까?”

이런 질문에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

“공시는 언제나 주가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건 좋은 쪽일 수도 있고, 나쁜 쪽일 수도 있겠죠. 그건 시장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 시점에 공시를 낸 이유가 있습니까?”

“계약시 그날 공시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내가 제출한 인수 계약서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날짜는 적혀있지만, 시간은 적혀있지 않군요. 보통은 장 마감 이후 공시를 내지 않습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장 마감 전 주가는 폭등락을 반복했고, 투자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한다면, 공시를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수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먼저 긴급 자금으로 5억 달러를 지원해 부채를 갚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이 게임스타트를 장난으로 인수한 건 아니다.

인수가 결정된 순간부터 인수 후 어떻게 회사를 되살릴 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았다.

“어떤 방식입니까? 대출입니까, 채권입니까, 유상증자입니까?”

“CB 발행입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기업 사정이 나아진 뒤,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현재 5500여 개의 점포 중 4000여 개를 폐점하고, 1500여 개만 남길 예정입니다. 나머지 점포들을 리뉴얼하고 레전드덱 판매와 함께 레전드게임즈, 블록게임즈, SW게임즈와 연계해 대대적인 오프라인 이벤트를 벌여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또한 클라우드 기반 기업 솔루션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고, 경영을 효율화시킬 계획입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사실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난 당당하게 말했다.

“이 계획은 월요일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고, 설사 효과가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적자를 면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자금 지원, 구조조정, 클라우드, 기업 솔루션,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 같이 듣기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여놨으니, 발표하면 주주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주가가 여기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헤지펀드 CEO들의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질문이 쏟아졌고, 난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컨티뉴 캐피탈은 이번 주가 폭등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겁니까?”

난 멀린 캐피탈의 게빈 멘더슨 CEO를 슬쩍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는 달리, 컨티뉴 캐피탈은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폭등하는 것을 보면서도 컨티뉴 캐피탈은 단 한 주도 매수하지 않았고, 옵션을 사들이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공시 발표 전까지 시세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애초에 이런 상황을 예상한 만큼, 트집 잡힐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살펴봐도 컨티뉴 캐피탈의 불법 행위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더 이상 할 질문이 없는지, 체임벌린 위원장은 반대쪽에 질문했다.

이 자리에는 비클레이 CEO 로이 길리엄도 나와 있었다.

비클레이는 프레스턴 가문이 대주주로 있는 투자은행(IB)으로 현재 게임스타트 공매도의 절반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상황은 헤지펀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헤지펀드들이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하고 파산한다면, 투자은행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이는 고객들의 피해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럼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로이 킬리엄 CEO는 차분하게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를 취소하거나, 보유 지분을 시장에 매도하는 겁니다.”

뭐,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겠지.

컨티뉴 캐피탈이 매도한다는 소식만 퍼져도 주가는 자연히 떨어지게 될 테니까.

체임벌린 위원장은 나를 보며 물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왠지 겉으로는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회의실이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인가?

“저도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체임벌린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을 얻은 나는 길리엄 CEO에게 질문했다.

“공매도는 기대이익은 한정된 반면, 기대손실은 무한한 매우 위험한 투자 방식입니다. 따라서 위험 신호가 나왔다면 바로 강제 청산시켜야 하지 않았나요?”

그러자 그는 항변했다.

“그 상태에서 헤지펀드의 포지션을 강제 청산시켰다면, 숏스퀴즈가 발생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었을 겁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시장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미수 거래로 주식을 매수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로 주식을 팔아치운다.

그런데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주가는 더욱 폭락하고, 더 많은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기관들의 게임스타트 공매도 물량은 진작 발행주식의 100퍼센트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공매도를 청산했다가는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았을 테고, 이는 더 많은 매수를 불러왔을 것이다.

난 비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액수가 얼마 안 되는 개인들의 공매도는 강제로 청산한 겁니까?”

길리엄 CEO는 당황했다.

“그게 무슨……?”

“게임스타트를 공매도한 건 헤지펀드만이 아닙니다. 그중에는 개인투자자들도 많았습니다.”

물량의 95퍼센트 이상을 헤지펀드가 차지하긴 했지만.

난 가지고 온 자료를 들어보였다.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올린 글들입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하자 비클레이에서 마진콜을 받았고, 정해진 기간까지 증거금을 추가 납입하지 못하자 가차 없이 공매도 청산을 당했습니다. 증거금을 넘어선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계좌에 있는 다른 주식까지 반대매매를 당했구요.”

“그건…….”

난 그의 말을 자르며 계속 말했다.

“예.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을 겁니다. 문제는 이 당연한 조치가 헤지펀드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투자은행은 추가 증거금도 받지 않고 더 많은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습니다. 설마 개인들은 손실을 보든 말든 알 바 아니고,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은…….”

“비클레이는 그동안 공매도 중개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설마 수익은 챙기되, 책임은 피하겠다는 건 아니시겠죠?”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이제 와서 문제가 커지니 컨티뉴 캐피탈 보고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라는 소리나 하고 있는데. 대체 이딴 식으로 운영하는 투자은행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설마 자신의 나이 반도 안 되는 동양인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그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예. 전 다 했으니,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시죠.”

“…….”

딱 할 말이 없는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체임벌린 위원장이 끼어들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걸 따지기 위한 자리가 아닌,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자리라는 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원만한 해결책을 왜 자꾸 나한테 찾는지 모르겠다.

난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자료에 밝힌 대로 이번 주가 폭등 사태에 컨티뉴 캐피탈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원인은 헤지펀드의 탐욕과 그의 편승한 투자은행들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일에 대한 대책 역시 컨티뉴 캐피탈이 아닌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이 내놓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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