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화. 게임스타트 (10)
게임스타트 사태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장 마감 이후에도 이슈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린후드의 매수 차단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은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납부하고 로비자금을 뿌려왔다.
때문에 정부와 정치인들은 언제나 월스트리트의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할 것 없이 그린후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중 선봉에 선 사람은 민주당 소속 마크 필립스 상원의원.
그는 바로 성명을 냈다.
“매수와 매도가 모두 허용된 헤지펀드에 비해 개인은 매수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린후드가 임의로 시행한 매수 차단 조치는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인 만큼, 마땅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PFOF 방식을 사용하는 증권사의 고객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대형 투자은행입니다. 이들은 높은 가격에 거래를 우선 체결시켜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지극히 불리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규제를 정비하거나, 아예 금지시켜야 합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비난이 쏟아지자, SEC는 즉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이슈는 컨티뉴 캐피탈의 인수 발표.
멀린 캐피탈 CEO 게빈 멘더슨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게임스타트 주가 폭등의 배후에 컨티뉴 캐피탈이 있었고,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 여론전을 펼쳤을 것이 강하게 의심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인원들…… 아니,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집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즉시, 관련자들의 계좌를 압류하고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
[주가폭등의 배후에 컨티뉴 캐피탈 있었나?]
[컨티뉴 캐피탈, 게임스타트 인수 배경은?]
[이번 인수가 주가폭등에 끼친 영향은?]
타이밍이 타이밍인 만큼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컨티뉴 캐피탈은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WST 단독) 게임스타트 주가 폭등 배후에 정말로 컨티뉴 캐피탈이 있었나?]
(전략)
컨티뉴 캐피탈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먼저 게임스타트 경영진과 접촉해 인수 협상을 시작했을 당시 주가는 12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었다.
이후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주가는 완만히 상승했지만, 이는 그저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 밈 주식으로 유명해지고, 온라인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인수 계약서에 사인할 당시 주가는 18달러로, 인수가인 23달러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였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에게도 대주주와 똑같은 매각 기회를 주기 위해 양측은 인수가로 공개매수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수 목적에 대해 컨티뉴 캐피탈은 ‘레전드덱 출시를 앞두고 콘솔 판매 및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O2O 서비스 확장’이라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양측은 공시 직전까지 이번 계약을 기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반할 시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컨티뉴 캐피탈은 물론이고 게임스타트 직원들 역시도 매각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
컨티뉴 캐피탈은 ‘금요일 장 마감 직전 공시한 것은 계약서에 정해진 날짜대로 발표한 것일 뿐. 주가에 영향을 끼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고, 필요하다면 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수 정보가 사전에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새어나갔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닐 라우디츠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누군가 우리를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그건 착각입니다. 그 무엇도 우리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일 뿐입니다. 어디 한번 저도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해보세요. 전 이제까지 게임스타트를 단 한 주도 팔지 않았고, 콜옵션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 매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든 게 다 불타고 나면요. 그때는 샴페인을 마시며, 그놈들의 머리 위에서 실컷 비웃어줄 생각입니다.”
여론은 당연히 컨티뉴 캐피탈의 편이었다.
-주가 조작? 뭔 개 같은 소리하고 있어?
-응. 꺼져.
-ㅋㅋㅋ 주가 조작은 지들이 해놓고.
-헤지펀드들이 뭉쳐서 공매도 하면 합법. 개인들이 뭉쳐서 매수하면 불법.
-금융사들이 공매도해 놓고 매수 리포트 내는 거 합법. 개인들이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글 올려서 매수 독려하는 거 불법.
-월스트리트 에이프 유저들 전부 잡아가라!
-매수 버튼 뽑은 것부터 수사해야지.
-하임 코럴 놈부터 감방에 처넣어라~
* * *
금요일 장 마감 직후.
워싱턴 D.C. SEC 본부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미국증권거래 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국 증시를 관리 감독하는 미국 대통령 직속의 독립 관청으로, 주가 조작을 비롯한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한다.
필요하다면 금융사들을 직접 제재하거나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지닌 곳이었다.
이 회의는 랜디 체임벌린 SEC 위원장이 직접 주최했고, 다섯 명의 위원이 전부 참석했다.
회의의 안건은 바로 게임스타트 주가 폭등.
체임벌린 위원장은 앞에 놓인 자료를 읽어보았다.
“게임스타트라…….”
SEC 위원장은 증시 전반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까지 관리한다.
때문에 개별 종목에 일일이 신경 쓰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엔플이나, 티슬라 같은 거대 기업의 중요 이슈나 보고 받지, 게임스타트 같은 기업은 뭐하는 기업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소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고, 지금도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니까.
시장에서는 온갖 일이 벌어진다.
어떤 기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장되고, 어떤 기업은 분식회계와 사기로 퇴출되기도 한다.
숏스퀴즈가 발생해 주가가 폭등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폭등하는 건 전례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 기업이 지금 얼마라고?”
그의 물음에 마르티네스 위원이 말했다.
“687달러입니다. 시총으로는 620억 달러입니다.”
“…….”
이 정도면 미국에서도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기업의 재무제표는 어떨까?
지난 분기 매출은 11억 5천만 달러인데, 적자는 무려 7,600만 달러다. 현재 쌓인 부채만 3억 2천만 달러.
헝가리의 투자자 안드레 코스톨라니는 주가를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로 표현했다.
주인이 기업의 가치라면, 강아지는 주가다. 때로는 강아지가 주인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해도 결국 주인과 함께 움직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게임스타트는 목줄이 끊어진 강아지가 저 멀리 혼자 뛰어간 것과 같은 셈이다.
설마 강아지가 주인을 버리고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 언젠가는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제는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마치 2008년 독일에서 있었던 폭스바겐 사태와 작년 한국에서 있었던 GL엔텍 사태를 보는 듯했다.
‘아니. 그래도 그 기업들은 원래 대기업에 건실하기라도 했지.’
그런데 이건 적자로 망해가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냐 안 되느냐를 얘기하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이미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정치권에서 그린후드 사태에 대해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겠지.”
‘아무리 궁지에 몰렸어도 그렇지, 매수를 차단해버리다니.’
보면서도 기가 찰 지경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해서 주가를 낮췄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주가는 오히려 더 폭등했고 헤지펀드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예상 손실이 얼마나 되나?”
“평가액 기준으로는 100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이것만 해도 경악할 만한 금액이다.
하지만…….
“숏스퀴즈가 발생한다면?”
“3천억 달러가 될지, 5천억 달러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스탠턴 위원이 말했다.
“다음 주는 옵션만기일입니다. 이대로라면 금융사들까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실소를 지었다.
“믿기지가 않는군.”
원래 시총이 10억 달러밖에 안 되는 기업으로 인해 금융회사들 전체가 충격을 받게 생겼다.
이런 상황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해결 방법은?”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뿐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였다.
게임스타트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주가 상승이다. 주가가 올랐기에 모두가 뛰어들었고, 그로 인해 주가는 계속 폭등했다.
따라서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컨티뉴 캐피탈이로군.”
대주주가 지분을 매도하는 것은 강력한 하락 신호다.
위기가 금융업계 전체로 퍼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체임벌린 위원장은 회의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서에게 지시했다.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게.”
* * *
금요일 혈투가 끝난 다음 날은 토요일.
그리고 그다음 날은 당연히 일요일이다.
장이 열리지 않는 만큼, 이틀간 강제로 휴전 중이었다.
주말 전에 상승세를 꺾으려는 공매도 세력들의 음모는 실패로 돌아갔고, 금요일 종가 687달러로 시초가에 비해 50퍼센트 이상 폭등했다.
기세가 오른 개인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모여 월요일에 있을 전투를 대비해 전의를 다졌다.
똑같은 수법을 두 번 쓸 수는 없을 테니, 월요일 장이 열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폭풍 같은 한 주를 겪은 만큼, 주말을 맞아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올라오는 글이나 읽으며 편하게 쉬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SEC에서 조정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랜디 체임벌린 SEC 위원장이 직접 뉴욕으로 날아왔습니다.”
“미국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는군요.”
“주말에 회의를 여는 건 흔치 않은 경우긴 합니다.”
위원장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거 안 가도 되나요?”
“원칙적으로는 그래도 됩니다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SEC는 한국으로 치면 금감원.
직접 수사와 처벌 권한을 지닌 준사법기관으로 금융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니 밉보일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그럼 가야겠네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SEC 위원장이 직접 주최하는 자리다.
이 정도면 대충 실무자 한둘 보내는 걸로는 안 되고, 대표가 직접 가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둘 중 한 명이 가야 한다는 뜻.
“아니요. 제가 갈게요.”
데이비드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제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요.”
그러나 규제 당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악역인 셈.
어차피 악역이라면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데이비드보다 내가 떠맡는 편이 낫다.
난 그에게 말했다.
“저한테 맡겨두고, 주말인데 메기 데리고 어디 놀러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