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25화 (425/529)

425화. 게임스타트 (9)

공시가 뜬 순간.

컨티뉴 캐피탈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직원들은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우리 회사가 인수했다고?”

“대체 언제……?”

그도 그럴 것이 다들 몰랐던 일이니까.

난 미리 준비해놓은 메시지를 직원들의 컴퓨터로 전송했다. 거기에는 인수 사실과 세부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를 본 직원들은 이내 환호성을 내질렀다.

“호우!”

“오오오!”

모리스 피어슨이 말했다.

“그동안 입이 근질거려 혼났습니다. 이제는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겠군요.”

그는 데이비드의 지시에 따라 인수 계약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는 존경이 듬뿍 묻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수하는 데 쓴 돈은 8억 달러. 그런데 현재 30배가 올라 240억 달러가 됐다.

계약서에 사인한 지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데이비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설마 매수 버튼을 없앨 줄이야. 이건 상상도 못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심지어는 방금 매수한 주식을 계좌에서 삭제시켜버리기까지 했다.

만약 이게 소설이라면, 핍진성이 뭔지 공부 좀 하라며 작가의 귀싸대기를 후려치지 않았을까?

현실은 언제나 소설을 뛰어넘는 법이지.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원래는 이날을 기점으로 게임스타트의 매수심리가 크게 꺾여 다시는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100달러 선에서 횡보한다.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컨티뉴 캐피탈의 개입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게임스타트의 시총은 600억 달러. 그리고 헤지펀드들이 입은 손실은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발행주식의 150퍼센트를 공매도했으니까.

이제 공매도한 헤지펀드들 파산은 확정이고, 파산해도 못 갚으면 거래를 중계한 금융사들이 손실을 뒤집어쓰게 생겼다.

뭐, 어차피 한패였으니 공동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그게 싫으면 진작 공매도를 강제 청산시켰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난 전화를 받았다.

“안 자고 이 시간에 뭔 전화야?”

[저거 진짜야?]

“뭐가?”

[게임스타트 인수 공시 말이야.]

“그럼 장난으로 공시를 냈겠니?”

지금 상황에서 거짓 공시를 냈다가는 주가 조작으로 바로 징역형이다.

[아니, 저걸 왜 인수한 거야?]

“말했잖아. 아이스스톰 엔터테인먼트를 사주겠다고.”

[……응?]

기업은 덩치가 커질수록 쓰는 돈도 늘어나기 마련.

괜히 스타트업이 단계적으로 시리즈C, D, E 투자를 줄줄이 유치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기업들은 외부 투자를 받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것은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

가뜩이나 돈 들어갈 데가 많아 죽겠는데, 인수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다 내가 열심히 벌어야지.

* * *

[(속보) 게임스타트, 컨티뉴 캐피탈에 매각!]

[컨티뉴 캐피탈, 게임스타트 지분 38퍼센트 매수 공시!]

[컨티뉴 캐피탈, 게임스타트 주식 주당 23달러에 공개매수 발표!]

컨티뉴 캐피탈은 인수 공시와 동시에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주가가 687달러로 오른 상황에서 23달러의 공개매수에 응할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다.

헤지펀드들은 초상집이 된 반면, 월스트리트 에이프는 축제 분위기였다.

-컨티뉴 캐피탈이 게임스타트를 인수했다니!

-이거 엄청난 호재 아닌가?

-당연히 호재지! 이제 게임스타트 뒤에 컨티뉴 캐피탈이 있는 거니까.

-레전드게임즈와 블록게임즈와도 연계해 이벤트할 테고, 레전드덱도 판매할 테고.

-헤지펀드들 지금 피를 토하고 있음.

-ㅋㅋㅋ 유인원처럼 울부짖고 있겠지?

닐 라우디츠는 장이 끝난 뒤 말했다.

“헤이, 가이즈! 모두 함께해줘서 고마워. 다들 정말 잘해줬어.”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울지 마, 대장.

-아니야. 대장이 가장 고생했지.

-이 전투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개미들 고마워.

-이제부터 미국은 한국과 혈맹이다!

-우리 원래 혈맹이었음.

-아, 그래?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했다는 건 대주주 물량이 완전히 잠겨 버렸다는 것을 의미해. 그렇다는 건 현재 유통 주식 대비 공매도 비중이 200퍼센트를 넘었다는 뜻이야. 이게 무슨 말인지 다들 알지?”

닐 라우디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맞아. 공매도 세력들은 이제 죽을 일만 남았다는 거지.”

* * *

[(WST) 게임스타트, 금요일의 대회전]

(전략)

장 마감 5분 전 주가 움직임은 50~400달러 선에서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단 1초 만에 주가가 수백 달러씩 오르고 내렸다.

이는 마치 서로 뺏고 뺏기는 고지전을 방불케 했다.

여기에는 미국 개인투자자들뿐 아니라, 전세계의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한국에서 온 개미 군단(Ant Army)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닐 라우디츠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헤지펀드의 매도세를 방어해냈다.

그런데 장 마감 3분을 앞두고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린후드가 매수 버튼을 비활성화시킨 것이다.

그린후드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HTS 앱으로 가입자는 1600만 명이고, 이 중 약 800만 명이 게임스타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

그린후드의 CEO 하임 코럴은 ‘갑작스레 매수가 몰리며 증거금이 부족해져서 매수 주문을 처리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가장 많은 매수가 몰린 주식의 매수 주문을 우선적으로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식거래 앱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린후드는 거래소와 직접 거래하는 증권사가 아니다.

이들은 고객들의 주문을 대형 증권거래회사들에 넘겨 주문을 처리하는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 Payment For Order Flow)’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식을 강제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매수가 취소된 것일 뿐, 결코 임의로 매각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당시는 주가가 폭락하던 시점이라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었다. 이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자사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의 말대로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와 사이드카(Sidecar)를 발동하여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거나, 아예 거래소를 닫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금융당국이 정해진 규칙 아래서 발동하는 것이지, 일개 증권사가 멋대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린후드가 이러한 행동을 한 배경에는 공매도로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의 외압이 있었을 거라 의심되는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차단된 시점에 헤지펀드들은 더 많은 매도를 쏟아냈다.

매수가 불가능해진 개인투자자들까지 매도에 나서자, 주가는 1분도 안 돼 100달러 선이 무너지고 48달러까지 밀렸다.

그러나 장 마감 직전 나온 공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컨티뉴 캐피탈은 게임스타트 지분 38퍼센트를 확보해 인수했다고 공시했고, 공시가 나가고 나자 주가는 폭등해 687달러에 마감했다.

게임스타트에 대한 관심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이 기사가 올라온 지 10분도 되지 않아 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컨티뉴 캐피탈의 인수 발표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은 바로 그린후드의 매수 차단 조치였다.

당연히 모두가 그 배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린후드 거래소, 게임스타트 매수 차단!]

[코럴 CEO, 투자자들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 변명]

[헤지펀드가 주요 투자자인 건 아무런 관련 없어]

증권사가 개인들의 매수를 차단하다니!

이건 전례가 없는 만행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그린후드는 급하게 성명문을 냈다.

‘그린후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권거래 앱입니다. 이번 일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언제나 고객들 편이고,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하지만 개인들의 매수가 막힌 상황에서도 기관들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야, 이 시발새끼들아!

-당장 그린후드 삭제하고 다른 거래소로 옮긴다!

-니들이 뭔데 내 손실을 걱정해?

-20년 주식하며 매수 버튼 뽑는 건 처음 봤음.

-이 새끼들 전부 감옥에 처넣어야 하는 거 아님?

-개새끼들. 절대 가만둬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뭐하고 있냐?

* * *

장 마감 후.

난 오코너펍에서 트리시를 만났다.

아직 개점 전이라 가게 안에는 우리뿐이었다.

뉴욕의 맛집이란 맛집, 한 끼에 1000달러가 넘는 집도 다 가봤지만, 역시 오코너펍이 최고다.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만 안 했어도, 칼 오코너 밑에서 5년 정도 수련한 다음, 서울에 분점을 하나 내지 않았을까?

“기사 잘 봤어요.”

트리시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저 요즘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 엄청 인기예요.”

게임스타트 특집 기사 덕분에 트리시 오코너는 또다시 특종 기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게임스타트 주가 폭등에 대한 기사는 많지만, 트리시의 기사가 유독 주목받은 이유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숏스퀴즈를 경고했고, 닐 라우디츠와 월스트리트 에이프를 조명하는 기사를 썼기 때문.

반면, 은근슬쩍 헤지펀드들의 편을 들었던 다른 언론사들은 욕을 처먹는 중이다.

그중 가장 욕을 먹는 언론사는 멀린 캐피탈 CEO 케빈 멘더슨을 인터뷰해 그의 입장을 전달한 NYT.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대화했다.

“매수를 차단할 거라는 사실을 미루는 알고 있었어요?”

“그럴 리가요. 저도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혹시 누가 의심할까 봐 두 손을 들며 소리까지 질렀다.

트리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설마 저런 짓을 할 줄이야…….”

“그만큼 헤지펀드들도 진심이었다는 거죠.”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은 두 가지.

첫째는 개인투자자들도 진심이었다는 거고, 둘째는 컨티뉴 캐피탈의 인수다.

“미루는 엄청 벌었겠네요.”

“벌기는요. 팔아야 제 돈이죠.”

“흐음, 그래서 이 사건이 대체 어떻게 끝날 것 같아요?”

“글쎄요.”

그래도 이제까지는 1회차 때와 비슷하게 흘러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니다.

이대로 월요일 장이 열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 주가는 숏스퀴즈와는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주가가 폭등하는 사이 공매도 수량을 줄였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매물을 더 쏟아냈고, 이제 발행주식 대비 공매도 수량은 150퍼센트를 넘었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손실이 1천억 달러가 넘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후의 공세마저 실패로 돌아갔고, 그린후드의 매수 차단 조치로 개인투자자들은 분노 중이다.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는 1천 달러를 찍을 때까지 단 한 주도 팔지 말자고 결의를 다지는 중이다.

지금 시점에서 누구 하나 숏커버에 나섰다가는 바로 숏스퀴즈가 발생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모두가 공멸이다.

결국 이번 일은…….

“슬슬 당국에서 움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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