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화. 게임스타트 (7)
[게임스타트 주가, 어디까지 치솟나?]
[투자전문가들, 밈 주식 폭락 가능성 경고]
[게임스타트, 또 50퍼센트 급등!]
[적자 기업이 시총 400억 달러 돌파. 대체 무슨 일이?]
원래 10달러 수준이던 게임스타트가 300달러가 됐을 때만 해도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게임스타트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50퍼센트가 더 올라 450달러가 됐다.
게임스타트는 이제 전세계가 주목하는 주식이 됐다.
최근 기사에서 언급량을 보면 엔플, 구블, NS, 티슬라 등 거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전세계 언론이 이를 보도했고, WST의 심층 기사는 다시 주목을 받았다.
언론인, 투자전문가, 경제학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위험을 경고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세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행렬에 동참했다.
놀랍게도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매수를 한 건 한국이다.
게임스타트는 지난주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 2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1위는 티슬라로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대기업이다.
데이비드는 혀를 내둘렀다.
“한국 투자자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한국 주식하기도 바쁠 텐데, 태평양 건너 미국 주식까지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 얘기를 들으니, 왠지 국뽕이 차오른다.
“저희가 또 단타의 민족이죠.”
이런 천하제일 단타 대회에는 결코 절대 빠질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좀 굳이 참가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지만…….
데이비드는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절대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사태에 얽힌 헤지펀드들이 파산한다면, 거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물론 돈을 회수하지 못한 증권사와 콜옵션을 발행한 금융사들도 위험해질 테니까요.”
콜옵션을 발행하는 금융사는 리스크 헤지를 위해 현물을 일정량 매수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주가가 오르면 그걸로는 감당이 안 된다.
헤지펀드들의 손실액은 이미 증거금을 넘어섰을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강제청산을 하고 반대매매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랬다가는 숏스퀴즈로 주가가 폭등한다.
만약 강제청산해도 손실액을 채우지 못하면?
그럼 나머지는 공매도를 중개해준 증권사가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증권사들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금융사들 전체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모두가 주가를 낮추고 싶어할 것이다.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내 물음에 데이비드는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도 같아요.”
현재 헤지펀드들도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그러니 주말 전에 주가를 폭락시켜 매수심리를 완전히 꺾어 놓으려 할 것이다.
정확한 시점은 아마도…….
“금요일 장 마감 직전일 거예요.”
* * *
마이클 프레스턴.
미국 최고 금융 재벌이라 불리는 프레스턴가의 장남인 그는 샤크 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손실도 보지 않은 불패의 투자자로 명성을 떨쳤다.
그 명성이 깨진 것은 토머스 모터스 사태 당시.
수소차 개발이 사기로 밝혀지는 바람에 그는 30퍼센트가 넘는 손실을 내고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블랙우드 투자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
다행히 다른 투자로 그 손실들을 전부 복구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까딱 잘못하면 펀드가 파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게임스타트 공매도에 나선 다른 헤지펀드들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공매도 금액이 얼마 안 됐던 곳은 급하게 손절하고 빠져나갔지만, 금액이 큰 곳은 아예 청산이 불가능했다.
어차피 게임스타트의 주가를 낮추지 못한다면 파산은 확정이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비밀리에 화상회의를 열었다.
십여 곳의 헤지펀드 CEO들이 화면에 얼굴을 드러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겠지만, 현시점에서 공매도를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만약 퇴로가 있다면 물러나는 것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하나.
“살아남을 방법은 게임스타트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뿐입니다.”
최근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뭘까?
그건 바로 주가 상승이다.
주가가 계속 상승했기에 모두가 무지성적으로 뛰어들어 주가를 폭등시킨 것이다.
“딱 한 번만 제대로 폭락시키면 됩니다.”
그럼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매도가 쏟아질 것이다.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폭락은 더욱 가파를 테고, 최대한 손실을 줄인 채 공매도를 청산할 수 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선언하듯 말했다.
“이 게임은 우리가 이길 겁니다.”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때문에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길 생각이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지.’
* * *
닐 라우디츠는 전업투자자 겸 경제 방송 스트리머였다.
그의 투위치 방송 구독자는 원래 10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게임스타트 이슈가 점점 커지며, 어느새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헤지펀드의 전략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했고, 이번 주 금요일에 결판이 날 거라고 예고했다.
“헤이, 가이즈.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다들 준비됐지?”
아직 장이 시작 전임에도 7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이는 게임스타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미국인 말고도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중에는 한국인들도 있었다.
-한국 개미들이 미국의 유인원들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6.25 때 미국인들에게 받은 도움. 이번에 갚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밤입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여러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다 같이 힘을 내서 주가를 끌어올립시다!
-게임스타트 가즈아!
-영! 차! 영! 차!
채팅창을 본 닐 라우디츠는 감동하며 소리쳤다.
“가이즈! 저 먼 한국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지원군이 왔어. 다들 환영해줘.”
-오오! 코리아!
-웰컴 투 월스트리트!
-유인원들과 개미들은 뭉치면 더 강하다!(Apes & Ants together more strong)]
-그런데 개미들이 외치는 저 ‘YOUNG! CHA!’와 ‘GAZUA’는 무슨 뜻이야?
-힘내라는 기합 같은데.
-오! 좋아! 그럼 우리도 함께 하자!
-GAZUA!!!
-YOUNG! CHA! YOUNG! CHA!
채팅창에서 모두가 함께 ‘가즈아’와 ‘영차영차’를 외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드디어 거래소가 열렸다.
장 초반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매수와 매도는 엇비슷했고 주가는 소폭 내린 400달러 선에서 횡보했다.
이는 오전 장이 끝나고 오후 장이 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닐 라우디츠는 시청자들과 농담과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조용하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매도도 별로 없잖아.
-대장이 혹시 잘못 짚은 거 아니야?
그러나 닐 라우디츠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방심하기는 일러. 이놈들이 분명 헛짓거리를 할 테니까.”
이변이 나타난 건 장 마감 5분을 앞둔 시점이었다.
갑자기 매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가가 300달러로 아래로 밀렸다.
닐 라우디츠는 소리쳤다.
“적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전투 준비!”
주가는 순식간에 63퍼센트가 폭락했다.
말이 좋아 63퍼센트지, 뒤늦게 매수한 사람은 순식간에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만약 이성적이라면 이쯤에서 모두가 팔아야 한다. 그런데 헤지펀드의 거센 공격에도 개인들은 꿋꿋하게 버텼다.
-위치를 지켜라!(Hold The Line!)
-안 팔면, 안 떨어진다!(No sell, No falling!)
-유인원들은 뭉치면 강하다!(Apes together strong!)
주가는 50달러와 400달러 선에서 폭풍처럼 움직였다. 단 몇 초만에 500퍼센트 넘게 오르고, 수십 퍼센트 하락하기를 반복했다.
호가창은 아예 중간이 없었다.
1초 사이에도 호가가 300달러가 차이났다.
직전에 60달러에 체결됐다가 바로 280달러에서 체결됐고, 다시 120달러에서 체결됐다가, 390달러에서 체결됐다.
투자금은 순식간에 서너 배가 늘었다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다시 다섯 배가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친! 돈이 복사가 돼!
-ㅅㅂ 돈이 삭제되는 중임!
-뭔 소리야? 지금 여섯 배가 올랐는데!
-아니야! 다시 77퍼센트 하락!
-이게 대체 뭐야?
-이거 현실 맞아?
-내가 미친 거야, 아니면 세상이 미친 거야?
주가 차트는 마치 지진계를 보는 듯했다.
단지 차트일 뿐이지만, 저 사이에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이 녹아들고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저쪽도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어.’
닐 라우디츠는 옆에 거래창을 띄운 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를 독려했다.
“모두 힘내!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우리는 저놈들을 무너뜨릴 거야.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중요한 것은 종가다.
만약 100달러가 무너진 채 거래가 종료되면, 다시 재상승은 힘들다. 그러니 어떻게든 종가를 끌어올려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으응?”
놀랍게도 게임스타트 거래창에서 매수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류인가 싶어 다른 주식의 거래창에 들어가 보았다. 엔플, NS, 티슬라 등은 멀쩡히 매수, 매도가 가능했다.
그런데 게임스타트만 매수버튼이 비활성화됐다.
혹시 혼자만 이런 오류가 났나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매수가 안 눌려!
-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그린후드 앱에서 매수되는 사람 있어?
-나도 안 돼.
-뭔가 이상한데. 다른 거래소 앱은 잘만 되는 것 같은데.
-한국도 거래가 막혔습니다!
-대장! 이거 왜 이런 거야?
그린후드(Green Hood)는 미국의 주식과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HTS(Home Trading System) 앱을 제공하는 기업.
일반적으로 HTS가 거래시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것에 비해 그린후드는 거래 수수료가 없었다.
가입과 거래가 간편하고 수수료가 없다 보니, 그린후드는 5년만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HTS 앱이 됐다.
게임스타트 투자자들 역시 그린후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매수버튼이 안 눌리니, 당연히 매수가 불가능했다.
어이없는 건 매도버튼은 멀쩡히 잘만 눌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 수는 없고, 팔 수만 있게 해놓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놈들이 뭔가 수를 쓸 거라 예상하긴 했다. 그렇다 해도 매수버튼을 비활성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게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 순간, 닐 라우디츠의 머릿속에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린후드의 최대 투자자는 바로 샤크 인베스트먼트.
‘서, 설마 주가를 폭락시키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건가?’
닐 라우디츠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 이 개자식들이 그린후드의 매수버튼을 뽑아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