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22화 (422/529)

422화. 게임스타트 (6)

주가가 오를 때는 대체로 이유가 있기 마련.

그러나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오르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했다.

게임스타트 주가는 순식간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단 사흘 만에 주가가 무려 열 배가 오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애초에 시총이 10억 달러에 불과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게임스타트의 시총이 GL엔텍이랑 비슷했다면, 개인들이 아무리 매수를 해도 이 정도까지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컨티뉴 캐피탈이 지분 38퍼센트를 인수하는 데 지불한 가격은 8억 달러. 그런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35억 달러를 넘어섰다.

데이비드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익률이 엄청나군요.”

“그러네요.”

게임스타트 주가가 폭등 중이지만, 컨티뉴 캐피탈은 조용했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게임스타트 매수에 뛰어든 개인 중 상당수는 게임 유저 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수는 비밀리에 진행됐다.

데이비드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셨습니까?”

난 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밈 주식이라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로 오를 줄은 저도 몰랐죠.”

사실은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아직 진짜 폭등은 시작도 안 했다.

“투자를 시작한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혹시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글을 올리거나 한 건 아니죠?”

“어! 설마 지금 절 의심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주가 조작으로 잡혀가도 할 말 없다.

괜히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 주가 폭등 사실을 알면서도 장내 매수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보기만 했을 뿐 댓글 하나 단 적 없으니, 안심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은 지켜봐야죠.”

평가금액이 오른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 가격에 팔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인수하자마자 주식을 내다 팔면 주가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매도에 나서서 주가가 폭락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듣게 될 것이다.

투자해서 욕먹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 게임스타트 매수에 뛰어든 개인 중 상당수는 게임 유저 층과 겹친다.

만약 레전드덱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게이머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당연히 판매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장내 매도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나저나 게임스타트 CEO는 아쉽겠군요.”

지금쯤이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게임스타트 코헨 CEO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그는 다짜고짜 물었다.

[서,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이런 일이라니요?”

[지금의 주가 폭등 말입니다.]

난 짐짓 모른 척 말했다.

“글쎄요. 저도 지금 상황이 좀 신기하네요.”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미켈 코헨 CEO의 지분은 19퍼센트.

이전에는 2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갑자기 주가가 폭등하며 가치가 19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주식을 주당 23달러에 컨티뉴 캐피탈에 넘기기로 계약했다. 따라서 단 한 주도 매각할 수 없다.

난 농담처럼 말했다.

“혹시 인제 와서 마음이 바뀌신 건 아니죠?”

[그, 그건…….]

마음 같아서는 계약을 무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계약서에 사인했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우리가 멋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것처럼 주가가 올랐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계약은 정해진 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럼 전 이만.”

* * *

[(WST 단독)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 결투장이 된 게임스타트]

WST의 트리시 오코너 기자는 게임스타트에 대한 심층 기사를 연달아 보도했다.

게임스타트는 이제 월스트리트 에이프뿐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이슈가 됐고, 더 많은 개인들이 몰려들어 사기 시작했다.

투자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이 하나같이 폭락을 경고했으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멀린 캐피탈 CEO 케빈 멘더슨은 이어진 NYT와의 인터뷰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조롱하듯 말했다.

[지금 게임스타트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포커판의 호구나 다름없다. 그들은 자신의 핸드도 보지 않고, 전재산을 베팅하는 중이다.]

보통 이런 발언이 나가고 나면 주가는 흔들리기 마련.

그러나 이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월스트리트 에이프의 유저들은 케빈 멘더슨의 사진을 합성해 올리며 반대로 조롱했다.

-응. 핸드 따위는 안 봐도 돼. 난 이미 전재산을 올인했어.

-내 핸드가 2와 7이라도 상관없어. 난 이걸로 널 죽일 테니까.

-턴(Turn)과 리버(River)까지는 봐야지. 쫄리면 뒈지시던가.

-어이~ 케빈이! 그 패 봐봐!

-나중에 돈 날렸다고 질질 짜지나 마라.

-적당히 먹고 빠지려고 했는데, 이 새끼 괘씸해서 안 되겠음. 당장 풀매수 들어간다!

-나도 팔라고 했다가 마음 바꿈. 얘 죽고 나면 판다.

-응. 계속 공매도해 봐, 병신아~ 더 사면 그만이야~

개인투자자들은 현물 매수는 물론이고, 콜옵션 매수에까지 나섰다.

콜옵션을 판매한 금융사가 헤지를 위해 현물을 매수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콜옵션 가격이 급등하며, 엄청난 수익을 낸 사람도 등장했다.

하루 만에 수십 배를 벌었다는 얘기가 마치 무용담처럼 퍼지며, 단타족들까지 몰려들며 주가는 300달러를 돌파했다.

* * *

멀린 캐피탈, 샹그릴라 리서치, 그리고 샤크 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서자, 다른 헤지펀드들 역시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때문에 전체 공매도 수량은 이미 총 주식 발행량을 넘어섰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진다.

A가 가진 주식을 B가 빌려서 공매도하고, B가 공매도한 주식을 C가 사고, D가 다시 C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면, 발행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공매도할 수 있다.

헤지펀드들이 이렇게 작정하고 공매도를 쏟아냈음에도 게임스타트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폭등했다.

이틀 전 100퍼센트가 오르더니, 어제는 50퍼센트가 오르며, 이제는 300달러를 훌쩍 넘었다.

시총은 기존 10억 달러에서 무려 300억 달러로 불어났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샹그릴라 리서치의 CEO 오엔 가필드의 전화를 받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증거금을 더 넣으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샤크 인베스트먼트 역시 마찬가지

주가 상승기에 꾸준히 공매도를 늘린 덕분에 매도 평단가는 높아졌지만, 수량은 2500만 주로 늘었다.

사실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유 없이 오른 주식은 반드시 폭락하게 되어있다.

실제로 이런 밈 주식은 이제까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락했다.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붙더라도, 그 매수세가 끝나는 순간 주가는 오를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폭락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만약 주당 30달러에 100만 달러를 공매도했다면, 현재는 1천만 달러를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혹시 배후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역사상 이렇게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 정도로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례는 처음이었다.

게임스타트 공매도는 전체 포지션에서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매도 청산을 위해서는 보유 현금만이 아니라 자산을 팔아야 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팔다리 하나 잘라내는 심정으로 손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조차도 불가능했다.

만약 샤크 인베스트먼트가 공매도 청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숏스퀴즈가 발생해 주가가 또다시 몇 배로 뛸 것이다.

이제는 발을 뺄 수조차 없는 상황.

결국 이 상황을 끝낼 방법은 주가를 폭락시키는 것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매도보다 매수세가 크다.

시장의 상승 심리를 완전히 꺾을 만한 강력한 매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만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게임스타트의 창업자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돈벼락을 맞은 셈.

어차피 이런 상황이 오래갈 리 없으니, 이번 기회에 주식을 팔아 한몫 챙기고 싶을 것이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인맥을 총동원해 미켈 코헨 CEO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했다.

주식을 팔지 않겠냐는 그의 물음에 코헨 CEO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순간, 마이클 프레스턴의 머릿속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설마 회사를 매각한 겁니까?”

그 질문에 대해 코헨 CEO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대체 어디입니까?”

[……그건 대답할 수 없습니다.]

코헨 CEO는 전화를 끊었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현재 게임스타트 공매도 비율은 발행 주식의 120퍼센트 이상.

그런데 대주주 물량이 잠겼다면?

이 경우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 대비 공매도 비율은 200퍼센트를 넘는다!

* * *

며칠 동안의 주가 폭등으로 인해 게임스타트는 어느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식이 됐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류 언론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주가 붕괴를 경고했다.

마치 주가가 폭락하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류 언론들은 월스트리트의 자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기사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러나 인터넷 언론사인 WST는 그딴 거 없었다.

트리시 오코너 기자는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 벌어지는 매수 운동을 조명하며 숏스퀴즈 발생을 경고했다.

주가 급등이 이슈가 되자 유명인들도 이 사태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데이비드는 투위터를 보며 말했다.

“알렌 에버하트까지 나섰군요.”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세계 최고 부자이자,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티슬라의 CEO.

참고로 그는 관종으로 유명했다.

[보유하지 않은 집과 차는 팔 수 없다! 그런데 보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니! 이건 사기나 다름없다!]

사실 티슬라만큼 공매도에 시달린 기업도 없다.

온갖 루머로 인해 투자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고.

오죽하면 알렌 에버하트가 빡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투자를 받아 상장 폐지하겠다는 했겠는가?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뭐, 정작 티슬라는 출시하지도 않은 차를 수백만 대씩 팔고 있지만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랄까?

재작년에 출시한다고 계약금까지 받았던 신차가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

“슬슬 헤지펀드들도 눈치챘을 겁니다.”

“그렇겠죠.”

데이비드는 나를 보며 물었다.

“언제까지 지켜보고 계실 겁니까?”

“이제 슬슬 움직여야죠.”

원래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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