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21화 (421/529)

421화. 게임스타트 (5)

바넷사 로즈.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 로즈 가문 출신인 그녀는 대학을 졸업 후,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입사했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와 뛰어난 능력으로 ‘월스트리트의 미녀 기자’로 이름을 떨쳤고, 신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의 에이튜브 채널을 맡아서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영 좋지 못했다.

현재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모두가 트리시 오코너를 꼽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특종을 터트렸고, 에밀리 클로에의 사기 스캔들을 정리해 ‘상속녀’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사실 바넷사는 사건이 생기기 전부터 에밀리 클로에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녀가 로즈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파티장에서 에밀리가 먼저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고, 특종은 트리시의 몫이 됐다.

‘상속녀’는 벌써 몇 주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었고, 서점에서 사인회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월스트리트의 미녀 기자’라는 호칭마저, 어느새 트리시 오코너에게로 넘어갔다!

이대로 밀릴 수는 없다.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특종뿐이다.

바넷사는 직접 발로 뛰며 특종을 발굴하는 대신 트리시가 뭘 취재하는지 염탐하기로 했다. 그녀는 트리시가 자주 가는 카페를 수시로 찾아갔다.

그리고 사흘 만에 트리시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트리시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을 하는 중이었다.

바넷사는 슬쩍 트리시 뒤쪽으로 다가가 노트북 화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바탕화면에 자료목록을 정리해놓은 것이 보였다.

그 순간, 트리시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어!”

바넷사는 당황했지만, 괜히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어머! 역시 트리시 너 맞네. 커피 마시고 있었는데, 너랑 닮은 사람처럼 보여서 혹시나 했는데.”

“오랜만이야.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어, 어쩐 일이긴. 커피 마시러 왔지.”

“응? 너 프랜차이즈 커피는 맛없다고 스타박스 잘 안 오잖아.”

“그, 그게…… 요즘은 왠지 좋아졌어. 역시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더라구.”

“그래? 서있지 말고 여기 앉아.”

아직 뭘 취재하는지 확인을 못 했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 했다.

머리를 굴리던 바넷사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사, 사인 좀.”

“응? 사인?”

“책 말이야.”

바넷사는 가방에서 ‘상속녀’를 꺼내 내밀었다.

트리시는 감동하며 말했다.

“내 책 산 거야? 고마워.”

“으응.”

만날 경우 핑계를 대기 위해 미리 서점에 들러 한 권 사놓았다.

“잠깐만. 펜이 어디 있더라…….”

트리시는 가방에서 펜을 꺼내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왠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 사이 재빨리 노트북 화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게임스타트? 저걸 취재하고 있는 건가?’

바넷사는 사인이 끝난 책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그럼 다음에 봐.”

회사로 돌아온 바넷사는 바로 게임스타트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현재 게임스타트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와 헤지펀드의 공매도 인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중이었다.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10달러 초반까지 밀렸던 게임스타트 주가는 개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30달러를 넘어섰다.

그동안 트리시는 기업의 문제점을 파악해 폭락을 경고한 것으로 유명했다.

토머스 모터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LD스튜디오, 페이스노트 등등.

‘이번에도 폭락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건가?’

바넷사는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거야!”

그녀는 일전에 뉴욕의 사교 파티에서 멀린 캐피탈의 CEO 케빈 멘더슨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개인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다.

바넷사는 재빨리 인터뷰를 요청했고, 바로 기사를 냈다.

[(NYT 단독) 게임스타트, 주가 이상 급등락. 개인투자자들 주의 요망]

(전략)

게임스타트에 대한 이슈는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멀린 캐피탈이 3000만 주를 공매도 하면서 시작됐다.

멀린 캐피탈은 월스트리트의 스타 펀드매니저인 케빈 멘더슨이 설립한 유명 헤지펀드다.

이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며 다른 헤지펀드들도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13곳의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시적으로 주가는 반등했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일제히 투자의 위험을 경고했다.

인터뷰에서 멀린 캐피탈의 케빈 멘더슨 CEO는 이렇게 말했다.

‘이유 없이 오른 주식은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그 불은 결국 그들의 전재산을 태울 겁니다.’

게임스타트는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주식이었다.

그런데 주가의 급등락이 이어지고, NYT의 기사가 나가자 주류 언론들 역시 관심을 갖고 취재에 나섰다.

[게임스타트 주식 이상 급등락 현상]

[게임스타트, 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으로 등극!]

[메릴린치, 개인투자자들 투자 주의]

[JK모건, 게임스타트 위험성 경고]

[현재 주가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수준]

[게임스타트, 이제는 멈춰야(Stop) 할 때]

다들 NYT의 논조에 동조하며, 게임스타트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에이프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응. 꺼져.

-공매도하는 헤지펀드에게는 투자 주의랑 위험성 경고 안 하냐?

-니들이 뭔데 내 주식을 판단해?

-디스 이즈 컴피티션!

-굳이 설명 안 해줘도 돼. 내 주식 내가 알아서 할게~

-누구 마음대로 멈추라는 거지? 우린 이제 게임을 시작했는데.

바넷사 로즈는 기사에 대한 반응을 보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트리시가 어떤 기사를 내든 내 기사를 따라 쓴 것밖에는 되지 않겠지?’

그리고 이틀 뒤.

WST의 기사가 떴다.

트리시의 기사를 본 바넷사는 깜짝 놀랐다.

“어! 이게 뭐야?”

* * *

[(WST 단독) 게임스타트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전략)

……온라인 판매 전환 등의 호재로 10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18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과한 상승이라는 지적에 이내 공매도가 몰렸고, 주가는 다시 추락했다.

헤지펀드들의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자,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재 게임스타트의 주가는 41달러로, 공매도가 시작되기 이전인 18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주가 상승의 근원지는 바로 리딧의 월스트리트 에이프 채널이다.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이곳에서 유저들은 ‘유인원들은 뭉치면 강하다!(Apes together strong)’라고 외치며, 서로 게임스타트 매수를 독려했다.

그 중심에는 ‘베팅닐’이라는 닉을 쓰는 닐 라우디츠가 있었다.

그는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40대 가장이자, 전업투자자로 현재 자산을 전부 게임스타트의 주식과 콜옵션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닐 라우디츠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 원래 금융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직장을 잃었죠. 전 아직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들의 탐욕에 모든 것을 잃었던 날을요. 저는 집과 전재산을 잃고, 아이들을 데리고 길거리를 전전해야 했습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어째서 게임스타트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게임스타트는 월스트리트 에이프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입니다. 헤지펀드들은 그걸 알고 공격을 시작했죠. 개인들의 돈을 털어먹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온 겁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매도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끝까지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주가 폭등으로 공매도 세력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할 거라 주장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놈들에게 한 방 먹이는 겁니다. 우리는 모든 걸 불태워버릴 겁니다.’

다른 기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주목한 반면, 훨씬 전부터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던 트리시 오코너는 월스트리트 에이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수 운동에 주목했다.

WST 오코너 기자의 명성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닐 라우디츠는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고, WST의 기사는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 *

게임스타트의 창업자이자 CEO 미켈 코헨.

컨티뉴 캐피탈과 인수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후, 그는 파티장에서 공동 창업자와 투자자들과 함께 축배를 터트렸다.

그들은 샴페인이 가득 담긴 잔을 부딪쳤다.

미켈 코헨은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큰돈을 벌게 된 걸 축하합니다!”

그 말에 다들 박수를 쳤다.

사실 게임스타트는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영업이익은 3년 전부터 적자였고, 부채비율은 높아지는 중이었다.

주가 역시 꾸준히 하향세였다.

이대로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오프라인 가맹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게임스타트가 3년 안에 파산할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를 제안했다.

컨티뉴 캐피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모펀드.

특히 인수한 기업마다 대박을 터트리기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니, 경영진도 모르는 호재가 있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매각을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클레이븐 아벨이 말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지.”

컨티뉴 캐피탈에서 제시한 금액은 주당 23달러.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그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사회는 즉시 매각을 승인했다.

클레이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돼. 레전드덱 판매를 위해서라는데, 레전드덱은 전량 유성전자에서 생산하잖아. 그럼 유성전자에서 팔면 되는 거 아닌가?”

유성전자는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치밀하게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쉽게 판매할 수 있다.

게다가 레전드덱은 다른 콘솔들과는 달리 디스크나 칩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기기 판매를 제외하면 굳이 게임스타트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

“뭐, 생각이 있겠지. 인수금액이 우리한테나 큰돈이지, 컨티뉴 캐피탈에게는 푼돈이나 다름없잖아.”

“하긴.”

컨티뉴 캐피탈이 굴리는 자본을 생각하면 8억 달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클레이븐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 며칠 사이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던데 괜찮은 건가? 혹시 계약을 파기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미켈 코헨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절대 계약파기가 불가능하도록 계약을 맺었으니까.”

그는 자신이 만났던 동양인 청년을 떠올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너무 비싸게 샀다고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미켈 코헨은 속으로 웃었다.

‘뭐, 어쨌든 팔았으니 끝난 거지.’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직 인수 계약을 발표하기 전임에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주가는 더 치솟으며 어느새 주당 50달러를 넘어섰고, 그다음 날에는 100달러를 넘었다!

미켈 코헨은 주가를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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