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15화 (415/529)

415화. 개혁 (8)

구블 CEO 아미트 굽타.

그는 구블코리아 존 킴 사장의 보고를 받았다.

“한미루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렇습니다. 매우 불쾌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니, 이건 협력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루의 악명(?)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 이유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노트를 박살 낸 전력이 있기 때문. 그때 폭락한 주가는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차기 EU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탈세와 독점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로 인해 엔플은 난리가 났고, 구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한미루는 수틀리면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이다.

그런 그가 에이튜브 채널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다면, 이를 구블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미루는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필립스 상원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못했다가 구블이 페이스노트 꼴이 될 수도 있겠는데.’

굽타 CEO는 존 킴 사장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와 채널은 전부 정리하도록.”

[알겠습니다.]

* * *

전 NBS 기자이자, 현 현시연TV 운영자인 노용국은 최선을 다해 컨티뉴 캐피탈에 대해 취재했다.

처음에는 이동호에 대해 파고들었다.

상대의 신상을 터는 것은 그의 주특기였다. 그런데 조사를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한미루라고 이놈이 안 낀 곳이 없어요. 재계에서도 아주 유명하던데요.“

“이동호가 학교랑 직장 선배라며? 그냥 믿고 일을 시키는 거 아니야? 한미루는 지시만 따를 뿐이고.”

“그렇긴 한데…….”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노용국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한미루는 활약에 비해 그 이름이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치 누군가 정보를 통제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일개 직원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혹시 이동호는 바지고, 한미루가 실세가 아닐까요?”

“뭐? 진짜야?”

“지금으로서는 심증이지만요. 이제부터 한번 제대로 털어볼라구요.”

신상을 털 때는 사소한 것부터 털어야 한다.

학창 시절에는 어땠는지, 여자관계는 어떤지, 부모님은 뭐하시는지 등등.

‘반드시 네놈의 정체를 밝혀주마!’

만약 실컷 떠들어댔는데 아니라면?

당연히 ‘아님 말고’다.

현시연TV는 언론이 아닌, 그저 에이튜브 채널일 뿐.

따라서 잘못된 정보에 책임질 이유는 없다.

* * *

노용국은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저희가 목숨을 건 취재 끝에 컨티뉴 캐피탈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금 더 취재해서 공개하겠습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방송이 끝날 때쯤 김판호는 호소하듯 말했다.

“저희는 정권에 수차례 위협을 받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끝까지 이 무도한 남궁석 정권과 싸우겠습니다. 남궁석이 감옥에 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저희 현시연TV가 심각한 위기입니다.”

사실 현시연TV는 단 한 번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대체 그 많은 후원금은 어쨌기에 맨날 위기인지 모르겠지만…….

옆에 있던 노용국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저희는 기존의 부패한 언론과는 달리, 오직 구독자님들의 후원으로만 채널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가 계속 진실을 밝혀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아래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십시오. 작은 도움이라도 좋습니다. 저희 채널이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조선족 남궁석을 탄핵시키겠습니다.”

두 사람의 눈물에 구독자들의 후원이 쏟아졌다.

-김 회장님, 노 기자님. 힘내세요!

-적은 금액이지만 쌈짓돈 쪼개서 보냅니다.

-이것밖에 보내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ㅜㅜ

-현시연TV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겠습니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애국과 애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현시연TV는 구독자들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힘내세요, 김 회장님! 노 기자님! 두 분이 있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습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주실 거라 믿습니다!

-현시연TV가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듯, 후원은 에이튜버를 춤추게 한다.

김판호와 노용국은 더 많은 후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현시연TV는 컨티뉴 캐피탈에 직접 쳐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 * *

같이 현시연TV 방송을 보던 동호 선배는 놀라 말했다.

“어! 얘들이 진짜 뭔가 알아냈나 본데.”

내가 무슨 스파이도 아니고, 내 행적쯤이야 파보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이대로라면 방송 도중 내 이름과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지 않을까?

타인의 신상을 멋대로 공개하고 유포하는 것은 범죄다.

그러나 자칭 진정한 언론인 현시연TV는 그딴 거 신경 쓰지 않는다.

국민들의 알 권리……가 아니라, 도네챗과 후원금을 위해서는 타인의 개인정보쯤은 얼마든지 침해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방금 전, 존 킴 사장에게 연락받았으니까요.”

내 말에 동호 선배는 반색했다.

“오! 그래?”

현시연TV는 그동안 고소와 소송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금도 모욕,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여러 건의 고소와 소송이 걸려있지만, 오히려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고,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는 것도 훌륭한 콘텐츠가 되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도 많고, 앞으로 벌 돈도 많은 만큼, 로펌 하나를 아예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해 이에 대응했다.

또한 자신들이 잘못해놓고 마치 부당한 탄압을 받는 것 같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를 후원의 도구로 활용했다.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시연TV지만, 딱 하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죠.”

“뭔데?”

“그건 바로…….”

* * *

다음 날.

김판호와 노용국은 또다시 유성타운에 모습을 드러냈다.

“컨티뉴 캐피탈은 여전히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결백을 밝히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안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이는 남궁석 대통령과의 커넥션을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희는 이제부터 컨티뉴 캐피탈 본사로 쳐들어가려고 합니다. 회장님과 저 모두 그 자리에서 죽거나 잡혀갈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희가 내일 방송을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김 회장님은 결코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저희가 죽었다는 기사가 나온다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저희는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저 건물 안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 것뿐이지만, 마치 전쟁터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비장미가 넘쳐흘렀다.

설사 입구까지는 밀고 들어간다 한들, 엘리베이터에는 타지 못하고, 금방 끌려 나오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보여야 후원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는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두 분의 행동력에 무릎을 탁 칩니다!

-두 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120만 구독자들이 함께 있습니다.

-만약 두 분이 나오지 않는다면, 저희가 쳐들어가 구출하겠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두 분의 안위가 너무 염려되네요ㅜㅜ 부디 무사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도네챗 쏘는 것밖에 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얼마 안 되는 생활비에서 쪼개서 후원 보냅니다.

쏟아지는 도네챗을 보며 속으로 함박웃음을 짓는데, 갑자기 화면이 멈췄다.

“뭐야? 이거 왜 이래?”

“튕겼나 본데요.”

생방송 도중 인터넷이 끊기거나, 프로그램 오류로 튕기는 일은 간간이 있다.

김판호는 짜증 내며 말했다.

“아이씨! 이 중요한 순간에.”

한창 슈퍼챗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재빨리 다시 접속했는데, 그동안 올린 수백 개의 동영상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짧은 안내문이 보였다.

[권리침해, 증오와 혐오 표현, 가짜뉴스 유포 등 에이튜브 정책을 여러 번 또는 심각하게 위반하여 계정이 해지됐습니다.]

김판호와 노용국은 깜짝 놀랐다.

“어! 이게 왜 이래?”

“무슨 일이야?”

믿기지 않아 관리자 페이지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구블에서 보낸 안내문이 떴다.

[안녕하세요, 현시연TV 님.

에이튜브에서 귀하의 콘텐츠를 검토한 결과, 커뮤니티 가이드를 심각하게 또는 반복해서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어 채널을 삭제했습니다.

귀하께서는 이번 조치가 실망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이용자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입니다.

플랫폼의 다른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채널을 폐쇄조치를 한 것이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해당 정책 및 조치에 이의가 있을 경우 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의서를 제출할 수 있고, 90일 안에 답변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를 본 김판호와 노용국은 비명을 내질렀다.

“으어어!”

“아, 안 돼!”

* * *

김판호와 노용국은 경찰도 검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하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수익 창출 중단이다. 영상에 대한 경고가 누적돼 레드카드를 받으면 광고수익이 들어오지 않고, 도네챗도 받을 수 없다.

그동안 몇 차례 수익 창출 중단을 겪었던 만큼, 최대한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익 창출이 중단된 정도가 아니라, 계정이 완전히 삭제됐다!

삭제를 당한 것은 현시연TV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혐오 콘텐츠를 올리고, 가십거리를 다루며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저격하던 채널들 역시 일시에 삭제됐다.

그동안 구블은 에이튜브 관리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가짜뉴스, 혐오, 비하, 선동 콘텐츠로 문제로 인해 구블코리아 사장이 수차례 국정감사장에 불려갔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제재를 하려 해도 미국 빅테크 기업에 쉽게 손을 대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정리에 나선 것이다!

또한 에이튜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향후 콘텐츠 관리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보던 채널 열 개가 한 번에 날아갔네.

-대체 어떤 채널을 봤는지 알 만하네~ ㅋㅋ

-아아 빽수 채널도 날아갔네ㅜㅜ 사이버 렉카 중 제일 재밌었는데.

-그동안 너무 심하긴 했지~ 쟤가 보낸 애가 그동안 한둘이었음?

-쟤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ㅎㅎ 현시연TV도 삭제. 난리 났네~

-뭐지? 갑자기 구블이 열일하네. 이럴 놈들이 아닌데.

-그러니까. 국정감사장에서 가짜뉴스 문제를 그렇게 지적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는데.

-가짜뉴스 지적받으니 ‘줘 한쿡말 잘 못함니돠~’ 이 지랄.

-혹시 현시연TV가 컨티뉴 캐피탈 건드려서 이런 거 아닐까?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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