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13화 (413/529)

413화. 개혁 (6)

며칠 저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더 열을 올렸다.

내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컨티뉴 캐피탈이 대중의 주목받을 테고, 자칫 잘못하면 나에 대한 얘기가 새나갈 수 있으니까.

컨티뉴 캐피탈에 대해 조금만 파고들면 나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현시연TV가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작정하고 내 이름과 얼굴, 그리고 내 행적을 다 까발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언론이나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조회수와 후원금에 미친 에이튜브는 상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난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김판호와 노영국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 * *

현시연TV는 계속 컨티뉴 캐피탈을 언급하며 여기저기 들쑤셨다.

매일 생방송에서 컨티뉴 캐피탈과 남궁석 대통령을 엮어서 비판했고, 유성타운 근처에서 취재와 시위를 벌였다.

노용국은 속으로 확신했다.

‘남궁석은 분명히 컨티뉴 캐피탈과 관련이 있어.’

그는 한번 물으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는 성격이다.

결국 과한 취재가 문제가 돼서 NBS도 퇴사했지만, 지금도 후회하진 않는다. 그에게는 에이튜브가 있으니까.

어느새 언론에서도 이를 다뤘다.

[현시연TV, 컨티뉴 캐피탈과 남궁석 대통령의 유착 의혹 제기]

[김판호 현대 시사 연구회 회장, 남궁석 정권을 창출한 컨티뉴 캐피탈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밝혀]

[현시연TV, 이번에는 컨티뉴 캐피탈을 저격?]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이들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저게 대체 뭔 소리야?

-컨티뉴 캐피탈은 GL엔텍 분할상장 덕분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잖아. 유착관계가 있으려면 남궁석이 GL엔텍 분할상장을 도왔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데 혼자 반대했는데?

-컨티뉴 캐피탈이 페더를 공격한 것과 남궁석이 대체 무슨 관계야?

-걍 조회수 빨아먹으려고 아무 말 대잔치.

-이건 뭐 노답이네.

-ㅋㅋㅋ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구독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컨티뉴 캐피탈과 유착한 남궁석은 탄핵이 아니라 사형을 시켜야 합니다!

-남궁석은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

-컨티뉴 캐피탈은 약탈적인 투기자본입니다!

-언론에서는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저희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오직 현시연TV에서 나온 말만 믿습니다. 가짜 언론이 판을 치는 시대에 오직 현시연TV만이 진짜 언론입니다.

-현시연TV가 진실을 밝혀주실 거라 믿습니다!

* * *

난 시드와 화상통화를 했다

화면에는 아직 앳돼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 잡혔다.

“정말 신기하네. 화상통화 화질이 이렇게 깔끔하다니.”

시드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기술은 아니에요.]

로키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후보정하는 방식이다.

“아니야. 이건 엄청 대단한 기술이지. 후긴을 한번 써보면 다른 프로그램은 못 쓸걸.”

참고로 후긴은 오딘의 까마귀 이름.

아홉 세계의 정보를 수집해 오딘에게 알려준다고 한다.

고작 화질 좀 좋아지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 싶겠지만, 대화에 있어서 언어적인 요소는 30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70퍼센트는 비언어적인 요소가 차지한다.

표정이나 제스처에서는 말만큼이나 많은 정보가 오간다.

아무리 통신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이유다. 때문에 화상통화에서는 화질이 좋아졌다는 것이 이용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현재 후긴은 스노우 크래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게만 제공하는 중.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벌이고 있는 사업이 한둘이 아닌 만큼 시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힘들진 않아?”

[재밌어서 하는 건데요.]

“휴가는 안 가?”

[가봐야 할 것도 없어요.]

휴가도 안 가고, 주말에도 일하고. 매주 100시간 넘게 일한다.

직원에게 이렇게 일을 시켰다면 진작 도망가지 않았을까?

이러한 시드의 노력 덕분에 스노우 크래시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전까지 클라우드 시장은 2강 1중 구도였다.

AMZ의 ZWS와 NS의 아이저가 2강, 구블의 빅스토리지가 1중이다. 그런데 스노우 크래시의 판게아가 치고 올라오며 이제 클라우드 시장은 2강 2중으로 재편됐다.

조만간 판게아가 빅스토리지를 넘어설 거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아! 이번에 구블에서 연락 왔어요.]

“어떤 연락?”

[자기들과 협력하자고 하던데요.]

“무슨 협력?”

[그러니까…….]

시드는 내용을 간략하게 얘기해주었다.

“오! 그래?”

마침 잘됐다.

구블은 에이튜브의 모회사.

조회수와 후원에 미친 에이튜버를 직접 상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구블을 상대하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지.

“내가 구블 쪽이랑 직접 얘기해볼게. 그래도 될까?”

컨티뉴 캐피탈은 어디까지나 스노우 크래시의 최대주주일 뿐. 경영에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내 물음에 시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형이 결정하세요.]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응.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

일 얘기가 끝나자 시드는 나에게 물었다.

[미국에는 언제 와요? 형 없으니 심심한데.]

시드랑 안 본 지도 꽤 오래됐다.

“좀만 기다려. 일 끝나는 대로 넘어갈게.”

* * *

구블 측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한. 구블의 아미트 굽타입니다.]

“반갑습니다.”

설마 CEO가 직접 연락을 주다니.

이름을 들으면 알겠지만 인도계 미국인이다.

구블 창업자들은 얼마 전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그가 CEO를 맡고 있다.

[예전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물론입니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이 정도면 내 인기도 꽤 괜찮은 편 아닌가?

[괜찮으시다면 한번 만나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에이, 힘드실 텐데 굳이 그러실 것 있나요? 조만간 제가 실리콘밸리로 갈 예정이니 그때 한번 뵙죠.”

[오! 그렇습니까?]

“예. 그전에 먼저 구블코리아 측과 만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후 자세한 얘기는 실리콘밸리에서 만나 뵙고 나누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으며,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현시연TV가 취재를 빙자한 시위 중.

일단 저놈들부터 해결해야겠다.

* * *

구블코리아는 역삼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다. 차로는 안 막히면 5분이면 충분하다.

난 차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구블의 한국지사인 구블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이유는 절세를 빙자한 탈세를 하기 위함.

규제가 느슨한 만큼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에 진출할 때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대신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자금을 본사에서 조달하는 만큼 별 상관없다.

유한회사는 사업실적, 법인세 납부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구블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법인세를 얼마나 내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추정만 할 뿐.

이건 구블만 그런 건 아니고, 엔플, NS, 페이스노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이고,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지.

인터넷서비스 기업은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없어, 소득이 발생한 원천지국에서 과세를 하기 힘들다.

이래서 하루빨리 디지털세가 도입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50대 초반의 남성이 미팅실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존 킴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미루입니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한국계 미국인. 한마디로 검은머리 외국인이라 할 수 있다.

일반인이 구블 CEO도 아니고, 구블코리아 사장이 누군지 관심이나 있겠냐만, 대다수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국정감사 단골 게스트이기 때문.

그가 구블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건 3년 전.

그 3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갔다. 조세회피, 가짜뉴스, 인앱결제 강제, 플레이마켓 수수료, 개발사를 상대로 한 갑질 등등.

난 그에게 물었다.

“제가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한국어로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그러자 그는 바로 한국어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전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있긴 해도 발음이 또박또박하다.

“어! 한국어가 유창하시네요.”

“예. 비록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은 두 분 다 한국인이니까요. 부모님께서는 집 안에서 한국어만 쓰도록 가르치셨습니다.”

“훌륭한 부모님이시네요.”

“예. 어렸을 때는 왜 한국어를 쓰라고 강요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난 웃음을 지었다.

“신기하네요.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시는데, 국정감사장에만 가면 통역을 필요로 하신다니.”

내 말에 그는 살짝 당황했다.

보면 알겠지만, 그는 한국어를 잘해 한국어로 업무를 처리하고, 한국 직원들과도 한국어로 소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가기만 하면 ‘줴가 한쿡말을 좔 못합니다. 한쿡말 넘모 어려워요’라고 하며 통역을 요청했다.

심지어는 영어도 잘 못 알아듣는지, 조금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계속 되물었다.

질문 몇 개 하고 답변 몇 개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매번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않고 돌아갔다.

당황한 것도 잠시. 그는 이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쓰는 용어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사실 저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들으니까요.”

그러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 얘기를 꺼낸 건 괜히 심심해서 시비 터는 건 아니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바로 본론을 꺼냈다.

“스노우 크래시와 협력을 하고 싶으시다구요?”

컨티뉴 캐피탈이 대주주로 있는 레전드게임즈는 인앱결제와 앱마켓 수수료를 놓고 구블과 소송을 벌이는 중.

스노우 크래시가 직접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쪽에 협력을 요청하는 게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일은 업계에서 자주 있다.

과거 엔플과 유성전자는 스마트폰 특허 침해 문제를 놓고 전세계 법원에서 소송을 벌였다.

법정에서 치열한 변론이 오가는 동안에도 엔플은 유성전자에 부품을 발주했고, 유성전자는 부품을 납품했다.

그 관계는 지금도 마찬가지.

소송은 소송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존 킴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에이튜브에서 로키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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