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402화 (402/529)

402화. 퇴원 (2)

데이비드는 류현우 병원장은 물론 의료진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유재호 회장은 금일봉과 함께 회식비를 건네주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걸로 소고기 회식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님의 씀씀이에 감동했는지 다들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동호 선배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야! 역시 유 회장님. 기마이가 있네.”

“그러네요.”

여기서 ‘기마이’이란 업계 전문용어(?)로 시원하게 쏘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DA증권에서 일할 당시 우리 부장은 더럽게 기마이가 없었다. 회식은 돼지고기까지가 끝이었다.

그래서 항상 소고기 사주는 부서로 옮기고 싶었다.

어른들끼리 얘기하는 사이, 유세정은 메기를 돌봐주었다.

“메기는 이제부터 뭐하고 싶어?”

“우웅. 학교 가고 싶어요.”

“그리고?”

“아빠랑 놀이공원도 가고 싶어요.”

“우와! 재밌겠네.”

어렸을 때부터 배웠기 때문인지,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유재호 회장과 나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

보통 이런 사람 자녀를 만나면 어른으로서 용돈을 주기 마련.

그런데 아빠가 한국 최고 부자이자 재계 서열 1위인 유재호 회장이다.

이런 애한테 용돈을 줘도 되나?

5만 원짜리 내밀면 코웃음 치지 않을까?

한창 고민하는데 동호 선배가 목소리를 낮추며 슬쩍 물었다.

“유재호 회장님 딸한테 용돈 줘도 되나?”

“선배가 한번 줘 봐요.”

“응? 내가?”

“전에 한번 봤으니 줘도 되지 않을까요?”

“안 받으면 뻘쭘하잖아.”

“괜찮아요.”

그래서 내가 안 주고 시키는 거다.

주면 받을지 안 받을지 나도 좀 궁금하다.

내가 등을 떠밀자 동호 선배는 지갑에서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유세정에게 내밀었다.

“세정아,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먹어.”

재벌 딸이 저걸 받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유세정은 두 손으로 재빨리 용돈을 받았다.

“앗! 감사합니다. 고모부.”

으음, 재벌 딸이라도 용돈을 주면 좋아하는구나.

하기야 아빠가 애한테 법인카드를 주지는 않을 테니.

그나저나 고모부라니.

생각해 보니, 동호 선배가 민아름과 결혼하면 유재호 회장과도 인척이 된다. 나중에 가족 모임에서 유재호 회장이 동호 선배를 이 서방이라고 부르려나?

다 나아서 퇴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병실 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난 웃고 있는 메기의 사진을 찍어 지유에게 보내주었다.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지유: 가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요ㅜㅜ 메기에게 안부 꼭 전해주세요.]

[나: 응. 촬영 잘하고]

지유가 오늘 오지 못한 이유는 세븐 라운드 촬영 스케줄 때문.

그나저나 애가 너무 귀여워서 몇 장 더 찍어놔야겠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놔야지.

데이비드는 나에게 말했다.

“다 보스 덕분입니다.”

“뭘요.”

“만약 보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 같은 기쁨도 없었을 겁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난 빙그레 웃었다.

사실 나를 만나지 않았어도 그는 좋은 곳에 취직했고, 메기의 병은 치료됐다. 그래도 내 덕에 더 빨라진 건 사실이지.

그러니 감사의 인사를 받아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진짜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난 새 집에서 지낼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메기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학교에 다닐 테고, 데이비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 * *

퇴원 수속을 마친 뒤.

데이비드는 메기를 데리고 일단 JR블랙우드 호텔로 향했다. 유재호 회장은 딸을 데리고 돌아갔고, 동호 선배는 민아름과 함께 떠났다.

그리고 난 성윤아와 함께 카페에 앉았다.

“메기가 다 나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 못 보는 건 좀 아쉽지만요.”

그사이 정이 꽤 들었나 보다.

“뭐, 나중에 뉴욕으로 놀러 가서 보면 되죠.”

“정말 그래야겠어요. 애가 어쩜 그렇게 예쁜지. 웃는 모습 보면 천사가 따로 없어요.”

“아이 좋아해요?”

“그럼요.”

성윤아는 손으로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메기 같은 딸 낳고 싶네요.”

“예?”

그녀는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도 똑같은 생각했는데요. 역시 딸이 최고죠.”

데이비드도 딸이 있고, 유재호 회장도 딸이 있고, 심지어는 찰스 그리핀도 뱃속에 딸(아마도?)이 있다.

그런데 나만 딸 없어…….

어딘가에 있을 내 딸을 빨리 만나고 싶다.

1회차 때는 아쉽게도 못 만났지만, 이번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흐음, 그렇군요. 미루는 세나 닮은 딸을 낳겠네요.”

순간, 난 정색했다.

“혹시 제가 뭐 잘못했나요?”

“예?”

“그런데 왜 제게 그런 말을……?”

어떻게 사람 면전에 대고 이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지?

성윤아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왜요? 딸은 원래 여자 형제랑 닮기 마련이에요. 세정이만 봐도 아름 언니랑 많이 닮았잖아요.”

“어…….”

그러네.

잠깐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유전적으로 볼 때 메기 같은 딸이 나올 확률보다는 한세나 같은 딸이 나올 확률이 훨씬 클 것이다.

아, 안 돼!

한세나 같은 딸이라니!

한세나 같은 애는 이 세상에 한세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래도 가족계획을 다시 세워봐야겠다.

난 끔찍한 상상은 뒤로하고, 화제를 돌렸다.

“일은 좀 어때요?”

“아직은 어렵긴 한데, 주위 사람들 도움받아가며 하는 중이에요. 모르는 건 엄마랑 아름 언니한테 물어보기도 하구요.”

성윤아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회사 다닐 때만 해도 제가 사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 그런 거죠.”

나만 해도 1회차 때 DA증권 다니던 시절엔 나중에 치킨집을 차리게 될 줄 몰랐다.

“새삼 느끼는 건데 미루 씨는 정말 굉장한 것 같아요.”

“제가요?”

“컨티뉴 캐피탈이라는 거대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뭐…….”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본사는 데이비드가, 지사는 동호 선배가 맡아서 잘 알아서 하니까. 난 그저 투자 방향만 제시할 뿐이지.

물론 그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에 모카뱅크 폭락시킨 것도 미루가 기획한 거죠?”

“폭락시키다니요.”

“그럼요?”

“그저 주가가 원래 자리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죠.”

가격발견이야말로 공매도의 순기능이다.

성윤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카뱅크가 이번에 핀테크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던데요.”

“저도 봤어요.”

자회사로 모카페이를 신설해 은행보다 자본규제가 덜한 간편결제,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부문으로 뻗어나가 수익을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미 신뢰를 잃을 만큼 잘될지는 모르겠다만.

“알고 있겠지만,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예요.”

신용카드사, 은행, 인터넷은행 등 금융업체는 물론이고 제조사, 통신사, 포털, 쇼핑몰, 유통사까지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업체만 해도 이미 수십 곳.

이런 상황에서 새로 출시해봐야 고객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면 얘기가 다르죠.”

원래 핀테크 역시 금융업인 만큼 영업을 위해서는 각국의 승인을 받고 은행들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이 애초에 법정화폐가 아닌 암호화폐인 만큼, 정부의 승인이나 은행과의 제휴 없이도 얼마든지 전자지갑 개설과 송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성공만 하면 순식간에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페니를 발행하고, 환전을 책임지는 것은 컨티뉴 캐피탈.

하지만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우리만 독점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간편결제 서비스에 페니를 활용할 수 있다.

달러를 미국이 찍어냈다고 해서 달러 결제 서비스를 미국 공기업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실제로 기존 업체들 중에서도 페니 결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쓰기 마련이니.

성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해서 드림페이를 꼭 성공시킬게요.”

“드림페이라…… 이름 잘 지은 것 같아요.”

내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이거 미루 씨가 지은 거잖아요”

“제가요?”

“예. DA드림 카드 만들 때요.”

“아아…….”

엄밀히 따지면 내가 생각해낸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지은 걸 내가 먼저 썼을 뿐이지.

얘기를 하다 보니, 슬슬 저녁 먹을 때다.

“돈도 벌었으니 제가 쏠게요. 뭐 먹고 싶어요?”

“음, 글쎄요.”

잠시 생각하던, 성윤아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하나 있어요.”

“뭔데요?”

“치킨이요.”

“치킨?”

“예. 전에 미루 씨가 만들어줬잖아요.”

“그거 지금 마트랑 쇼핑몰에서도 팔잖아요.”

“사서 먹어보긴 했는데, 그때 미루 씨가 만들어준 게 훨씬 맛있었어요.”

그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치킨은 갓 튀겨서 나왔을 때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지.

성윤아는 나를 보며 웃었다.

“치킨도 잘 만들고. 투자도 잘하고. 미루 씨는 대체 못 하는 게 뭐예요?”

“음.”

사실은 딱 그거 두 개만 잘한다.

* * *

컨티뉴 캐피탈 대표의 딸이 한국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

정확한 병명과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보도되지 않았으나, 치료가 끝나자 엠바고가 풀렸다.

[컨티뉴 캐피탈 CEO 딸, 루나백스 신약으로 린카스픽으로 소아 림프종 완치!]

[데이비드 록허트 대표, 유성병원 의료진에게 감사 전해]

[유성그룹과 컨티뉴 캐피탈의 협력 관계 강화되나?]

[미래를 내다본 유재호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

국내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고, 어떤 기자는 유성그룹에서 뒷돈이라도 받았는지, 신약의 치료 방법과 효능에 대해 매우 자세히 썼다.

외신 역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신약의 경우 임상시험 통과만큼이나 어려운 게 판매 허가를 받는 것.

신약 개발이 완료된 뒤 판매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씩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이번 일로 FDA(미국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청)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대감 때문인지 독일에 상장되어 있는 루나백스 주가는 20퍼센트가 뛰었고, 루나백스의 최대주주인 유성바이오 역시 15퍼센트 올랐다.

신기하게도 유성전자와 유성전기, 유성생명 등 유성그룹 계열사들 주가까지 일제히 상승했다.

-유성바이오 떡상하네ㅎㄷㄷ

-유재호 회장 요즘 뭐만 했다 하면 대박이네.

-불법승계의 아이콘에서 떡상의 아이콘이 됨.

-컨티뉴 캐피탈 대표 딸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신약 개발하는 제약사에 투자한 게 아닐까?

-에이~ 설마. 그랬으면 진짜 대박이지.

-재타이거 굉장해~

-컨티뉴 캐피탈 대표 외동딸이 완치됐다고 외신에서도 난리 남. 조만간 FDA랑 EMA 다 판매허가 날듯.

-루나백스 신약 유성바이오가 전부 생산합니다. 투자에 참고하세요~

-이쯤 되면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그룹은 혈맹 아니냐?

-당연하지. 하나밖에 없는 딸을 치료해줬는데.

-데이터센터에서도 잘 협력하고 있고.

-조만간 콘솔도 출시한다고 하잖아.

-그거 기대 중. UMPC라는데 얼마에 나오려나?

-덕분에 오늘 유성그룹주 전체 상승 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