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모카뱅크 (7)
[컨티뉴 캐피탈 익명의 직원 B씨, 모카뱅크 경영진 먹튀 의혹 제기!]
[모카뱅크 경영진 정말로 스톡옵션 매도했나?]
[전문가들, 사실일 가능성 극히 낮아]
[컨티뉴 캐피탈, 주가조작 혐의로 고소당할 수도……]
‘즐거운 라디오 생활’에서 컨티뉴 캐피탈 본사 직원의 발언이 나간 뒤, 73,000원이던 모카뱅크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져 51,100원이 됐다.
종목게시판은 분노한 투자자들 글로 가득했다.
-저게 대체 뭔 소리야?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쟤 뭐하는 새끼야? 컨티뉴 캐피탈 본사 직원 맞아?
-저 말이 사실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왜 다들 안 믿지?
-컨티뉴 캐피탈 알바냐?
-경영진이 상장 직후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일이 있긴 있나요?
-없진 않음. 하지만 코스닥 개잡주에서 벌어질 법한 일.
-ㅎㅎ 미치겠네. 코스피 10위 안에 있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단체로 주식 팔고 먹튀했다고? 진짜라면 이거 해외 토픽감임.
-이거 보니 확실히 알겠음. 저 새끼들 주가 조작해서 한탕 해먹을 생각임.
-당장 허위사실 유포랑 주가조작 혐의로 처넣어야 한다!
-대체 금감원은 뭐하고 있냐? 저런 새끼들 안 잡아가고.
-저딴 허위사실을 퍼트린 라디오도 문제 아니야? SBC라디오와 진행자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지.
-100만 주주들의 힘을 보여주자!
-당장 프로그램 폐지하고, 주주들에게 사과해라!
* * *
방송이 끝난 뒤 진세연은 담당 PD와 함께 국장실로 불려갔다.
박충일 국장은 모니터를 돌려 두 사람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이거 보여, 안 보여?”
SBC라디오 홈페이지에는 실시간으로 분노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프로그램을 폐지해라’, ‘진행자가 머리 숙여 사과해라’, ‘즉시 정정 보도하라’ 등등.
에이튜브 댓글 역시 수만 개가 달렸고, 방송국으로 항의 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이 일을 못 할 지경이었다.
“지금 기사가 수백 개가 떴고, 외신에도 보도됐어.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우리 프로그램이 무슨 9시 뉴스야? 확인도 안 된 발언을 내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진세연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 사람 진짜 컨티뉴 캐피탈 본사 직원인 건 맞아?”
전화 연결이라고 해도 게스트는 보통 PD나 스태프들이 섭외한다. 그러나 이번에 게스트를 섭외한 건 다름 아닌 진행자인 진세연.
그녀를 대신해 김지숙 PD가 편을 들었다.
“세연 씨 선배가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장인 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컨티뉴 캐피탈 본사에 공문을 보내 확인도 거쳤어요.”
“그렇긴 한데…… 뭘 잘 모르는 직원일 수도 있잖아. 그게 말이 되냐고? 방송 끝나기도 전에 모카뱅크 하한가 친 거 봤지?”
그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모카뱅크는 하한가를 치며 시총이 10조 넘게 증발했다.
그런데 만약 주가를 폭락시켜 이익을 챙기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거라면? 이건 방송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시말서 쓰는 정도로는 안 끝나. 나까지 옷 벗어야 할지도 몰라. 대체 그런 감당도 못 할 말을 내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한숨을 푹푹 내쉬는 박충일 국장에게 진세연이 말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응?”
“절대 거짓말 아니에요.”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그러나 진세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네. 책임질게요.”
“어떻게 책임질 건데? 손해배상 소송 들어오면 월급으로 물어주기라도 할 거야?”
“그, 그건…….”
“모카뱅크가 무슨 코스닥 개잡주도 아니고, 코스닥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인데! 상장 직후 경영진이 단체로 주식을 팔아 먹튀했다는 게 말이나 돼?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이게 진짜라면 해외 토픽감 아니야? 진짜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 순간, 한 직원이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자 한창 소리를 지르던 박충일 국장은 호통을 쳤다.
“대체 왜 노크를 안 해!? 여기가 니들 안방이야?”
“크, 큰일 났습니다.”
“뭔데? 헉! 설마 모카뱅크 투자자들이 단체로 몰려오기라도 했어?”
“그, 그게 아니라…… 기사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 기사?”
박충일 국장은 직원이 내민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경악했다.
“어! 이게 왜 진짜지?”
* * *
모카뱅크 주가는 상장 이후 어느새 두 배가 뛰었다.
우리사주에 투자한 모든 직원들이 행복해졌다.
“보니까 유성전자나 대현차도 월급 얼마 안 하던데.”
“다들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려고 열심히야.”
“뭐하러 그 고생을 하는 건지.”
직장 생활하며 5억 모으기도 힘들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직원 모두가 그만큼을 벌었다. 아직 현금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평가금액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부자가 됐다는 생각에 다들 씀씀이가 커졌다.
누구는 백화점에 가서 신나게 쇼핑을 했고, 누구는 차를 계약했고, 누구는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벌써부터 돈을 펑펑 쓰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김근수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주가가 17만 원까지 가면 대충 17억 정도 버는 건가?’
지금 분위기에서는 20만 원까지 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바로 한 방에 강남 입성할 수 있다!
김근수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누르며 생각했다.
‘월급 모아서 재테크하는 게 가장 바보짓 아니야? 나처럼 빚내서 투자를 해야지.’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컨티뉴 캐피탈이 공매도를 선언한 것이다!
리포트가 공개되자마자 11만 원을 넘었던 주가는 7만 원대로 폭락했다.
다행히 다음 날 주가는 8만 원대로 반등했고,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컨티뉴 캐피탈만 아니었어도 15만 원은 갔을 텐데.’
김근수가 떨어진 주가를 보며 안타까워하는데, 동료 직원 방지혁이 그에게 다가와 슬쩍 말했다.
“경태 씨 말이에요. 혹시 컨티뉴 캐피탈 쪽에서 무슨 얘기를 들은 게 아닐까요?”
“무슨 말이에요?”
“경태 씨 한국대 경제학과 출신이잖아요. 가끔 술자리에서 컨티뉴 캐피탈 이동호 대표가 자기 선배라고 자랑하기도 했고. 같이 OT와 MT도 갔고, 당구도 치러 다녔다고.”
“그러고 보니…….”
김근수는 상장 직전 사표를 내고 나갔던 하경태를 떠올렸다.
‘2년 선배라고 했던가?’
확실히 무슨 얘기를 들었어도 이상할 건 없을 것이다.
“정말로 뭔가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사주를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요?”
“뭐…….”
직접 말하진 않아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보호예수에 걸려있는 우리사주를 팔 수 있는 방법은 퇴사뿐이다.
“지혁 씨는 어떡하게요?”
“아직 모르겠어요. 집사람이랑 상의 좀 해보게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원은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헤지펀드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투자한 것마다 성공하기로 유명한 컨티뉴 캐피탈.
두 배가 올랐을 때였다면 모를까 현재 주가에서 팔기는 좀 아깝다.
‘퇴사가 쉬운 일도 아니고.’
김근수가 고민을 하는 사이 SBC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서 컨티뉴 캐피탈 본사 직원을 인터뷰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직원들은 하던 일도 중단한 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서 나온 발언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바로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주식을 이미 몽땅 팔아치웠다는 것.
해당 발언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모카뱅크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지며,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51,100원으로 내려갔다.
직원들은 일제히 분노해 소리쳤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억지도 정도가 있지.”
“이거 회사 차원에서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인 만큼, 다른 은행과는 달리 직원과 경영진의 소통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임재경 대표는 직원들에게 모카뱅크의 비전과 성장성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다.
우리사주 청약을 독려하며, 상장 직후 대량 매도는 없을 거라고 직접 안심시켜주기도 했다.
때문에 직원들은 다들 해당 발언을 믿지 않았다.
이렇게 ‘아님 말고’ 식의 허위사실을 퍼트려 주가를 폭락시키는 것은 공매도 세력들이 흔히 하는 짓.
김근수는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개자식들! 이런 더럽고 비열하고 추잡한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하다니!”
코스닥 작전주도 아니고, 코스피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의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시장 역시 루머나 과장으로 받아들였는지 장마감 전 하한가가 풀렸고, 주가는 다시 상승해 57,000원에 마감했다.
그런데…….
[모카뱅크 임재경 대표, 총 112만 주, 1,176억 원어치 주식 매도!]
(전략)
공시에 따르면, 임재경 대표는 모카뱅크 상장 직후, 그보다 2주 전에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105,000원에 총 112만 주를 매도해 약 1,176억 원을 챙겼다. 스톡옵션 행사가가 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120억 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는 다른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경영진들은 상장 직후 일제히 보유 지분을 팔았고, 인당 200억 이상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략)
상장 직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대량 매도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이는 부실기업이나 사기 기업에서나 벌어질 법한 행태다.
상장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임재경 대표는 ‘단기적 매도 의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본인을 포함해 경영진 전체가 지분을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ㅅㅂ 뭐지? 사실이라고?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주식을 싹 다 팔아치웠다는 거야?
-뭐야? 이거 실화냐!?
-미치지 않고서야 이게 말이 돼?
-먹튀! 잘 먹었다~ 꺼어억~
-ㅋㅋㅋ 아까 컨티뉴 캐피탈 욕하던 놈들 다 어디 갔냐?
-아니, 안 판다며? 단기적 매도 의사 없다며?
-고점에 팔아서 1천억 챙김. 그걸 개인들이 다 삼 ㅎㄷㄷ
-또 속았냐, 블랙카우들아!!!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이쯤 되면 진짜 사기 아님?
-상장하자마자 경영진이 주식을 싹 다 팔아치운 기업이 있다 없다?
-리트리버코인 상장하자마자 개발자가 다 팔아치우고 도망간 거 생각나네. 모카뱅크가 리트리버코인이랑 다를 게 뭐냐?
-컨티뉴 캐피탈 리포트 나오자마자 던진 사람들이 승자~
-설마 아직도 안 판 흑우들 없제?
-내일이 기대되네. 쩜하 봅니당~
-이제 시작이다. 조만간 9,900원 간다. 꽉 잡아라.
-지금 모카뱅크 직원들 난리 났겠는데???
퇴근 후, 기사를 본 김근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기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경영진이다. 때문에 경영진의 매도는 일반적으로 악재로 인식된다.
상장 당시 공모가가 비싸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넣고 주식을 매수한 것은 모카뱅크의 성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영진이 일제히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은 회사의 성장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영진이 먹튀한 기업을 누가 믿고 사겠는가?
그날, 그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살면서 내일이 온다는 게 이렇게 공포스러운 적은 없었다.
한숨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그는 회사로 출근했다.
‘아닐 거야. 분명 아닐 거야. 사실을 확인해야 해.’
먼저 와있던 직원들은 다들 퀭하고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아마 자신의 얼굴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안에는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숨을 죽인 채 주식창만을 바라보았다.
‘하한가만은 아니기를.’
‘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시곗바늘이 9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거래소가 열리며 거래가 시작됐다.
모카뱅크의 시초가는 39,900원.
마이너스 30퍼센트.
하한가였다.
다른 주식들은 오르내리며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모카뱅크 주가는 39,900원에서 멈춰있었다.
매도물량이 수백만 주가 쌓여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으아아!”
“아, 안 돼!”
몇몇은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나 어떡해.”
“망했네! 망했어! 흐어엉!”
김근수는 망연자실해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그는 52,000원에 1만 4천 주를 샀다. 총 투자금은 7억 2800만 원. 한때는 8억 원 가까이 수익이 났다.
그러나 그 수익은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는 1억 7천만 원 손실로 바뀌었다.
하한가를 친 만큼 앞으로 얼마가 더 떨어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이건 꿈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