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91화 (391/529)

391화. 모카뱅크 (3)

결혼해서 애 키우고 있으니,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런데 5억을 빌려 투자한 우리사주가 폭락한다면?

1년에 5천만 원씩 갚아도 10년이다. 이자를 더하면 기간은 더 늘어날 테고.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서 노예처럼 일만 해야 한다.

웃긴 건, 이 상황이 되면 퇴사도 불가능해진다는 거다. 퇴사하면 바로 회사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하니까.

최한별은 울음을 터트렸다.

“으앙! 나 어떡해?”

“어, 왜 울어?”

최한별은 펑펑 울며 남편을 다그쳤다.

“그러게 내가 조금만 넣자고 했잖아. 뭔 빚까지 다 끌어다가 넣었어? 그거 우리 부모님이 아파트 담보로 대출받아 빌려준 거란 말이야. 그 돈 못 갚으면 엄마아빠 길에 나앉을 수도 있어.”

그러자 하경태는 변명하듯 말했다.

“아, 아니.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100퍼센트 떨어진다는 건 아니잖아.”

“흑흑, 컨티뉴 캐피탈에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잖아.”

“컨티뉴 캐피탈이 틀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물론 컨티뉴 캐피탈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틀리지 않는다.

“일단 둘 다 좀 진정해.”

진세연은 우는 최한별을 먼저 달래주었다.

“괜찮아, 한별아. 울지 마.”

그러고는 하경태에게 말했다.

“경태 넌 당장 사표 쓰고.”

“응?”

“어쨌거나 바로 팔면 몇 억은 버는 거잖아. 1년 동안 주가 쳐다보며 마음 졸이고 있을래?”

하경태는 구시렁거리듯 말했다.

“이직해서 이제 간신히 적응했는데. 앞으로 성장성도 크고.”

주가는 미래의 가치를 반영한다.

모카뱅크의 공모가가 이렇게 높게 책정된 건 몇 년 후면 10배, 20배 성장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

이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게 쉽지는 않겠지.

하경태가 자꾸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퇴사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자, 최한별이 버럭 소리쳤다.

“우리 애 생각은 안 할 거야!? 정말로 미루 말대로 폭락해서 빚도 못 갚으면 어쩔 건데!?”

계속된 강요와 설득 끝에 결국 하경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퇴사하고 우리사주 다 팔게.”

“잘 생각했어.”

나중에 모카뱅크 폭락하는 거 보면 나한테 절이라도 하겠지.

얘기가 다 끝나고 나자 택시를 불렀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난 경고하듯 말했다.

“모카뱅크 상장하면 그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팔아. 괜히 주가 보고 헛생각하지 말고. 알았지?”

“응, 알았어.”

퇴사할 생각에 걱정되는지 대답에 힘이 없다.

최한별은 택시에 타며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 미루야.”

* * *

다음 날.

난 출근해서 모카뱅크와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동호 선배가 물었다.

“모카뱅크는 왜? 사게?”

난 어제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

“이야! 하경태가 우리사주 받으려고 이직까지 하고, 빚 풀로 땡겨서 샀다고? 완전 인생을 배팅했네.”

“그런 셈이죠.”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이직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행동력 하나는 칭찬할 만하다.

“그거 지금 장외가는 더 높지 않아?”

“그렇긴 해요.”

현재 장외가는 8만 원 수준.

지금 시점에서는 거의 모두가 모카뱅크 상장을 대박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문에 다들 어떻게 해야 한 주라도 더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사주로 원하는 만큼 물량을 받아갈 수 있다면, 돈 놓고 돈 먹기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는 없는 법.

당장이야 오른다 쳐도 1년 후 주가가 어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알지만.

동호 선배는 같이 자료를 살펴보았다.

“공모가가 5만 2천 원이면 꽤 메리트 있지 않나? 청약경쟁률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장외공모가에 비교하면 그런데, 실제 기업 가치는 냉정하게 따져봐야죠. 모카뱅크 PER이 무려 300배예요.”

그렇다면 동종업종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은행주들의 PER은 어떨까?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5 정도 수준이다. 코스피 평균 PER이 10이 넘어가는 걸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낮다.

그 이유는 정부의 규제를 강하게 받는 데다가 성장성이 떨어지기 때문.

당장 대출금리 올라서 서민들 힘들어한다는 뉴스가 뜨면, 기재부에서 은행장들 호출해서 대출금리 내리라고 압박한다.

저성장주는 배당이라도 많이 해야 하는데, 역시나 건전성을 중시하라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배당률도 낮다.

“수익이야 아직 초창기인 만큼 낮을 수도 있잖아. 향후 수익이 늘어나면 자연히 개선될 테고.”

“그렇죠.”

지속적인 투자로 수익이 낮거나,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는 기업도 있다. 따라서 PER만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흠, 공모가 기준으로 PBR이 15구나.”

참고로 은행주 평균 PBR은 0.5.

이에 비하면 모카뱅크는 30배나 높은 셈이다.

동호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대체 왜 이렇게 책정된 거지?”

“인터넷은행 상장은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기업의 적절한 가치는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보통 공모를 할 때는 이미 상장되어있는 기업 중 비슷한 업종을 꼽아서 가치를 비교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없던 신규 업종의 경우에는 어떤 기업과 비교해야 할까?

모카뱅크는 인터넷은행.

이 기업을 ‘인터넷’ 은행으로 보느냐, 인터넷 ‘은행’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인터넷’에 방점을 찍는다면 IT나 플랫폼 기업들과 비교를 해야 하고, ‘은행’에 방점을 찍는다면 은행들과 비교를 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적용되는 PER이 다르고, 아무래도 성장성이 큰 IT업종의 PER이 높은 편이다.

영화관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좌석 수 이상의 관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OTT는 무한대로 접속이 가능하다.

때문에 멀티플렉스 기업보다 OTT 기업이 더 높은 PER을 적용받는 것이다.

당연히 모카뱅크 측은 자신들을 ‘금융 플랫폼 기업’이라 칭하며, 플랫폼 기업들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증권사도 그 주장에 동조했다.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이야 공모가 높게 받으려고 온갖 생쇼를 다하지. 레드홀 스튜디오만 해도, 상장 당시 자신들은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캐릭터 사업도 할 거라며, 게임사가 아닌 다즈니와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탑티어 엔터도 자신들이 단순 엔터회사가 아닌 애니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회사라 주장했죠.”

이는 전부 높은 공모가를 받아내기 위함.

“넌 모카뱅크가 은행주와 동일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이 정도 멀티플을 적용받는 게 과연 맞냐는 거죠.”

인터넷은행인 만큼 성장성이 큰 기업인 건 사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면 성장세는 줄어들 테고, 시장을 장악한다고 반드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모카뱅크가 금융사라는 것이다.

게임은 한번 대박이 터지면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순식간에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일반 은행과 동일한 정부 규제를 적용받는다.

설사 한국에서 각종 규제를 뚫고 성장한다 한들, 외국에 나가면 다시 그 나라의 금융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잘된다 한들 내수기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거 어떤 기준으로 상장하는 거지? 기술평가 특례상장제도인가?”

“티슬라 요건이요.”

“아아, 요즘 그걸로 엄청 상장하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있지만, 상장되는 기업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주식거래소.

아무 기업이나 원한다고 들어갈 수는 없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코스피의 경우 매출 1000억 이상, 자본 300억 이상이어야 하고, 코스닥의 경우에는 매출 50~100억 이상, 자본 15~30억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수익을 내야 한다.

문제는 최근에 이러한 요건이 통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과거 기업들은 매출이 성장하면 수익도 늘어났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시장 장악에 주력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를 지속하며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기도 한다.

미국의 전기차 기업 티슬라가 대표적이다.

티슬라는 창사 이래 계속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됐다.

덕분에 투자금을 모집해 계속해서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티슬라가 흑자를 내기 시작한 건 상장 후 10년이 지난 이후.

그리고 티슬라는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이 됐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 역시 기존의 특례상장제도 외에 다른 제도를 도입했다.

정식 명칭은 ‘이익미실현 특례상장’이지만, 보통은 티슬라 요건이라 불린다.

물론 아무리 티슬라 요건이라고 해도 아무 기업이나 상장해주지는 않는다.

시총 500억 원 이상, 매출액 30억 원 이상 등의 조건이 있다. 그러나 다른 상장 요건에 비하면 느슨한 편.

티슬라 요건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가 아닌, 증권사의 추천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이 제도가 생겨난 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상장했다.

모카뱅크 역시 바로 이 티슬라 요건으로 상장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티슬라가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티슬라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니죠.”

지금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티슬라만 해도 망할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만약 제때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정말로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모카뱅크가 위험하다는 거야?”

“예.”

상장 이후 모카뱅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주가는 최고가 대비 90퍼센트 넘게, 공모가 대비해서 80퍼센트가 폭락한다.

초기 투자자들은 그 전에 재빨리 팔고 나갔고, 그 주식을 떠안은 것은 공모에 청약하고, 이후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거 돈 냄새가 좀 나지 않아요?”

“어떻게 하려고?”

현재 모카뱅크의 가치는 ‘금융 플랫폼 기업’이기에 가능한 것.

“가치산정의 기준점을 은행으로 바꾸고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폭락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모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와 리포트는 지금도 있지 않아?”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다들 청약을 받기 위해 번호표 뽑고 대기 중이다.

“컨티뉴 캐피탈이라면 좀 다르겠죠.”

“하긴.”

물론 리포트 하나로 주가를 떨어트리는 건 한계가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상장 직후 벌어질 다른 일들과 결합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지.

“언제 하려고?”

“오래 기다릴 것 있나요? 상장 직후 바로 시작하죠.”

사이즈가 작은 기업은 털어봐야 먹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모카뱅크는 공모가 기준으로 시총이 25조 원. 상장 이후 두 배가 오르면 무려 50조 원이다.

이 정도면 작정하고 털어먹을 수 있다.

“공모받은 사람들 엄청 손해 보겠는데.”

난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응?”

“한국에서는 티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에 한 가지 조건이 따라붙잖아요.”

내 말에 동호 선배는 바로 눈치챘다.

“아! 환매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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