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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89화 (389/529)

389화. 모카뱅크 (1)

신세기그룹은 S마트에 이어 신세기몰과 SSM, 그리고 편의점까지 통통치킨 판매를 확대했다.

홍보와 집객이 목적인만큼 배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약간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여론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

그 외에 개인 매장들에서도 일부 저가 프랜차이즈들도 레드킹, 골드캐슬, 블래랙나이트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소비자들은 고가의 프랜차이즈 치킨과 저렴한 치킨 중에 골라서 사먹을 수 있게 됐다.

사무실에 잠깐 들른 민아름은 나에게 말했다.

“오빠가 미루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달래요.”

“뭘요.”

통통치킨 출시는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이었고, 신세기그룹은 큰 이익을 얻었다.

S마트는 ‘치킨 맛집’으로 알려지며 사람들이 몰리며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민기진 전무는 치킨인들의 강력한 지지와 호감을 얻었다.

내가 얻은 이익은 딱히 없지만, 치킨값을 내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덕분에 내가 치킨값 인상의 주범이라는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1회차 때 치킨집 했던 게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배워두면 다 쓸 데가 있는 법이지.

“오빠가 언제 같이 식사 한번 하자고 하던데요.”

“저야, 좋죠.”

민아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동호 씨도 한번 만나보자고 하네요.”

그러자 동호 선배는 당황했다.

“어! 저요? 저는 왜?”

“저희 오빠 만나기 싫어요?”

“아, 아니요. 그럴 리가. 안 그래도 처남 한번 만나보려고 했어요.”

“…….”

언제 봤다고 벌써 처남이야?

난 진세연과 통화했다.

[PD님도 국장님도 다들 싱글벙글이야. 그 뒤로 라디오 청취율이랑 에이튜브 조횟수도 엄청 올랐어.]

“BQQ치킨 광고는 어떻게 됐어?”

[비용 절감을 위해 단가가 비싼 TV 광고부터 빼려나 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비슷해.]

이는 보복 때문이 아닌, 가격 인하를 위해 비용절감에 나섰기 때문.

좋은 일이다.

톱스타 써서 광고할 돈 있으면 치킨값부터 내려야지.

[그런데 정말로 컨티뉴 캐피탈에서 레시피를 제공해준 거야?]

“응. 맞아.”

정확히는 내가 제공해줬다.

[그래서 미리 나한테 자료를 건네줬던 거구나. 아! 혹시 민기진 전무님이 라디오 출연한 건 미루 니가 부탁한 거야?]

난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컨티뉴 캐피탈 왔을 때 슬쩍 얘기했어. 통통치킨 홍보가 될 거라고 하니까, 흔쾌히 나가겠다고 하던데.”

[정말? 고마워. 내가 밥 한번 살게.]

요즘 들어 나한테 밥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아! 아까 한별이한테 연락받았는데, 주말에 모임 한번 하자는데. 너도 연락받았지?]

“응. 승훈이가 알려주던데.”

[올 거야?]

그러고 보면 동기들 얼굴 본 지도 오래됐다.

여유가 있을 때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 *

모임 장소는 한국대 근처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카페로 들어갔다.

“여기야, 미루야.”

안으로 들어서자 2층 창가 쪽에 있던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다름 아닌 진세연이다.

난 맞은편에 앉았다.

“언제 왔어?”

“나도 방금 왔어.”

이렇게 만나는 건 지난번 LA에서 있었던 K-팝 콘서트 이후 처음.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지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아?”

“에이, 지유라면 모를까 내가 그 정도는 아니야.”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유명 연예인이라 해도 길가다 마주치면 대부분 누구인지 잘 모르기 마련이지.

얘기를 하던 진세연은 갑자기 물었다.

“너 지유랑 연락해?”

난 얼버무리듯 말했다.

“웅. 뭐, 일 때문에 가끔.”

“흠, 그래? 지유가 니 얘기를 해서.”

“그래?”

내 얘기를 할 게 있나?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컨티뉴 캐피탈이 내 거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설마 사촌언니에게 말해준 건 아니겠지?

“나에 대해서 뭐래?”

“그냥 일 관련해서 이것저것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이번에 최초로 써릴 스크린을 활용해 콘서트한 것도 네 덕분이라고 하던데.”

“아…….”

표정을 보니 전혀 모르는 듯했다.

비밀을 꽤 잘 지키는 편인가?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눴다. 웃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지유랑 닮았다는 생각인 든다.

진세연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어! 벌써 시간 이렇게 됐네. 애들 모였겠다.”

“가자.”

약속 장소인 호프집으로 들어가자, 박승훈이 물었다.

“뭐야? 왜 둘이 같이 들어와? 니들 설마……?”

그러자 진세연은 손을 내저었다.

“에이, 아니야.”

왠지 강하게 부인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진세연은 인싸답게 오랜만에 만난 애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일단 한 잔 받아.”

우리는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며 각자 대화를 나눴다.

“나 요즘 접대 하느라 골프 배우는 중이잖아.”

“그거 운동 좀 돼?”

“운동은 개뿔. 팔목이랑 허리에 무리 가서 매일 파스 붙이고 다녀.”

“사수가 그러는데 사회생활하려면 무조건 배워야 한대. 어차피 칠 거면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고.”

“이번에 연금이랑 보험 또 오르던데.”

“무슨 직장인이 봉도 아니고.”

대학생 시절 때 모여서 술 마시면 온갖 쓸데없는 얘기를 다 했던 것 같은데, 다들 직장인이 되고 나니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뿐이다.

하경태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중에 제일 성공한 건 한미루 아니냐?”

“내가 왜?”

“넌 컨티뉴 캐피탈 들어갔잖아.”

그 말에 다른 동기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 맞다. 컨티뉴 캐피탈에서 일한다고 했지.”

“이동호 선배님은 잘 지내셔?”

“혹시 컨티뉴 캐피탈은 사람 더 안 뽑아?”

“거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인맥으로 좀 안 되나?”

우리 회사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왠지 뿌듯하다.

KD증권에 다니는 민형수가 슬쩍 물었다.

“동호 선배가 신세기그룹 막내딸이랑 사귄다는 얘기가 있던데 진짜야?”

“응?”

그 소문이 벌써 퍼졌어?

난 민형수에게 물었다.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찌라시에서.”

“…….”

역시 증권가 찌라시.

증권가에서는 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만큼이나 이러한 가십거리 역시 찌라시로 나돈다.

그런데 이게 무시할 게 아닌 게, 재벌가에서 누구랑 누가 결혼하느냐에 따라 계열 분리나 합병이 이뤄지기도 한다.

후계자의 결혼에 따라 특정 종목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정보를 빠르게 얻는 것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찌라시 믿고 매매했다가는 대박보다는 쪽박 찰 확률이 높으니,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번 통통치킨도 사태 때도 컨티뉴 캐피탈이 레시피를 제공해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던데.”

“……응?”

아니, 이건 또 뭔 소리야?

내가 S마트에 레시피를 제공해준 건 그저 모두가 저렴하고 맛있는 치킨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

동호 선배와 민아름이 사귀는 것과는 전혀 관련 없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동호 선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나. 그래서인지 모두가 나를 주목했다.

굳이 숨길 일도 아니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알려질 일이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둘이 사귀고 있어. 사귄 지 좀 됐어.”

내가 확인해주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와! 진짜?”

“말도 안 돼!”

“우리 선배가 신세기그룹 막내딸과 사귄다니!”

“민아름이면 완전 셀럽 아니야? 얼굴 예쁘고, 똑똑하고. 아! 얼마 전 패션계의 유명인 10인에도 뽑혔던데.”

“에이, 그렇게 따지면 동호 선배는 컨티뉴 캐피탈 한국 지사장인데. 이 정도면 재벌그룹 딸 만날만 하지.”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학교에서 실없는 농담이나 하며 장난을 치던 선배가 재벌가 딸과 사귄다고 하니,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지.

“지금 록허트 대표가 한국에 와 있다며? 만나봤어?”

“자주 만나고 있지.”

“딸 치료 때문에 왔다는 게 진짜야?”

“응.”

딱히 언론에 알리지 않았음에도, 데이비드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은 여기저기 알려졌다.

유명 사모펀드 대표가 방한했다고 하니, 그 의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오직 딸의 치료 때문.

참고로 여기저기서 만나자는 사람들은 많지만, 데이비드는 병원과 회사만 왔다갔다하고 외부와 일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다 마신 맥주잔을 내려놓자, 최한별이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맞다. 고마워, 미루야.”

“뭐가?”

“축의금 말이야. 뭘 그렇게 많이 넣었어? 처음에 잘못 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하경태도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맞아. 그거 진짜 다 받아도 되는 거야?”

내가 얼마나 냈더라? 신랑신부 각각 100만 원씩, 총 200만 원 냈나?

내 입장에서는 얼마 안 넣은 거지만, 받는 사람 생각은 다르겠지.

“넣어 둬. 애 키우려면 돈 많이 필요하잖아.”

둘이 서둘러 결혼한 건 속도위반 때문. 그래서 결혼 6개월 후 바로 애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아들이야, 딸이야?”

“아들.”

“귀엽겠네.”

하경태는 손을 내저었다.

“귀엽긴. 맨날 울어대서 힘들어 죽겠어. 애 보다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최한별이 핀잔을 주듯 말했다.

“보면 얼마나 본다고. 하루 종일 나랑 엄마가 보는데.”

“아, 아니. 그건 야근 때문이고. 야근만 아니면 바로 집으로 달려와서 우리 애 봤지.”

그러고 보니 얘가 어디서 일했더라?

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너 미래은행 다녔나?”

하경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는데 이직했어.”

“이직? 어디로?”

“모카뱅크.”

“모카뱅크면…… 인터넷은행인가?”

“맞아.”

과거 은행은 지점에 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

이는 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굳이 지점을 찾지 않고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렇다 보니, 아예 지점이 없는 은행도 생겨났다.

바로 인터넷은행이다.

정부는 미국 등의 사례를 참조해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고, 총 세 곳에 은행업 허가를 내주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카뱅크다.

“올해 초에 모카뱅크에서 경력직 구한다고 하기에 재빨리 이직했지.”

박승훈이 물었다.

“거기 어떤데? 미래은행보다 괜찮아?”

“아니. 연봉이나 복지 따지면 미래은행만은 못하지. 일도 더 빡세고. 사람이 적어서 매일 야근도 해야 하고. 힘들어 죽겠다.”

“그럼 왜 이직한 거야?”

“다 이유가 있지. 이번에 모카뱅크가 상장하는 거 알지?”

“뉴스 봤어.”

다른 친구들도 한마디씩 했다.

“GL엔텍 이후 최대 IPO라며? 이번에 공모하는 금액만 해도 어머어마하던데.”

“나도 공모주 청약하려고 하는데, 경쟁률 엄청 치열할 것 같던데.”

“지금 공모가 얼마지?”

“5만 2천 원. 그런데 지금 장외에서 8만 원쯤에 거래된단 말이지.”

“와! 그럼 청약만 하면 50퍼센트는 먹는 거잖아.”

“너 설마……?”

하경태는 씨익 웃었다.

“응. 상장 전에 임직원들 대상으로 우리사주 청약을 받잖아.”

“우리사주 받으려고 이직한 거구나.”

“바로 그거지. 우리는 임직원 숫자가 많지 않아 맥스까지 받을 수 있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마시던 맥주를 살짝 뿜었다.

“풉!”

그러자 옆에 있던 진세연이 티슈를 뽑아서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애도 아니고 왜 마시다 흘려?”

“아, 아니…….”

우리사주제도.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원이 주주가 되면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테고, 그렇게 해서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면 직원은 큰돈을 벌 수 있다.

기업은 상장 전에 공모 물량의 일부를 우리사주로 배정해 임직원들이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난 하경태에게 말했다.

“야, 우리사주 그거 사지 마.”

그러자 녀석은 당황했다.

“응? 왜?”

난 딱 잘라 말했다.

“사지 말라면 그냥 사지 마,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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