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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88화 (388/529)

388화. 치킨 게임 (8)

치킨값 인상은 원재료 상승 때문이 아닌, 상위 업체들의 암묵적 담합의 결과였다.

한 업체가 2천 원, 3천 원씩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재빨리 따라 올렸다.

이렇게 오랜 기간 다 같이 합심해서 노력한 덕분에 치킨값 2만 원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은 멈출 줄을 몰랐다.

당연하게도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에 홍인균 회장은 코웃음을 쳤다.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될 것을! 맛있는 치킨은 먹고 싶고, 돈은 적게 내고 싶어 하는 건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지.’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비싼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상식이 통통치킨 때문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비난 여론은 점점 커졌고, 판매량과 매출도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에 본사는 버틸 수 있지만, 가맹점은 버티기 힘들다. 가맹점은 본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올린 가격인데!’

홍인균 회장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치킨을 파인 다이닝이나 오마카세에 비유하며, 서민 음식 이미지를 버리고 프리미엄 이미지로 메이킹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격 경쟁을 벌이는 순간, 이제까지 힘겹게 쌓아 올린 그 이미지가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한번 가격을 낮추면, 다시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그는 가격을 인하하는 대신 S마트가 통통치킨을 판매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S마트 본사 앞에서 크게 시위해서 가맹점과 소상공인 피해를 부각하고, 삭발식 한 번 하면 정치권이 움직이겠지?’

10년 전, 리테마트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를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앞장서서 ‘대통치킨이 치킨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며 맹비난했던 사람이 바로 그다.

이번 시위에 한정치킨, BQQ치킨, 루루치킨은 물론이고,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와 개인 치킨가게 사장들도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기사가 나왔다.

[S마트, 골드소스, 레드소스, 블랙소스 자영업자에게 판매!]

[양재호 사장, S마트는 소상공인과 상생 경영해나갈 것!]

[신세기몰, 치킨교실 오픈! 치킨 조리법 전수!]

[민기진 전무, 컨티뉴 캐피탈에서 레시피 제공받았다고 밝혀]

-아니, 여기서 컨티뉴 캐피탈이 왜 나와?

-오코너 버거랑 관련이 있나? 설마 오코너 버거 창립자가 만들어줬나?

-와! 미쳤네. 저렴한 치킨을 만들어 달라며 로열티도 받지 않았다니~

-ㅋㅋㅋ 프랜차이즈 본사들 보고 있나?

-오우! 소스 판매! 그럼 이제 어디서든 레드킹, 골드캐슬, 블랙나이트 치킨을 맛볼 수 있는 건가?

-S마트 멀어서 가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판매처 더더더 늘려주세요!

홍인균 회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짓을!”

치킨에 바르는 소스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이다.

때문에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준다는 장맛 비법처럼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런데 S마트는 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상표 사용마저 허용하겠다니!

이는 BQQ치킨은 물론 어떠한 프랜차이즈도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게다가 판매하는 소스 가격은 프랜차이즈가 공급하는 소스 가격의 절반 이하였고, 파우더와 튀김유 등 자영업자들을 위한 식자재 공급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던 개인 치킨집 사장들은 멈칫했다.

“소스를 원가에 판매하고 제조법도 공개하겠다고?”

“치킨교실을 열어 자영업자들 교육도 해준다고?”

“그럼 우리도 프랜차이즈보다 맛있는 치킨을 팔 수 있게 되는 거잖아.”

물론 통통치킨만큼 가격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동네 치킨집과 대형마트 치킨은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대형마트와 달리 동네 치킨집은 홀도 있고 배달도 한다. 따라서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난리가 났다.

이제는 S마트뿐 아니라 동네 치킨점들과도 싸워야 할 상황.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소스 공급가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 ‘본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게다가 S마트의 반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 *

S마트 숫자라고 해봐야 200여 곳이 안 된다.

그런데 신세기그룹은 앞으로는 통통치킨을 S마트뿐 아니라 쇼핑몰, SSM,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개인 치킨 매장에 소스를 공급하기로 한 만큼 이 소식은 별로 주목받지 않았다.

대신 함께 발표한 다른 기사가 크게 주목 받았다.

[S마트 ‘먹어서 기부하자’ 이벤트 시작! 통통치킨 100마리당 1마리씩 저소득층과 보육원에 기부!]

[민기진 전무, 통통치킨이 단종되는 날까지 기부를 지속할 것!]

여론은 바로 반응했다.

-오우! 한 방에 2천 마리를 기부한다고?

-가격 인상 후 비난이 쏟아지자. 꼴랑 100마리 기부했던 모 프랜차이즈랑 비교되네.

-그럼 통통치킨 단종되면 기부도 중단되는 거 아니야?

-프랜차이즈들이 과연 저만큼 대신 기부할 수 있을까?

-ㅋㅋㅋ 그럴 리가. 영업이익 알뜰하게 챙기기 바쁜데, 기부까지 하겠음?

-통통치킨 단종시키자 = 애들 치킨 먹이지 말자

-아이들 치킨 먹이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먹어야겠네.

-오늘부터 1일 1닭 간다!

-먹어서 기부하자!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가 예고한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한 투쟁’ 시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컸다.

-2만 원에 팔든 3만 원에 팔든, 영업이익을 20퍼센트 남기든 30퍼센트 남기든 니들 알아서 하고. 우리는 그냥 통통치킨만 사 먹을 수 있으면 됨.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에 팔든 그건 장사꾼 마음이라며? 그럼 대형마트에서 싸게 파는 것도 장사꾼 마음 아님?

-어떤 놈이든 통통치킨 공격하면 적이다. 통통치킨 판매 중단 운동한다고? 바로 불매운동 들어간다 이거야!

-가맹점들도 가격 인상의 피해자입니다. 매주 시켜 먹던 단골이 ‘가격이 올라서 이제는 못 시켜 먹겠네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죄송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ㅜㅜ

-아니, 그럼 본사를 상대로 싸워야지, 대체 왜 통통치킨을 상대로 난리 치는 거야?

-시위에 참석하는 프랜차이즈 명단 실시간으로 공개합니다. 어떤 업체가 통통치킨에 반대하는지 전국민에게 알리겠습니다.

-안 먹어서 응원하자!

-ㅅㅂ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맞불 시위 가즈아!

-과거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리테마트를 공격했고 모두가 침묵했다. 그날 인류는 대통치킨을 잃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인류는 그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셈인가?

-치킨 3사로 하여금 통통치킨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이번 치킨 게임에서 우리가 잃을 것이라고는 가성비 개창렬의 치킨들뿐이요, 얻을 것은 핵가성비 치킨이다! 전국의 치킨인들이여, 단결하라!

-정신 차리자, 진짜. 나는 지금 통통치킨을 지키는 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절대 통통치킨 못 잃어! 민주주의 못 잃어! 나는 대한민국 못 잃어!

* * *

반발 여론이야 어쨌든 홍인균 회장은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한 시위를 강행했다.

그런데 동네 치킨집을 운영하는 개인 자영업자들이 전부 빠져나갔고, 여론의 눈치를 본 중소 프랜차이즈들도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되자 시위 규모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가맹점주들이라도 모아서 어떻게든 시위를 하려고 하는데, 부하 직원이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가맹점주들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은 홍인균 회장은 버럭 소리쳤다.

“뭐? 대체 왜 안 하겠다는 건데? 이대로 다 굶어 죽을 거야?”

“그게…… 가맹점주들끼리 따로 모여서 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원재료 공급가를 낮추고, 원가를 공개하라는 시위를 하겠다고…….”

“……응?”

* * *

프랜차이즈 본사는 큰 기업이지만, 거기와 계약한 가맹점주는 소상공인이다.

오너가 사고를 쳐도 피해는 가맹점이 입고, 불매운동이 벌어져도 피해자는 가맹점이 된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인상과 통통치킨의 인기로 인한 피해는 가맹점이 뒤집어썼다.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분노가 통통치킨으로 향하기를 바랐지만, 여론이 S마트를 지지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식자재의 원가를 공개하고, 공급가를 인하해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치킨값 계속 올려봐야 본사만 돈 벌지, 가맹점 수익은 그대로다!”

“광고나 이벤트 할 때마다 그 비용도 전부 가맹점이 부담한다!”

“우리도 싸게 팔고 싶다! 하지만 본사에서 식자재 공급가를 낮추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S마트에서 한 통에 9천 원에 판매하는 소스를 어째서 본사는 2만 8천 원에 공급하냐? 원가를 공개하라!”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원가 공개 소송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시위나 소송 여부를 떠나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가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견디다 못한 BQQ치킨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홍인균 회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BQQ치킨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원가를 절감해서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BQQ치킨에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정치킨과 루루치킨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 역시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이제까지 오르기만 하던 치킨 가격이 처음으로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ㅋㅋㅋ 구국의 결단이라도 하는 줄.

-누가 들으면 한 번에 1만 원은 내린 줄 알것네.

-와! 인하해서 2만 원!

-2천 원 올렸던 거 다시 내리는 거면서 뼈를 깎는 고통 이 지랄 ㅋㅋㅋ

-응. 안 시켜 먹어~

-안 사 먹어서 응원합니다!

-아직도 2만 원짜리 치킨 시켜 먹는 흑우들 없제?

* * *

주현진은 술병을 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젠장!”

신세기그룹은 판매처를 늘렸고, 이제는 동네 치킨집들도 레드킹 치킨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맹점들의 반발은 점점 커졌고, 원가를 공개해 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됐다.

이전이었다면 감히 그런 요구를 하는 가맹점에 대해 가차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에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한정치킨 역시 BQQ치킨과 루루치킨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내려야 할 처지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30퍼센트씩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그놈들이 왜 나오는데?”

설마 이번 일에 컨티뉴 캐피탈이 관련되어 있을 줄이야!

지금도 컨티뉴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한정물산 경영권 분쟁까지만 해도 컨티뉴 캐피탈은 그렇게 대단한 곳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도 얼마 없었고, 10대 그룹 입장에서는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세계적인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그리고 한미루는 그가 감히 말을 섞을 수 없는 대단한 존재가 됐다.

이번 일에 대해 조사를 해본 박명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레시피를 제공한 사람이 한미루라는 얘기가 있어.”

“뭐?”

“S마트 강남점 조리실에 나타나서 직접 치킨을 만들었대.”

“그놈이 대체 어떻게……?”

주현진은 문득 예전에 한미루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아는 사람이 한정치킨 가맹점을 운영했는데 본사의 갑질로 망했어요.’

그때는 그 말이 자신을 놀리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그 말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날 무너뜨리려고 레시피를 개발한 건가?’

주현진은 한때 10대 재벌그룹의 아들이었다.

만약 한정그룹이 해체되지 않았다면, 주현진은 HJ푸드와 그 외의 식품 계열사들을 분리해 자신의 몫으로 챙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룹은 사라졌고 가족들과도 절연했다.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모든 걸 잃은 그에게 남은 건 한정치킨 하나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마저 흔들리는 중이다.

‘바로 그놈 때문에!’

그는 술김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뒤.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지? 니가 이번 일을 꾸민 거지?”

[뭔 헛소리야?]

“너야! 분명히 너야! 대체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어?”

[됐고 치킨값이나 내리시죠. 순순히 치킨값을 인하하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주현진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 * *

난 전화를 끊었다.

“뭐야, 이 미친놈은?”

갑자기 전화해서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그래도 목소리를 들어보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문득 1회차 우리 매장에 찾아와 갑질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랑 지금은 서로의 위치가 많이 바뀌었지.

옆에 있던 선우가 물었다.

“누구야?”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 신경 쓸 필요 없는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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