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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83화 (383/529)

383화. 치킨 게임 (3)

컨티뉴 캐피탈을 다녀온 민기진은 바로 S마트를 총괄하는 양재우 사장을 호출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민기진은 한미루의 말을 전해주었다.

“S마트에서 반값 치킨을 내놓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형마트에는 즉석조리식품 코너가 있고 튀김, 피자, 족발, 초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 중이다.

여기에는 치킨 역시 포함되어 있다.

“가격을 최대한 낮춘다면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양재우 사장은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해본 다음 말했다.

“치킨은 원가가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마진을 최소화한다면 7천 원도 가능합니다.”

음식 가격에 식재료만큼이나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임대료와 인건비.

하지만 어차피 마트에서 판매하는 거니 임대료가 나가지 않고, 이미 조리를 맡은 직원들이 있으니 인건비가 추가로 나갈 것도 없다.

게다가 생닭을 비롯한 식재료 역시 생산 농가와 직거래를 하고, 대량 구매에 장기계약을 맺고 있으니, 프랜차이즈만큼이나 저렴하다.

양재우 사장은 S마트로 오기 전 프랜차이즈 대표를 맡았었다. 그런 만큼 한국 치킨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치킨값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큽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반값 치킨을 내놓는다면 큰 홍보 효과와 집객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들에게 타격을 주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지금 판매하는 후라이드나 양념치킨이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 3사를 능가할 만한 치킨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현재 치킨 시장은 저가와 고가로 어느 정도 양분되어 있다.

비싼 치킨이 잘 팔리는 것은 가격에 걸맞은 맛과 품질이 있기 때문. 그런데 대형마트에서 반값에 판매하는 치킨이 프랜차이즈의 2만 원짜리 치킨보다 맛있다면?

당연히 여론은 뜨겁게 반응할 테고,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레시피가 있겠습니까?”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은 쉽다. 실행으로 옮기기가 힘들 뿐이지.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좀 황당했다.

“컨티뉴 캐피탈 팀장이 직접 만들겠다고 합니다.”

잠시 후, 양재우 사장은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예?”

* * *

난 집들이 겸 동호 선배, 민아름, 성윤아를 집으로 초대했다.

데이비드도 불렀는데, 메기 때문에 못 왔다. 강선우는 일 때문에 아직 회사에 있고.

한 명씩 손님을 맞이하는데, 초대하지도 않은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우왕! 집 좋다.”

난 불청객을 보고 당황했다

“니가 어떻게 여기를……?”

그러자 불청객은 뻔뻔하게 반문했다.

“왜? 오늘 집들이라며?”

“어떻게 알았어?”

세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름 언니가 얘기해줬어.”

“…….”

어느새 내 주위 사람들을 다 포섭해놓았을 줄이야.

정말이지 무서운 아이다.

“왔어, 세나야?”

“반가워요, 언니!”

민아름과 성윤아는 반갑게 세나를 맞아주었다.

세나와 함께 온 소진이는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빠.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안녕.”

사실은 초대한 적 없고, 한세나가 멋대로 데려왔을 뿐이지만, 소진이에게 그런 티를 낼 수는 없는 노릇.

“이거 집들이 선물이에요.”

“이게 뭐야?”

“디퓨져예요. 머리를 맑게 해주는 향이래요.”

“고마워.”

센스있는 선물이다.

원래 예쁜 아이지만,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인다.

가능하다면 한세나 대신 여동생으로 삼고 싶을 정도다.

난 한세나를 보며 물었다.

“너는 뭐 없니?”

“어, 귀여운 여동생이 와준 것만으로 좋은 선물이 아닐까?”

“…….”

응, 아니야.

혼자 왔으면 내쫓았을 텐데, 소진이 때문에 참는다.

다들 집을 둘러보며 잘 꾸며놨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와아! 한강이 한눈에 보이네요.”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요.”

“엄청 잘 꾸며놨네.”

전부 민아름의 솜씨다.

세나는 손님방을 보더니 말했다.

“다음에 놀러 오면 여기서 자면 되겠네. 내 옷 좀 가져다 놓을까?”

“……오지 마.”

세나는 못 들은 척하며 배를 문질렀다.

“집에 뭐 좀 먹을 거 없어? 나 밥 안 먹고 왔는데.”

“지금부터 요리할 거야.”

내 말에 세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오빠가 요리를 한다고?”

“당연.”

성윤아가 물었다.

“어! 미루 씨 요리 잘해요?”

세나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훗, 잘하긴요. 엄청 못 해요. 예전에 파스타 한다고 했다가 냄비 홀라당 태워 먹어 엄마한테 혼났어요. 라면도 제대로 못 끓여서 맨날 저한테 끓여달라고 시켰구요.”

“…….”

아니, 그건 그냥 귀찮아서 시킨 거야.

“그래서 메뉴는 뭔데?”

“치킨.”

사실 지금도 다른 요리는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치킨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내 손끝에서 튀김옷 두른 채 끓는 기름 속으로 다이빙한 닭만 해도 10만 마리가 넘는다.

이렇게 말하면 과장으로 들리겠지만 진짜다.

나와 선우가 차린 가게는 한정치킨 가맹점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애초에 할 거 없으니 치킨집이나 해보자며 대충 차린 게 아니다.

선우는 그동안 알뜰살뜰하게 모아놓은 적금과 회사를 나오며 받은 퇴직금까지 전부 투자했다.

그런 만큼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해 입지가 좋은 곳을 골라 가게를 열었고,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벌였다.

일 평균 150마리를 판매했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이벤트가 있는 때면 하루에 300마리도 넘게 팔았다.

닭 튀기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손목과 팔목에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했고.

회귀하며 그때의 흉터는 사라졌지만, 매일같이 닭을 튀겼던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난 넓은 주방 앞에 서서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부터 제 요리 솜씨를 보여드릴 테니, 잘 보세요.”

* * *

와장창!

세나는 엎어진 도구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잡아주든지.

“오빠가 무슨 요리를 한다고 그래?”

난 변명하듯 말했다.

“……오랜만이라서 그래.”

변명을 좀 더 하자면 음식점 주방과 가정집 주방 구조가 전혀 다르고, 그때는 본사에서 제작한 특수 조리기구를 사용했다.

성윤아가 슬쩍 물었다.

“제가 좀 도와줄까요?”

그러자 소진이도 말했다.

“저, 저도 도울게요, 오빠.”

두 사람은 서로 돕겠다고 나섰다.

확실히 혼자 하기 보다는 조수가 있으면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집들이에 온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

난 옆에서 돕지는 못할망정 팔짱을 낀 채 훈수나 두고 있는 동생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일일 조수로 임명할 테니, 옆에서 오빠를 돕도록.”

“뭐래? 내가 왜?”

“용돈 안 필요하니?”

그러자 세나는 바로 경례를 붙였다.

“넵, 쉐프! 뭐부터 할까요?”

좋은 자세다.

“냉장고에 있는 닭부터 꺼내와.”

어제 미리 닭을 사서 먹기 좋게 자른 다음 재워놓았다.

“이게 뭐야? 왜 우유에 담가 놓은 거야?”

“이래야 잡내가 잘 제거되거든.”

난 우유 속에 있는 닭을 꺼내 씻은 다음 소금과 후추를 뿌려 밑간을 했다.

한동안 손 놓고 있어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몸이 기억하는지 저절로 움직였다.

이어서 반죽을 입히고 튀김기에 집어넣었다.

온도는 180도, 시간은 5분 30초.

이때 치킨이 서로 뭉치거나 붙지 않도록 잘 저어줘야 한다.

삐비비!

미리 맞춰놓은 타이머가 울리자 바스켓을 꺼내 들어 기름을 털어냈다.

빛깔이 노릇노릇 윤기가 도는 것이 완벽하다.

“그럼 이제 소스를 만들어볼까?”

치킨의 기본은 후라이드(Fried).

똑같은 치킨이라도 누가 어떻게 튀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튀김 기술은 상향평준화되어 있어서 웬만한 후라이드는 다 맛있다.

따라서 후라이드만으로는 맛에 큰 차별화를 주기 힘들다.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소스.

K-치킨의 특징은 바로 이 소스에 있다. 때문에 프랜차이즈들 역시 소스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바로 한정치킨과 BQQ.

한정치킨은 치킨랩, BQQ는 치킨사관학교라는 R&D 센터를 두고 있고, 이곳에서 신메뉴를 개발한다.

프랜차이즈는 보통 1년에 한두 차례 신메뉴를 출시한다.

대부분은 반짝하고 사그라들지만, 일부는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 일반 메뉴로 정착한다.

한정치킨이 1위라지만, 치킨 업계의 매출과 점유율로 보면 1위와 2위의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정치킨을 압도적 1위로 올라서게 만들어준 신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레드킹 치킨.

레드킹 치킨은 출시 이후 바로 한정치킨의 시그니처 메뉴로 등극했다. 이것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다른 치킨집 놔두고 한정치킨만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어느 지점이든 똑같은 맛을 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가맹점에서 소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배합해서 통으로 보내준다.

하지만 인기 있는 메뉴는 모방 레시피가 생기기 마련. 소비자들이 맛을 분석해 인터넷과 에이튜브 등에 공개한 레시피를 따라 하면 어느 정도 비슷한 맛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나와 선우는 혹시라도 가맹점 계약이 해지될 경우를 대비해 나름 레시피를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난 먼저 냄비에 간장을 붓고, 고추장, 케첩, 마늘, 생강, 후추, 소금 등을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스리라차 소스에 이어 딸기쨈을 넣자 세나는 깜짝 놀랐다.

“어! 딸기쨈을 왜 넣어?”

“필요하니까.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넣으면 이 맛이 안 나거든.”

“으윽! 맛없을 것 같아.”

이렇게만 봐서는 무슨 괴식 만드는 것 같지만, 다 필요한 과정이다.

세나의 생중계(?) 때문인지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 못했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불안해하는 것 같은 눈치다.

“아직 안 늦었어, 오빠.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얼른 주문하자. 한정치킨 시킬까, BQQ치킨 시킬까?”

“그 입 다물.”

난 재료가 잘 섞이도록 저으며 냄비에서 약불로 살짝 졸였다.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패스.

난 완성된 소스를 한번 찍어 먹어 보았다.

“그래. 이 맛이야.”

한때 질리도록 먹었던 맛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달콤함, 새콤함, 짭짤함, 매콤함이 섞인 오묘한 맛. 살짝 맵지만 계속 당기는 맛이다.

건강에는 별로 안 좋겠지만…… 원래 치킨은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모 프랜차이즈의 경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튀긴 건강한 치킨’이라고 홍보하는데, 알고 보면 다 헛소리다.

기름에 튀긴 시점에서 건강할 리가 있나?

애초에 ‘건강한 치킨’이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난 완성된 소스를 미리 준비해놓은 스프레이통에 넣고 세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골고루 뿌려.”

“그냥 솔로 바르면 안 돼?”

좋은 질문이다.

“이렇게 해야 고르게 소스를 입힐 수 있거든. 분사할 때 압력으로 소스가 좀 더 깊게 배어들기도 하고.”

매장에서는 소스를 뿌리는 전용 에어프레셔를 썼는데, 지금은 없으니 스프레이로 때워야지.

세나는 나름 꼼꼼하게 소스를 뿌렸다.

“다 했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난 소스를 바른 닭을 다시 오븐에 집어넣어 5분간 구웠다.

집안 가득 맛있는 냄새가 퍼지며 다들 관심을 나타냈다.

잠시 후, 난 오븐에서 완성된 치킨을 꺼내 접시에 담았다.

이걸로 홈메이드 레드킹 치킨 완성이다.

“흠, 냄새는 그럴듯하네.”

난 세나에게 말했다.

“먹어봐.”

그러자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응? 나부터? 나 치킨 별로 안 좋아하는데.”

“1인 1닭하던 애가 뭔 헛소리야?”

“아!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하느라 치킨 끊었어.”

“용돈 필요 없니?”

잠시 갈등하던 세나는 결국 치킨을 한 조각 집어 들었다.

이 와중에 닭다리를 고른 걸 보면 역시 내 동생이랄까?

모두의 시선에 쏠린 가운데 세나는 눈을 질끈 감고 닭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잠시 후, 세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때?”

내 물음에 세나는 엄지를 치켜올리며 딱 한 마디로 맛을 표현했다.

“핵존맛탱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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