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82화 (382/529)

382화. 치킨 게임 (2)

난 성윤아에게 연락했다.

“동호 선배와 아름 씨와 저녁식사 하려고 하는데, 올 수 있어요?”

[알았어요. 회사로 가면 돼요?]

“네.”

다행히 성윤아도 시간이 되어서 넷이 저녁을 함께했다.

메뉴는 치맥.

우리 셋이야 상관없지만,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민아름은 사람 많은 곳에 가기를 조심스러워했다.

그래서 치킨은 배달시켰고, MFW 휴게실에 모여서 먹기로 했다.

탁자 위에는 배달 온 한정치킨이 종류별로 차려져 있었다.

난 뒤늦게 도착한 성윤아에게 맥주를 건네주었다.

“받아요.”

“웬 치킨이에요?”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요.”

우리는 마주보고 앉아서 캔맥주로 건배를 한 다음, 치킨을 먹었다.

성윤아는 치킨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음,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요.”

“최근 치킨값이 2만 원 넘은 거 알고 있어요?”

그러자 민아름이 물었다.

“그게 비싼 건가요?”

성윤아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그쯤 하지 않았어요?”

이래서 재벌들이란…….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최근에 엄청 오른 거예요.”

“다른 음식들도 다 올랐잖아요.”

“그 이상 올랐으니 문제죠.”

통계를 봐도 치킨은 떡볶이나 짜장면 등 다른 외식품목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괜히 사람들이 치킨값이 비싸다고 느끼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가맹점주가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에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상승으로 가맹점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핑계를 대지만, 막상 가격을 인상하면 동시에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비도 인상한다.

결국 돈을 버는 건 본사뿐, 가맹점의 수익은 큰 변화가 없다.

애초에 가격 인상분을 가맹점주가 가져갔다면,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30퍼센트가 나올 수도 없었겠지.

동호 선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치킨 한 마리가 2만 원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에요. 이건 폭리나 다름없어요.”

역시 소시민다운 발언이다.

백억, 천억을 벌어도 치킨 2만 원은 비싼 게 맞다.

성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하긴 치킨은 서민 음식이니까요.”

난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말하면 치킨은 서민 음식이 아니에요.”

“그럼요?”

“서민과 부자 모두의 음식이죠. 유재호 회장님도 검찰 조사받고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치킨을 시켜 먹었잖아요.”

당시 유재호 회장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배달원을 붙잡고 어느 브랜드의 어떤 치킨을 시켰는지까지 뉴스로 내보내는 바람에, 갑자기 해당 메뉴 주문이 폭증하기도 했다.

재벌 회장님께서 먹었다고 하면, 궁금해서라도 한번 먹어보고 싶어지기 마련이지.

“그렇게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줄어들어야 하지 않나요?”

“그게 좀 신기한 점이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기 마련. 그런데 치킨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가격을 올릴 수 있었던 거고.

“아무튼 이대로 가만히 두면 치킨값은 끝없이 오를 테고,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치맥을 즐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 가격이 오르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자 성윤아는 의아해했다.

“어째서 이 문제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거예요?”

“아…… 사실 여기에 제 책임이 좀 있는 것 같아서요.”

“예?”

난 한숨을 내쉬며 치킨 가격 상승의 원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러니까 업계 1위인 한정치킨이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치킨값이 2만 원으로 오른 거라구요? 그리고 그 이유는 한정그룹 해체로 치킨이 사모펀드에 매각됐기 때문이고?”

“그렇죠.”

내가 치킨 가격 인상의 주범이라는 자괴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한때 한정치킨 가맹점주로서 이 잘못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래서 제가 바로 잡을 생각이에요.”

“어떻게요?”

안 그래도 방법을 생각해뒀다.

“경쟁을 시켜야죠.”

현재의 치킨 가격은 원재료비 상승이나 수요 증가로 인해 오른 게 아니라, 상위 업체들의 독과점과 담합으로 올랐다.

따라서 싸고 맛있는 치킨을 판매해 경쟁에 불을 붙인다면, 자연히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성윤아가 말했다.

“그런데 가격경쟁은 후발주자가 쓰기 힘들지 않나요?”

“그렇죠.”

정확한 지적이다.

규모의 경제는 치킨에도 적용된다.

10만 마리 파는 곳과 1만 마리 파는 곳 중 어디가 더 원가가 저렴하겠는가?

게다가 치킨은 공산품이 아닌, 식품. 생닭 가격, 튀김유 가격 등은 수시로 변동된다.

애초에 마진이 크고 대량구매와 장기계약을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원재료비 상승을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고 마진이 적은 중소 업체는 원재료비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저가정책을 펼치던 중소 프랜차이즈들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다.

따라서 제대로 가격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이고, 대량으로 원재료를 수급할 수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런 곳이 과연 어디일까?

마침 여기에 딱 들어맞는 곳이 하나 있다.

난 민아름에게 말했다.

“민기진 전무님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 * *

민기진 전무는 바로 컨티뉴 캐피탈로 찾아왔다.

첫 인상은 덩치가 좋다는 것.

키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어깨가 넓고 목이 굵다. 눈썹은 짙고 눈은 부리부리하다.

나이는 유재호 회장과는 동갑으로 둘은 사촌지간. 그래서인지 언뜻 닮은 부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미루 대표님. 그동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민기진 전무님.”

우리는 인사를 나눈 다음 자리에 앉았다.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이렇게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어떤 건가요?”

“요식업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신세기그룹은 유통업뿐 아니라, 요식업계에서도 강자다.

한국 시장에서 매출 1위의 프랜차이즈는 다름 아닌 스타박스. 카페뿐 아니라 다른 모든 프랜차이즈를 통틀어서도 압도적인 매출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 스타박스를 들여와 운영하는 곳이 바로 신세기그룹이다.

민기진 전무의 주도 아래 신세기그룹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는 중이다. 그래서 오코너 버거 한국 사업권도 따내려고 했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룹의 주력인 유통과 시너지 효과가 크니까요.”

“혹시 치킨에는 관심 없으신가요?”

“……예?”

난 현재의 치킨가격에 대해 얘기하며 말했다.

“신세기 측에서 반값 치킨을 출시하면 어떨까 해서요.”

“반값 치킨이요?”

“예. 마트와 쇼핑몰 등에서 1만 원 이하의 치킨을 출시해 판매하면 큰 호응이 있을 것 같은데요.”

BQQ 홍인균 회장님께서 치킨은 원가비중이 높아 2만 원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징징거리셨지만, 실제 치킨은 다른 음식에 비해 원가가 싼 편이다.

치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닭 가격은 10년째 오르지 않고 2500원 정도를 유지하는 중.

따라서 1만 원 이하로 판매해도 충분히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민기진 전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값 치킨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와 햄버거와는 달리 치킨의 경우 반발이 유독 심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10년 전쯤 리테마트에서 대통치킨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예. 기억합니다.”

이름 그대로 ‘대용량 통’에 담아서 주는 치킨이었다.

가격은 5천 원.

이는 당시 물가를 기준으로 봐도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마트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니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다’, ‘소상공인 생존권 말살이다’, ‘서민 상권을 보호하라’, ‘영세업자들 다 죽는다’ 등등.

BQQ 홍인균 회장은 직접 가맹점주와 함께 거리투쟁에 나서는 한편, 리테마트가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고발했다.

당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비난여론이 높던 시기.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정치권이 나섰고, 정무수석까지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부담을 느낀 리테마트는 출시 일주일 만에 대통치킨 판매를 포기했고, 남은 치킨 5만 마리는 전부 기부했다.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모두가 치킨값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때도 치킨값이 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청 비싸다는 느낌은 없었다. 적어도 배달비는 공짜였으니까.

그러나 현재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되며, 가격이 끝도 없이 치솟는 중.

민심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

아니, 진작 폭발했다.

내 설명에 민기진 전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반값 치킨을 내놓으면 큰 인기를 끌 거라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1회차 때도 치킨값이 2만 원이 넘은 이후, 대형마트들이 반값 치킨을 내놓아 대박을 터트린다.

그는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는 듯했다.

잠시 후, 계산이 끝났는지 민기진 전무가 말했다.

“확실히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군요. 하지만 마트에서 아무리 많이 팔아봐야, 일일 판매량은 1만 개 수준으로 전체 치킨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사실 저렴한 치킨가게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한정치킨, BQQ치킨, 루루치킨 등을 시켜먹는 이유는 다른 치킨에 비해 확실히 맛있기 때문.

단순히 가격경쟁을 벌여봐야 중소 업체들만 죽어나지,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테고, 가격 인하 효과 역시 거두기 힘들다.

“가격이 반값인 건 당연하고, 한정치킨, BQQ치킨, 루루치킨보다 더 맛있는 메뉴를 내놓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가격, 맛, 품질 모든 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을 뛰어넘어야 한다.

내 말에 민기진 전무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요식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메뉴가 바로 치킨.

웬만한 맛으로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때문에 선두 업체들은 R&D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한정치킨과 BQQ치킨의 경우 치킨랩(Chiken Lap)과 치킨사관학교를 만들어 맛을 개량하고,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라 해도 이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투자가 있었기에 경쟁자들을 제치고 1, 2위로 올라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들을 능가할 만한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난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것 없습니다.”

지금 난 컨티뉴 캐피탈의 공동대표. 그러나 한때는 한정치킨 가맹점 공동대표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증권사에서 일한 기간보다 치킨 가맹점주로 일한 기간이 더 길다.

한정치킨의 향후 역사가 내 머릿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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