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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79화 (379/529)

379화. 선물 (4)

데이비드는 VIP 병실 가족실에서 딸과 함께 지내며, 가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한국지사로 출근했다.

원래 안면이 있는 동호 선배와 에드워드는 데이비드와 반갑게 재회했고, 난 주위 사람들을 데이비드에게 소개해주었다.

“여기는 SW게임즈 대표 강선우예요.”

“보스의 절친이라고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인사가 끝난 뒤 선우는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니가 저런 사람의 보스라니. 제법인데.”

“봤지? 내가 이 정도야, 인마.”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이어서 민아름도 소개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민아름이에요.”

“반갑습니다. 듣던 대로 패션 센스가 뛰어나시네요.”

“어머, 고마워요.”

내친김에 성윤아도 불렀다.

데이비드를 만나게 해준다는 말에 그녀는 한달음에 회사로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성윤아예요. 그동안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목소리까지 살짝 떨렸다.

“반갑습니다. 데이비드 록허트입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성윤아는 그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영광이에요.”

성윤아는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와아! 데이비드 록허트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너무 신기해요.”

“그렇게 좋아요?”

“그럼요! 컨티뉴 캐피탈 대표잖아요.”

하기야 유명 사모펀드 CEO면 금융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스타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저도 대표인데…….”

내 말에 성윤아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야 미루 씨는 컨티뉴 캐피탈 대표이기 이전에 DA증권 입사 동기였잖아요.”

“흠, 입사 동기가 우선인가요?”

성윤아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럼요.”

* * *

난 유재호 회장과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저희도 큰 이익을 얻었는데요.”

유성바이오의 구조는 파운드리와 비슷하다.

신약 개발보다는 이를 수주받아 생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확실하게 수주 물량을 따내는 방법은 직접 제약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것.

처음에는 루나백스에 개발비만 투자했지만, 나중에는 아예 돈을 더 쏟아부어 지분을 51퍼센트까지 늘렸다.

신약 개발 성공 덕분에 루나백스 주가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는 중.

여기에 생산마저 유성바이오가 맡게 됐으니,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유재호 회장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얼마 전, 취임식에 다녀왔습니다.”

“아! 뉴스에서 봤어요.”

여기서 그가 말한 취임식이란 대통령 취임식.

안타깝게도 난 초청받지 못한 관계로 TV를 통해 대통령 취임 선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로 그가 대통령이 되었군요. 하지만 앞길은 별로 순탄치 않을 겁니다. 여소야대인 데다가, 여당인 우리국민당 내에서도 비주류니까요.”

일부 소장파가 그를 지지하긴 하지만, 여전히 친임계가 당권을 꽉 잡고 있다.

사실 남궁석이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아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적인 일이다.

나로 인해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

과연 그가 앞으로 한국에서 일어날 수많은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

그야 나도 모르지.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건 1회차 때는 없었던 일이니까.

뭐, 임창식만 아니면 되겠지.

“록허트 대표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에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벌써 소문이 퍼졌어요?”

“사람들 입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언론이야 유성그룹이 막을 수 있다지만, 사람들끼리 입으로 떠들어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

“그런데 긴장할 이유가 있나요?”

유재호 회장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동안 컨티뉴 캐피탈이 한국에서 벌인 일을 생각해보세요.”

“…….”

이 얘기를 들으니, 한국에서 컨티뉴 캐피탈의 악명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 * *

유재호 회장을 만나고 나온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SW게임즈에 들렀다.

직원들은 다들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은 바로 대표인 강선우.

레전드덱 출시일에 맞춰 판타지아 테일즈 리메이크를 내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어, 왔어?”

수염도 머리도 깎지 않아, 좋게 보면 도인 같기도 하고, 나쁘게 보면 노숙자 같기도 하다.

“일은 잘되고 있어?”

“응. 처음부터 뜯어고치는 중이야. BM은 싹 갈아엎고, 시네마 트레일러도 추가하고. 멀티 플랫폼에 맡게 UI와 컨트롤도 개편하고.”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아마도.”

1회차 때 선우는 회사에서 잘린 뒤, 나와 마찬가지로 대충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눈앞에 목표가 있으니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모습이다.

노숙자처럼 보이긴 해도 실의에 빠져있던 그때보다, 지금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

“잠깐 나와 봐.”

“바쁜데 왜?”

“광합성 좀 해야지.”

“창문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충분히 하고 있는데.”

“시끄럽고 일단 따라와 봐.”

내가 선우를 끌고 간 곳은 이번에 새로 지어진 청담동의 한 빌라.

전통 부자들은 대체로 주택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재벌들은 대부분 주택에 산다. 이는 유재호 회장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신흥 부자들은 다르다.

최근에는 도시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들을 겨냥해 한강변을 따라 초호화 빌라들이 지어졌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

총 20층으로 지어진 이 빌라는 총 29세대로 이뤄져 있다.

고급 빌라는 30세대 이하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30세대가 넘으면 지자체의 분양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세대 미만은 멋대로 가격을 책정해 분양하는 게 가능하다.

이 중 최상층의 펜트하우스는 두 개 층을 연결해놓았다. 평수는 무려 300평. 이제 막 지어진 새집이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깨끗하다.

거실 유리벽 너머로는 한강과 영동대교가 내려다보였다. 한강이 보이는 것은 지금 집도 마찬가지지만 뷰가 훨씬 좋다.

뉴욕은 허드슨강, 서울은 한강이지.

선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우! 이런 데는 얼마나 하냐?”

“300억 좀 넘던데.”

내가 직접 알아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른다.

난 선우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로 이사하자.”

“갑자기 왜?”

“우리도 좋은 집에 살아야지.”

“지금 집도 좋잖아.”

“그래 봐야 월세잖아.”

“그럼 여기는? 니가 사게?”

“아니, 너 사줄게.”

내 말에 선우는 잠깐 멈칫했다.

“응? 어째서?”

“그냥?”

“300억이 넘는 집을 왜 그냥 사줘?”

난 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부담 갖지 말고 넣어둬.”

“어…… 부담돼 죽을 것 같은데.”

“그동안 얹혀산 게 미안해서 그래.”

선우는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얼마나 얹혀살았다고?”

얘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10년은 더 얹혀살았다.

밀린 월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줘도 된다.

“그런데 넌 왜 안 사?”

“나도 살 거야.”

안 그래도 부모님 사실 집이랑, 나중에 세나에게 줄 집이랑 다 구매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중에 뉴욕에 빌딩이나 하나씩 사자.”

“응? 그건 얼마쯤 하는데?”

한국 중심지의 대형 빌딩도 1조 원이 넘는다.

그러니 뉴욕이라면…….

“글쎄. 괜찮은 건 50억 달러쯤 하지 않을까?”

“…….”

잠시 할 말을 잃은 것 같던 선우는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그거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거야?”

“쉽지는 않지.”

대형 빌딩은 파는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물론 시세보다 비싸게 사겠다고 하면 기꺼이 팔겠다고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다.

“뭐, 조만간 기회가 올 거야.”

그때가 되면 헐값에 골라서 잡을 수 있다.

* * *

메기는 힘든 치료를 잘 버텨냈다.

VIP 병동의 의료진들은 아이를 보며 놀라워했다.

“어린애가 울지도 않고 너무 기특해요.”

“혹시 아빠가 걱정할까 봐, 아파도 꾹 참는대요.”

“애가 얼마나 예쁜지, 마치 아기 천사 같아요.”

“일이 힘들어도 메기 얼굴만 보면 힐링 되는 느낌이에요.”

“그날이 오면 아쉽겠지만, 얼른 나아서 떠나면 좋겠어요.”

아이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의 보호자였다.

마치 남성 잡지의 모델처럼 생긴 금발의 미중년.

그가 딸을 지극정성을 보살피는 모습은 여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컨티뉴 캐피탈이라는 거대 사모펀드의 대표.

“록허트 씨 너무 멋있지 않아?”

“그러니까. 잘생기고, 가정적이고. 완전 내 스타일이야.”

“딸만 있지 아직 미혼이라던데…….”

* * *

어쩌다 보니 메기는 한국에서 생일을 맞게 되었다.

난 메기의 생일파티를 위해 병원에서 지유를 만났다.

탑스타답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다행히 스케줄을 조정해 시간을 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

왠지 자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번 만났을 때와는 달리 오늘은 아이돌 스타일링을 끝마친 상태였다. 화장과 복장을 달리한 것만으로도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영상에서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스타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빤히 보고 있으니 지유가 놀란 듯 물었다.

“왜 그래요? 좀 이상해요?”

“아, 아니. 이상하긴. 잘 어울려.”

“헤헷, 다행이네요.”

난 지유에게 메기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데이비드 록허트의 딸인데…….”

내 말에 지유는 깜짝 놀랐다.

“록허트면…… 어! 설마 컨티뉴 캐피탈 CEO요?”

그 말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어?”

“기사에 많이 나왔잖아요.”

그렇긴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사모펀드 이름도 잘 모른다. 그러니 사모펀드 CEO의 이름까지 알 리가 있나?

지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그리고 선배님께서 일하는 회사니까요.”

“아! 하긴 컨티뉴 캐피탈이 레인보우 레코드에도 투자했으니, 평소 관심이 있었겠구나.”

“마, 맞아요.”

“그럼 들어가자.”

보호자인 데이비드는 물론이고, 에드워드와 동호 선배 등 직원들은 먼저 와있었다. 그리고 강선우와 민아름, 성윤아도 자리를 함께했다.

병실 벽에는 ‘HAPPY BIRTHDAY’ 풍선이 붙어있고, 한쪽에는 지인들이 보낸 선물이 쌓여 있고, 커다란 케이크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병원 직원들과도 나눠 먹기 위해 특별히 호텔에서 주문했다.

“생일 축하해.”

사람들이 인사를 건넬 때마다 메기는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난 메기에게 말했다.

“삼촌이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뭔데요?”

“잠깐만 눈 감아볼래?”

메기가 눈을 감은 사이 지유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떠봐.”

메기는 눈을 떴고, 지유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메기야. 언니 누군지 알아?”

메기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

“지유 언니?”

“응.”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유를 보던 메기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엥!”

그 모습에 우리는 당황했다.

“왜, 왜 울어?”

“너무 기뻐서요.”

지유는 우는 메기를 달래주며 말했다.

“언니 나중에 미국에서도 콘서트 할 거야. 티켓 보내줄 테니, 다 나으면 꼭 보러와야 해. 알았지?”

“네.”

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결심했다.

결혼하면 꼭 딸을 낳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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