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선물 (1)
[(WST) K-팝 스타 지유, 온라인 콘서트 개최]
(전략)
애니버스를 통해 이틀간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는 전세계 163개국에서 총 73만 7천 명이 관람했다.
콘서트는 계정으로 영구 소장할 수 있고,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 유저의 경우 팬클럽 굿즈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지유는 이번 공연 티켓 판매로 약 3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공연 기간 내에 MD 판매 수익 역시 크게 증가했다.
이번 콘서트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바로 써릴 스크린을 활용한 최초의 콘서트라는 것이다.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 이동호 대표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온라인 콘서트는 오프라인 콘서트와는 달리 동일 포맷으로 여러 번 개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써릴 스크린을 활용할 경우 매번 다양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 과거 온라인 콘서트가 단지 공연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써릴 스크린으로 인해 이제는 환상적인 무대 공간 연출이 가능해졌다. 이는 향후 온라인 콘서트가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애니버스 측은 ‘써릴 스크린은 향후 모든 온라인 콘서트의 표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뮤키즈와 루나틴즈 등 K-팝 아이돌의 온라인 콘서트가 준비 중이고, 해외 아티스트들 역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
[환상적이고 놀라운 콘서트!]
[K-팝 공연의 진화. 과연 어디까지?]
[써릴 스크린, K-팝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애니버스에서 진행한 지유의 온라인 콘서트는 엄청난 흥행을 거뒀고, 전세계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온라인 콘서트 덕분에 애니버스 가입자와 지유의 팬클럽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정도다.
그리고 지유는 ‘세계 최초 써릴 스크린 활용 온라인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뭐든 최초는 좋은 거지.
동호 선배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 후배 지유야.”
“…….”
아니, 학교에서 몇 번이나 봤다고?
에드워드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둘의 표정을 보니 어지간히 만족스러운 듯했다.
나도 봤는데, 확실히 잘하긴 했다.
“다음에 있을 루나틴즈의 공연도 기대되는군요.”
“그렇죠. 이번 콘서트에서 신곡도 발표할 예정이니.”
“……응?”
다음 공연은 뮤키즈인데, 얘들은 왜 건너뛰어?
뮤키즈는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K-팝 아이돌. 지금 분위기라면 100만 명을 가뿐히 넘길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저 걸그룹!
에드워드는 이제 완전히 한국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어서 얼마 전에는 외국인들이 나가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다.
바빠서 거절했지만.
그가 와준 덕분에 한국지사는 완전히 기틀이 잡혔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의 일은 대충 마무리 된 것 같다.
마침 유재호 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됐나요?”
[성공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됐네요.”
유재호 회장은 생색내듯 말했다.
[제가 힘 좀 썼습니다.]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 * *
일이 끝난 뒤.
난 트리시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스시 오마카세.
“인터뷰는 잘 했어요?”
“예. 덕분에요.”
트리시는 뮤키즈와 루나틴즈, 그리고 지유를 차례대로 인터뷰했다.
“지유 씨는 영어를 잘해서 통역도 필요 없던데요.”
이건 지유의 큰 강점.
영어로 대화는 물론 작사도 가능하니, 미국 시장 진출이 수월하다. 그래서 올리버 페이지 감독 영화에도 출연할 수 있었고.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 말에 난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트리시랑 몇 살 차이도 안 나잖아요. 이제 취재는 다 끝난 거예요?”
“네.”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 MFW, SW게임즈, K-팝 아이돌 등등.
일부는 기사를 냈지만, 아직 안 쓴 기사도 많다. 당분간은 그동안 모은 자료로 기사 쓰기도 바쁠 것이다.
트리시는 스시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혼자 돌아갈 생각하니, 우울하네요. 뉴욕에서는 이런 맛있는 스시도 먹기 힘든데.”
사실 먹을 수는 있다. 쓸데없이 비싸서 그렇지.
그녀가 한국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취재 때문. 임시 파견인 만큼 일이 끝났으면 돌아가야 한다.
난 그녀에게 말했다.
“저랑 같이 가요.”
“예. 같이요?”
“뉴욕에 볼 일이 좀 있어서요.”
“무슨 볼 일이요?”
“일단 트리시네부터 가야죠.”
내 말에 트리시는 깜짝 놀랐다.
“예? 왜? 우리 집에 어째서……?”
“오코너 버거 먹으러요.”
“아, 버거…….”
이젠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본점은 본점의 맛이 있기 마련. 뉴욕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코스라 할 수 있다.
“설마 햄버거 먹으러 가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그럼 무슨 일 때문인데요?”
기자라 그런지 항상 호기심이 많다.
난 이유를 말해주었다.
“집 좀 사려구요.”
* * *
난 뉴욕의 부동산을 알아보려다가 그만뒀다.
역시 이런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겠지?
난 이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바로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로군. 한국에서는 잘 지내고 있나?]
“예, 좋습니다. 회장님께서도 한번 놀러 오세요. 숙소는 제가 잡아드릴게요.”
내 말에 테일러 회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호텔그룹 회장에게 숙소를 잡아주겠다니. 가게 되면 얘기하겠네. 오늘은 무슨 일로 연락한 건가?]
난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뉴욕에 좋은 집을 하나 사려는데, 회장님께서 잘 아실 것 같아서요.”
그러자 테일러 회장은 놀란 듯 말했다.
[의외로군. 부동산에는 별로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제가요?”
[자네는 주식 투자를 주로 하지 않나?]
“에이, 한국인이 부동산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OECD 국가 중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렇군. 좋은 집이라…… 좋은 집의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이지. 정확히 어떤 걸 원하는 건가?]
난 그 기준을 딱 하나로 정리해서 말했다.
“비싼 집이 좋은 집이죠.”
싼 집 살 거면 연락도 안 했다.
* * *
난 트리시와 함께 뉴욕 공항에 내렸다.
예전에는 미국 가려면 큰맘 먹어야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무슨 옆동네 놀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공항에서 바로 차를 타고 오코너 펍으로 향했다.
아직은 영업시간 전.
트리시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소리쳤다.
“아빠! 저 왔어요!”
그러자 안에서 키가 2미터쯤 되고, 붉은색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튀어나왔다. 그의 이름은 칼 오코너.
“오! 어서 오렴!”
칼은 두 팔을 벌려 트리시를 꽉 끌어안았다.
“미루도 같이 왔어요.”
그녀의 말에 칼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오코너 가문의 은인도 함께 왔군! 그런데 왜 안 들어오고 거기 서있는 건가?”
혹시 끌어안을까봐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었다.
“아빠, 우리 배고파요.”
“조금만 기다리게. 금방 만들어서 내올 테니.”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오코너 버거를 먹었다.
“오코너 버거를 먹으니 뉴욕에 왔다는 실감이 나네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다 보면 질리기 마련. 그러나 오코너 버거는 다르다. 이거라면 밥 대신 주식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집을 사려는 거예요?”
“그게…….”
* * *
뉴욕은 미국의 금융 중심지.
전세계의 자본이 밀려드는 드는 곳인 만큼, 상상도 못할 고가 주택과 펜트하우스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부동산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올해 초 준공된 센트럴파크빌딩이다.
억만장자의 길(Billionaires' Row)이라 불리는 지역에 준공된 이 빌딩은 485미터로 뉴욕이 거주용 빌딩 중에서는 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뉴욕의 유명 부동산 복합기업인 로즈 올가니제이션에서 건설한 이 빌딩은 부유층들을 상대로 집을 분양했다.
가장 싼 집의 가격이 무려 3000만 달러다.
그리고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가격은 무려 2억 5천만 달러.
이는 초호화 펜트하우스가 즐비한 뉴욕에서도 최고가였다.
과연 이 부동산이 팔릴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아무리 슈퍼리치라 해도 이 정도 금액의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역시나 다른 집들이 팔리는 동안 펜트하우스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매자가 나타났다!
* * *
난 한 빌딩 앞에 내렸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뉴욕에서도 유독 삐죽 솟아있는 빌딩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금발의 잘생긴 청년이 나를 맞이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로즈 올가니제이션에서 투자팀장 에릭 로즈입니다.”
“한미루입니다. 또 뵙게 되는군요.”
에릭 로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난번 연말 자선파티 때 만났었죠.”
로즈가는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로 뉴욕시에는 로즈 올가니제이션이 건설하고 소유한 랜드마크가 여럿이다.
이 빌딩 역시 그중 하나.
그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 역시 누가 이 집의 주인이 될지 궁금했는데, 설마 컨티뉴 캐피탈 대표님께서 관심을 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얘기는 테일러 회장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먼저 집부터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빠른 속도로 올라간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곳은 130층.
어차피 층 전체를 사용하는 만큼 내리면 바로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뉴욕의 전경.
거실은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사방을 조망할 수 있었다.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서쪽으로는 허드슨강을, 동쪽으로는 이스트강이 보였다.
뉴욕에서 이보다 전망이 좋은 집은 찾기 힘들 것이다.
130층부터 132층까지 세 개 층에 걸쳐있고, 면적은 총 1700제곱미터의 넓이에 침실만 일곱 개.
에릭 로즈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느 호텔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급 인테리어로 마감했습니다.”
집이 워낙 넓다 보니 대충 둘러봤는 데도 30분이나 걸렸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도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인 만큼,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돈만 있으면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계약하죠.”
가격은 공식적으로는 2억 5천만 달러지만, 테일러 회장이 대신 협상해서 2억 달러까지 낮췄다.
에릭 로즈의 표정이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언제 입주하실 생각이십니까?”
난 고개를 저었다.
“아! 제가 들어와 살 건 아니라서요.”
“그럼 임대를 주실 생각이십니까?”
임대 수익을 4퍼센트로만 잡아도 연 800만 달러다. 월세로 치면 월 66만 달러.
여기에 더해 관리비만 해도 수만 달러일 텐데, 이 돈 내고 들어와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애초에 이런 초고가 주택은 임대수익률이 형편없다.
만약 임대수익률이 잘 나왔다면 진작 판매됐겠지.
“아니요.”
그러자 에릭 로즈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요?”
난 웃으며 말했다.
“선물할 생각입니다.”
“……예?”
그는 ‘잘못 들었나’하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2억 원도 아니고, 2억 달러짜리 집을 선물로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