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73화 (373/529)

373화. 신세기그룹 막내딸 (1)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MFW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MFW가 메타버스 패션산업의 선구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메타버스 패션 위크(Metaverse Fashion Week)라는 이름답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마케팅과 신제품을 선보였고, 이제는 가장 주목을 받는 패션 기업이 됐다.

덕분에 CEO인 민아름 역시 대중과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원래부터 그녀는 연예인만큼이나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셀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빠졌지만, 민아름은 셀럽으로서의 이미지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민아름은 사업에 있어서 자신의 외모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그 자체로 좋은 홍보 수단이었다.

그녀에게는 전속 코디네이터와 헤어 디자이너, 그리고 홍보 담당자가 따라붙었다.

민아름은 때로는 값비싼 명품을 걸쳤고, 때로는 MFW가 투자한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 바로 달튼 호텔 회장의 손녀 제이니 달튼.

그녀의 이미지는 허영심에 찌든 상속녀였다. 대놓고 자신은 싸구려 옷을 걸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며 명품만 찾았다.

그렇게 확고한 명품녀 이미지를 구축해놓은 다음, 어느 날부터 자신이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를 슬쩍슬쩍 차고 다녔다.

그러자 대중은 자연스럽게 해당 주얼리 브랜드를 명품으로 인식했다.

역시나 사람들은 민아름이 입고 있는 옷과 착용한 액세서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중들 앞에서는 화려함을, 직원들 앞에서는 유능함을 연기했지만, 막상 집에 와서는 지쳐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물 밑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백조의 심정을 알 것 같네.’

몸은 힘들었지만, 민아름은 지금 상황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만족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의욕이 샘솟았다.

민아름은 그동안 자신이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마 한미루의 투자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제안을 받은 순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패션 왕국을 만들고 싶었다.

다만 애초에 갖지 못할 걸 알았기에 욕심을 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욕심이 끝도 없이 생겨났다.

MFW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어쩌면 명품 제국이라 불리는 LVMH를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얘기를 들으면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민아름 역시 예전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이 변화하는 시기.

디지털 세계 패션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그 가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제 신세기그룹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 * *

민아름은 WST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WST의 트리시 오코너 기자예요.”

“반가워요. 민아름이에요.”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민아름이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패션.

트리시의 패션 센스는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 힘들었다.

스키니진에 티셔츠. 그리고 소매를 걷은 체크무늬 남방, 낡은 스니커즈, 그리고 대충 묶은 머리와 안경.

그럼에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건 원판이 워낙 좋기 때문.

쌍꺼풀이 있는 커다란 눈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그리고 170센티 정도의 키에 라인이 살아있는 몸매까지.

지금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꾸미기만 하면 웬만한 모델 못지않을 것이다.

“전부터 꼭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만나 뵙고 싶었어요.”

“저를요?”

“유명 기자님이시잖아요. 쓰신 기사들은 재밌게 보고 있어요. 이번에 오코너 버거 한국 진출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먼저 사진부터 찍을게요. 자연스럽게 앉아 계시면 돼요.”

트리시는 뷰파인더로 보이는 민아름을 보며 생각했다.

‘엄청 미인이네.’

깨끗한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단발머리,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 날카로워 보이는 눈, 오뚝한 코와 도톰한 입술, 왼쪽 눈 밑의 눈물점까지.

검은색 슬랙스에 카라가 있는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쳤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은색 목걸이와 귀걸이.

여기에 민아름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사진을 다 찍은 트리시는 녹음기를 꺼내들었다.

“인터뷰 녹음 괜찮으세요?”

“그럼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고, 트리시가 질문하고 민아름이 답하는 식이었다.

“전 패션을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패션을 공유함으로써 특정 집단에 소속됐다는 것을 나타낼 수도 있고, 반대로 타인과는 다른 개성을 나타내기도 하죠.”

옷은 생필품이지만, 패션은 생필품이 아니다.

세상에 옷이 없어서 옷을 사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

옷이 있는데도 옷을 사는 건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함. 그러나 모두가 특별한 옷을 입으면 그 옷은 평범해지고, 다시 새로운 유행이 등장한다.

때문에 패션 시장은 계속 커지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아바타를 꾸미죠.”

“MFW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민아름은 한마디로 대답했다.

“데이터예요. 디지털 세계에서는 누가 어떤 옷을 얼마나 입는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MFW는 이를 활용해 각 브랜드에 맞는 고객을 정확하게 타켓팅할 수 있죠. 이는 다른 기업은 절대로 카피할 수 없는, MFW만이 가진 강점이에요.”

“대중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제품을 출시한다면, 그저 유행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요?”

“맞아요. 따라서 유행을 따라가는 것과 유행을 선도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MFW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할 생각이에요. 그래야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서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트리시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MFW는 게임을 통한 브랜드 홍보를 최초로 선보였고, 최근에는 가상 인간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 중인데, 혹시 또 생각하고 있는 홍보 방식이 있나요?”

“가상 인간과 써릴 스크린을 활용한 메타버스 패션쇼를 기획 중이에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패션쇼를 보게 될 거예요.”

민아름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우리는 메타버스 패션 세계의 확장을 위해 어느 기업과도 협력할 생각이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기획 중이에요.”

실제로 수많은 기업의 제안이 들어왔다.

지난달 리테몰에서 블록밸리와 함께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수십만 명이 찾았고, 모든 제품이 완판됐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디자인한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에 있는 매장에 진열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아요. 인터넷이라면 사흘이면 충분하죠.”

브랜드를 알릴 수만 있다면, 한순간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지역의 작은 브랜드였던 퀵샤카와 니더스는 게임의 성공 덕분에 한순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10대 한국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여성으로 꼽히셨고, 포브스 선정 주목받는 여성 CEO 10인과 보그에서 뽑은 패션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에 유명 디자이너와 모델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죠.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구요.”

인터뷰는 두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이는 트리시가 필요한 질문만 했기 때문.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차 한 잔 더 하실래요?”

“좋아요.”

민아름은 홍차를 따라주며 트리시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제가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럼요.”

“미루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트리시는 회상하듯 말했다.

“카페에서 기사 쓰던 도중 우연히 마주쳤어요. 제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리고 제가 뉴욕 최고의 햄버거를 소개해주겠다고 아버지가 하는 펍으로 데려갔어요. 그래서…….”

신난 듯 재잘거리는 트리시의 표정을 보며, 민아름은 생각했다.

‘흐음, 윤아의 경쟁자인가?’

* * *

트리시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WST 단독) MFW 민아름 대표 인터뷰]

MFW는 물론 민아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WST의 인터뷰 기사는 역시나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민아름 진짜 너무 멋있음. 같은 여자가 봐도 멋짐!

-눈나, 날 가져요~ 엉엉~

-현재 한국 여성 CEO 중에서는 원탑 아닌가?

-예전에는 그냥 재벌가 막내딸이었는데, 이제는 본인이 더 재벌 됨.

-MFW 가치가 신세기그룹 시총을 넘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에이, 그게 말이 되냐? 신세기그룹이 전국에 깔아놓은 백화점, 마트, 쇼핑몰이 100개가 넘는데.

-애초에 장르가 다름. 신세기그룹이야 겨우 한국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MFW는 전세계가 대상임. 앞으로 성장성을 생각하면, MFW가 훨씬 낫지.

-ㅎㅎ 금수저로 태어나 날로 돈 버네.

-뭔 소리야? 본인이 능력이 되니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거지.

-애초에 신세기그룹 딸이 아니었으면 그런 인맥과 경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럼 다른 금수저들은 왜 못했을까? 똑같은 금수저들 중에서는 민아름 능력이 가장 낫다는 거지~

-민아름 존나 부럽다, 진짜 ㅜㅜ 하루만 민아름으로 살아보고 싶음. 신세기그룹 막내딸로 태어났지, 사촌오빠가 재타이거지. 금수저에 얼굴도 이쁘지. 외국 모델과 디자이너들과 친하게 지내고, 맨날 유럽 출장 가고. 사업도 엄청 성공하고. 하고 싶은 거 있음 다 해볼 수 있을 것 같음.

-그렇게 부러워할 거 없어. 저어기~ 소말리아 판자촌 딸내미한테는 너가 민아름이다.

-어…… 그럼 민아름한테 나는?

-당신은 소말리아 판자촌에 사는 딸내미입니다.

-ㅋㅋㅋ ㅅㅂ

* * *

민아름은 출근해서 기사와 반응을 확인했다.

그러던 도중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 잘 봤어. 사진 예쁘게 나왔네.]

“벌써 보셨어요?”

[그럼. 우리 딸 인터뷰 기사인데. 주위 사람들이 나한테 딸 잘 키웠다고 해서 어깨가 으쓱했어.]

민아름은 웃음을 지었다.

“전부 어머니 덕분이에요.”

[내 덕은 무슨. 요즘 잘 지내고 있지?]

“예.”

[집에는 왜 안 와?]

“일이 좀 바빠서요.”

핑계가 아니라 실제로 정신없이 바빴다.

‘언제 마지막으로 집에 갔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집에 한번 들어와. 네 오빠와 언니도 온다고 하니. 아무리 바빠도 가족끼리 저녁 한번 먹어야지.]

민아름은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한번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오늘은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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