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70화 (370/529)

370화. 햄버거 상륙 (3)

오코너 버거가 푸드트럭 이벤트를 벌이는 사이.

우리는 호텔에서 화안그룹 사람들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화안 F&B의 허경석입니다.”

“안녕하세요. 한미루입니다.”

허민웅은 먼저 숀 오코너와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한국에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좋은 일로 오게 되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최선을 다해 한국 사업을 키워나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계약의 주체는 화안 F&B 허경석 사장이지만, 이 자리를 주도하는 것은 허민웅이다. 그리고 누구도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어서 허민웅은 트리시와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WST 기자 트리시 오코너입니다.”

“반갑습니다. 허민웅입니다. 오늘 드디어 뵙게 되네요.”

직접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두 사람은 나름 인연이 있다.

트리시는 퓨어셀 데이 행사에서 토머스 모터스의 거짓을 폭로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힘 써준 사람이 바로 허민웅.

그 직후에는 전화로 인터뷰도 했다.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루 통해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미인이시네요.”

“어머, 정말요?”

“물론입니다. 제가 원래 거짓말 못 하는 성격입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태도가 매우 정중했다.

“이따 인터뷰 괜찮으세요?”

“물론입니다.”

허민웅은 명함을 내밀었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이쪽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푸드트럭 이벤트를 개최한 걸 보면 알 수 있듯, 진작 직원 교육을 끝마쳤고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가계약은 예전에 비밀리에 이뤄졌고, 오늘의 최종 계약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허민웅은 우리를 보며 말했다.

“행사는 저희 쪽에서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들어가시죠.”

* * *

[(WST) 오코너 버거 한국에 상륙!]

화안 F&B 측은 오코너 버거 Inc.와 국내 사업권 계약 관련 약정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각각 50퍼센트씩을 투자해 오코너 버거 코리아를 설립했다.

오코너 버거 코리아는 한국 내에 독점적 사업권을 가진 회사로, 본사와 별개로 한국 내에서 가맹점을 모집하고 사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오코너 버거는 지난달 뉴욕타임즈 설문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로 뽑히기도 한 유명 프랜차이즈다.

현재는 미국에만 매장이 있고, 외국 진출은 한국이 처음이다.

원래 뉴욕의 한 펍에서 시작한 햄버거인 오코너 버거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중략)

오코너 버거의 모든 메뉴는 당일 입고된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다.

직접 만드는 패티와 소스, 감자번, 그리고 캘리포니아 오렌지만으로 만들어낸 오렌지주스 등 차별화된 맛을 볼 수 있다.

화안 F&B의 오코너 버거 한국 론칭에는 허경석 사장의 노력 외에도 화안에너지 허민웅 부사장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를 햄버거 마니아라고 밝힌 그는 미국에 출장 갈 때마다 오코너 버거 매장을 찾았고, 이후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다.

또한 창업주인 오코너 CEO와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고, 직접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을 해 창업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허민웅 부사장은 협상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에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화안 F&B가 오코너 버거의 한국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화안 F&B는 향후 1년 안에 한국에 1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밝혔다. 허민웅 부사장은 이를 위한 준비를 이미 끝내놓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코너 버거의 CEO 숀 오코너는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이를 전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나라가 한국이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화안 F&B는 우리의 열정을 한국에 전해줄 최고의 파트너다’라고 말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 * *

허민웅은 원래부터 유명인이었다.

그가 대중에게 처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은 클럽에서 술에 취해 패싸움을 벌인 일.

말리던 가드들까지 주먹으로 때려눕힌 그는 경찰서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화안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인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고, 허성훈 회장이 자식을 잘못 키워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그 뒤로도 각종 폭행과 음주운전 사건으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에 등장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저 망나니 재벌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그 뒤에 일어났다.

그는 토머스 모터스 사기 사태에서 화안에너지를 구해냈다.

미처 대응하지 못한 화안솔루션이 추락한 반면, 화안에너지는 그 뒤에 넥스트로젠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승승장구했다.

원래부터 잘하던 사람이 잘하는 것보다, 망나니이자 개차반이던 사람이 갑자기 잘하면 더욱 큰 주목을 받기 마련.

이때의 일로 허민웅은 대중에게 확실하게 반전 이미지를 심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미국 외 국가로는 최초로 오코너 버거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야! 허민웅 대단하네~

-오오! 민웅이 형 감사합니다!

-나 진짜 오코너 버거 먹고 싶었음. 가끔 미드 같은 데서 오코너 버거 먹는 장면 나오면 군침만 질질 흘렸고ㅜㅜ 이거 먹으려고 캘리포니아 가볼까 했음. 그런데 한국에 들어온다니!

-외국 진출 중 한국이 가장 먼저인 거 실화냐?

-원래는 영국 진출을 먼저 계획했는데, 허민웅이 나서서 한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함.

-오우! 허민웅 대박이네!

-맨날 사고만 치는 망나니인 줄 알았는데.

-음주운전하고 사람 패고 다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 완전히 정신 차린 듯.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진짜. 토머스 모터스 사태 이후로 인간이 변함.

-이게 말이 되나?

-혹시 진짜 허민웅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그 몸에 빙의한 게 아닐까?

-화안그룹 망나니가 되었다???

-ㅋㅋㅋ 그럴듯하다~

-ㄴㄴ 성격은 딱히 안 바뀐 듯. 특유의 띠꺼운 표정과 건방진 말투가 있음.

-이거레알. 아주 그냥 싸가지 없는 게 몸에 배어있음.

-싸가지 좀 없으면 어떰? 사고 안 치고, 일만 잘하면 되지~

-화안에너지 주주입니다. 저는 성격 좋고 주가 다 말아먹는 경영자보다는,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어도 주가 올려주는 경영자가 좋습니다.

-망나니여도 좋다! 주가만 올려다오!

-망나니가 최고다!

-킹민웅! 갓민웅!

* * *

[오코너 버거 강남 1호점 개점 임박!]

[허민웅, 다른 매장 개설까지 푸드트럭을 정기적으로 운용할 것]

[화안그룹, 컨티뉴 캐피탈과 협력 강화]

기사를 본 허민홍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와락 구겼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들여온 게 무슨 엄청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언론이 연일 기사를 내보냈다.

“고작 햄버거 프랜차이즈 하나 들여온 걸 가지고…….”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은 허민홍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화안 F&B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약한 편이다. 때문에 이번에 파트너사로 가장 유력했던 곳은 신세기푸드였다.

그런데 허민웅이 나서서 사업권을 따냈다.

‘한미루와의 친분 덕분이겠지.’

바로 이게 포인트다.

한마디로 허민웅이 안 될 일을 되게 만든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컨티뉴 캐피탈과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다.

언론과 주주들 역시 그 점을 주목했다.

오코너 버거 프랜차이즈가 아무리 잘된다고 해봐야 화안그룹의 다른 사업에 비한다면 수익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를 보면 알 수 있듯 향후 컨티뉴 캐피탈과 다양한 행사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허민웅의 이름이 같이 거론되겠지.’

대중의 인식이란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한다.

재벌이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화안그룹을 생각할 때 허민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실제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전까지만 해도 허민홍은 동생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동생이 사고를 칠 때마다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내심 기뻐했다. 허민웅이 사고를 칠수록 점점 아버지의 눈 밖에 나며 그룹의 핵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허민홍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 * *

미리 개점을 준비하고 있던 만큼 최종 계약에 사인한 직후, 오코너 버거 한국 1호점이 문을 열었다.

1호점의 위치는 다름 아닌 강남 유성타운.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대로 대신 이곳에 1호점을 개점한 이유는 나와 직원들이 먹어야 하기 때문.

이것도 컨티뉴 캐피탈의 직원 복지 일환이다.

개점 사실이 알려지자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부는 아예 캠핑 의자에 담요까지 들고 왔다.

개점 시간이 다가오자 줄은 유성타운 주변을 휘감을 정도로 길어졌다.

동호 선배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햄버거 하나 때문에 이 난리라니.”

“오코너 버거잖아요.”

“미국에서 먹었을 때 인기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게요.”

나도 1회차 때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오코너 버거의 첫 번째 외국 지점인 만큼,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역시 뜨거웠다.

국내 이름 있는 언론사들은 전부 몰려왔고, 외신 역시 여럿 와서 현장을 취재했다. 그중에는 WST 임시 한국 특파원(?) 트리시 오코너도 있었다.

트리시는 사진을 찍고 줄을 선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어제 몇 시부터 기다리신 건가요?”

“예? 예?”

갑자기 미녀가 영어로 말을 걸자, 캠핑 의자에 앉아 있던 남성은 놀라 어쩔 줄 몰랐다.

당연하게도 트리시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관계로 내가 옆에서 통역을 해주었다.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저녁 8시부터요.”

“어디서 오셨나요?”

“제주도에서 왔습니다.”

트리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비행기를 타고 온 거예요?”

나도 깜짝 놀랐다.

오코너 버거를 먹기 위해 전날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니!

정작 남자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 말했다.

“예. 저희 집 앞에 유명 돈까스 가게가 하나 있거든요. 서울 사람들은 그 돈까스 하나 먹겠다고 비행기 타고 와서 그 앞에서 텐트 치고 야영해요. 그거랑 똑같은 거죠.”

“…….”

그렇게 말하니 똑같긴 한데, 둘 다 이상하지 않나?

멀리서 온 것은 이 사람만이 아니었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등. 전국 각지에서 오코너 버거를 먹기 위해 상경했다.

“미국 가는 것보다는 서울이 가깝잖아요.”

“나중에 부산에도 꼭 매장이 생기면 좋겠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햄버거라 해서, 평소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출장 갔을 때 한번 먹어봤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왔어요.”

트리시는 나를 보며 물었다.

“1호점을 여기에 개점한 건 미루가 먹기 위해서라고 했죠?”

“그렇죠.”

“이래서야 먹을 수 있겠어요?”

“음…….”

대주주 우선 예약제 같은 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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