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56화 (356/529)

356화. Computer Graphics (7)

에도바가 제시한 금액을 들은 투자자들은 전부 매각에 동의했다.

그러나 아데오 벨데는 52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전부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그가 거절하면 소용없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를 찾아가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전까지 파그마의 성장을 돕던 이들이 한순간에 전부 에도바의 편이 됐다.

‘이것 역시 에도바의 인수 전략 중 하나겠지.’

파그마가 계속 성장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는 투자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지금처럼 파그마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잘나가던 스타트업이 한순간에 고꾸라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에도바가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다면, 파그마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데오는 며칠 동안 깊이 고민했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온 아데오는 소파에 웅크린 채 잠든 여자친구를 보았다.

늦게까지 혼자서 아이를 보다가 지쳐 잠들었는지, 아기는 옆에 있는 요람에 누워있었다.

아기는 그를 보며 입을 벌렸다. 어느새 이가 나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아데오는 마음을 굳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메일을 보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 *

메일을 확인한 슈리 CEO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돈보다 꿈을 좇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대한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만약 흔들리지 않는다면, 금액이 적었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에도바는 이제까지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왔다. 인수를 제안하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기업을 돈으로 사겠다는 겁니까?’라거나, ‘저를 모욕하는 겁니까?’라며 화를 내거나 꾸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큰돈 앞에서 코웃음을 치던 사람이라도, 더 큰돈 앞에서는 무릎을 꿇기 마련.

더 큰 금액을 제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악수를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100억 달러는 거절해도 200억 달러는 거절 못 하지.’

인수 계약은 바로 진행됐다.

변호사들 입회 아래 슈리 CEO와 아데오, 그리고 VC에서 나온 대리인들은 서류를 검토했다.

대리인들은 일제히 사인했다.

그러나 아데오는 펜을 든 채 마지막 순간까지도 갈등했다

슈리 CEO는 웃으며 말했다.

“어서 사인하세요. 사인만 하면 엄청난 부자가 되실 겁니다.”

그는 결국 서류에 사인했다.

이로써 파그마의 모든 권리를 에도바가 갖게 됐다. 인수대금 20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데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나중에 오늘 일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말에 슈리 CEO는 크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아마 나중에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 생각할 겁니다.”

아데오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군요.”

* * *

[에도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파그마 200억 달러에 인수!]

[파그마 창업자 아데오 벨데, 창업 10년 만에 돈방석!]

[에도바, 파그마 인수로 그래픽 프로그램 시장 독점력 강화]

에도바의 파그마 인수 소식은 즉시 시장을 뒤흔들었다.

인수 금액은 무려 200억 달러!

에도바 시총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에도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이 소식에 시장은 깜짝 놀랐다.

슈리 CEO는 당분간 기존 에도바와 파그마의 소프트웨어를 각각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큰 우려를 표했다.

-와아! 200억 달러!

-좀 밀린다 싶더니만, 그냥 돈으로 사버리네.

-경쟁사는 돈으로 사버리면 그만~

-얘들 이제 경쟁사 없다고 가격 올리겠는데.

-설마 유료화하지는 않겠지?

-파그마 공짜로 잘 쓰고 있었는데.

-왠지 슬그머니 유료화할 것 같음.

-무료 버전은 계속 놔둔다고 하잖아.

-ㅋㅋ 그 말을 믿냐? 무료 버전은 더 이상 업그레이드 안 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결제를 요구하겠지.

-라이트 버전 한 달 10달러, 프로 버전 30달러쯤 하려나? 그러면서 1년 계약하면 300달러로 할인해준다고 선심 쓰겠지.

-에이, 설마.

-설마는 무슨. 애초에 저 인수가가 어디서 나왔겠음? 다 우리 호주머니임.

인수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 에도바의 주가는 17.65퍼센트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파그마 인수로 인해 에도바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슈리 CEO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파그마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었다. 게다가 파그마를 인수함으로써 에도바는 그래픽 소프트웨어 유료 시장은 물론 무료 시장까지 장악했다.

200억 달러라는 금액은 파그마 하나를 인수하는 비용으로는 비쌀지 모른다. 하지만 제2의 파그마 같은 기업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싸다.

‘이제 에도바를 위협할 만한 곳은 아무도 없어.’

이제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래픽 소프트웨어 시장은 에도바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면 수익은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슈리 CEO는 향후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며 가격을 조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상상도 못 한 상황이 벌어졌다.

* * *

[스노우 크래시, 클라우드 기반 포토샵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 나르피(Narfi) 출시!]

[CG 제작 프로그램 로키에서 파생된 제품]

[나르피, AI를 활용한 사진 보정과 영상 편집]

스노우 크래시는 유명세와는 달리 대중들에게 그리 친숙한 편은 아니다. 그 이유는 주로 B2B로 거래해왔기 때문.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의 블랙포레스트 앱이나, 레전드게임즈의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만들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B2C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나르피는 로키의 아들 이름.

CG 제작 프로그램 로키에서 파생된 만큼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앱을 깔 필요 없이 웹 브라우저로 작동한다는 점이나 동시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파그마와 비슷했다.

접속만 하면 그래픽 도구, 시각 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 동영상 편집, 그래픽 효과, 영상 편집 등 모든 작업이 가능했다.

차이점은 바로 압도적인 성능.

개발을 담당한 필 캔트랠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나르피는 스노우 크래시의 AI프로그램 미미르를 활용하는 만큼, 누구나 손쉽게 사진과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공짜라는 것이다.

상위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결제를 해야 하지만, 기본 기능은 전부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베타테스터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나르피의 성능에 대해 극찬했다.

“파그마는 물론이고 에도바보다도 훨씬 사용하기 쉽고 간편해.”

“이 정도면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겠는데.”

“동영상 편집도 에도바의 프로 프리미엄이랑 성능은 비슷한데 공짜야.”

“일반판은 무료로 공개한대.”

“앞으로 이거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전문가들은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기존 소프트웨어들 역시 에도바의 프로그램과 연동되어 있을 테니, 당장 쉽게 바꾸기는 힘들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면 바로 옮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나르피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기업으로 파그마를 꼽았다

프로그램이 실제로 공개되면 파그마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게 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이 손해를 창업자인 아데오 벨데와 투자자들이 뒤집어써야 했다.

그런데 이 기업을 에도바가 인수했다.

한마디로 에도바는 인수할 필요가 없는 기업을 거액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엔플의 요코하마 인수에 비견되는 바보 같은 인수’라고 평가했다.

* * *

에도바는 비상이 걸렸다.

슈리 CEO는 긴급회의를 열어 임원과 팀장들을 불러 모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어?”

“…….”

정작 질문을 하는 그 역시 몰랐던 일이다.

로키의 CG 제작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공개된 영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그게 이렇게 쉽게 된다고?’

어떻게 보면 이 둘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게 쉬운 일이라면 진작 CG 업체들이 이쪽 시장으로 진출했겠지. 그런데 스노우 크래시는 이걸 손쉽게 해냈다.

“아무래도 개발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희 프로그램보다 성능이 윌등히 뛰어납니다.”

“이대로라면 유료 이용자들도 저쪽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큽니다.”

에도바는 수십 년 동안 그래픽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는 기업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루아침에 따라잡히게 생겼다.

“그래서 대책은 뭐야? 스노우 크래시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

“…….”

그의 물음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슈리 CEO는 헛웃음을 흘렸다.

“우리 회사의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시드 루카스 한 명보다 못하다는 건가?”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에도바라는 거대 기업이 휘청거리게 생겼다.

“나르피를 사는 건?”

스노우 크래시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프로그램 하나라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들 고개를 저었다.

“AI프로그램 미미르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따로 매각은 불가능할 겁니다.”

“스노우 크래시가 돈이 부족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파그마 인수에 현금을 다 써서 당분간은 인수 여력이 없습니다.”

“…….”

슈리 CEO는 망연자실했다.

가진 현금을 총동원해 경쟁사를 인수했는데, 그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사가 등장할 줄이야!

늑대를 없앴다고 좋아했더니, 사자가 나타난 셈이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줄 알았다면, 헐값에라도 파그마를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슈리 CEO는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공개가 일주일만 빨랐다면…….’

그랬으면 즉시 인수 협상을 중단했거나, 가격을 절반 이하로 깎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수 협상 도중이었다면 즉시 협상을 중단했겠지만, 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끝마친 상황.

이대로라면 200억 달러를 그냥 허공으로 날리게 생겼다.

‘망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슈리 CEO는 바로 아데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파그마 인수에 대해 할 얘기가 좀 있습니다.”

아데오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지 않습니까? 매각 대금만 날짜에 맞게 지급해주시면 됩니다.]

“그 문제는…….”

[아! 그때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예?

[그날 사인한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씀대로입니다.]

“…….”

[지금 가족들과 휴양을 와있으니, 앞으로는 하실 말씀 있으시면 변호사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아데오는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슈리 CEO는 수화기를 집어던졌다.

“이런 젠장!”

* * *

[에도바 주가 32퍼센트 폭락!]

[에도바의 파그마 인수. 엔플의 요코하마 인수에 비견되는 바보 같은 인수]

[골드만삭스, 경쟁 우려로 에도바 목표주가 20퍼센트 하향 조정]

[JP모건, 에도바 매도 의견!]

-ㅋㅋㅋ 에도바 ㅈ됐네.

-경쟁사 인수해서 시장 독점하려고 했다가 제대로 얻어터짐~

-계속 가격 슬금슬금 올리더니 꼴 좋네.

-잽싸게 판 아데오 개꿀!

-지금쯤 존나 신나서 탭댄스 추고 있을 듯.

-200억 달러 먹튀 성공 ㅎㅎ

에도바가 그동안 매출과 수익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독점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픽 소프트웨어 시장은 다른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데다가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이용자들이 잘 이탈하지 않는다.

때문에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했음에도 이용자는 계속 늘었다.

그런데 스노우 크래시가 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에도바의 독점이 완전히 깨졌다.

당장 매출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향후 타격은 불가피했다.

기관들은 일제히 매도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내렸고, 에도바 시총은 10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결국 시라반 슈리 CEO는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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