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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49화 (349/529)

349화. 퀵샤카 오션월드 (4)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일개 증권사 직원이었던 나와는 달리, 선우는 그때도 업계에서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개발자였다.

그렇긴 해도 이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지는 아니었다.

얘한테 갑자기 게임을 개발하는 초능력 같은 게 생겼을 리는 없을 테고…….

LD스튜디오에서 잘리고 같이 치킨집을 할 때도 선우는 이후에 출시된 유명 게임들은 빠짐없이 했다.

기억은 못 한다고 해도, 그때의 경험들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그럼 개발 능력이 갑자기 올라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않을까?

선우는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뭐지? 혹시 뭔가 생각난 건가?

난 귀를 기울였다.

“봉인돼있던 능력을 각성한 것 같아.”

“……응?”

이게 뭔 개소리야?

“생각해봐.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게 말이 돼? 오른팔에 봉인돼있던 천재적인 능력이 드디어 각성한 게 맞다니까.”

“갑자기?”

그리고 그게 왜 오른팔에 봉인돼 있어? 흑염룡이야?

“아마도 퇴사가 계기였겠지.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뭐 이런 거 아닐까?”

“응. 아니야.”

뭐야, 그 웹소설 제목 같은 건?

내가 보기에는 회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해봤지만, 굳이 말해줘봐야 괜히 혼란만 생길 것 같다.

회귀와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있고.

어쨌거나 원래부터 개발 능력이 뛰어났던 놈이 잠재적인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면? 이거 완전 대박 아닌가?

우리는 일 얘기로 다시 돌아왔다.

선우는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레전드덱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어?”

“매우 잘 진행 중이야.”

“기기만 괜찮게 나오면 대박 칠 것 같은데. 잘만 만들면 콘솔, PC, 모바일의 수요를 전부 끌어올 수 있을 테니까.”

이 얘기를 반대로 하면, 잘못 만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는 것.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중이다.

“휴대용 게임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콘솔과 PC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거지만, 다행히 이 문제는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극복할 수 있지.”

선우는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지? 탐 스콧 CEO 진짜 똑똑하네.”

“이거 내가 낸 아이디어야.”

그러자 선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뻥 치지 말고.”

“진짜야, 임마. 내가 만들라고 해서 만드는 거야. 유성전자랑도 내가 연결시켜줬고.”

“흠, 그래?”

뭐, 따지고 보면 1회차 때 나온 스트림덱을 보고 떠올린 거긴 하지만.

마침 얘기가 나온 김에 난 탐 스콧 CEO의 말을 전해주었다.

“레전드게임즈 쪽에서 레전드덱 런칭 타이틀 하나 만들어줄 수 있냐고 하던데.”

“레전드덱 독점으로?”

“아니, 멀티 플랫폼으로.”

레전드덱은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물론,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을 전부 대응할 수 있도록 제작 중이다.

그래도 기존 게임 외에 런칭 때 함께 발매하는 게임이 있으면, 서로 판매량에 도움이 되겠지.

선우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금 개발해서 시기를 맞출 수 있을까?”

“역시 힘들겠지?”

“흠, 그런데 또 못 만들 것도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럼 한번 해봐.”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도는 해볼게. 아! 이번에 나이트라이트 배틀패스 완전 대박 났던데.”

“응.”

블록밸리가 잘나가는 가운데, 탐 스콧 CEO는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이트라이트의 배틀패스를 출시했다.

종류는 세 가지로, 게임 내 재화로 구매할 수 있다.

금액은 대략 10달러 수준.

그런데 하루 만에 무려 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초대박을 쳤다.

단순 계산을 하면 500만 명 이상이 결제했다는 얘기다.

하기야 가입자 수가 3억 명이니, 이 정도 결제해도 이상할 건 없다.

“재밌게 하는 게임이라면, 현질이 아깝지가 않지.”

배틀패스란 비유하자면 쇼핑몰 멤버십 제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쇼핑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멤버십에 가입하면 포인트와 쿠폰 등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쇼핑을 해야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

쇼핑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듯, 배틀패스 가입자는 꾸준히 플레이하고, 여러 도전과제를 달성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지 아이템을 파는 게 아니라 게임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게임사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접속률도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처음 나이트라이트가 배틀패스를 출시한다고 하자 한국 게임사들이 다들 ‘저게 돈이 되겠냐’며 코웃음을 쳤거든. 그런데 대박 친 걸 보자마자 부랴부랴 배틀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난리 났지.”

사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 모바일 게임의 BM을 딱 하나로 정의하면 바로 확률형 아이템, 일명 랜덤박스다.

그러나 지난번 ‘브라더후드M 확률 조작 사태’로 인해 랜덤박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그래서 게임사들이 예전처럼 랜덤박스로 손쉽게 돈을 뽑아먹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배틀패스 도입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한때 랜덤박스로 문제가 생겼던 루미나스, 시나몬 스토리, 차일드런 등도 재빨리 배틀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럼 그 게임들은 이제 랜덤박스는 안 팔아?”

내 말에 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배틀패스도 도입하고, 랜덤박스는 랜덤박스대로 팔겠다는 생각이지.”

“…….”

그럴 줄 알았다.

“LD스튜디오는?”

“거긴 힘들지.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걸.”

최근 LD스튜디오는 큰 호재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앱마켓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 특히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코스믹폰 사용자 비율이 높다.

코스믹스토어가 활성화된 덕분에 한국 게임사들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엄청난 호재였다.

그렇다면 LD스튜디오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일시적으로는 상승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 이유는 앞으로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확률 조작 사태로 인해 한번 떨어진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게임사들처럼 배틀패스를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브라더후드M은 소수의 고래들에게 최대한 많은 과금을 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확률형 아이템 없이는 아예 게임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 구조인 데다가, 아무리 욕을 먹는다 한들 여전히 이를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괜히 배틀패스 같은 걸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핵과금러들이 크게 반발하며 매출이 줄어들 테니, 도입하고 싶어도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래는 브라더후드M과 비슷한 P2W 게임을 출시해 똑같이 과금하려 했지만, 게임은 망했고 욕만 먹었지.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뭔데?”

“바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서 정상적인 과금으로 돈을 버는 거지.”

“그렇군.”

잠깐. 이게 뭔 소리야?

다시 생각해 보니 좀 황당하다.

“아니, 게임사가 제대로 된 게임 만들고 정상적으로 과금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선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당연한 일이 LD스튜디오에서는 쉽지 않아.”

* * *

브라더후드M.

한때는 한국 게임 매출 부동의 1위이자, 전세계 게임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을 자랑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확률 조작 사태 이후 매출은 폭락했고,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유저들은 또다시 본사에 트럭을 보내 시위를 벌였다.

발단은 뒷광고였다.

LD스튜디오는 떨어진 매출과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에이튜버와 BJ들에게 브라더후드M을 플레이 해달라고 광고비를 지급했다.

이 광고비는 자연스레 확률형 아이템 뽑기와 강화에 쓰였다.

브라더후드M은 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P2W(Pay To Win) 게임.

양쪽 진영이 싸우는데, 한쪽에만 광고비를 준다면 당연히 광고를 받지 않은 쪽은 게임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이에 유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LD스튜디오 측은 처음에 부인했으나, 결국 사실로 드러났고, 또다시 트럭 시위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백날 트럭 보내봐야 뭔 소용임? 이런다가 LD가 바뀔까?

-ㅎㅎ 차라리 똥개가 똥을 끊지.

-여전히 유저를 개돼지 취급하는 중~

-이딴 게임은 안 하는 게 답임. 빠른 손절로 여러분들의 지갑을 지킵시다.

-ㅅㅂ 인앱결제 수수료 내려간 걸로 아는데 왜 결제는 그대로냐?

-외부결제를 하면 깎아줘야 할 거 아냐?

-내린 수수료만큼 LD스튜디오가 인마이포켓 하겠다는 거 ㅋㅋㅋ

-나이트라이트 좀 본받아라. 거기는 배틀패스 출시해서 하루 만에 5000만 달러 땡겼는데 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

-누가 나이트라이트를 욕하겠어?

-이런 게 바로 결제와 강매의 차이~

-나이트라이트는 시즌 패스가 1만 원을 안 하는데, 브러더후드M은 랜덤박스 하나 까는 데 200만 원임. 미친놈들인가?

-이딴 똥겜에 결제하는 놈들이 레전드!

-나이트라이트나 한판 하러 가야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전처럼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는 것.

기사도 몇 개 나지 않았고, 공중파에서는 아예 보도조차 안 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브라더후드M의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나이트라이트와 블록밸리는 차근차근 한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브라더후드M의 매출에만 기대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LD스튜디오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우리 회사 괜찮은 건가?”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러다가 우리사주 받은 거 휴짓조각 되겠네.”

“얼른 다른 게임을 개발해야 할 텐데.”

“대체 개발 3팀은 왜 해체한 거야?”

“거기 있던 강선우 씨가 나가서 SW게임즈 차렸잖아. 그래서 개발 3팀 사람들 싹 데려갔어.”

“어, 진짜? 나도 한번 연락해볼까?”

다행히 LD스튜디오는 그동안 랜덤박스를 팔아서 벌어들인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돈이면 얼마든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LD스튜디오 진태경 대표는 바로 콘솔과 PC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새로 개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뭐? 개발할 사람이 없다고?”

“예.”

박수형 부사장의 보고를 받은 진태경 대표는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개발자가 그렇게 많은데, 개발자가 없다니.”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은 많은데, 패키지 게임 쪽은 전무합니다. 개발을 위해서는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LD스튜디오는 직원 수 4500명의 거대 게임 기업이다.

확률형 뽑기를 메인으로 한 모바일 게임 개발자는 넘쳐났다. 다만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개발자가 없을 뿐이다.

그나마 있던 개발자들도 다들 떠났다.

때문에 이제 와서 다른 게임을 만들려고 해도 개발자가 없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럼 온라인 게임 쪽은? 일전에 개발했던 온라인 게임 있잖아. 판타지아 테일즈.”

“박현종 전무가 팀을 해체하는 바람에 다들 퇴사해 SW게임즈로 갔습니다. 그 외에 다른 개발자들도 많이 퇴사해, 디렉터를 할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

LD스튜디오를 먹여 살리는 1등 공신은 당연 브라더후드M.

이렇다 보니, 브라더후드M 개발팀과 다른 개발팀은 대우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언론에서 말하는 억대 연봉 역시 브라더후드M 개발자들이나 그렇지, 다른 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다른 게임에 투자하거나 개발할 의지가 없고, 대우도 잘해주지 않으니, 떠나는 게 당연했다.

이러한 상황은 LD스튜디오뿐 아니라, 다른 한국 게임사들 역시 비슷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만 만들다 보니, 개발인력 대부분이 그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렇다 보니 콘솔과 패키지 게임 개발자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진태경 대표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돈도 있고 직원도 있는데, 정작 게임을 개발할 개발자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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