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48화 (348/529)

348화. 퀵샤카 오션월드 (3)

투위치 유명 게임 스트리머 브라이언 레시.

친근한 얼굴에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과 말투 덕분에 그의 방송은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0대들에게는 할리우드 스타보다도 유명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의 주력 콘텐츠는 원래 마이 크래프트였으나, 최근에는 블록밸리로 갈아탔다.

브라이언은 시청자들과 함께 블록밸리 내의 온갖 게임을 해보고,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블록밸리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기에 콘텐츠가 떨어질 일이 없었다.

그의 방송 중에는 ‘갓겜을 찾아서(Find of The God game)’라는 코너가 있다. 순위 안에 없는 아무 게임이나 무작위로 해보며 그중에서 갓겜을 찾아내는 것이다.

블록밸리에서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보니,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똥겜(Shitty Game)이었다.

이런 게임을 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황당해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게 이 코너의 재미였다.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해볼까? 이건 뭐지? 킥햐카, 아니, 퀵스하카 오션월드? 아! 퀵샤카인가? 왠지 이름에서부터 똥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이거 한번 해보자.”

브라이언은 역시나 별 기대 없이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우! 이거 뭐야?”

어느새 그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핑하는 자세를 취하며 게임에 몰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뭐야? 똥겜인 줄 알았는데 갓겜이었나?

-갓겜이야? 드디어 갓겜을 찾은 거야?

-브라이언 표정 보소.

-저렇게 즐거워하는 거 처음 봄 ㅋㅋㅋ

-안 돼! 난 그저 똥겜을 하며 절망하는 형의 표정을 보고 싶을 뿐인데 ㅜㅜ

-항상 형이 행복해지길 바랐지만, 이 정도로 행복해지길 바라지는 않았어!

브라이언은 두 팔을 들며 소리쳤다.

“갓겜이다! 드디어 갓겜을 찾았다!”

나중에는 친구들을 불러 같이 게임을 하며 실수할 때마다 서로의 얼굴에 물총을 쏘고, 게임오버가 되면 수영장에 집어 던지기도 했다.

“좋아! 오늘은 반드시 최고 기록 세운다!”

한창 즐겁게 ‘퀵샤카 오션월드’를 즐기고 있는데, SW게임즈에서 새 게임을 출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뭐야?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나?’

브라이언은 바로 방송을 켜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헤이, 가이즈! SW게임즈가 블록밸리에 새 게임을 출시했다고 하니 같이 한번 해보자. 디자이너가 돼서 당신의 가게를 키워나가세요? 타이쿤 게임인가? 이건 내가 별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데. 그래도 SW게임즈가 만들었다니, 일단 시작!”

잠시 후.

별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브라이언은 몰두해서 게임을 했다. 그는 게임을 하는 내내 제작자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갓겜이야! 앞으로 SW게임즈에서 만든 게임은 무조건 다 해본다!”

* * *

‘퀵샤카 오션월드’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SW게임즈는 블록밸리에 두 번째 게임을 내놓았다.

10대를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 '니더스'의 홍보 게임,

게임 이름은 ‘니더스에 어서 오세요!(Welcome to Niders!)’. 장르는 경영 시뮬레이션…… 일명 타이쿤(Tycoon)이다.

타이쿤은 원래 에도시대 쇼군을 뜻하는 단어였으나, 이후 비즈니스 업계에서 잘나가는 경영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다가, 게임으로 넘어와서는 하나의 장르명이 됐다.

게이머는 직접 디자이너가 돼서 의상을 디자인하고, 친구들을 불러 패션쇼를 열고, 자신의 옷가게를 키워나간다.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게임 내의 제작툴을 활용해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을 실제로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매 시즌마다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고, 여기서 입상한 제품에 대해서는 니더스에서 실제 옷으로 제작해 매장에서 판매하고 이익의 일부를 쉐어한다.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임 안에서는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디자이너 꿈나무들이 몰려들었고, 패션에 관심이 있는 10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필수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니더스에 어서 오세요’ 너무 재밌음! 요즘 이거 하나는 재미에 삼!

-다른 거 안 하고 하루 종일 이것만 하는 중 ㅜㅜ

-클라우드 게임으로 하는데 우리 집 전파가 안 좋아서 자꾸 끊겨서 짜증 나~

-코스믹폰으로 바꿔! 난 엔폰 쓰는데, 블록밸리 때문에 코스믹폰 하나 새로 샀어.

-내가 직접 디자인한 옷 입었는데, 친구가 예쁘다고 해주니 너무 뿌듯해^^

-가게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는 중.

-친구들도 다녀가고, 다들 장사 잘되라고 하나씩 사줌. 너무 고마워~

-내가 게임 안에서 디자인한 옷을 실제 매장에서 보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안타깝게도 ‘퀵샤카 오션월드’의 인기를 꺾지는 못했지만, 바로 그 아래인 2위에 랭크됐다.

SW게임즈가 만든 게임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것이다.

역시나 게임 출시 직후 주문이 폭주하며 니더스의 모든 제품은 품절됐다.

* * *

SW게임즈.

이 회사는 게임을 내놓기도 전부터 업계에서 소문이 났다. 그 이유는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게임사는 딱 세 곳.

레전드게임즈, 블록게임즈, 그리고 SW게임즈다.

이미 앞의 두 게임사가 연달아 대박을 터트린 만큼, 많은 사람들이 SW게임즈가 어떤 게임을 내놓을지 기대했다.

처음 출시한 게임은 신기하게도 블록밸리 게임이었다.

‘퀵샤카 오션월드’는 뛰어난 게임성으로 출시 이후 블록밸리 1위 게임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어서 출시된 ‘니더스의 어서 오세요’ 역시 대박을 쳤다.

SW게임즈가 블록밸리에서 출시한 두 개의 게임은 브랜드 홍보 게임의 레퍼런스나 다름없었다.

편리하고 보기 좋은 UI는 게이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고, 다른 회사들은 이를 참고해 게임을 제작했다.

아예 SW게임즈에 직접 의뢰를 하는 곳도 많았다.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온갖 브랜드에서 제작 의뢰가 밀려들었다.

난 SW게임즈로 향했다.

어차피 같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만 타면 된다. 현재 SW게임즈는 3층을 통째로 사용 중이다.

아직은 직원이 많지 않아 한 층의 절반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나중에 확장할 걸 대비해 위층들을 아예 비워놓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청바지에 셔츠를 입은 여성이 나를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약간 작은 체구에 긴 생머리.

난 반갑게 말했다.

“어! 수연 씨 맞죠?”

그러자 그녀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저 아세요?”

“…….”

잠깐만. 혹시 이번 생에서는 처음인가?

난 적당히 둘러댔다.

“예. 선우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차수연 씨 맞죠?”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녀는 강선우가 있던 LD스튜디오 개발3팀 직원이었다.

원래는 캐릭터 디자인과 3D모델링 담당이었으나, 따로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팀장인 선우는 잘리고, 팀은 해체됐다. 그녀는 선우가 게임사를 차린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합류했다.

그렇게 SW게임즈의 창립 멤버가 된 그녀는 현재 강선우의 비서 역할도 겸하고 있다.

원래 중소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기 마련.

난 그녀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SW게임사의 직원은 현재 70여 명. 이 정도면 웬만한 중소 게임사 정도의 규모다.

파티션으로 나눠진 공간에서 다들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대표실이 따로 있지는 않고, 강선우는 가장 안쪽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은 다른 직원들보다는 세 배는 넓었다.

이는 대표라서가 아니라, 하는 일이 많기 때문.

컴퓨터만 네 대에 모니터는 여섯 대다.

자리는 엉망이었다. 책상 한쪽에는 서류와 책 등이 쌓여 있고, 잡동사니가 굴러다녔다. 뒤쪽에는 라꾸라꾸라 불리는 간이침상이 놓여있다.

선우는 조거팬츠에 티셔츠, 그리고 삼선 슬리퍼를 신은 편한 복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잘나가는 게임사 사장이라기보다는 동네 백수 같은 모습이다.

“나 왔어.”

“어, 왔어?”

선우는 지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미팅실로 들어갔다.

“뭐 마실래?”

“아무거나.”

선우는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주었다.

역시 커피는 맥심이지.

“게임 대박이던데. 제작 의뢰도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며?”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에서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아미다스에서도 연락 왔어.”

“오! 아미다스!”

아미다스는 모두가 아는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

이런 곳에서 의뢰를 하다니!

“그래서 할 거야?”

“아니. 지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빠 죽겠는데.”

“다른 게임 개발은 잘돼가?”

지금 나온 두 개의 게임 외에도 대여섯 개의 게임을 동시에 개발 중이다. 이러다가 블록밸리 차트 줄 세우기 하게 생겼다.

“이번 기회에 각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서 롤플레잉이나 도둑잡기 같은 다양한 장르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적당히 비슷하게 만들어도 충분히 흥행할 것 같은데.”

선우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노노. 그딴 식으로 만들 거면 안 만들고 말지.”

훌륭한 개발자 마인드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제작할 수가 있어? 찰스가 말하길 이 정도면 수십 명이 1년 이상은 잡고 제작해야 한다던데.”

선우가 만든 게임은 웬만한 패키지 게임 못지않은 볼륨이다.

블록밸리의 제작 툴을 활용하는 만큼 제작이 쉽고 그래픽 작업 같은 건 따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로 짧은 시간에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두 개를 동시에 만들었다!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나도 그 정도 걸릴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제작해보니 이상하게 술술 풀리는 거 있지? 너도 알다시피 게임 개발이라는 게 원래 만들고 갈아엎고의 반복이거든.”

“그렇지.”

게임 개발 도중 방향을 틀거나, 수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린텐도의 미야모토 시타로.

그는 게임이 재미없다 싶으면 다시 만들게 하는…… 일명 ‘밥상 뒤엎기’로 유명했다. 심지어는 출시 직전 다 만든 게임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개발자들은 그가 게임을 검수할 때면 뒤에서 벌벌 떤다고 한다.

뭐, 그렇게 밥상을 뒤엎어서 나온 게임들이 워낙 명작들이다 보니, 게이머들은 별 불만 없지만.

“게임이란 어느 정도 완성되기 전까지는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알 수가 없거든.”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게임은 소비자가 ‘플레이’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다 보니 스토리 좋고, 캐릭터 멋지고, 그래픽도 훌륭한 게임이, 막상 해보면 더럽게 재미없는 경우도 있다.

난 블록밸리 창업자들 얘기를 떠올렸다.

지금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그들은 블록밸리를 개발하며 수도 없이 ‘과연 이 게임이 잘될까?’, ‘우리가 잘못 생각했나?’, ‘지금이라도 다른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회의감을 끝없이 느꼈다고 한다.

“완성된 게임에서 보여주는 게 10이라면, 실제 개발하는 건 100이 넘어. 그런데 지금은 그냥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이 게임들도 도중에 거의 수정 없이 그대로 만들었어.”

“그거 엄청난 거 아니야?”

“엄청나지.”

시행착오 없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니!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남들보다 10배는 적은 비용과 10배 빠른 속도로 제작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면 되는지 알 것 같단 말이야. 마치 이런 게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응?”

잠깐만.

이거 아무래도 회귀가 뭔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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