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47화 (347/529)

347화. 퀵샤카 오션월드 (2)

[(WST) 니케가 게임 개발자를 찾는 이유는?]

퀵샤카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헌팅턴 비치에서 탄생한 서퍼웨어 브랜드다.

창업자는 제프 샌퍼드와 케이티 샌퍼드 남매,

프로 서퍼이자 서핑샵 운영자인 그들은 기존 서퍼웨어의 디자인과 재질에 아쉬움을 느꼈고, 직접 제작해 판매하며 퀵샤카가 탄생했다.

딱 맞는 핏과 유연한 소재, 그리고 예쁜 디자인 덕분에 퀵샤카는 헌팅턴 비치 서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였다.

그런데 최근 설문 조사에서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윔웨어로 올라섰고,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제품은 아베이에서 열 배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하나의 게임 때문이다.

(중략)

퀵샤카의 성공 사례를 본 패션업계에서는 게임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졌다.

스포츠 브랜드 니케는 게임 개발자 채용 공고를 올렸고, 캐주얼 브랜드 롤프 라렌은 게임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니케 최고마케팅책임자 요셉 세트릭은 블록밸리 내에 니케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거대한 가상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 밝혔다.

일명 ‘니케랜드’로 명명된 이 공간에서 게이머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니케 제품을 입히고, 각종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명품 업체들 역시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IT 출신 인력들을 고용에 나섰다.

버버리와 구찌 등은 디지털 컬렉션을 제작하고, 아바타가 착용할 수 있는 가상 패션 아이템을 NFT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 *

퀵샤카의 성공 소식은 금세 패션 업계 전체로 퍼졌다.

일부 명품 브랜드에서는 잠깐의 이슈일 뿐이라며 폄하했지만, 대중 브랜드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디지털 마케팅과 비즈니스는 패션 업계 최대의 화두였다.

시장에서 파는 티셔츠와 명품 브랜드 티셔츠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어차피 중국이나 동남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건 똑같으니.

제품이 같아도 가격은 100배도 차이 난다.

이 차이는 바로 브랜드 로고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이전에 디지털 마케팅이라고 하면 SNS와 에이튜브, 틱톡 홍보가 주력이었으나, 이제는 블록밸리는 주요 홍보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게임으로 홍보도 하고, 옷과 신발 등을 팔아 돈도 벌 수 있다니!

이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겠는가?

“우리도 저런 것 좀 만들어봐.”

“저런 허접한 브랜드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야?”

“거, 애들용 게임이라는데 대충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퀵샤카의 성공을 본 풀햄의 루비트 사장은 마케팅 부서에 지시를 내렸다.

“개발자 한 명 뽑아줄 테니 당장 개발 시작해!”

갑작스러운 지시에 숏웰 마케팅 팀장은 당황했다.

“게임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응? 얼마 전 기사 보니까 14살짜리 학생이 게임 만들어서 10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하던데. 그런데 다 큰 성인들이 왜 못 만들어? 뭔가 문제야?

“…….”

니케처럼 개발자들을 대거 차용해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곳이 있는 반면, 아예 게임사에 외주를 맡기는 곳도 있었다.

아미다스 최고마케팅책임자 제러미 도나우는 퀵샤카 오션월드를 해보고, 이를 제작한 게임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게임 만든 곳이 어디야?”

“한국의 SW게임즈라고 합니다.”

“거기에 외주를 줬나 보군.”

“알아보니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곳이라고 합니다.”

“뭐!?”

컨티뉴 캐피탈은 게임 업계의 큰손.

나이트라이트를 제작하고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운영하는 레전드게임즈와 블록밸리를 만든 블록게임즈의 대주주가 바로 컨티뉴 캐피탈이다.

그런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게임사라니!

제러미는 바로 지시했다.

“우리 게임도 만들어줄 수 있는지 한번 연락해봐.”

* * *

퀵샤카 오션월드는 SW게임즈가 처음으로 만든 게임.

블록밸리 스튜디오를 활용한 단순한 게임이지만, 게임이 상상 이상의 대박을 치며 SW게임즈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패션 업체만이 아니라,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게임 제작 의뢰가 밀려들었다.

[퀵샤카 오션월드 개발사는 한국 게임사]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SW게임즈]

[SW게임즈 대표 강선우, LD스튜디오 출신으로 알려져…….]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했다는데, 대표가 누구야?

-강선우라고 원래 LD스튜디오에 있다가 쫓겨나서 회사 차렸다 함.

-우와! 이런 개발자를 내쫓았다고? 미친놈들인가?

-이 새끼들은 가챠 만드는 거 빼면 할 줄 아는 게 없음. 개발자들도 다들 랜덤박스 확률 계산만 하고 있을 듯?

-냅둬요. 평생 브저씨들 주머니나 털어먹겠지.

-브라더후드M도 확률 조작 사건 터진 이후에 이용자수랑 매출 모두 반의 반토막 남.

-LD스튜디오 주식도 반의 반토막 ㅜㅜ

-그딴 쓰레기 같은 게임 줘도 안 함.

-퀵샤카 오션월드 가서 손가락 서핑이나 해야지~

* * *

난 탐 스콧 CEO의 연락을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왠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신난 것 같다.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엔플 놈들이 요코하마 일렉트론 때문에 난리가 난 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

적의 불행은 나의 기쁨이라는 건가?

솔직해서 좋다.

난 그동안의 일에 대해 보고 받았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은 한둘이 아니다.

나이트라이트 업데이트, 레전드게임즈 스토어 운영, 써릴 엔진5 개발, 블록밸리 전세계 퍼블리싱 등등.

여기에 유성전자와 협력해 레전드덱 개발을 진행 중이고, 엔플과 구블과는 수수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행히 레전드덱 개발은 유성전자의 전면적인 협조 아래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ADM은 기존 APU를 기반으로 한 커스텀 침셋을 개발 중.

이는 유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얼마 전 ‘퀵샤카 오션월드’를 한번 해봤습니다.]

난 농담처럼 말했다.

“바쁜 줄 알았는데 게임할 시간은 있었나 보네요.”

[그럼요. 아무리 바빠도 게임은 해야죠.]

“그래서 게임은 어땠나요?”

[최근 해본 게임 중에서 가장 재밌었습니다. 개발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당사자가 들으면 기뻐하겠네요.”

* * *

MFW의 대표가 회사로 찾아왔다.

같은 건물에 있으니 엘리베이터만 타고 올라오면 된다.

그녀는 우리에게 말했다.

“퀵샤카 주문량이 이전보다 100배가 늘었어요.”

동호 선배는 깜짝 놀랐다.

“어! 100배요?”

“예. 전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요. 현재는 모든 제품이 품절돼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는 상황이에요.”

퀵샤카는 원래 서핑샵.

그 지역 서퍼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하긴 했지만, 일반인들은 이름조차 몰랐다.

그런데 ‘퀵샤카 오션월드’가 대박을 치는 바람에 대중들에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됐고, 사려는 사람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퀵샤카로서는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MFW는 소규모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

이미 각 지역의 공장, 창고, 운송사, 유통망 등과 계약을 맺고 있다.

“일단 급하게 원단 공장과 생산 공장을 섭외해 생산을 진행 중이에요. 판매를 다시 시작하려면 2주는 걸리겠지만요.”

“고생했어요.”

며칠 동안 바쁘게 뛰어다녔는지, 잔뜩 지친 것 같은 표정이다.

민아름은 나를 보며 물었다.

“이렇게 잘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요?”

“뭐…….”

블록밸리가 패션 브랜드의 중요한 홍보 채널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몇 년 뒤의 일.

지금 시점에서는 한발 앞선 마케팅인 만큼, 100퍼센트 잘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퀵샤카 오션월드’는 그야말로 초대박.

심지어 나중에 나오는 ‘니케랜드’도 이 정도 인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 게임을 만들어 내다니.

강선우 너란 놈은 대체…….

이 정도로 잘될 줄 알았다면, 미리 주문 폭주에 대비하라고 언질을 줬을 텐데.

나도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블록밸리 내의 매출이 500만 달러를 넘겼어요.”

원화로는 무려 5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블록밸리 게임들은 대부분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게임들은 게임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랜덤박스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선우는 그런 걸 극혐한다.

유료로 판매하는 것인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스킨뿐.

수영복, 서핑복, 서핑보드 등등.

그 스킨을 입은 캐릭터들이 블록밸리의 다른 게임들을 돌아다니며 브랜드가 홍보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어쨌거나 이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그 짧은 기간 동안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블록밸리 게임인 만큼, 매출의 25퍼센트는 블록밸리가 가져간다.

여기에는 록스로 구매한 인게임 아이템만 포함되고, 게임 내의 쇼핑몰에서 페니로 결제한 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75퍼센트의 매출 중 20퍼센트에 해당하는 15퍼센트는 퀵샤카가 갖는다. 나머지 60퍼센트가 SW게임즈의 수익.

선우는 게임 출시 이후 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게임 내 쇼핑몰에서 판매된 실물상품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수료를 받기로 했으니, 실제 수익은 더 클 테고.

동호 선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아니, 홍보라는 게 돈을 써서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돈을 벌면서 홍보한 거야?”

민아름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요.”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게임 안에서 공연도 하는 시대인데요. 잘 만든 게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이런 게 메타버스지.

발 빠른 곳 업체들은 이미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 중이다. 니케의 경우 향후 매출의 40퍼센트를 디지털에서 얻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MFW랑 계약한 모든 브랜드들이 블록밸리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무명이나 다름없던 브랜드가 한 방에 뜬 걸 보니 부럽기도 하겠지.

소비자들은 친숙한 브랜드를 좋아한다. 똑같은 제품이라면 아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니.

“기사를 보셨겠지만, 유명 브랜드들도 블록밸리 게임 출시를 준비 중에 있구요. 경쟁이 치열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걱정할 것 없어요.”

“어째서요? 니케나 아미다스가 게임을 만들면 저희보다 훨씬 유리할 텐데요.”

난 피식 웃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블록밸리에서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브랜드 홍보 게임 역시 마찬가지.

무명 브랜드 게임도 저렇게 잘되니, 유명 브랜드가 게임을 만들면 브랜드만 보고도 게이머들이 몰려올 거라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SNS 홍보조차도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로 갈린다.

이게 게임이라면?

유명 브랜드에서 홍보용 게임을 내놓으면 일단 사람들이 몰리긴 할 거다.

하지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음, 글쎄요.”

내 물음에 민아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 게임과 엔터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동호 선배는 바로 답했다.

“재미지. 재미없는 게임을 누가 해?”

“정답.”

게임이 재밌으면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반대로 재미가 없으면 1원도 아깝다.

아무리 브랜드가 유명하면 뭐 하나? 재미가 없으면 홍보는커녕 욕만 먹게 될 것이다.

난 자신 있게 말했다.

“강선우 수준의 개발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