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44화 (344/529)

344화. 간편결제

간편결제 서비스는 핀테크의 핵심.

과거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어느새 현금은 신용카드로 대체됐고, 이제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진화하는 중이다.

사실 신용카드 거래는 거래 과정이 복잡하다. 매입사, 발급사, 밴(VAN)사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러나 간편결제는 그러한 결제 과정을 줄여, 편의성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춘다.

혁신이란 대단한 게 아니다.

배달이 안 되던 음식을 배달이 되게 만드는 것도 혁신이고, 각종 서비스의 예약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혁신이고, 결제를 편하게 만드는 것도 혁신이다

워낙 거대한 시장이다 보니, 빅테크 기업들이 진출했고,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중 유명한 기업 하나는 미국의 페이펄.

20대의 청년들이 만든 페이펄은 4년 만에 당시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아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후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페이펄의 시총은 그때보다 80배가 커져 1200억 달러가 됐다.

그렇다면 창업자들은 페이펄을 싸게 팔아넘긴 걸 후회했을까?

천만에.

백만장자가 된 창업자들은 그 돈으로 각자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페이펄보다 더 큰 대박을 터트렸다.

그중에는 티슬라와 스페이스Z 창업자 알렌 에버하트도 있다.

이들은 이후 페이펄 마피아로 불리며, 미국 IT산업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중국이다.

중국은 지니바바에서 만든 지니페이와 위챈트에서 만든 유챗페이를 일상에서 활용한다. 현금 없이 QR코드만으로 결제와 송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람들이 현금을 안 들고 다니니 노점상도 간편결제를 받고, 심지어는 거지들도 간편결제로 구걸을 할 정도다.

지니페이와 유챗페이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려면 이를 안 받을 수 없다 보니, 면세점이나 명동에서는 지니페이와 유챗페이 가맹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여기서 상당히 뒤처져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은행과 신용카드 결제망이 잘 발달했기 때문.

누구나 쉽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결제 같은 게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간편결제가 신용카드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하는 추세다.

양자은 전무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진출하라는 건가요?”

“예.”

간편결제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중 가장 성공한 패스페이의 경우 기업가치가 10조에 육박한다. 이는 DA금융그룹 계열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큰 액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간편결제가 대세라는 건 알고 있어요. DA금융그룹 역시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있으니까요.”

금융업은 돈을 다루는 특성상 정부의 규제를 강하게 받는다.

때문에 비금융업계가 결제 시장에서 치고 들어오는데, 정작 금융업계는 규제로 인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전통적 금융업인 결제 서비스에 IT기업과 유통기업들이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을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호중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은 남들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마련.

IT기업들은 물론이고, 금융사, 스타트업, 심지어 유통업체들까지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에만 해도 무슨무슨 페이라는 게 수십 개쯤 된다. 그러나 이들 중 수익을 내는 것은 극소수고, 대부분은 돈만 먹고 있는 중이다.

“이건 수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이야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훗날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지금이야 핀테크 업체들이 몸을 낮추며 금융회사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때가 되면 반대로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줄 세우기에 들어갈 겁니다. 수익 역시 대부분 그쪽이 챙겨가겠죠.”

내 말에 양자은 전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DA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인 만큼 이에 대한 심각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 큰 차별화를 줄 수 있습니다. 페니는 결제와 송금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거래의 속도와 편의성은 올리고, 수수료는 더욱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라는 특성상 은행 결제망을 거칠 필요가 없죠. 그만큼, 현지 은행과 제휴를 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어느 나라든 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와 송금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사용됐다.

그러나 페니는 다르다.

스노우 크래시와 연계된 기업들을 통해 조금씩 사용처를 넓혀나가는 중이니까.

특히 레전드게임즈 스토어가 대박을 친 덕분에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졌고, 전자지갑 개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페니를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기에 적당한 시점이다.

우리는 그저 예치금을 넣고 페니를 발행만 할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본인들 마음이다.

달러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연준과 제휴를 맺을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스노우 크래시가 구축한 클라우드는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 판게아로 이어지고, 페니는 이 가상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다.

나중에는 페니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만큼, 먼저 시작해 시장을 선점할수록 유리할 것이다.

난 성윤아에게 물었다.

“윤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간편결제라…… 괜찮은 것 같은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윤아 씨가 한번 맡아서 해보는 건 어때요?”

내 말에 성윤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예? 저요? 제가요?”

“저희 쪽에서 70퍼센트를 투자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이는 지분 70퍼센트를 우리가 가져가겠다는 얘기.

대신 DA금융그룹은 그만큼 초기 투자의 부담을 덜고, 스노우 크래시의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자은 전무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좋은 제안이네요.”

한국 재벌들이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지만, 어쨌거나 다른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그룹을 물려받을 때쯤 되면 후계자한테 실적을 몰아주는 거고.

신사업 진출은 실적을 늘리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컨티뉴 캐피탈과 손을 잡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다.

난 자신 있게 말했다.

“잘 키운다면, DA증권, DA은행, DA카드를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 * *

얘기가 끝난 뒤.

난 성윤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빌딩에서 나온 사람들은 일제히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좀 걸을까요?”

“좋아요.”

우리는 한강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한강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캔맥주를 하나씩 사서 벤치에 걸터앉았다.

한강이 가깝다는 것이 DA증권의 장점 중 하나.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퇴근한 뒤 한강에서 운동하거나 맥주 한잔하는 걸 꿈꿨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인이 된 뒤에는 퇴근한 뒤 집에 가서 자기 바빴다.

“아까 한 말 진심이에요?”

“뭐가요?”

“간편결제 서비스가 DA금융그룹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만큼 간편결제 시장은 규모가 크니까요. 앞으로는 더욱 커질 테고.”

물고기는 연못 크기 이상으로 자랄 수 없다. 따라서 물고기가 최대한 커지기 위해서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저보고 맡아서 해보라고 한 것도요?”

“그럼요. 큰돈 투자하는 건데 설마 농담으로 말했겠어요?”

난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평범하게 회사 다니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그녀는 DA금융그룹이라는 재벌가의 일원.

그러나 재벌이라 해도 경영권을 갖지 못하면 그저 돈 많은 부자일 뿐이다. 그래서 형제자매들끼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피 터지게 싸우는 거고.

만약 성윤아의 어머니가 후계자가 되지 않았다면, 그녀도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신입사원(?)이 프리머스 사태를 터트리는 바람에 원래 후계자였던 양정욱은 좌천됐고, 그녀의 어머니가 그룹을 물려받게 됐다.

덕분에 그녀 역시 차기 회장의 외동딸이 됐다.

난 아까 입사 동기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녀의 상사들 역시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아직은 그녀의 어머니가 회장직에 오르기 전.

양자은 전무가 정식으로 회장직에 오르고 나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힘들겠지.

그러니 그 전에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야 모르죠.”

내 말에 그녀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잘할지 못할지 생각도 안 해보고 해보라고 한 거예요?”

“아니, 해보지도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상하네요. 왠지 미루 씨라면 뭐든 다 알 것 같은데.”

“뭐…….”

아무리 회귀했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뭔데요?”

“잘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이건 실제로 성공한 걸 봤기 때문에 잘 안다.

“저도 도와줄 테니 한번 해봐요.”

내 말에 그녀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좋아요. 열심히 해볼게요.”

“잘 생각했어요.”

왠지 그녀라면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윤아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미루 씨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래요.”

그녀는 손에든 캔맥주를 내밀었다.

“자요. 우리 건배해요.”

우리는 가볍게 캔을 부딪쳤다.

그러고는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서 한 사람을 만나봐야겠네요.”

“누구요?”

내가 이름을 말해주자 성윤아는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예? 뭐라구요?”

* * *

DA금융그룹 양현성 회장의 장남 양정욱.

그는 현재 DA금융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중 하나인 DA금융연구소에 있었다. 그가 그룹의 핵심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곳으로 좌천된 이유는 프리머스 펀드 사태 때문.

그 일은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그놈만 아니었어도…….’

어쨌거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코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그는 자신의 그룹을 되찾기 위해 주요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날아갔듯, 그의 누나 역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분명 기회가 올 거야.’

일찌감치 후계자 교육을 받은 그와는 달리 그의 누나는 갑작스레 후계자가 됐다. 그런 만큼 분명히 실수를 할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면 그룹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정욱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 희망의 끈이 툭 끊어졌다.

양정욱은 자신의 앞에 선 청년을 보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니, 니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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