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38화 (338/529)

338화. 요코하마 일렉트론 (9)

요코하마 일렉트론 인수는 이제까지 인수한 기업들과는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일단 이제까지 인수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시총만 해도 무려 10조 엔으로 대략 1000억 달러니까.

둘째는 바로 경쟁자의 유무.

이제까지는 별다른 경쟁 없이 편하게 인수했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경쟁자들이 참여했다.

과연 이들을 제치고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는 해당 기업을 분석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는 유성전자 역시 마찬가지. 사내 M&A 전문가들이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인수 후의 방향을 논의했다.

기업 분석에는 온갖 지표가 동원한다.

자료의 양 역시 엄청났다. 어떤 지표를 중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그러는 사이 난 컨소시엄의 또 다른 축인 사우디 국부펀드의 해외투자 본부장을 만났다.

“장내 매수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꼭 과반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나요?”

“기왕 사들이는 거 과반이면 좋잖아요. 혹시 모를 위협에도 안전하고.”

“어차피 인사이트 펀드의 지분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장내에서 얼만큼을 사든 소용없을 텐데요.”

“그러니 인사이트 펀드 지분을 사들여야죠.”

“문제는 경쟁자들이군요.”

사라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CMIC도 입찰에 참여할 거라고 하네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CMIC는 중국 최대의 반도체 업체.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사고 싶어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역시 그냥 넘어가도록 놔두지는 않겠다는 건가?

“얼마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난 데이비드의 말을 떠올렸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좋은 기업도 비싼 가격에 사면 나쁜 기업이 되고, 나쁜 기업도 좋은 가격에 사면 좋은 기업이 된다.

그렇다면 요코하마 일렉트론에는 얼마까지 쓸 수 있을까?

지금 상황은 1회차 때는 없었던 일이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방심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움직여야 한다.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두 배까지는 생각 중입니다.”

내 말에 사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에요?”

“예.”

사라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 금액에 사서 정말로 수익을 낼 수 있나요?”

난 자신 있게 말했다.

“적어도 경쟁자들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는 있겠죠.”

* * *

요코하마 일렉트론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이전부터 매각 소문은 파다했지만, 흥행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이 유성전자와 손잡고 뛰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컨티뉴 캐피탈은 그동안 투자한 것마다 엄청난 대박을 터트렸다. 게다가 유성전자 역시 최근 인수합병으로 큰 이익을 얻었다.

이 두 기업이 손잡고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에 모두가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주목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요코하마 일렉트론 인수,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

[반도체 업계 핫딜로 떠오른 요코일렉 인수전!]

[과열되는 요코하마 일렉트론 인수 경쟁, 유재호 회장이 직접 나선 까닭은?]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사모펀드들 역시 큰 관심을 가졌다.

다들 요코하마 일렉트론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투자를 고민했다.

“어째서 장비 기업을 인수하려는 거지?”

“신기술이라도 개발하고 있는 건가?”

“지금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판단인가?”

이런 와중에 갑자기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5200엔이던 주가는 불과 3거래일 만에 7000엔을 넘어섰다.

-대체 누가 사는 거야?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가 있는 CYP컨소시엄이 매수에 나섰다고 하는데.

-이거 어디까지 오르는 거지?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닌가?

-컨티뉴 캐피탈이 인수하면, 아예 전부 매수해서 상장폐지할 수도 있다는데.

-요코일렉을 완전히 자회사로 삼겠다는 건가?

-유성전자는 안 된다! 위대한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미국이나 대만 기업에 넘어가는 건 괜찮고?

-자본에 국적이 어디 있나? 돈 많이 주는 놈이 사가는 거지.

* * *

엔플의 탐 키튼 CEO.

그는 실시간으로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의 움직임을 보고받으며, PSMC 첸 회장과 연락했다.

[아무래도 CYP컨소시엄이 요코하마 일렉트론 장내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거군요.”

인사이트 펀드가 보유한 지분은 36퍼센트.

장외에서 15퍼센트를 추가로 확보한 다음, 이 지분을 인수하면 51퍼센트로 과반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조만간 공개매수에 나설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공개매수(Tender Offer).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규모의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사들이겠다고 공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보통은 현재 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다.

만약 100에 거래되는 주식을 누군가 130에 매수하겠다고 선언하면, 현재 거래가격이 얼마든 공개매수를 선언한 측에 130의 가격에 팔 수 있다.

‘얼마를 쓰든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건가?’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분명 1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회사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탐 키튼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얹어줄 수 있는 금액을 최대 30퍼센트라 생각했다. 그 이상이면 굳이 애써서 인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 모두 가격은 상관없다는 태도다.

[CYP컨소시엄이 소프트박스 측에 7조 2천억 엔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는 시세를 기준으로 두 배의 액수였다.

이에 대해 소프트박스 그룹은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아무리 인수 후의 시너지를 감안했다고 해도 두 배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CYP컨소시엄은 그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라도 인수할 생각인 듯했다.

이를 위해 한미루는 직접 일본으로 찾아가 송 회장과 나카자토 회장을 만났고, 그리고 유재호 회장은 중국을 방문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서 요코하마 일렉트론을 손에 넣으려는 거지?’

아무리 분석해봐도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처음에는 신기술 때문이라 여겼으나, 신기술이란 막상 실제 개발돼서 적용하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미루는 항상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탐 키튼은 NP세미의 사례를 떠올렸다.

그 기업은 엔플 실리콘의 마스터피스였다.

NP세미만 손에 넣었다면 엔플의 반도체 설계 능력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위치로 올라섰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머뭇거리는 유성전자가 채갔고, 지금은 유성전자의 AP를 설계하는 기업이 됐다.

그렇다면 요코하마 일렉트론은 어떨까?

이 기업이 엔플에게 있어서 마스터피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에게 있어서 마스터피스임은 분명했다.

그러니 그걸 그냥 가져가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자금력이라면 엔플과 PSMC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치킨 레이스가 펼쳐질 경우 누가 이기든 상처뿐인 승리가 될 거라는 것.

탐 키튼이 고민하는데, 첸 회장이 말했다.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뭡니까?”

[그건 바로…….]

첸 회장은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말해주었고, 탐 키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CYP컨소시엄을 견제할 수 있겠군요.”

* * *

산케이 신문.

일본의 일간지 중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언론사이자, 한국에도 제법 잘 알려진 언론사다.

그 이유는 혐한 기사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

오오시마 쇼고는 재작년 이곳의 기자로 입사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었다.

눈치나 보는 다른 언론사들과는 다르게 산케이 신문은 일본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고, 얼마나 더러운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당당하게 말했다.

‘산케이야말로 진정한 일본 언론이야! 다른 언론이 하는 말은 들을 필요 없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케이 신문의 상황은 별로 좋지 못했다.

한때는 일본 전역에 배포하던 전국 일간지였으나, 현재는 수도권과 칸사이 지방으로 축소됐고,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실시해 직원들을 내보냈다.

인터넷에 무료로 기사를 제공해 넷우익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이게 별로 돈이 되지는 않았다.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광고주들이 산케이 신문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는 넷우익들의 기관지로 전락했고, 일본 내에서는 제대로 된 언론사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기자들 역시 제대로 취재해 기사를 쓰기보다는 어떻게든 국뽕과 혐한 기사로 조회수를 많이 뽑을지 궁리했다.

오오시마 쇼고는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관련 기사를 주로 썼다.

다시 말해 혐한 기사를 썼다는 얘기다.

[한국이 아직 후진국인 10가지 이유]

[충격! 한국 아이돌들의 추악한 실태!]

[한국 제작사들의 도 넘은 일본 문화 베끼기!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경악! 경제 전문가들, 한국 30년 내에 망한다 예언!]

[재일한국인들의 심각한 범죄행각! 일본에서 추방해야!]

그가 쓴 기사들은 넷우익들에게 인기를 끌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그는 넷우익들에게 잘 알려진 스타 기자가 됐고, 보수 단체 집회에도 자주 초청받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기사를 쓸지 고민하는 그에게 이메일로 하나의 제보가 도착했다.

별생각 없이 제보를 읽던 오오시마 쇼고는 깜짝 놀라 바로 가토 보도국장에게 보고했다.

“이걸 한번 봐주십시오.”

“뭔데?”

그가 내민 자료를 읽어 본 가토 보도국장 역시 깜짝 놀랐다.

“헉! 이게 뭐야?”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의 진실을 알립니다.]

제보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바로 사마라 회장의 일본 탈출 사건에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가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관련 소문이 있긴 했다.

그런데 이 투서 형식의 제보에는 소문의 내용이 그럴듯하고 논리정연하게 적혀있었다. 마치 내부자가 고발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제보자가 누구야?”

“모르겠습니다. 익명에 이메일로만 제보했고, 회신해봤지만 확인도 하지 않습니다.”

“흐음.”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데다가, 별다른 증거도 없다. 그저 심증을 이리저리 끼워 맞췄을 뿐이다.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이런 걸 기사랍시고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케이 신문은 그러한 사소한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 언론사였다. 기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가 아니다.

바로 조회수다!

조회수를 뽑기 위해서는 국뽕과 혐한이 최고다.

안 그래도 최근 자극적인 뉴스가 별로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이 기사라면 엄청난 인기를 끌 거야!’

마침 요코하마 일렉트론 인수전과 관련해 기사가 쏟아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사를 낸다면?

전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가토 보도국장은 바로 지시했다.

“이거 당장 특집기사로 써서 올려.”

“알겠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대화를 듣던 요시키 부국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취재가 좀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취재? 이 정도로 확실한 제보가 들어왔는데 뭘 더 취재해?”

“컨티뉴 캐피탈과 유성전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어떻게 합니까?”

가토 보도국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할 의무가 있네! 누구도 그걸 막을 수 없어!”

“그래도 혹시라도 거짓 제보라면……?”

“아니면 말고지! 지들이 소송이라도 할 거야, 어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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