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22화 (322/529)

322화. 수수료 전쟁 (10)

[(속보) 엔플, 100만 달러 수익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수수료 15퍼센트로 낮춰! 외부 결제에 대해서도 암묵적 허용 방침]

[구블, 플레이마켓 수수료 체계 재검토! 최고 30퍼센트인 수수료율을 25퍼센트로 낮추고, 매출에 따라 단계별로 차등 적용할 것]

[영국 경쟁시장청(CMA), 엔플과 구블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 조사 시작]

[한국 국회,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추진]

그동안 30퍼센트 수수료는 황금률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세계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이 법칙이 드디어 깨졌다!

구블이 먼저 최고 수수료를 25퍼센트로 인하한 만큼 엔플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수료 인하와 외부 결제로 인한 손실액은 양사를 합치면 1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 소식에 구블과 엔플 주가는 각각 6.7퍼센트, 8.8퍼센트씩 폭락했고, 그 충격으로 나스닥은 4.3퍼센트 하락하며 52주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엔플 시총은 하루 만에 2000억 달러나 증발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에 간신히 2조 달러를 지킬 수 있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폭락 이유에 대해 기대 이익 감소와 함께, 향후 앱마켓 경쟁 심화, 각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 그리고 게임사들의 이탈과 기업 이미지 하락을 들었다.

반면 수수료 인하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개발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전세계 개발자들은 두 팔 들고 환호했다.

-우와아! 레전드게임즈가 해냈다!

-엔플과 구블이 수수료를 낮추다니!

-살면서 30퍼센트 수수료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ㅜㅜ

-앱마켓 수수료가 5퍼센트만 낮아져도 개발사들 이익 단위가 달라짐

-우리 사장 지금 기뻐서 뛰다가 다리 접질림 ㅋㅋ

-이 모든 게 레전드게임즈 덕분이다!

-탐 스콧 CEO가 말하길 컨티뉴 캐피탈의 지원이 없었으면 못했을 거라 함.

-엔플, 구블 다 꺼지라 그래!

-엔플 시총 2000억 달러 증발 실화냐?

-페이스노트 마이너스 3000억 달러 기록은 못 깼네. 아깝다~

-저희 개발자들은 앞으로 주 3회 레전드게임즈와 컨티뉴 캐피탈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을 레전드게임즈 데이로 지정해야 한다!

-당장 엔폰 내다버리고 코스믹폰으로 바꾼다!

* * *

소송은 이제 겨우 첫 재판이 진행됐을 뿐이지만, 우리는 축포를 터트렸다.

소송 결과와는 상관없이 수수료를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찰스와 켄은 기뻐하며 안도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대로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됐네요.”

블록 밸리는 콘솔 서비스도 시작했다.

원래 심사와 등록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만, 현재 사태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NS, 소뉴, 린텐도는 바로 게임을 등록해주었다.

모바일 쪽 이용자들을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생각이다.

탐 스콧 CEO는 게임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임 업계 전체가 그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나 역시 한 게임사 대표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이야! 이게 되네.]

“내가 된다 그랬잖아.”

[게임 업계 전체가 지금 레전드게임즈와 컨티뉴 캐피탈을 찬양하고 있어.]

“그럴 만도 하지.”

[수수료 인하 덕분에 계속 폭락하던 LD스튜디오 주가가 20퍼센트가 올랐어. 다른 모바일 게임사들 역시 비슷하고.]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로 인해 한국 게임사 중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곳은 다름 아닌 LD스튜디오.

브라더후드M은 전성기 때 연매출이 2조를 넘었던 적도 있었다.

크로스 플랫폼도 아니고 오직 모바일이었던 만큼, 앱마켓 수수료로만 연 5천억씩 낸 셈이다.

원래 30퍼센트 낼 걸 5퍼센트만 덜 낸다 쳐도, 연간 1천억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뭐, 요즘은 매출이 반토막 났으니, 아낄 수 있는 돈도 그 절반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레전드게임즈 스토어가 PC게임도 클라우드 게이밍도 지원하면서, 모바일용 컨트롤러도 잘 팔리는 모양이야. 스마트폰 화면으로 하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흠, 그래?”

이 말을 들으니 문득 생각나는 게 하나 있었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와?]

“슬슬 가야지.”

[오케이.]

나도 미국에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는 사이, 어느새 겨울도 다 지나고 꽃 피는 봄이 왔구나.

난 이어서 유재호 회장과 통화했다.

[축하드립니다. 또 해냈군요.]

“회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도움은 제가 받은 것 같은데요. 코스믹스토어 매출을 보고 구동진 사장이 눈물을 흘렸을 정도입니다. 20년 넘게 같이 일하며 우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어! 그 소문이 진짜였어요?”

[예. 나중에 한 대표님을 만나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번 일로 엔플과 구블의 이미지는 하락한 반면, 유성전자 이미지는 크게 상승했다.

그래서인지 현재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코스믹폰 챌린지가 일어나는 중이다.

개발자들 열 명 중 아홉 명은 엔폰을 사용한다. 그런데 엔플의 독점에 항의하는 의미로 코스믹폰으로 바꾸고, 해당 사실을 SNS에 인증했다.

이게 전체적인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코스믹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는 있겠지.

설마 코스믹스토어가 앱마켓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1회차 때, 유성전자는 구블에 종속적인 관계였다.

원래대로였다면 구블의 눈치를 보느라 코스믹스토어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데이터센터 산업 진출이 맞물리며 구블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로 올라섰다.

“아! 또 하나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뭔가요?]

“다른 게 아니라…….”

내 얘기를 들은 유재호 회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난 전화를 끊고 싱글벙글 웃는 탐 스콧 CEO에게 물었다.

“그렇게 좋으세요?”

“예. 수수료 인하와 외부 결제 허용은 저희뿐 아니라 모든 게임사들, 그리고 유저들까지도 혜택을 보는 일이니까요.”

1회차 때도 레전드게임즈 덕분에 수수료가 일부 인하됐고, 전세계에서 반독점법 소송이 벌어지며, 인앱결제 강제 조치는 금지당했다.

하지만 정작 소송 당사자였던 레전드게임즈는 매출 손실과 함께 계속해서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는 PC를 넘어 모바일 ESD 시장에 진출했고, 광고 하나 하지 않고도 레전드게임즈 클라우드를 세상에 알렸다.

덕분에 페니의 거래량 역시 크게 늘어났다.

이 정도면 우리의 승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엔플이나 구블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어차피 앱마켓은 그들이 벌이는 사업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여기에 약간의 생채기를 낸 정도겠지.

우리 역시 아직 엔플과 구블을 뛰어넘으려면 멀었고.

“그동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대표님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계란에 신념을 실으면 바위도 깨트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그냥 개소리였다고 말하려는데, 탐 스콧 CEO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그 말을 회사의 사훈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난 깜짝 놀랐다.

“예?”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미제 자본주의 기업이 그런 말을 사훈으로 삼아도 되는 건가?

한 가지 다행인 건 원래는 ‘계란에 사상을 주입하면 바위도 깰 수 있다’지만, 번역의 차이로 인해 ‘계란에 신념을 실으면 바위도 깰 수 있다’로 순화되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아직 윗동네 최고존엄(?)이 이 말을 하기 전인가?

탐 스콧 CEO의 나를 보며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이네요. 그보다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요.”

그는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겁니까?”

“이번 기회에 레전드게임즈 전용 게임기를 출시하는 게 어떨까요?”

뜬금없는 얘기라 생각했는지, 그는 당황하며 나에게 물었다.

“콘솔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히는 포터블 게임기죠. UMPC랄까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유심을 넣어서 데이터 통신도 가능하게요.”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의 60퍼센트를 차지한 이유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게임 디바이스로서 스마트폰의 한계는 분명하다.

화면도 작고, 컨트롤러가 없이 터치로만 플레이해야 하니까. 반면 포터블 게임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PC는 고사양 게임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컨트롤러까지 넣으면 부피와 무게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굳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필요는 없어요.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거나, 소파와 침대에 누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있으니까요.”

이는 이미 린텐도 포터블이 성공을 입증했다.

게다가 내후년쯤이면 PC ESD인 스트림 역시 자사의 포터블 게임기 스트림덱을 내놓고,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그 전에 레전드게임즈가 먼저 치고 나가자는 생각이다.

“소뉴와 NS의 경우를 보면 아시겠지만, 콘솔은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기업들이 큰돈을 들여 콘솔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

난 고개를 끄덕였다.

“수익은커녕 적자가 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의 생태계를 크게 키울 수 있지 않겠어요?”

이번 일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게임 업계의 강력한 지지. 업계 사람들 모두가 레전드게임즈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사기 힘든 큰 자산이다.

“포터블 게임기는 콘솔보다 개발과 제작 난이도가 높습니다. 디스플레이, 퍼포먼스, 무게, 컨트롤러, 배터리 등을 전부 신경 써야 하니까요. 하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른 콘솔과 비슷한 500달러 수준까지는 낮춰야 할 겁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가격을 2000달러로 책정하면 누가 사겠는가?

“그래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제작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게 중요하죠. 다행히 유재호 회장님께서 흔쾌히 협력하겠다고 하시네요.”

내 말이 탐 스콧 CEO는 깜짝 놀랐다.

“유성전자가 말입니까?”

“예. 개발을 위해서는 통신칩은 물론이고, 커스텀 칩셋을 주문해야 할 텐데, 마침 유성전자가 자체 통신칩 설계는 물론이고, ADM 지분 32퍼센트를 가진 대주주죠.”

유성전자가 ADM 대주주가 된 것은 내가 조언해준 덕분.

역시나 투자 이후 REN2 아키텍처 기반 CPU가 엄청나게 흥행하며, ADM 주가는 수직상승해 다섯 배가 뛰었다.

“레전드스토어는 PC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까지 취급하고,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기기를 잘만 만들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파이를 일부 가져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럼 더 많은 모바일 게임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현재 NOS와 안드로메다로 나눠진 모바일 게임의 파이를 10퍼센트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제가 이름도 한번 생각해봤어요. 레전드덱 어떤가요?”

결코 스트림덱을 따라한 건 아니다.

잠시 멍하니 생각하던 탐 스콧 CEO는 이내 소리치듯 말했다.

“서, 설마 처음부터 이걸 계획하고 계셨던 겁니까?”

조용히 옆에서 듣고 있던 찰스와 켄은 경악했다.

“그, 그렇군요! 직접 기기를 만들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실 생각으로 클라우드 게이밍부터 소송까지 모든 걸 준비하셨던 거군요!”

“맙소사!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었다니!”

“어…….”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갑자기 생각났을 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