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20화 (320/529)

320화. 수수료 전쟁 (8)

레전드게임즈와 엔플 소송의 재판이 시작됐다.

피오나 해리슨 변호사는 시작부터 엔플의 이중적인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엔플 측 변호인단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엔플은 엔스토어의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개발사들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사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독점해 엔플의 정책을 따른 개발사의 앱에는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개발사와 경쟁사의 앱은 차별했습니다.”

이에 엔플 측 변호인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엔스토어는 소비자 보호 및 개발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모든 앱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심사하고 있고, 어떠한 우대나 차별도 없었습니다.”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은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플랫폼입니다. 놀랍게도 수수료는 30퍼센트로 동일합니다. 이는 두 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경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30퍼센트의 수수료는 모바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디지털 플랫폼이 마찬가지입니다. 소뉴, 린텐도, NS의 ESD가 30퍼센트 수수료를 받는 것 역시 세 회사의 담합 때문이 아닌, 가장 합리적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엔플은 독점 기업이 아닌, 유성, 자오미, 오보, 비포 같은 스마트폰 개발사일 뿐입니다.”

“구블은 다른 앱마켓을 허용하는 데 비해, 엔플은 엔스토어 외에 다른 앱마켓 설치를 막고 있습니다. 이는 엄연한 독점의 횡포입니다.”

“엔폰의 가치는 NOS로 유지되고, NOS는 엔스토어를 통해 유지됩니다. 엔스토어는 NOS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함이고, 이는 엔폰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엔플이 허가한 앱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개발자들은 물론 이용자들의 이익까지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은 얼마든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흑백혼혈의 젊은 여성 변호인이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엔플의 변호인단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은 방청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곱 시간에 걸쳐 양측의 주장을 경청한 래리 보리스 판사는 엔플 측 변호사에게 물었다.

“AMZ와의 계약서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원고 측에서는 엔플이 AMZ에게도 동일하게 30퍼센트 수수료를 받았다는 걸 입증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고 배상하겠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깁슨 변호사는 슬쩍 말을 돌렸다.

“그건 이번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리스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양측 모두 다음 재판 때까지 주장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 * *

양측 변호인은 자료와 증인을 요청했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업계의 자료들이 공개됐다.

IT와 게임 관련 기자들은 기사를 쓰느라 정신없이 바빠졌다.

전쟁은 재판장 밖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탐 스콧 CEO는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벌였고, 처음에는 대응도 하지 않던 엔플 측 역시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반박에 나섰다.

재판 결과에 따라 사실상 IT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다른 업체들의 의견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평소에도 게임사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 온 NS는 레전드게임즈의 편을 들었다.

NS 게이밍 부문 사장 짐 스펜서는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콘솔은 스마트폰과는 달리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시장입니다. NS가 이제까지 Z박스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제로인 반면, 엔플은 엔폰으로 매년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콘솔과 자신들을 비교하는 게 말이 됩니까? 많은 게임사들이 엔스토어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고, 이는 NS 산하의 스튜디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개발자들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재판장에서 증언하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페이스노트 역시 중국 시장에 특혜를 주고 있는 엔플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그렇다고 레전드게임즈의 편을 들지는 않았다. 공매도와 관련해 컨티뉴 캐피탈과 악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AMZ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한 발 뒤로 빠졌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소송인 만큼,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는 자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됐다.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저 게임들이 뭐기에 이 난리야?

-나이트라이트가 그렇게 재밌나?

-블록 밸리 하고 싶어요 ㅜㅜ

-평생 엔플 제품만 썼지만, 나이트라이트 하려고 태블릿은 코스믹탭으로 삼. 이걸로 다운받아야지.

-코스믹스토어는 코스믹에만 있나요?

-코스믹폰과 탭에는 기본으로 깔려있고, 다른 안드로메다폰이면 APK 파일로 코스믹스토어 설치 가능~

덕분에 코스믹스토어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유저들이 몰리며 트래픽이 수만 배로 폭증했다.

예전이었다면 스토어가 버티지 못하고 다운됐을 것이다.

그러나 유성전자는 스노우 크래시와 손을 잡고 데이터센터 산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이미 서버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놓았다.

때문에 전세계에서 접속이 몰렸음에도 스토어는 원활하게 작동됐다.

레전드게임즈는 아예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코스믹스토어에 입점시켰다. 자연히 스토어 안에 있는 모든 모바일 게임들이 코스믹스토어에 등록되었다.

퇴출당한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와는 달리, 이 게임들 대부분은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에서 서비스 중이었다.

게임사들은 다들 구블의 눈치를 보면서도 코스믹스토어 등록에 동의했다.

이유는 압도적으로 싼 수수료 때문.

수수료는 레전드게임즈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12퍼센트. 동일하게 써릴 엔진을 사용한 게임들에 대해서는 엔진 사용료가 면제된다.

이 12퍼센트는 레전드스토어와 코스믹스토어가 나눠가졌다.

당연하게도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도 허용했다. 외부 결제 시에는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각 게임사들은 굳이 외부 결제 링크를 만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카드 수수료가 2~3퍼센트 발생하고, 각 나라에 맞는 결제, 정산, 회계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는 만큼, 12퍼센트면 그냥 인앱결제로 하는 게 이익이었다.

게임사들은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의 판매금액에 비해 10~15퍼센트 할인한 가격으로 게임을 등록했다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유저 입장에서는 똑같은 기기로 똑같은 게임을 하는데, 어느 앱마켓에서 다운받았냐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 셈.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유저들은 일제히 코스믹스토어로 몰려가 게임을 다운받았고, 코스믹스토어는 연일 최고 매출액을 갈아치웠다.

코스믹스토어는 코스믹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만큼, 앱마켓 설치 비율로만 따지면 플레이마켓에 이어 2등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용률은 형편없었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코스믹스토어는 플레이마켓을 대체할 주요 앱마켓으로 급부상했다!

매출을 확인한 유성전자 IM 부문 구동진 사장은 감격해서 울먹거렸다.

“설마 유성전자가 스마트폰이 아닌 앱마켓으로 수익을 보게 될 줄이야…….”

* * *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레전드게임즈와 엔플의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먼저 레전드게임즈의 계약 위반이 인정됐다. 외부 결제로 벌어들인 매출의 30퍼센트를 엔플 측에 지불해야 했고. 나이트라이트의 엔스토어 복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엔플이 이긴 것 같지만, 정작 인앱결제에 관한 부분에서는 레전드게임즈가 이겼다.

판사는 엔스토어가 독점은 아니지만, 인앱결제를 통제하는 운영방식은 반경쟁적이라고 봤다. 판결문에 ‘아예 개발사가 외부 링크를 통해 자체 결제 페이지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판결과는 관계없이 30퍼센트의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뒤를 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등에서 인앱결제 강제는 불법이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며, 결국 엔플과 구블은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건 몇 년 뒤의 일.

레전드게임즈의 소송 덕분에 수많은 게임사들이 혜택을 입었지만, 정작 레전드게임즈는 막대한 매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뭐, 탐 스콧 CEO야 그걸로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소송은 소송대로 진행하고, 그 사이 돈은 벌어야지.

안드로메다폰이야 코스믹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할 수 있지만, 엔폰은 엔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난 시드와 통화했다.

“문제없이 잘되고 있어?”

[예, 형. 여러 차례 테스트해봤는데 1000만 명까지는 동시접속해도 괜찮아요. 늘어나면 그에 맞춰 서버를 늘리면 되구요.]

“바쁠 텐데 고생 많았어.”

[별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엔플과 구블이 하는 짓은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어째서?”

시드는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

[개발자들에게 수수료나 뜯어먹으려는 게 뻔히 보이잖아요. ‘악해지지 말자’는 표어를 내걸고, 실제로는 누구보다 악랄하게 행동하는 놈들이죠.]

“맞는 말이야.”

돈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돈에 미친 사람인 법이지.

클라우드 게이밍(Cloud Gaming).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원격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을 말한다. 게임을 돌리는 것은 데이터센터에서 하고, 디바이스는 영상과 음성을 수신하거나 조작을 발신하는 역할만 한다.

스마트폰, PC, 콘솔 할 것 없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접속할 수 있고, 디바이스의 사양과는 관계없이 얼마든지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NS.

트리플A급 게임들마저도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았다.

그러나 시드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 역시 그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

직접 게임을 해본 찰스와 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진작 말해줘서 알았지만,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NS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인데요.”

“인풋랙도 거의 없습니다. 말해주지 않으면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걸 모르겠는데요.”

영상 스트리밍과 게임 스트리밍이 다른 것은 플레이어의 조작이 들어간다는 것.

아무래도 패킷을 주고받는 것인 만큼 인풋랙(Input Lag, 입력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다행히 스노우 크래시는 플레이할 때 불편함이 없을 정도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데이터 소모량이 엄청나다는 거지만…… 뭐, 요즘은 다들 무제한 요금제 쓰니 괜찮겠지? 아니면, 와이파이존에서 하던지.

레전드게임즈는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는 물론이고, 써릴 엔진을 사용한 게임들에 대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루카스 CEO가 말했죠. 클라우드는 어떠한 플랫폼이든 뛰어넘을 수 있다고.”

답은 클라우드에 있다.

탐 스콧 CEO는 눈을 빛냈다.

“이거면 엔플과 구블에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겠네요.”

* * *

[레전드게임즈 클라우드 런칭!]

[나이트라이트, 블록 밸리, 엔폰에서 클라우드로 작동!]

[웹 브라우저를 통해 엔스토어 우회. 엔플로서도 막을 방법 없어!]

[레전드게임즈와 스노우 크래시의 협업. 모바일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

탐 스콧 CEO는 WS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엔플은 그동안 엔스토어에 등록되지 않은 앱이라도 웹 브라우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앱 규제가 독점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단 웹으로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를 서비스하기로 했습니다. 레전드게임즈 클라우드는 웹 브라우저에서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엔폰으로 레전드게임즈 스토어 사이트에 접속만 하시면 됩니다. 그럼 그 안의 모든 게임을 클라우드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결제 역시 페니와 카드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엔플에 30퍼센트의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가격을 낮췄습니다. 이제 엔폰으로도 마음껏 게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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