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18화 (318/529)

318화. 수수료 전쟁 (6)

조니 마이렌은 어이가 없어서 상대를 쳐다보았다.

레전드게임즈든 컨티뉴 캐피탈이든 엔플에 비하면 약자였다. 상대가 먼저 숙이고 들어온다면, 일정 부분 협상해줄 용의가 있었다.

계약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태도는 마치 한번 해보자는 식이었다.

‘이거 대체 뭐 하는 놈이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조니 마이렌은 바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 요구 조건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한미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30퍼센트는 어떻게 나온 숫자입니까? 왜 29퍼센트나 31퍼센트가 아닌, 딱 30퍼센트인 건가요?”

옆에 있던 탐 스콧 CEO는 공격적으로 쏘아붙였다.

“게임은 게임사가 만들고, 운영도 게임사가 합니다. 그런데 엔플은 대체 뭘 했다고 30퍼센트를 받아 갑니까?”

조니 마이렌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엔폰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게임사들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요? 저희는 엔스토어를 만들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30퍼센트 수수료에 동의해 계약해놓고, 매출이 늘어나니 이제 와서 30퍼센트가 너무 많다는 겁니까?”

“10년 전의 엔스토어 매출과 지금의 매출이 얼마나 차이 나죠? 천 배? 만 배? 십만 배? 그만큼 엔플의 수익 역시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죠. 하지만 수수료는 여전히 30퍼센트입니다. 뭐, 백번 양보해서 엔스토어가 수수료를 얼마나 받든 그건 엔플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외부 결제는 왜 막습니까?”

“고객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입니다.”

“재밌네요. 엔플에서 결제하면 고객이 보호되고, 외부에서 결제를 하면 고객이 위험에 처한다는 게.”

“단순히 결제시의 암호화와 보안 조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분쟁 발생시 중재와 환불 등이 포함됩니다. 엔스토어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엔스토어에서 서비스를 안 하면 그만입니다.”

“엔스토어에서 서비스를 안 하기 위해 다른 앱마켓을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안드로메다가 플레이마켓 외에 다른 앱마켓을 허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한미루는 옆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엔플의 것은 엔플에게로, 게임사의 것은 게임사에게로. 이게 그렇게 어렵나요?”

조니 마이렌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군요.”

“아니요. 다만 협상을 하기 전 엔플이 독점을 철회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게임이 성공한 건 게임사가 잘했기 때문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엔스토어의 매출이 늘어난 건 엔플이 잘했기 때문입니다. 성공은 죄가 아니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자 한미루는 바로 받아쳤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당신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30퍼센트의 수수료를 개발자들에게 갈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자를 위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죠. 전 그 점을 비난하는 겁니다. 저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엔플이 어떤 기업인지 세상에 알릴 생각입니다.”

조니 마이렌은 냉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얘기해 봐야 소용없겠군요. 남은 얘기는 서로 법정에서 하기로 하죠.”

“저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예언 하나 할까요? 이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엔플은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합니까?”

“제 예언이 맞을지 아닐지는 지켜보면 아실 겁니다.”

한미루는 회의실을 나가려는 그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앞으로 할 얘기 있으면 탐 키튼 CEO가 직접 나오라고 하세요.”

* * *

조니 마이렌 부사장은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탐 스콧 CEO는 나를 보며 말했다.

“화난 것 같군요.”

“그래 보이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해리슨 변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일부러 도발을 하신 겁니까?”

“예.”

“어째서요?”

“만약 엔플이 알아서 수수료를 낮추거나 하면, 이 싸움을 계속 끌고 가기가 힘듭니다. 더욱 강경하게 나오게 하는 편이 우리에게 유리하죠.”

지금 상황은 1회차 때와는 다르다.

혹시라도 엔플이 다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는 만큼,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난 탐 스콧 CEO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대표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잘하실 수 있죠?”

엔플이라는 초거대 기업을 상대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이 난 모습이었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째 게임을 개발할 때보다 훨씬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뭐, 사람은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열심히 할 수 있는 법이지.

* * *

스티비 쉴러가 엔플이라는 제국을 만든 발명가이자 혁신가라면, 탐 키튼은 관리자였다.

그는 SCM(공급망관리) 전문가로, 부품공급회사를 줄이고, 공장을 서로 가까운 곳에 배치해 연계하는 방법으로 부품 재고를 열흘치로 낮춰, 비용은 줄이고 이익은 높였다.

기업은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끝이 아니다. 이를 제때 만들어서 매장에 유통해야 한다. 만약 탐 키튼의 지원이 없었다면 엔폰이 그렇게 빠르게 세상을 장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그는 10년 만에 COO 자리에 올랐고, 스티비 쉴러에 이어 차기 CEO로 임명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대체 탐 키튼이 누구야?’

그만큼 그는 외부에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탐 키튼은 스티비 쉴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천재였다.

엔플은 거대한 제국이다.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그들로부터 수만 개의 부품을 공급받는다. 작은 부품 하나만 없어도 생산이 멈추게 된다.

탐 키튼은 공급망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았고, 차질 없이 굴러가도록 지휘했다. 그렇게 그는 스티비 쉴러로부터 물려받은 제국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갔다.

흔히들 스티비 쉴러가 사망한 뒤 엔플의 혁신은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는 것만이 혁신이 아니다.

전세계에 10억 대의 활성화 기기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이다!

광고를 하나 띄우면 10억 명이 보고, 앱을 하나 넣으면 10억 명이 사용한다.

탐 키튼은 이를 기반으로 음악 스트리밍 앱인 엔플뮤직과 OTT 엔플TV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서비스 분야의 매출을 키웠다.

최근 그가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임과 핀테크였다.

이 둘은 음악이나 영화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시장이었다. 그래서 구독형 게임 앱인 바자르를 출시했고, 엔플페이와 엔플월렛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 서비스가 당장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결제정보를 손에 넣고, 엔플의 생태계에 계속 묶어놓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엔플월렛이 실물 지갑을 완전히 대체하게 만드는 것이 거의 목표였다.

또한 비자, 마스터, 유니온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직접 고객들의 신용정보 조회를 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향후에는 예금과 대출 등 소매금융으로 진출할 계획이었다.

한마디로 엔플이 은행의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자르는 블록 밸리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고, 레전드게임즈는 수수료 문제로 소송을 걸었다.

표면적으로는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지만, 그 뒤에는 핀테크 경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스테이블 코인 페니를 만들어 기존 금융권이나 카드사들과 협업하지 않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페니의 사용처를 빠르게 늘리고 있었다.

이는 엔플의 핀테크 사업에 있어서 큰 위협이었다.

탐 키튼 CEO는 담담한 표정으로 조니 마이렌 부사장의 보고를 받았다.

“할 말 있으면 나보고 직접 나오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페니 결제를 철회한다면, 수수료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양보할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협상에 나선 건데…… 컨티뉴 캐피탈이 먼저 판을 엎었다.

‘이 싸움을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생각인가?’

경영자로서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번 일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엔플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조니 마이렌 부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엔플도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 *

[유성전자, 레전드게임즈와 협업 발표!]

[코스믹스토어를 통해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 서비스!]

[유성전자 IM부문 구동진 사장,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

엔플은 직접 운영체제인 NOS를 만들고,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엔폰을 만들어 판매한다.

반면, 구블은 운영체제인 안드로메다를 만들어 배포할 뿐이다. 직접 스마트폰도 만들긴 하지만, 그 비중은 미미했다.

때문에 유성전자는 엔플과는 경쟁사인 반면, 구블과는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었다.

안드로메다 운영체제를 받아들인 덕분에 유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가 됐지만, 동시에 구블에 대한 종속도 점점 심해졌다.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때마다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스믹스토어를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단지 앱마켓에 게임을 올린 것만이 아니라,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이고, 전세계에 TV광고를 내보냈다.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의 게임 광고 마지막에는 ‘코스믹스토어에서 다운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올라왔다.

코스믹폰 이용자들은 기사와 광고를 보고 코스믹스토어를 통해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를 다운받았다.

그리고 다른 안드로메다폰 사용자들은 게임을 다운받기 위해 코스믹스토어를 설치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구블은 크게 당황했다.

-맨날 코스믹폰 쓰면서도 코스믹스토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네.

-오! 가격이 예전 플레이마켓에 비해서 20퍼센트 저렴함. 페니 결제나 인앱결제나 똑같음.

-수수료를 적게 내니 가격을 왕창 내릴 수 있구나.

-그러게. 이래서 수수료를 안 내려 했나 봄.

-다른 게임들도 올라오면 좋겠구먼~

-그래서 엔폰은? 설치할 방법 없음?

-없음.

-아놔ㅜㅜ 그렇다고 코스믹폰으로 갈아탈 수도 없고.

-왜 이래? 코스믹폰도 요즘 꽤 좋아졌음.

-그래봐야 엔폰 미만 잡 아님?

-그렇지도 않음. 최적화가 딸려서 그렇지, AP 성능은 맞먹을 정도로 치고 올라옴

-뭔 설계회사 인수한 덕분에 요즘 쿨컴보다 잘 만드는 모양.

안드로메다야 다른 앱마켓을 통해 우회할 수 있지만, 엔플은 엔스토어 외에는 서비스할 방법이 없었다.

반독점법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엔플은 행동에 나섰다.

먼저 PC와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모바일 게임사들에 대해,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통한 인앱결제 회피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말은 요청이었지만, 게임사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엔플의 조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송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듯, 레전드게임즈의 개발자 계정을 삭제해 관리자 툴 접근권한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게임사는 NOS에서 원활하게 게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엔플로부터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API(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 각종 개발 툴을 지원받는다.

그런데 개발자 계정을 삭제하면 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어차피 게임이 내려갔으니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레전드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이기 이전에 게임 엔진 개발사다.

관리자 툴에 접근을 하지 못하면, NOS에서 서비스하는 써릴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의 개발과 관리가 어려워진다.

당장 엔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수백 개의 게임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일인 만큼, 엔플이 초강수를 둔 셈이었다.

이는 다른 게임사들에게 레전드게임즈와 관계를 끊으라는 경고에 가까웠다.

엔플의 이 같은 조치에 레전드게임즈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개발자 계정 삭제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담당 판사는 엔플의 레전드게임즈 개발자 계정을 일단 유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다행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레전드게임즈는 개발자 계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나이트라이트를 엔스토어에 다시 등록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탐 스콧 CEO 역시 반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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