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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13화 (313/529)

313화. 수수료 전쟁 (1)

민아름은 원래 다음 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사흘 뒤로 미뤘다.

MFW가 블록 밸리와 함께 협업하기로 확정한 만큼, 업무를 파악하고 친분을 쌓기 위함.

그녀는 먼저 적극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미인이 자신들의 게임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자 찰스와 켄은 신나서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들도 있어서 전체 회의를 할 때는 블록 밸리 내 대회의실에 모여요. 각자의 캐릭터가 나서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거죠. 여기서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가능해요. 그럼 화면이 분할돼 한쪽에 PPT가 뜨죠.”

“화상회의가 아니라 아바타 회의라니. 이런 건 다른 기업에도 도입할 수 있겠는데요.”

“예. 필요하면 한쪽에 화상을 띄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바타가 움직이는 걸로 충분해 잘 안 쓰게 되더라구요.”

찰스와 켄과는 금방 친해졌지만, 역시나 루퍼스와는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민아름은 계속 말을 걸었다.

“게임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군요. 너무 신기해요. 전 코딩 같은 건 모르는데.”

“네…….”

“미루 씨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천재 프로그래머라고.”

루퍼스는 시선을 피하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 천재 아닌데…….”

“찰스 씨와 켄 씨도 그러던데요. 베일리 씨가 없었다면 블록 밸리는 시작도 못 했을 거라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남자는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저, 정말인가요?”

“네. 지금 무슨 작업하고 있는 물어봐도 돼요?”

“물리 엔진을 추가 중인데…….”

처음에는 얼굴을 붉히며 이리저리 피하던 루퍼스는 피하기도 지쳤는지, 물어보는 말에 조금씩 대답해주었다.

여전히 시선은 마주치지 못했지만.

민아름은 개발자들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도 다가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그녀에게 디자인을 보여주며, 최근 스타일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했다.

동호 선배는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아니. 저런 면도 있었나 해서.”

민아름은 시크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워낙 미인인 데다가 살짝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라,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으니까.

원래 저런 성격인 걸까, 아니면 사업을 시작하며 달라진 걸까?

MFW가 자본은 커도 구조는 스타트업에 가깝다.

당장 투자를 위해 대표가 직접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어쨌거나 유성가 사람답게 사업가 기질이 있는 모양이다.

한참 동안 민아름을 멍하니 보던 동호 선배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그럼 우리도 일하죠.”

우리는 본사에서 보내준 자료를 살펴보았다.

최근 게임 업계는 빅테크 기업들의 참전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구독형 서비스, 둘째는 클라우드 게이밍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거 아니야?”

“그렇죠.”

클라우드로 구동이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랄까?

가장 적극적인 것은 역시나 NS.

인디 게임사에 불과했던 마장을 2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수백억 달러씩 지르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형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해 퍼스트 파티로 만들었다.

또한 각 지역이 단순 데이터센터가 아닌, 클라우드 게이밍 센터를 만들어, 클라우드로도 쾌적한 게임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게임퍼스트는 벌써 가입자 1천만 명을 넘기며 순항 중이다.

NS의 성공을 본 다른 회사들은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블의 스테피아와 엔플의 바자르가 대표적이다.

“스테피아는 망했잖아.”

“심하게 망했죠.”

구블이 그런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쫄딱 망했다.

직접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개발팀까지 만들었지만, 투자를 중단하며 지금은 해산돼 뿔뿔이 흩어졌다.

구블이 스테피아를 포기한 것과는 달리, 엔플은 바자르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큰돈을 들여 30종의 게임을 추가하고, 리뉴얼해 다시 출시했으니까. 심지어 탐 키튼 CEO가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도 망했잖아.”

“그런데도 망했죠.”

몇몇 전문가들은 블록 밸리의 등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블록 밸리와 바자르 모두 짧은 시간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모여 있는 형태니까.

차이가 있다면 블록 밸리는 일단 공짜인 반면, 바자르는 4.99달러를 내고 구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블록 밸리는 본인의 캐릭터로 같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지만, 바자르는 그저 수백 개의 게임들을 모아놓았을 뿐이다.

이러니 다들 블록 밸리로 몰려올 수밖에.

그런데 사실 블록 밸리는 좀 억울하다.

나로 인해 앞당겨져서 그렇지, 1회차 때 블록 밸리의 모바일 버전 출시는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도 바자르는 망했다.

뭐, 그래도 출시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상황이 나았으려나?

“바자르 가입자 수가 얼마나 될까요?”

“마지막으로 발표한 게 300만 명이었어. 그런데 이건 자사 기기 이용자들에게 2개월 무료 혜택을 줬기 때문이고. 실제 유료 가입자가 얼마인지는 발표하지 않아서 몰라.”

“한때는 게임퍼스트를 잡겠다고 했는데 말이죠.”

동호 선배는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애초에 공략층부터가 달라. 바자르는 캐주얼 게임을 모아 라이트 유저들을 공략한 반면, 게임퍼스트는 트리플A급 비디오 게임을 중심이고, 하드코어 유저들을 끌어모았으니까.”

그래서 블록 밸리의 흥행에도 게임퍼스트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게임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죠. 애초에 NS는 과거부터 게임 사업부가 따로 있었을 정도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곳이니까요. Z박스를 출시하며 게임사를 인수해 투자했고, 수많은 세컨드, 서드 파티와 협력해왔고.”

그저 돈만 쏟아부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다.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자존심을 구기긴 했지만, 엔플이 이 싸움에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요?”

“게임퍼스트가 엔스토어에 못 올라오게 막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엔플은 게임퍼스트 내에 있는 각 게임들이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엔스토어 등록을 반려했다.

하지만 실제 이유가 바자르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성공에 방해가 되면, 경쟁사의 서비스를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

이래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무서운 것이다.

일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난 동호 선배의 등을 떠밀었다.

“아름 씨랑 나가서 저녁 먹고 와요.”

“응? 넌?”

“전 약속이 있어서요.”

사실은 없지만, 이제부터 만들 생각이다. 아니면, 혼밥해야지.

타지 생활을 하도 오래 했더니 이제는 혼자 밥 먹는 것도 익숙하다.

“분위기 좋은 데서 식사 좀 하고, 주변도 좀 안내해줘요.”

“아니, 나도 이 동네 처음인데 어떻게 안내해줘?

“인터넷은 무너졌나요?”

이럴 때 쓰라고 구블 검색이 있는 거다.

“근데 지금 식당 예약이 가능해?”

길 가다가 맥도날드에 들어갈 게 아닌 이상, 유명 레스토랑은 몇 주 전부터 예약이 다 차있기 마련.

하지만…….

“호텔 컨시어지에 얘기하면 다 알아서 추천하고 예약해줘요.”

식당뿐 아니라, 공연과 비행기 티켓도 예매해준다.

최고급 호텔에서는 등급 높은 고객이 되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잘 좀 해봐요.”

“응? 뭘 잘해봐?”

“…….”

아니, 왜 이렇게 인간이 눈치가 없어?

혹시 1회차 때 다쳐서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냥 결혼을 못 한 거였나?

“그리고 내일 아름 씨 한국으로 간다니까, 선배도 함께 돌아가요.”

“넌 안 가고?”

“전 일해야죠.”

“무슨 일? 게임 런칭하고 성공했으니, 다 끝난 거 아니야?”

“다 끝나긴요.”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았다.

* * *

다음 날.

민아름은 떠나기 전 나에게 말했다.

“윤아에게 연락 좀 해요. 혼자 심심한 모양이에요.”

“가끔 하는데요.”

“더 자주 하면, 더 좋아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요즘 연락이 좀 뜸했던 것 같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돌아가면 넷이 같이 식사해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떠났다.

혼자 남으니 갑자기 심심하다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리타향에서 언제까지 외노자로 일해야 하나?

다행히 사흘 후,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인가요?”

레전드게임즈의 탐 스콧 CEO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엔플과 구블에서 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페니 결제를 중단하지 않으면, 당장 게임을 엔스토어와 플레이마켓에서 삭제하겠다고 합니다.]

“흠, 그렇군요.”

앱마켓 퇴출이라니!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얘기다.

하지만 난 전혀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블록게임즈에도 같은 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실 수 있나요?”

스콧 CEO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 *

게임스파크의 기자 짐 슈나이더.

그는 블록 스튜디오의 개발툴을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웹진에 올렸고,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가 만든 게임은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제법 쏠쏠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블록 밸리에 새롭게 올라오는 게임들을 분석하며 기사를 쓰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블록 밸리가 엔플과 구블의 앱마켓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블록 밸리는 처음에 무료 게임으로 출시됐다.

이후 결제 기능이 추가됐는데, 인앱결제 없이 웹 결제와 페니의 결제만 허용했다.

동시에 나이트라이트 역시 슬쩍 페니 결제를 추가했다. 사실상의 외부 결제 도입이었다.

짐 슈나이더는 엔플과 구블이 어떤 놈들인지 알 알고 있었다.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의 예상대로 두 기업은 즉시 제재에 나섰다.

양대 앱마켓에서 나이트라이트와 블록 밸리의 업데이트는 중단됐고, 엔플과 구블은 두 회사에 경고장을 날렸다.

짐 슈나이더는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작성했다.

[(게임스파크) 앱마켓 결제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

(전략)

세계 최대 ESD는 어디일까?

젤뷰의 스트림? 레전드게임즈 스토어? 소뉴 네트워크? NS 게임몰?

아니다.

바로 엔플이다.

작년 엔스토어의 매출은 850억 달러. 30퍼센트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걸 생각해 보면, 엔플은 엔스토어만으로도 약 250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이중 70퍼센트인 약 150억 달러가 게임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2위는 어디일까?

1위를 보면 알 수 있듯 2위는 구블이다.

플레이마켓 역시 게임으로만 작년 한 해 8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두 회사는 앱마켓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그 수익은 매년 20퍼센트씩 증가하는 추세다.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무려 2500억 달러고, 이 중 60퍼센트가 모바일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사실상 엔플과 구블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레전드게임즈의 나이트라이트와 블록게임즈의 블록 밸리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테이블 코인 페니의 결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인앱결제를 우회한 것이다.

레전드게임즈의 탐 스콧 CEO는 그동안 업체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PC ESD인 스트림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직접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만들어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춘 건 유명한 일이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엔플과 구블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중략)

레전드게임즈는 블록 밸리의 전세계 퍼블리싱을 맡고 있고, 두 회사 모두 컨티뉴 캐피탈이 지분 70퍼센트를 인수한 대주주다.

페니 결제 도입에는 컨티뉴 캐피탈의 요청이 있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록 밸리와 나이트라이트는 현재 양대 앱마켓 1, 2위에 올라있는 인기 게임.

이 게임을 퇴출한다는 것은 엔플과 구블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한번 허용한다면, 다른 게임사들 역시 비슷한 결제 방식 도입하려 할 것이다.

이는 엔플과 구블의 매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강력한 제재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게임사가 엔플과 구블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레전드게임즈와 블록게임즈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시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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