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310화 (310/529)

310화. 블록 밸리 (4)

블록 밸리는 레전드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한국에도 동시 런칭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며 10대들의 게임으로 등극했다.

블록 스튜디오를 활용해 직접 게임을 만들어본 강선우는 감탄했다.

“이거 재밌네.”

게임 엔진은 보통 자동차 공장에 비유된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공장을 다루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러나 ‘블록 스튜디오’는 마치 3D 프린터기와 비슷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하는 이유는 게임 제작 과정의 대부분이 프로그래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자라면 필수적으로 코딩을 배워야 한다.

‘코딩 없이도 게임 제작이 가능하다니.’

조금만 배우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이런 형태의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맵을 뜯어고쳐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즈맵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즈맵을 기반으로 아예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그러한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제작이 가능했다. 출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수천 개의 게임이 만들어져서 올라오고 있었다.

이 게임이 뜰 거라는 걸 알고 미리 투자하다니.

“내 친구지만 대단하단 말이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의 친구는 다름 아닌 컨티뉴 캐피탈의 소유주다.

‘현재 컨티뉴 캐피탈 자산이 얼마나 될까?’

스노우 크래시 하나만 2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외에 현금과 다른 기업들을 합치면 못해도 3000억 달러는 되지 않을까?

원화로는 무려 330조 원!

그 엄청난 회사가 단 한 사람의 소유다.

이 정도면 한국 1위가 아닌, 세계 1위의 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강선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LD스튜디오의 직원이었지만, 친구 덕분에 졸지에 게임사 사장이 됐다.

본사 위치는 무려 유성 빌딩.

대기업 사옥답게 보안이 철저하고, 지하에는 대규모 서버실이 갖춰져 있었다. 게임사가 들어가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강남 한복판답게 월세가 비싸다는 게 가장 큰 흠이지만…… 그것도 별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건물이 컨티뉴 캐피탈 소유라서 말이지.’

SW게임즈는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전드게임즈에 이어 블록게임즈까지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니 또 다른 게임사에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처음 마통까지 털어서 2억 원을 투자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자발적으로 투자했다기보다는 뜯긴 것에 가깝지만.

어쨌거나 한미루는 자신에게 투자하면 게임사를 차려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말을 크게 믿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그리고 이렇게 크게 차려줄 줄이야.

‘이 자식은 대체 뭘 믿고 나한테 투자한 거지?’

혹시 돈이 너무 많아 주체가 안 되나?

‘그럴 리 없겠지.’

절친인 만큼 강선우는 한미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안 될 일에 돈 쓸 놈이 아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시간 낭비니까.

그러니 한미루가 투자한 이유는 단 하나.

‘정말로 내가 잘할 거라고 믿기 때문인가?’

나이트라이트는 액션 TPS로 성공을 거뒀고, 블록 밸리는 오픈월드 샌드박스로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SW게임즈는 뭘 해야 할까?

강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게임의 모습을 떠올렸다.

계속 LD스튜디오에 있었다면, 회사를 설득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제약이 사라졌다.

‘개발비도 필요한 만큼 대주겠다고 하고.’

더이상 고민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직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강선우는 선언하듯 말했다.

“SW게임즈는 써릴 엔진5를 기반으로 초대형 PC MMORPG를 개발할 겁니다.”

* * *

신세기그룹.

유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 유혜경이 세운 유통그룹으로 주력 사업은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이고, 그 외에 면세점과 호텔 등의 사업을 영위했다.

민아름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백화점에서 업무를 익히며, 점점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나 그녀는 일찌감치 자신이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아름은 늦둥이로 오빠와는 스무 살 이상 차이 났고, 언니와도 열여섯 살이 차이 났다.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기 때문에 애초에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어차피 그룹의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은 오빠와 언니의 몫이다. 그녀에게는 작은 계열사 하나라도 주어지면 다행이다.

민아름은 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컨티뉴 캐피탈이 그녀에게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액은 무려 1조 원!

이 정도면 대기업 하나를 만들 수 있을 만한 금액이다.

민아름은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회사 이름은 MFW로 정했다.

공식적으로는 메타버스 패션 위크(Metaverse Fashion Week)의 약자지만, M에는 민아름과 MZ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패션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어머니인 유혜경은 기뻐하며 지원을 약속했고, 그녀의 오빠와 언니는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 모든 게 미루 씨 덕분이지.’

민아름은 한미루를 떠올렸다.

그는 이제까지 그녀가 만났던 재벌가 남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고, 하고 싶은 걸 반드시 해냈다.

그와의 인연은 아주 작은 계기에서 시작됐다.

친한 동생인 성윤아가 회사 동기와 유재호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해온 것이다.

윤아가 남자 때문에 부탁을 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기꺼이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엄청난 대가가 돌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만약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럼 미루 씨와 친분을 쌓을 수 없었을 테고, 기회를 얻을 수도 없었겠지.’

세계 패션산업은 IT산업과 비견될 만큼 엄청난 규모다.

LVMH, 리치몬드, 에르메스, 스와치 그룹 등 명품 브랜드들은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확고부동한 아성을 구축했다.

여기에 새로 진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신흥국들이 성장하며, 신진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매스티지 브랜드를 런칭했고,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 역시 여럿 생겨났다.

이들은 기존 명품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런 브랜드에 미리 투자해 키운다면, 큰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다행히 민아름은 그런 브랜드를 고를 만한 안목과 인맥을 지니고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과 신세기그룹의 지원을 함께 받고 있는 만큼, MFW는 빠르게 패션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 *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이곳에 위치한 헌팅턴 비치는 서핑의 성지로 통했다.

매년 큰 서핑 대회가 열렸고, 서핑 시즌이 되면 전세계에서 서퍼들이 모여들었다. 해변가에는 서핑샵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제프 샌퍼드와 케이티 샌퍼드 남매는 프로 서퍼이자 서핑샵의 운영자였다.

동생인 케이티는 비키니를 입고 서핑을 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키니를 입고 서핑을 했다가는 누드쇼를 하기 십상. 실제로 남녀 할 것 없이 파도에 한번 들어갔다 나왔더니 수영복이 사라지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거센 파도에도 벗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딱 맞는 핏과 유연한 소재가 필요하다.

이에 케이티는 오빠에게 제안했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응?”

“일반 수영복은 예쁜 것들이 많은데, 서퍼웨어는 디자인이 별로야. 그러니 예쁜 디자인의 수용복과 슈트를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긴. 디자인이 구리다며 안 사는 경우가 많긴 하지.”

케이티는 디자인을 맡았고, 제프는 이를 들고 공장을 찾아다녔다.

수년의 고생 끝에 만든 수영복과 슈트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남매는 서퍼웨어의 아쉬운 점들을 개선해 직접 주문을 넣었고, 가게의 이름을 따서 퀵샤카라는 브랜드명을 붙였다.

이렇게 만든 서퍼웨어가 생각보다 잘 팔렸고, 특히 여자 서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앞으로 어떻게 브랜드를 키워나갈지 고심하는데, 한 투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남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매력적인 외모의 동양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반가워요. MFW 대표 민아름이에요.”

“안녕하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설마 이런 미녀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제프는 괜히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고, 케이티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오빠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그…… 연락을 받고 나서 MFW에 대해 좀 알아보았습니다. 컨티뉴 캐피탈 투자로 설립된 곳이라고 하던데.”

민아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어요.”

“정말로 저희 브랜드에 투자를 하실 생각인가요?”

“예. 서퍼들 사이에서 퀵샤카는 유명하던데요.”

“하하, 그런가요?”

현재 전세계적으로 해양 스포츠는 크게 성장하는 중이다.

일반 스포츠웨어야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꽉 잡고 있지만, 해양 스포츠 분야는 전혀 다르다.

때문에 민아름은 이쪽에 주목했다.

“전 퀵샤카가 향후 대중적인 비치웨어로도 확장이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서퍼웨어가 중심인데요.”

패션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딩.

대중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인식하느냐에 따라 가격과 판매량이 달라진다.

괜히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막대한 홍보비를 투자해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고, 스포츠 스타들에게 자사 제품을 입히는 게 아니다.

“최고의 서퍼들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대중들 역시 퀵샤카에 호감을 보일 거예요.”

민아름은 자신이 생각하는 퀵샤카의 비전과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판매와 홍보, 재고관리를 디지털화하는 것과 한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 등, MFW의 투자를 받았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다행히 투자 협상은 별문제 없이 잘 이뤄졌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저 역시 잘 부탁드릴게요.”

계약을 끝마친 민아름은 차에 올라탔다.

이전에 비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고 힘들다. 그러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내 사업을 하고 있는 거니까.’

사람은 원래 자기를 위해 일할 때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법이다.

비행기 시간은 내일.

호텔에서 자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민아름은 목을 한번 가다듬은 다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MFW에 투자하는 것은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 따라서 지사장인 이동호는 그녀의 윗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미국이에요? 지난번에 캘리포니아에 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예. 오렌지카운티에 있어요.”

[어! 저 지금 미루랑 산타모니카에 있는데.]

그 말에 민아름은 깜짝 놀랐다.

“정말요? K-팝 페스티벌 끝나고 돌아간 줄 알았는데. 산타모니카에는 무슨 일이에요?]

[블록 밸리 때문에요.]

“아, 맞다. 소식 들었어요.”

[아름 씨는 일 언제 끝나요?]

“방금 끝났어요.”

[잘됐네요. 미루가 만나서 할 얘기가 좀 있다고 하는데. 시간 괜찮아요?]

오렌지카운티에서 산타모니카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차로 고작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알았어요.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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