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96화 (296/529)

296화. 휴식 (2)

전용기 구매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난 테일러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부호 니코딤 빅토로프가 팔려고 내놓은 전용기네. 인테리어 작업 끝나고 인도받자마자 바로 내놓은 거니 새것이나 다름없지.]

전용기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구매한 다음, 실내 인테리어를 개인 취향과 특성에 필요에 맞게 알아서 꾸민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기값의 몇 배를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기도 한다고. 당연하게도 팔 때는 그러한 비용을 다 인정받기는 힘들다.

보내준 사진을 보니 정말로 마음에 쏙 든다.

기종은 걸프스트림 G650ER.

실내 인테리어도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이 정도 매물은 찾기 힘들 거네. 돈이 있으면 내가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군.]

“…….”

중고차 딜러 같은 멘트를 들으니 신뢰도가 급속히 하락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믿고 구매하기로 했다.

“그럼 이건 제 개인용으로 구매할게요.”

사적인 일에도 많이 쓸 테니 한 대는 개인용으로 사고, 두 대는 회사용으로 구매할 생각이다.

[하하, 잘 생각했네. 가격은 내가 최대한 잘 얘기해보겠네.]

“당장 사용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구매를 안 할 경우에는 이용료만 지불하면 되네.]

“그럼 바로 한국으로 보내주세요.”

전용기를 김포공항으로 보내고, 영어를 못 하는 동생을 위해 한국어가 가능한 승무원도 신청했다.

처음 사는 전용기를 나보다 동생이 먼저 타게 될 줄이야.

* * *

세나가 도착하려면 이틀 정도 남았다.

그 사이, 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운동도 했다.

리조트 안에는 해변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테니스장과 농구장도 있다. 피트니스 센터 역시 최신식으로 갖춰져 있고, 트레이너가 상시 대기 중이다.

난 오랜만에 PT를 받았다.

“자, 하나만 더!”

“으어억!”

정말이지 토 나올 뻔했다.

난 건네받은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잘하셨습니다.”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동안 돈 버느라 운동을 너무 등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건강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지.

투자회사는 성과 중심이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가 건강이 악화돼 40대에 은퇴하는 일도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자기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겠지.

20대 때는 체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게 30대 중반만 되어도 급격하게 꺾이기 시작한다.

내가 또 30대 후반이 돼봐서 잘 알지.

확실히 지금부터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디프로필 찍을 건 아니지만, 근육 좀 붙여놔서 나쁠 건 없을 테니.

난 가볍게 식사를 한 다음 해변을 산책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다. 뒤에서는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휴양지 리조트인 만큼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는 게 일반적이다.

나 같이 혼자 오는 경우가 드물지.

가족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하긴 1박에 10만 달러짜리 리조트에 왔는데, 불행하기 쉽지 않지.

“가족이라…….”

문득 크리스네 집에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 역시 중요하다. 1회차 때는 둘 다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둘 다 잘해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나도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날이 오겠지?

* * *

한세나와 친구들은 김포공항에 모였다.

마지막으로 정소진이 도착했다.

세나는 놀라며 물었다.

“우와! 옷 예쁘다. 머리도 한 거야?”

다른 친구들도 한마디씩 했다.

“어! 소진이 오늘 왜케 예뻐?”

“그러게. 왜 이렇게 꾸몄어? 누가 보면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줄.”

정소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이건 그냥…….”

“아니긴. 혼자 사진 예쁘게 나오려고 꾸민 거면서. 맞지?”

“으응. 맞아.”

해외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다들 짐을 한가득 챙겼고,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돈은 달러면 되겠지?”

“우리 진짜 해외여행 가는 거야?”

“근데 비행기표는? 진짜 여권만 있으면 돼?”

한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가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

잠시 후, 중년의 여성이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한세나 씨와 일행분들 맞나요?”

“예, 맞아요.”

“바베이도스행 맞으시죠?”

“네네.”

그녀는 자기소개를 했다.

“엘렌 리라고 합니다. 여러 분들을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전 한세나예요.”

“정소진입니다.”

다들 고개를 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넷은 일렬로 그 여성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런데 우리 뭐 타고 가?”

“직항 없는 것 같은데. 어디서 환승해?”

한세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전용기는 아니겠지? 에이, 아닐 거야. 전용기는 아무나 타는 게 아니잖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그 순간, 옆에서 정소진이 말했다.

“세나야, 저거 전용기 아니야?”

“…….”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는 영화에서나 보던 전용기였다.

다들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이거 꿈 아니지?”

“진짜 전용기를 타고 간다고?”

네 사람은 계단을 올라가 전용기에 올라탔다.

내부는 그동안 타본 비행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네 개의 좌석이 2열로 배치되어 있고, 뒤쪽에는 두 개의 긴 소파가 테이블을 마주보고 있었다.

한세나는 놀라며 물었다.

“혹시 저희 말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타나요?”

엘렌은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아니요. 네 분만 타십니다.”

뒤쪽을 둘러보던 박세연이 소리쳤다.

“여기 봐봐! 침실도 있어!”

“우와!”

“와아아!”

다들 말은 못 하고 한동안 감탄사만 내질렀다.

“좌석 완전히 평평하게 눕혀지는데. 눕혀서 자도 되나 봐.”

“이런 게 퍼스트 클래스 좌석인가?”

“일단 사진부터 찍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한세나 역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오빠가 잘나가고 재벌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대체 이거 빌리는 데 얼마야?’

직장인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지 않을까?

설마 비행기를 샀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희 비행기는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곧 이륙하니 착석해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네!”

다들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전용기는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세나는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다들 준비됐지?”

“네! 준비 완료했습니다!”

한세나는 힘차게 소리쳤다.

“가자, 얘들아!”

“오오오!”

비행기는 10시간을 넘게 날아 바베이도스에 착륙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냉장고에서 음료수와 샴페인을 꺼내 먹고, 웃고 떠들며 놀았다.

놀랍게도 인터넷도 통화도 가능했다.

졸리면 좌석을 완전히 눕히거나, 소파나 침대에서 자면 됐다.

“아, 내리기 싫다.”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

공항에 내린 네 사람은 깜짝 놀랐다.

“와! 날씨 뭐야?”

“미쳤다.”

엘렌은 그녀들을 대기 중인 리무진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공항에 준비된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자, 이윽고 블랙우드 바베이도스 아일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기 전 검색해 보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감동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다들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했어?”

“이제까지 살아있기를 잘했어.”

“세나야, 우리는 니가 너무 자랑스러워.”

“…….”

한세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넷 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여긴 또 왜 이렇게 좋아!?’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이쯤 되자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내가 잘못 온 건 아니겠지? 오빠 여기 없으면 어떡해?’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 남자가 걸어왔다.

“왔어?”

한세나는 반갑게 소리쳤다.

“오빠아!”

* * *

난 세나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용기를 타고 오는데도 왠지 불안했는데, 무사히 도착한 모습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세나의 친구들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인사했다.

“다들 오느라 수고했어요.”

소진이가 말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오빠.”

“맞아요. 세나 오빠면 저희한테도 오빠나 다름없잖아요.”

“그냥 여동생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동생 친구들이니 그래도 되겠지?

“알았어.”

세나는 친구들을 소개해주었다.

“소진이는 알 테고, 얘는 박예진이고, 이쪽은 조유경.”

박예진은 안경에 단발머리, 조유경은 양쪽으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엄청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다들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 대학생 특유의 상큼함과 풋풋함이 느껴진다.

“일단 방으로 안내해줄게.”

딱히 성수기가 아님에도 리조트는 이미 만실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내가 머무는 곳은 1박에 30만 달러짜리 독채로 된 빌라니까. 바다를 보며 수영할 수 있도록 전용 풀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기야.”

세나와 친구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

“와아아!”

여행을 많이 가봤다 해도 이 정도로 좋은 룸을 본 적은 없겠지.

“방 세 개니까 두 명씩 나눠 쓰면 될 거야.”

“넵!”

“알겠습니다.”

세나와 정소진이 같은 방을, 박예진과 조유경이 같은 방을 썼다.

“얼른 나가보자.”

“수영복 입어야 하나?”

“응. 입고 그 위에 겉옷 입으면 될 듯.”

다들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열 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온 데다가 시차도 있는데, 조금도 지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런 게 젊음인가?

“그럼 재밌게 놀아.”

애들 내보내고 누워서 쉬려는데, 소진이가 말했다.

“오, 오빠도 같이 가요.”

“나도?”

세나가 말했다.

“우리 여기 처음인데 오빠가 안내해줘야지.”

정작 나도 며칠 전에 왔는데.

하긴 리조트가 워낙 커서 안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있다. 뭐, 직원에게 말하면 카트로 데려다주겠지만.

난 세나와 친구들을 데리고 리조트를 안내해주었다.

“우와! 인피니티풀이다!!”

“우와아! 해변 예쁘다!”

“…….”

무슨 유치원생들 인솔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새하얀 백사장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보다 더 푸른 바다를 본 애들은 신나서 뛰어다녔다.

확실히 어디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다.

바다에 잠깐 발을 담근 세나는 다시 내 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왔다.

“나 배고파, 오빠.”

그래. 자연이 뭐가 중요하겠나? 배 채우는 게 중요하지.

“밥 먹으러 가자.”

우리는 해변과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았다.

세나는 눈이 뚫어져라 영어로 된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어차피 못 읽을 걸 알기에 난 다른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사진 있는 메뉴판은 이거.”

“아, 감사.”

어째서인지 다들 주문을 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았다.

“왜 그래?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 여기 날치 요리가 유명해.”

그러자 조유경이 슬쩍 손을 들며 물었다.

“저기요. 여기 가격이 안 적혀 있는데, 얼마쯤인가요?”

박세연도 말했다.

“여기 왠지 비싸 보여요.”

아, 그게 문제였나?

“보통 메뉴 하나에 100달러쯤 하지.”

“허억!”

그 말에 넷 다 얼굴이 사색이 됐다.

“저, 저희 컵라면 가져왔는데.”

“한 끼 정도는 굶어도 되지 않을까?”

“별로 배 안 고프니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어도 될 것 같은데.”

반응이 재밌다.

난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리조트 안에서 이용하는 건 전부 공짜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직원한테 말하면 돼.”

“저, 전부?”

“응. 음식이랑 술, 그리고 각종 서비스까지.”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보통 올인클루시브라고 하면 보통 식음료만 포함하지만, 여기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엄밀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고 다 숙박비에 포함이 되어있는 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지.

세나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그럼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시켜도 돼?”

“다 먹을 수 있으면.”

“칵테일도 공짜야?”

“응.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우와!”

공짜라는 말에 다들 이것저것 신나게 시켰다.

“나 여기 있는 거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지.”

“칵테일도 시키자.”

“사진도 찍어야 하니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켜볼까?”

“…….”

괜히 공짜라고 했나?

왠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은데.

주문이 이어졌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나와 친구들은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먹고, 다시 사진을 찍고, 먹고를 반복했다.

……여자애들이 그렇게 많이 먹는 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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