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92화 (292/529)

292화. 페더 (15)

[조엘 콜링우드 재무부 장관, 페더와 새턴 사태 지켜보고 있다]

[필립스 상원의원, 정부와 의회가 조속히 암호화폐 관련 규제법안 마련해야]

[상하원, 페더 사태 관련 청문회 개최!]

상원과 하원은 합동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레너드 창과 강문도에게 소환장을 발송했다. 또한 페더 리미티드와 새턴랩스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필립스 상원의원은 바로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제출했다. 그 법안에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이 담겨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를 발행하는 행위입니다. 기존에 발행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예치금 내역을 제출해주시고, 회계 감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향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하겠습니다.”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여론이 안 좋은 만큼 거래소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알아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 소속이 시장은 또 한번 출렁거렸다.

-아! 다행이다. 이미 마이너스 99프로라서 별 타격이 없네.

-그래도 미국 재무부 장관이랑 필립스 상원의원이 새턴 언급하는 거 보면 한국이 뭔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듦.

-이번 청문회에 레너드 창과 함께 강문도 소환한다던데.

-이야! 한국인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다니.

-전세계 언론들이 페더와 함께 새턴과 타이탄도 계속 언급하는 중.

-타이탄 폭락으로 10억 달러 날려 먹은 투자자가 강문도 죽이겠다고 킬러 고용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 정도 날려 먹었으면 킹정이지~

-이런 세계적인 대폭락 사태에 한국인이 막타 쳤다고 생각하니, 왠지 뿌듯하지 않냐?

-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ㅈㄴ 국뽕이 차오른다!

-강문도 국위선양 ㅎㅎ

-큰일은 한국인이 한다!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ㅅㅂ 그만해 미친놈들아 ㅋㅋㅋ

-코쓱! 머쓱!

-오늘도 행복한 반트코인 채널~~

* * *

미국이 먼저 규제의 칼을 뽑아 들자, 한국 정부 역시 암호화폐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

기재부 장관은 작심하고 거래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체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거래소들은 뭘 한 겁니까? 자격이 없는 거래소들은 시장에서 전부 퇴출하겠습니다.”

이전이었다면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대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거래소는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했다.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대부분은 세금이고, 증권사의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전부 거래소의 몫이었다.

아예 거래소가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해서 프라이빗 세일과 프리 세일 단계에서 대량의 코인을 확보한 다음 ICO 이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국 최대이자 세계 4위 거래소인 비트업을 보면, 작년 매출이 4조 6천억 원.

더 놀라운 사실은, 영업이익률은 4조 2천억 원으로 무려 92퍼센트라는 것이다. 상장사 중 이보다 많은 수익을 낸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덕분에 비트업은 거래소 하나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비트업과 반썸 등은 당국의 칼날이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부실 코인 정리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상장폐지한 코인이 무려 100여 개.

퇴출 위기에 놓인 코인 발행사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거래소가 그동안 상장을 대가로 코인을 달라고 하는, 일명 상장피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역시나 투자자들이었다.

정리매매 기간을 줬다지만, 보름 후면 상장폐지될 코인을 누가 사겠는가?

상장폐지로 지목된 코인들은 가격이 99퍼센트 폭락했지만…… 역시나 거래소는 나 몰라라 했다.

* * *

3조 6천억 달러까지 올랐던 암호화폐 시총은 1조 달러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사기꾼들은 돈을 들고 튀었고, 투자자들은 엄청난 돈을 날렸다.

이런 식의 폭락은 늘 있었다.

닷컴버블 때도 90퍼센트가 넘는 기업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때 살아남은 기업들이 지금 세상을 집어삼켰다.

블록체인은 분명 엄청난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디지털 세계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화폐다.

다만 투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망한 게 아니라, 그저 거품이 꺼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시드 역시 페니를 계속 발전시켜나갈 생각이고.

페니는 메타버스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겠지만, 기축통화가 있다고 해서 다른 화폐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난 선우와 통화했다.

“강문도는 연락돼?”

강문도는 선우와는 대학 동기다.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다른 친구를 통해서 간간이 연락은 했다고 한다.

[연락이 될 리가. 싱가포르에서도 잠적했다고 하던데. 미국 의회 소환장도 쌩까고 있는 모양이고. 생각해보면 내가 걔 추천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했었지.]

“그리고 니 추천으로 나도 같이 했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새턴과 타이탄의 알고리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이는 코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그 수요를 뒷받침한 것이 바로 연 24퍼센트 이자를 지급하는 마스 프로토콜. 그러나 이는 폰지 사기나 다름없는 구조였다.

때문에 새턴과 타이탄은 페더 사태가 터지기도 전에 진작 망한다.

그저 이번에는 나 때문에 좀 더 일찍 망했을 뿐이지.

본의 아니게 예전에 암호화폐로 날려먹은 것에 대해 복수를 한 셈인가?

[아무래도 동기다 보니, 주변에서 타이탄 산 애들이 많아. 다들 쌀 때 사서 큰돈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설마 99.99퍼센트가 날아갈 줄이야. 이제는 존버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얘기도 쏙 들어갔어. 그래도 게이머들은 기뻐하는 중이야.]

“어째서?”

[이번 일 덕분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많이 내려갔으니까. 암호화폐 상승으로 인해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게이머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 내고 그래픽카드를 구매해야 했었잖아.]

“아, 그랬었지.”

그동안 그래픽카드는 공장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채굴장의 노예로 끌려갔고, 게이머들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폭락한 덕분에 채굴을 해도 돈이 되지 않자, 채굴장들은 줄줄이 폐쇄했고, 중고 그래픽카드가 쏟아져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산 판매업자들이 그래픽카드 숨겨놓고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를 시전했는데, 지금은 물건이 남아돈대.]

“다행이네.”

그래도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건 아니구나.

[지금 게임회사들도 난리 났어. 렉슨은 고점에서 반트코인 샀다가 완전히 물렸고, 위너팩토리는 리믹스 폭락으로 리믹스 달러, DAO, 디파이, NFT 등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했어. 그동안 경쟁적으로 P2E 게임을 개발하고, NFT를 도입하려던 회사들도 난감한 모양이고.]

“대체 게임회사에서 NFT로 뭘 하는 건데? 그게 게임 플레이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냥 아이템과 캐릭터 카드 같은 거에 NFT를 부여해 팔아먹는 거지.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이랄까? 이게 또 P2E와 연결되어 있거든. 그동안 게임업계가 P2E 게임을 허용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온 거 알지?]

P2E(Play to Earn)는 게임하며 돈을 버는 방식의 게임. 위너팩토리가 내놓은 ‘드래곤 전설 5’가 대표적이다.

보통은 게임 내에서 얻은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꾼 다음, 이를 거래소에서 다시 현금으로 바꾼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큰 모순점이 있다.

“돈 버는 게임을 허용하려면 랜덤박스를 없애야 하지 않아?”

랜덤박스는 도박에 가깝다.

그럼에도 도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는 현금성 상품이 아닌 그저 게임 아이템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괜히 약관에 현금거래 금지를 적어놓은 게 아니다.

만약 게임 내의 재화를 돈으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다면, 랜덤박스는 빼박 도박이 된다.

[그런 모순을 견디며 장사하는 게 한국 게임사들이지.]

“…….”

[뭐, 다행히 이번에 암호화폐가 폭락하며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어. 게이머들에게는 잘된 일이지. 넌 이제 뭐 할 거야?]

난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일단 좀 쉬어야지.”

나에게는 휴가가 필요하다.

* * *

[컨티뉴 캐피탈, 암호화폐 제왕을 무너뜨리다!]

[페더 공매도로 최소 350억 달러 수익!]

[스노우 크래시, 스테이블 코인 페니를 중심으로 생태계 구축에 나서]

페더 공매도 성공으로 컨티뉴 캐피탈은 또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로 손꼽히는 엠프티풀 리서치도 10개를 공매도하면 그중 두세 개 성공할 뿐이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은 달랐다.

공매도하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역사상 공매도로 이 정도로 성공을 거둔 곳은 없었다. 이쯤 되면 헤지펀드계의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컨티뉴 캐피탈은 금융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위치로 올라섰다.

공동대표의 존재에 대해서 소문이 퍼졌다.

“한국인이 공동대표라며?”

“그동안 투자도 록허트 대표 혼자 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인데.”

“그가 자본을 댄 건가?”

“이번 일은 누가 기획한 걸까?”

“실력 하나는 끝내주네.”

샤크 매니지먼트의 대표 마이클 프레스턴.

그는 굳은 표정으로 손실을 보고받았다.

그는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고, 자산 일부를 암호화폐로 보유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펀드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때 샤크 매니지먼트는 월스트리트 최고의 사모펀드였고, 그는 불패의 명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토마스 모터스 사태 때 손실을 보기 시작한 이후부터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저 그런 사모펀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탄식하듯 말했다.

“하루만 일찍 데이비드 록허트에게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 * *

PN 프로토콜 예치금이 빠져나가는 만큼, 우리는 담보로 넣어놓은 페니를 소각하고 그만큼 예치된 달러를 빼냈다.

링크랩스 인수는 무사히 마무리됐고, 스노우 크래시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데이비드가 열심히 뛰어다니고, 시드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이, 나는 뭐하고 있었을까?

그냥 호텔 방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체력은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특히 이번 일의 경우는 1회차 때도 없었던 일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예전에 주식과 코인을 했을 때는 조금만 떨어져도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이제는 수백억 달러를 베팅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제는 뭘 하면 좋을까?

난 회귀한 이후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았다.

정말이지 하나하나가 꿈도 꾸기 힘들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내가 했다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열심히 하기도 했지.

생각해보면 회귀한 뒤로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달리기만 했다.

그래서 번아웃이 온 건가?

가만히 누워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난 이름을 확인한 다음 누운 채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유재호 회장이 말했다.

[목소리가 많이 지쳐 보이는군요.]

“정확하십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행히 이번 일로 임창식 의원은 완전히 끝났군요.]

“정말 잘된 일이죠.”

[처음에 임창식 의원이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번 경선토론을 보니 확실하게 알겠더군요.]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이번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임창식은 대통령이 된 뒤 5년 내내 똥볼만 차다가 대한민국을 시원하게 말아먹는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안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게 바로 애국이다!

[반면 필립스 상원의원은 대선가도를 달리고 있군요.]

“그것도 잘된 일이죠.”

인기가 쭉쭉 치솟는 중이다.

그 순간,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아, 맞다! 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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