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89화 (289/529)

289화. 페더 (12)

강문도.

하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오라는 대기업들의 손짓을 뿌리치고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최근 IT업계의 최대이슈는 바로 암호화폐였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기존 인터넷과는 달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엘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분산 어플리케이션과 NFT를 개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도중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록체인 포럼에서 레너드 창의 강연을 들었고, 이때부터 직접 암호화폐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암호화폐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세계 부자 순위마저 바뀌고 있었다. 코인이 대박이 터지면 백만장자, 억만장자는 우스웠다.

‘제대로 돈을 벌려면 내가 코인을 만들어야 해.’

시장에는 매일 같이 수백, 수천 개의 코인이 쏟아져나왔다. 코인을 만들어 봐야 다른 코인들처럼 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는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했다.

현재 거래되는 코인은 9000여 개. 그러나 그중 스테이블 코인은 10여 개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저장이 아닌 교환의 수단, 말그대로 화폐다. 화폐를 굳이 여러 종류로 쓸 필요는 없으니 적은 게 당연했다.

‘제대로 기능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스테이블 코인의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달러나 유료 같은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것이고, 둘째는 반트코인이나 엘더리움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그때그때 1달러만큼의 반트코인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장점은 중앙화된 시스템 없이도 블록체인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지만, 단점은 반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가 암호화폐라면, 그 담보도 내가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는 투자를 받아 새턴랩스를 차리고 본격적인 암호화폐 개발을 시작했다.

먼저 만든 것은 스테이블 코인 새턴(Saturn, 토성), 그리고 이 새턴의 알고리즘을 받쳐주는 타이탄(Titan,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을 만들었다.

이 둘은 별개의 코인이지만 하나의 블록체인으로 묶여있었다.

페더의 경우 발행사가 LP 역할을 하며 사고팔고를 반복해서 페깅을 유지한다.

하지만 새턴은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페깅이 유지되는 형태였다.

만약 새턴이 0.8달러로 떨어지면 이때는 타이탄이 자동발행돼 1달러만큼의 타이탄으로 새턴을 매수해 소각한다.

당연히 이용자들은 0.8달러인 1새턴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1달러만큼의 타이탄을 받는 것이 유리하니, 새턴을 타이탄으로 교환하는 수요가 증가한다.

이러면 시장에서 새턴이 줄어들며 새턴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새턴이 1.2달러로 오를 경우 1달러 만큼의 타이탄을 1새턴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1달러어치의 타이탄보다는 1.2달러의 새턴의 가치가 높음으로 타이탄을 새턴으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그럼 시장에서 새턴이 늘어나며 새턴 가격이 내려간다.

그는 암호화폐 포럼에 참석해 새턴과 타이탄의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수익구조를 밝혔다.

“새턴은 스테이블 코인인 만큼 송금과 거래에 사용됩니다. 이때 발생되는 수수료는 타이탄 소유주들에게 분배됩니다. 새턴을 신용카드라고 한다면, 타이탄 보유자는 카드사의 주주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는 회사를 거쳐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새턴의 사용자가 많아지고 거래가 활성화될 수록 타이탄 보유자들은 큰 이익을 얻게 될 겁니다.”

새턴과 타이탄은 큰 인기를 끌며 코인맥스와 코인베이직 등 해외 주요 거래소에 줄줄이 상장됐고, 한국 3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업, 반썸, 원코인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강문도 대표는 새턴의 활성화를 위해 디파이 프로토콜인, 마스 프로토클을 만들었다.

여기에 새턴을 스테이킹하면 연 24퍼센트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의 유명세와 함께 높은 이자율이 알려지자, 수많은 투자자들이 새턴을 매수해 마스 프로토콜에 스테이킹했다.

일부에서는 전재산을 털어서 넣은 사람들도 있었다.

새턴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며 발행량이 크게 늘었다.

새턴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타이탄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제 새턴과 타이탄은 나란히 시총 15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둘의 시총을 합치면 500억 달러를 넘었다.

수많은 코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거둔 엄청난 성공이었다.

언론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0조 원의 코인을 만들어낸 천재 한국인!]

[성장하는 한국 블록체인, 발목 잡는 정부]

[암호화폐 과세에만 골몰하는 정부, 지금은 규제 대신 지원에 나서야 할 때!]

[강문도 대표, 한국 부자 순위 10위 안에 이름 올려!]

그러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스 프로토콜의 수익 구조가 불분명합니다. 대체 어떻게 1년에 24퍼센트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알고리즘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붕괴될 위험이 큰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강문도는 조롱으로 응수했다.

‘그런 건 니 엄마한테나 물어봐라.’

사람들은 오히려 이러한 모습에 열광했다.

법정화폐가 담보로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암호화폐의 핵심은 탈중앙화다. 그런데 법정화폐를 담보로 한다는 것은 이러한 탈중앙화의 이념을 흐트러트리는 행위다. 새턴과 타이탄은 이미 완벽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자산의 일부를 반트코인으로 보유할 예정이다.”

새턴랩스는 무려 3만 개의 반트코인을 사들였고, 덕분에 반트코인과 암호화폐 가격 역시 따라서 올랐다.

타이탄 투자자들은 자신들을 티탄족이라 부르며, 새턴이 1만 달러를 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잘나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의 페더 공매도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자 문제가 생겼다.

반트코인과 엘더리움을 비롯해 모든 암호화폐들이 하락하는 가운데, 새턴 역시 자주 페깅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헤지펀드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일부러 대량의 새턴을 거래소에 쏟아냈다.

새턴이 0.9달러로 내려가자 알고리즘에 따라 타이탄이 자동 발행돼 매수에 나섰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페깅이 맞춰졌어야 하나, 헤지펀드들은 작정하고 매물을 더 쏟아내 패닉셀을 유도했다.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타이탄의 가격도 함께 내려가는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1개로 방어할 걸 이제는 2개로 방어해야 했다. 그런데 발행량이 늘어나며 타이탄의 가격은 더 추락했고, 이번에는 10개, 100개를 발행해야 했다.

그럼에도 페깅을 되돌리지 못하자 알고리즘에 따라 타이탄이 무한히 발행되기 시작했고, 타이탄의 가치가 떨어지자 새턴의 가치 역시 함께 떨어졌다.

원래 10억 개였던 타이탄은 무려 5조 개가 발행됐지만, 결국 새턴을 1달러로 올리는 것에 실패했다.

가치를 방어해주던 타이탄이 휴짓조각이 되자, 스테이블 코인 새턴 역시 휴짓조각이 됐다. 그렇게 합계 500억 달러의 시총이 허공으로 증발했다.

순식간에 보유하고 있던 코인이 0.000001달러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경악했다.

-형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강 형! 무슨 말 좀 해봐!

-하루에도 수십 개씩 투윗 올리더니 왜 며칠째 조용해?

-강문도 빤쓰런~

-강문도가 아니라 강도였네 ㅜㅜ

-새턴은 세가 새턴처럼 멸망함 ㅋㅋㅋ

-생각해보니 타이탄도 제우스에게 개같이 멸망 ㅎㅎㅎ

-이야! 이름 하나는 잘 지었네~

-야, 이 문도자슥아!

-내 코인 내놔, 새꺄!

-드, 드리겠습니다!

-새턴이랑 타이탄은 필요 없어!

* * *

코인이 폭락해 상장폐지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새턴과 타이탄은 애초에 먹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캠코인과는 달리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코인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폭락했고, 강문도는 잠적했다. 새턴랩스가 보유하고 있던 반트코인 3만 개 역시 사라졌다.

암호화폐 시총 15위 안에 있던 새턴과 타이탄 코인의 몰락은 시장 전체를 다시 아래로 끌어내렸다.

새턴과 타이탄이 붕괴한 원인은 페더의 디페깅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새턴과 타이탄이 붕괴하자, 이는 다시 페더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제는 스테이블 코인이고 뭐고 믿을 수 없었다.

투자자들은 탈중앙화를 부르짖으며,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일이 터지자 찾는 것은 달러였다.

말 그대로 패닉셀이었다.

투매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거래를 멈춰야 했다.

만약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즉시 정부가 개입해서 거래를 정지시킨 다음 안정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사이드카나 서킷 브레이커도 없었다.

어차피 거래소 하나가 멈춘다고 해도, 다른 거래소로 가서 거래하면 그만이었다. 때문에 시장이 붕괴하든 말든 여전히 쉬지 않고 거래가 이뤄졌다.

투자자들은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

-야, 이거 하루라도 좀 거래 안 하면 안 되냐?

-뭔놈의 코인이 24시간 내내 폭락하고 있냐?

-일단 한 시간만이라도 거래 멈추고 진정 좀 하자 ㅅㅂ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정부는 뭐하냐?

-당장 대책을 세워라!

-응, 더 폭락해봐, 병신아~ 자살하면 그만이야~

-자살해봐, 병신아~ 너 죽은 다음 올리면 그만이야~

-이미 했어, 병신아~

* * *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페더에게로 쏠렸다.

페더는 이제 0.5까지 떨어졌다.

태환이 중단됐음에도 그나마 이 정도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레너드 창이 계속해서 1달러로 페깅을 되돌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페더의 매물은 쏟아질 만큼 쏟아졌다.

300억 달러만 있으면 기관들의 태환 요구에 응하고, 시중의 페더를 사들여 다시 페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보란 듯이 페깅에 성공한다면 투매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레너드 창은 코인맥스 거래소를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요청했다.

‘대출만 받으면 해결할 수 있어.’

그러나 상황은 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코인베이직.

무려 6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나스닥에 상장된 유일한 거래소다.

거래소는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을 암호화폐로 받는다.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면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늘어나며 회사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상징 이후 반트코인이 폭등하며 코인베이직의 시총은 다섯 배가 올라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런데 사태가 벌어진 뒤 일주일 만에 90퍼센트가 폭락해 이제는 100억 달러도 위태해졌다.

메이웨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암호화폐의 겨울(Crypto winter)이 왔다. 언제 봄이 올지는 모른다’고 말하며 5천 명의 직원 중 18퍼센트인 9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상장기업의 주가가 이렇게 무너지는 판에 비상장기업인 코인맥스가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코인맥스는 그동안 고객들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레버리지 투자를 제공해왔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다시 코인을 대출받아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증권사에서 주식 담보대출과 미수거래를 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덕분에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 수 있고, 거래소는 이자 수익과 함께 더 큰 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빚내서 투자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걸 안 하는 이유는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반대로 폭락장에는 연쇄 청산을 부를 위험이 크다는 얘기와 똑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담보가치가 줄어들었고,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담보를 팔아 대출을 청산했다.

이러한 청산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바람에 가격은 더 하락하고, 가격 하락은 또다시 담보가치를 줄이며 또 다른 청산을 불렀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급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담보를 팔아도 대출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손실을 코인맥스가 그대로 떠안으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레너드 창은 몰락하는 시장을 지켜보았다.

이전까지 2000억 달러로 평가받던 코인맥스의 가치는 이제 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더이상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테더의 발행량을 조금만 줄였다면, 반트코인을 진작 달러로 바꿨다면, 다오그룹의 어음과 채권 대신 미국 국채를 샀다면…….

그는 파티장에서 만났던 남자를 떠올렸다.

아마 자신과 대화하고 있을 때부터 페더를 공격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진작 눈치를 챘다면…….’

조금만 리스크를 관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

페더의 성공은 코인맥스를 최대 거래소로 만들어주었고, 그를 세계 1위 부자로 만들어주었다.

사람들이 페더가 1달러라고 믿은 것은, 레너드 창이라는 사람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신뢰가 사라진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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