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88화 (288/529)

288화. 페더 (11)

레너드 창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번에도 또 한 번의 디페깅이 발생했을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 금방 복구될 것이다. 자산 매각에 시간이 걸릴 뿐, 페더의 예치금은 충분하다.]

그는 암호화폐 업계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 그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투자자들을 다독이자, 시장은 잠시 진정세를 보였다.

사실 페더의 태환이 중단되거나, 페깅이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논란이 생길 때마다 디페깅 됐지만, 결국 다시 1달러로 복귀했다.

때문에 페더가 0.75달러까지 떨어지자 사려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지금 페더를 산다고? 미쳤어?

-이제까지 디페깅된 적이 한두 번이었는 줄 알아? 하지만 언제나 다시 페깅됐음.

-자산 매각에 시간이 걸릴 뿐이니, 시간 지나면 다시 1달러로 돌아옴.

-이건 무조건임.

-세계 1위 부자인 레너드 형이 돈 몇 푼 없어서 이거 못 막겠음?

-난 무조건 페더야! 나라가 망해도 페더야!

-가만히 앉아서 25퍼센트 벌 수 있으면 개꿀 아님?

-0.75로 사서 0.25를 버는 건데 어떻게 25퍼센트냐? 33퍼센트지.

-뭔 소리야? 1달러 돼서 0.25 버는 거면 25퍼센트지. 존나 어이없네.

-응??? 아이큐도 반트코인과 함께 떨어졌나?

-떨어지긴! 원래 이게 크립토 브로(Crypto Bro)들의 평균 지능임!

-브로들! 힘내자!! 페더 풀베팅 들어간다!!

-사서 응원하자!!!

* * *

페더의 가격은 0.7~0.8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페더는 이제 끝났으니 당장 던지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구나.

페더의 예치금 중 현금과 미국 국채를 합쳐봐야 10퍼센트 정도.

자산 대부분은 어음과 채권, 그리고 반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다.

반트코인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그동안 멋대로 발행한 페더로 반트코인을 샀기 때문.

웃긴 건 발행했을 당시 페더는 아무런 담보가 없었는데, 그걸로 반트코인을 삼으로써 담보가 생겼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 방법이다.

100억 원짜리 수표를 만들어 빌딩을 산 다음, 누군가 이 수표를 어떻게 지불할 거냐고 따지면, 100억짜리 빌딩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식이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다오그룹이 조만간 디폴트를 선언할 것 같습니다. 채무가 3000억 달러가 넘는데, 현금은 바닥난 상태입니다. 채권자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상환하겠다고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그럴 때가 됐죠.”

이 시기쯤 해서 중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

부동산 건설하면 보통 재개발, 재건축을 생각하는데, 중국 부동산 개발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새로운 도시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크게 성공을 거뒀고, 건설사들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분양이 안 되기 시작했다.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아예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도시도 생겨났다.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살려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결국 다오그룹은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한다.

이때 당시 페더는 20퍼센트의 예치금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문제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발행량은 꾸준히 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페더가 어음과 채권을 쏟아내는 바람에 오히려 다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으니까.

잘된 일이다.

어차피 망할 기업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망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니.

데이비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예치금이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설마 예치금을 이런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을 줄이야.”

“사기꾼들이 하는 짓은 항상 똑같죠.”

이건 프리머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고객 자산을 멋대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가 다 날려 먹었으니까.

뭐, 걔들은 규제가 있었는데도 속이고 한 거지만.

데이비드는 거래소를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시장이 잘 버티는군요.”

반트코인은 이제 4만 달러까지 추락했고, 엘더리움 역시 4000달러로 떨어졌다.

그리고 알트코인들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만약 나스닥이 이렇게 떨어졌다면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정도 하락은 자주 있는 일이다. 시장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 만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지 드러나는 법이잖아요.”

시장이 상승할 때는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다.

오르는 가격에 모든 문제가 감춰지고,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비웃음을 산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면 그동안 감춰놨던 문제가 드러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부터 온갖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사건은 바로 한국에서 터진다.

* * *

[반트코인 4만 달러로 추락! 3만 달러로 추락시 시장 붕괴 위험!]

[암호화폐 시장의 서브프라임 사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안 마련해야……]

[에런 화이트, 암호화폐 투자는 더 멍청한 바보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서부 개척 시대나 다름없었다.

이는 기회의 땅인 동시에 무법지대라는 것을 의미했다.

주식시장에 상장(IPO)하기 위해서는 온갖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상장(ICO)은 그저 백서 하나만 공개하면 된다.

수많은 암호화폐들이 우후죽순 상장됐다.

기존 코인을 비꼬기 위해 만든 비글코인이 뜨자, 이를 베껴서 하운드코인, 도베르만코인, 리트리버코인 등이 쏟아져나왔다.

이중 가장 유명한 건 리트리버코인이었다.

애견 혈통서를 NFT로 발행하겠다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코인이었다.

블록체인을 통해 수억 마리 개들의 혈통과 족보를 관리하겠다는 프로젝트는 애견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개발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백서와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투위터와 텔레디엠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했다.

상장 당시에는 15센트에 불과했던 코인은 두 달 만에 20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페더 사태로 인해 시장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단 1분 만에 무려 15만 개나 되는 물량이 쏟아졌고, 리트리버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센트로 떨어졌다.

-으어어! 이게 뭐야?

-화장실 다녀왔더니 20달러가 1센트가 되어 있네……. 실화인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ㅅㅂ 대체 누가 판 거야?

-갑자기 15만 개를 팔았다고?

-응? 내 리트리버 어디 감?

-페더가 불타고 있기에 구경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내 리트리버가 불타고 있었어요!

순식간에 자산 99퍼센트를 잃은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대체 누가 물량을 쏟아냈나 봤더니, 다름 아닌 개발자였다. 개발자의 전자지갑은 텅 비어 있었다.

개발자는 그동안 홍보에 사용하던 홈페이지와 투위터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분노한 투자자들이 텔레디엠을 통해 항의하자 비웃음을 짓는 이모티콘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조롱했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다면 당장 구속돼 수십 년 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범죄행위지만, 놀랍게도 암호화폐 시장에는 별다른 죄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개발자가 누군지 정체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그동안 투위터와 텔레디엠을 통해서만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캠코인의 사례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수십 개의 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먹튀를 시전했고, 투자자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럼에도 늘 그래왔듯 거래소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 * *

암호화폐 하락 충격은 증시로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자산 일부를 반트코인으로 보유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동안 반트코인이 상승함에 따라 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마이크로하우스다.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로, 시총은 15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 회사가 유명해진 계기는 반트코인 때문.

CEO인 찰스 미켈런은 미래는 암호화폐에 있다고 믿고, 반트코인이 5천 달러일 때 회사 보유금의 절반을 털어 매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주들은 깜짝 놀랐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돈을 반트코인을 사들이는 데 쓴 것이다!

분노한 주주들은 당장 임시 주총을 열어 그를 해임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막상 주주총회가 열릴 시점에는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하며 반트코인은 세 배가 올라 1만 5천 달러를 넘어섰고, 마이크로하우스 주가는 두 배가 뛰었다.

CEO를 해임하겠다고 난리 치던 주주들은, 그가 주총장에 등장하자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미켈런 CEO는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지속적으로 반트코인을 매수했다.

마이크로하우스는 나스닥의 대표적인 반트코인 관련주로 자리매김했고, 반트코인이 상승함에 따라 주가가 여덟 배 넘게 올라 13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켈런 CEO는 향후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더 많은 반트코인을 매수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보유 반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반트코인을 매수했다.

그리고 그렇게 매수한 반트코인을 다시 담보로 잡고 또 돈을 빌려 반트코인을 매수했다.

그렇게 사들인 반트코인이 무려 13만 개였다.

8만 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100억 달러가 넘었고, 이는 미국 상장사 기준 최대 보유액이었다.

그런데 페더 태환이 중단되며 반트코인은 4만 달러로 떨어졌고, 회사 보유자산의 절반이 날아갔다!

마이크로 하우스의 주가 역시 반토막 났다.

그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서한을 보냈다.

‘현재의 조정은 일시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할 겁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매수를 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영원한 상승이 없듯, 영원한 하락도 없다.

그러니 버티다 보면 반트코인 가격 역시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때 얘기다.

문제가 된 건 반트코인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었다.

반트코인이 4만 달러로 내려가자, 증거금이 부족해지며 마진콜이 터졌다.

대출 기관들은 마이크로하우스에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했다.

미켈런 CEO는 일단 반트코인 일부를 팔아 증거금을 넣으려 했다.

그런데 마이크로하우스가 보유한 반트코인을 대량매도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반트코인 가격은 또다시 추락했고, 더 많은 증거금이 필요해졌다.

결국 대출 기관들은 담보 청산에 들어갔다. 보유하고 있던 반트코인을 일제히 매도한 것이다.

그렇게 시장에 쏟아져나온 물량이 8만 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때 130억 달러까지 올랐던 마이크로하우스 시총은 95퍼센트가 폭락해 6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 * *

매도가 쏟아져 나오며 시장 전체가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마치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듯, 암호화폐와 연관된 곳들이 하나둘씩 터져나갔다.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한순간이라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했다.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를 줄 알았는데, 더 떨어지네 ㄷㄷㄷ

-역시 팔았어야 했나 ㅜㅜ

-컨티뉴 캐피탈 개새끼들아!

-이 새끼들이 공매도로 시장을 망쳤다!

-나도 코인충이지만, 이건 컨티뉴 캐피탈 욕할 게 아니지. 예치금이 충분하다며? 그냥 태환만 해주면 됐잖아.

-예치금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이거 대체 어디까지 떨어질까?

레너드 창은 페더 태환을 중단해 놓은 상태에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은행들에 대출을 요청했다.

반트코인을 매각한 자금은 전부 소진됐다.

서둘러 채권과 어음을 시장을 매각하려 했지만, 다오그룹이 디폴트에 빠지며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코인맥스 거래소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페더를 다시 페깅 상태로 돌려야 해.’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은 페더의 불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다시 태환이 가능해지면, 암호화폐 하락이 멈출 테고, 그럼 매도세도 진정될 것이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페더를 원래대로 되돌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속보) 새턴-타이탄 코인 알고리즘 붕괴! 시총 300억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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