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73화 (273/529)

273화. 뉴욕의 연말 (2)

연말은 가수들의 콘서트가 집중되는 시기.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은 판매 시작한 지 몇 초만에 매진됐고, 콘서트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런 와중에 특이한 콘서트 하나가 주목 받았다.

바로 유명 래퍼인 스카이픽스의 콘서트.

그는 페이스노트와 린스타그램 등을 통해 나이트라이트라는 게임 안에서 이틀 동안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고, 게이머들을 자신의 아일랜드로 초청했다.

그리고 콘서트 당일.

콘서트를 위해 마련된 거대한 섬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모였다. 각자 개성이 맞게 꾸민 캐릭터는 게이머들의 아바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됐다.

3D로 구현된 거대한 스카이픽스의 아바타가 하늘에서 내려와 공연을 펼쳤다. 곡이 바뀔 때마다 배경은 섬에서 바닷속으로, 바닷속에서 하늘로, 그리고 우주와 다른 행성으로 바뀌었다.

게이머들은 그냥 멍하니 화면을 보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함께 춤을 추고, 음성채팅을 통해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소문이 퍼지며 둘째날 콘서트에는 무려 1천만 명의 동시접속을 기록하며, 최대 동시접속자수를 넘었다.

게임 속에서 이뤄진 콘서트니 가능한 숫자지, 실제 콘스트라면 절대 불가능한 숫자였다.

콘서트 실황을 인터넷으로 방송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은 예전에도 있어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바타를 활용해 게임 내 콘서트를 연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콘서트는 무료였지만, 이틀 동안 굿즈와 아이템 판매만으로 스카이픽스는 20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게임 내에서 펼쳐진 환상적인 공연]

[나이트라이트 스카이픽스 콘서트, 동시접속자수 1170만 명. 사상 최대 기록]

[스카이픽스, 굿즈와 아이템 판매만으로 2000만 달러 수익!]

[콘서트의 새로운 형태]

[탐 스콧 CEO, 향후 VR 기술과 연계해 더욱 실감나는 콘서트를 구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는 수익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티스트들 역시 관심을 보였다.

-이거 보려고 나이트라이트 캐릭터 만듦.

-공연이 무슨 SF영화 같네.

-스카이픽스 개 멋있다!

-이젠 게임 내에서 콘서트하는 시대가 됐구나. 세상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기획한 사람 누굴까? 완전 천재인데.

-이거 봐라. 꼭 봐라. 두 번 봐라.

-다음 공연은 또 누가 하려나?

* * *

링크랩스에 대해 본격적인 인수협상이 진행됐다.

적절히 밀고 다니는 협상 끝에 매각금액을 일부 낮추는 대신, 회사에 대한 투자비를 올려주기로 했다.

어쨌거나 총 투자비는 400억 달러.

이 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다시 200억 달러로 줄어든다. 그 전에 투자해서 불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빠르고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쓰레기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증시에는 한동안 큰 이벤트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투자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으려나?

내가 투자에 성공한 건 어디까지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기 때문. 그게 없다면 그냥 일개 애널리스트에 불과하다.

뭐,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뭔가에 쫓기듯 너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이 정도 벌었으면 너무 조급해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노우 크래시도 손에 넣고, 링크랩스도 손에 넣었으니, 미래로 가는 중요한 열쇠는 대충 확보한 셈이다.

난 호텔 커피숍에서 사라를 만났다.

그녀는 날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페이스노트를 폭락시켰네요.”

“제 말대로 투자하지 않기를 잘하지 않았나요?”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고 보니 컨티뉴 캐피탈이 링크랩스를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이것 때문이었나요?”

“뭐, 겸사겸사였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골든버그 CEO는 바로 링크랩스에 연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시드를 만나보고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

페이스노트가 당장 인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이크 골든버그가 지금쯤 내 욕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리는 러시펀드 투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페이스노트에 매달려 있는 사이, 그녀는 러시펀드의 자금으로 내가 추천해준 종목들을 매수했다.

대부분 장내매수였지만, 일부는 기존 투자회사와 접촉해 블록딜로 넘겨받았다. 비상장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직원들이 직접 창업자를 찾아가 접촉했고.

“아! 송 가즈키 회장 알아요?”

“당연히 알죠.”

한국계 일본인으로 소프트박스 그룹의 회장이다.

소프트박스는 포털사이트, 이동통신, 게임 등을 망라하는 일본의 IT 종합기업. 그러나 그보다 유명한 건 IT업계 투자의 큰손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투자는 지니바바 초창기에 2000만 달러로 지분 30퍼센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후 지니바바는 중국 이커머스를 장악했고, 기업 가치는 현재 6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번에 인사이트 펀드를 새로 만드는데, PIF에 투자할 의사가 없냐고 문의하던데요.”

“그래요?”

그 얘기에 난 속으로 웃었다.

원래 대로라면 PIF는 소프트박스 그룹과 함께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그리고 송 가즈키 회장은 이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역할을 나와 컨티뉴 캐피탈이 하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든 PIF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싶을 것이다.

다.

왜 하필 PIF냐면, 다른 국부펀드는 이런 식의 투자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국부펀드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한다.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각종 규제도 많다.

그러나 사우디는 절대왕정국가. 같은 국부펀드라고 해도 다른 나라가 국민들의 재산이라면, 여기는 왕가의 재산이다.

국왕의 결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위험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나와 손잡고 있는 만큼 차라리 러시 펀드에 더 투자하면 투자했지, 굳이 그쪽으로 돈을 넣을 이유가 없겠지.

애초에 러시 펀드도 내가 인사이트 펀드를 보고 생각해낸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라는 나에게 물었다.

“아! 혹시 파티에 안 갈래요?”

“파티요?”

“예. 자선 파티 초대장이 와서요.”

예나 지금이나 파티는 중요한 사교 행사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말이지.

“초청을 받았으니 참석을 해야 하는데, 혼자 가면 귀찮은 일이 많아서요.”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는 라시드 왕세자의 사촌여동생.

신분으로 치면 공주님이다.

게다가 혈연을 떠나 가장 가까운 측근이자, 러시펀드 책임자이자, PIF 해외투자 본부장.

그런 만큼 접근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겠지.

자선 파티라…….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됐다.

“좋아요. 같이 가요.”

* * *

상류층들의 자선 파티.

일전에 GL그룹 회장 손녀의 생일파티에 잠깐 간 적은 있어도, 이런 큰 파티는 처음이다.

정장을 챙겨오긴 했지만, 이걸로는 안 되겠지?

파티장에 입고갈 턱시도를 사야하는데, 어디서 사야할지 잘 모르겠다.

뭔가를 모를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물론 알만한 사람에게.

난 호텔 지배인에게 물어보았다.

“주변에 턱시도를 살만한 곳이 있을까요?”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닌지, 그는 바로 대답했다.

“유명 테일러숍이 있는데, 필요하시다면 이곳으로 부르겠습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지배인은 테일러숍에 연락했고, 잠시 후 흰수염을 근사하게 기른 노신사가 젊은 직원 한 명을 데리고 호텔 룸으로 왔다.

직원은 줄자로 치수를 쟀고, 노신사는 나를 이러저리 둘러보며 노트에 연필로 적었다.

“내일까지 될까요?”

“예. 저녁 전까지 맞춰서 가져오겠습니다.”

“구두까지 부탁할게요.”

얘기를 들어보니 시간이 충분하면 처음부터 제작하는데, 지금처럼 급하면 미리 만들어놓은 옷을 치수에 맞춰 조정한다고 한다.

가격은 굳이 물어보지 않고 카드로 결제했다.

난 충분히 팁을 건네주었다.

“잘 부탁드려요.”

* * *

연말은 가족들과 보내야 하는 만큼 컨티뉴 캐피탈은 휴무에 들어갔다.

난 동호 선배와 통화했다.

[우리 이사 잘 끝냈어.]

“새 사무실은 어때요?”

[아주 좋아. 건물도 깨끗하고 주차장도 잘 돼 있고. 강남대로도 한눈에 내려다보여. 요즘 야경 보기 위해 일부러 늦게 퇴근하고 있어.]

건물 살 때만 해도 굳이 살 필요가 있냐고 하더니, 막상 사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하기야 우리 건물이라고 하면, 느낌이 좀 다른 법이지.

이래서 기업들이 돈 좀 벌고 나면 사옥부터 짓는 모양이다.

“별일 없어요?”

[별일은 없지. 아! 연말이라 그런지 파티 초대장 같은 게 무지하게 날아와. 한국에 파티랑 행사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어. 뭔 기부 좀 하라는 고지서도 수백 장씩 날아오고. 뉴욕에서는 무슨 이벤트 같은 거 없어?]

“자선 파티 한다기에 한 번 가보려구요.”

[오우! 그래? 조심해야 해. 내가 한 말 잊지 않았지?]

“무슨 말이요?”

하도 헛소리를 많이 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런 곳에 가면 반드시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거.]

“뭐였죠?”

[하나는 보험 파는 놈, 다른 하나는 사기 치는 놈.]

“…….”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막상 실제로 그렇게 된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뉴욕에도 보험 파는 사람이 있을까요?”

[왜 없겠어? 없으면 다른 거라도 팔겠지. 아무튼 내 말 명심해.]

난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기왕 통화한 김에 난 여동생에게 전화했다.

[아, 오빠. 어쩐 일이야? 잘 지내고 있지?]

순간, 잘못 걸었나 했다.

“한세나?”

[응. 오빠의 여동생 세나 맞아. 무슨 일이야?]

“…….”

뭐야, 이 다정한 목소리는?

평소라면 ‘뭔데?’, ‘왜 전화했어?’, ‘바쁘니까 타톡으로 해’ 같은 말이 나와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왜 이래?

혹시 돈 때문에 이렇게 오빠에게 다정해진 건가? 내 동생이 그런 애였어?

뭐, 입장 바꿔서 여동생이 나한테 용돈 주고 차 사주고 하면, 나도 다정해질 것 같긴 하다.

돈은 남매사이를 돈독하게 해주기 마련이지.

“차는 사고 안 내고 잘 타고 있어?”

[완전 잘 타고 다니고 있어. 이름도 지어줬어. 미나라고.]

“미나?”

세나가 타고 다니는 미니라서 미나인가?

“부모님은 잘 지내시지?”

[그럼. 아! 우리 집 엄청 큰 데로 이사한 거 알지? 그리고 일하는 아주머니도 새로 들어오셨어.]

얘기를 들어보니 두 분 다 요즘 열심히 골프를 배우고 계신다고 한다. 나중에 골프장 회원권이라도 좀 끊어드려야겠다.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지내고 있다니 안심이 된다.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래.]

“뭐, 다음 달쯤 돌아가지 않을까? 이만 끊자. 나 나가봐야 해.”

[어디 가는데?]

“연말 파티.”

[아하! 그런데 거기는 왜 낮에 파티를 해?]

“…….”

내 동생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시차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설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 *

난 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사라가 머물고 있는 어퍼이스트에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

그녀는 이곳의 고층 펜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도착했어요.”

[금방 내려갈게요.]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자 사라가 내려왔다.

“어…….”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으려고 했는데, 깜짝 놀랐다.

짙은 빨간색 립스틱, 펄이 들어간 아이쉐도우, 어깨와 등이 다 드러나는 오프숄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높은 힐을 신었다.

여자는 꾸미면 달라 보인다고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 역시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난 솔직하게 말했다.

“너무 예뻐서요.”

사라는 생긋 웃었다.

“고마워요. 미루 씨도 멋진데요.”

“가시죠.”

내가 손바닥을 내밀자, 그녀는 자연스레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난 사라와 함께 차를 타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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