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71화 (271/529)

271화. 소셜 네트워크 (12)

미 상원의회 ‘페이스노트 청문회’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골든버그 CEO는 머리 숙여 사과하고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밀리 하이젠은 페이스노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 콘텐츠와 가짜뉴스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질적인 법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미 하원의회 에너지 및 통상소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발행자가 아닌 중개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덕분에 페이스노트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면제받았다.

즉, 가짜 계정으로 혐오 콘텐츠나 가짜뉴스가 올라오더라도 그건 올린 사람의 잘못이니, 플랫폼은 책임질 필요가 없었는데, 그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페이스노트는 글로벌 서비스.

이번에 드러난 각종 문제로 인한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의회와 규제 기관들 역시 움직였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페이스노트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의회, 만장일치로 페이스노트 청문회 열기로]

[프랑스 의회, 골든버그 CEO에게 소환장 발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 페이스노트에 집단소송 진행]

[위기의 페이스노트, 대책은 있나?]

-미친ㅋㅋㅋ 장난 아니네.

-이러다가 페이스노트 망하는 거 아님?

-주가 반토막 ㅅㅂ 페이스노트 추천한 새끼 누구냐?

-골든버그 이 개새끼야!!!

-너무 그러지 마~ 골든버그 재산도 지금 750억 달러 날아감. 세계 부자 순위에서도 10위 밖으로 밀림 ㅋㅋㅋ

-하루 만에 그만큼 날리면 기분이 어떨까? 골든버그 지금쯤 집에서 울고 있을 듯.

-페이스노트 주주들도 우는 중임. 세계가 망해도 안 망할 주식이라고 해서 샀는데…….

-그런데 망했습니다 ㅎㅎ

-소셜 미디어는 인생 낭비ㅜㅜ 주식은 돈 낭비ㅜㅜ

-컨티뉴 캐피탈만 돈 벌었음.

-진짜 미친놈들 같음.

-걔들 따라서 페이스노트 공매도나 할걸~

* * *

페이스노트 주가 폭락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내가 멀쩡하고 건실한 기업을 모략과 공작으로 폭락시킨 게 아니다. 어차피 내가 없었어도 6개월 후쯤 페이스노트는 폭락한다.

이유는 엔플과 구블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로 인해 매출 감소가 본격화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활성이용자수가 100만 명가량 감소했기 때문.

여기에 더해 실적 가이던스마저 큰 폭으로 하향되며, 하루 만에 주가가 28퍼센트 빠졌다.

다만 이번에는 나로 인해 그 폭락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컨티뉴 캐피탈은 공매도를 청산해 18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일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난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이제 링크랩스와 접촉해보죠.”

“정말로 인수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럼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난 마이크 골든버그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링크랩스 인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웬만해서는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가가 50퍼센트 폭락했으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앞으로 한동안 전세계 청문회에 출석해 두드려 맞고, 각국의 규제와 소송을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골든버그 CEO의 의지가 강해도 이런 상황에서 400억 달러짜리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을 리 없다.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난 다시 링크랩스와 관련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링크랩스의 지분은 두 창업자가 33퍼센트, 나머지 67퍼센트는 코닝 컴퍼니라는 투자회사가 가지고 있다.

원래 매각할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상용화까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인 만큼 컴퓨터공학과 신경의학, 전자공학 등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첨단과학뿐 아니라 의학의 영역까지 속해 있다 보니, 기술을 어느 정도 완성하기 전까지는 제품을 내놓는 것도 불가능했다.

개발은 진척이 없는데 개발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

결국 안정적인 연구 개발을 위해 기업을 통째로 매각해 자금 지원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때 페이스노트가 인수협상자로 나섰다.

링크랩스의 가치는 대략 100~150억 달러 수준.

이에 골든버그 CEO는 창업자와 투자자들 지분을 전부 사들이는 데 220억 달러, 회사 운용 자금으로 180억 달러를 넣는 방식으로 총 400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만큼 링크랩스의 BCI 기술력, 그리고 앞으로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어쨌거나 이번 일로 페이스노트가 떨어져 나갔으니, 이제 우리가 가져오면 된다.

“인수금액은 일부 깎더라도, 추가로 투입되는 개발비용은 깎을 필요 없어요. 스노우 크래시와 연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수해야 합니다.”

내 말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난 회사 근처에 있는 펍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고, 카운터에서는 토미가 마른 천으로 잔을 닦고 있었다.

그래도 몇 번 봤다고 그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헤이, 미루!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에요?”

“오늘 일이 일찍 끝나서요.”

그는 내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냥 한국에서 일하다가 잠시 미국으로 파견 나온 직원 정도로 알고 있다.

난 바 카운터에 기대며 말했다.

“맥주 하나 주세요.”

벽에 걸려 있는 대형 TV에서는 마침 페이스노트와 관련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딱히 우연은 아닌 게 요즘 뉴스만 틀면 저 얘기니까.

토미는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뉴스 봤어요? 트리시가 쓴 기사 때문에 청문회가 열렸다는데.”

“예.”

나만큼 열심히 본 사람도 없다.

“페이스노트가 저렇게 나쁜 놈들이었을 줄이야. 실망이 크네요.”

“그래서 페이스노트를 탈퇴할 건가요?”

토미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럴 수는 없죠.”

“어째서요?”

“친구들이 다 거기에 있으니까요.”

난 피식 웃었다.

페이스노트에는 모두가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 모두가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페이스노트를 하는 한, 그 역시 페이스노트를 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큰 위기를 겪어도 페이스노트가 결코 망하지 않을 이유다.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한 여성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많이 기다렸어요?”

이렇게 뛰어오지 않아도 되는데.

토미는 맥주를 내밀며 농담처럼 말했다.

“오우! 유명 기자님께서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다니. 대단히 영광입니다. 약소하지만 이건 서비스입니다.”

“흠, 알아봐 줘서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난 그녀에게 물었다.

“워싱턴 D.C.는 잘 다녀왔어요?”

“네. 왕복 이코노미 타고요. 저희 회사는 이코노미가 원칙이라서요.”

“필립스 상원의원은 어땠어요?”

“만나보니 멋지고 좋은 분이던데요. 제 탐사보도 잘 읽었대요. 엄청나게 잘 썼다고 칭찬받았어요. 헤헷!”

“음, 잘 쓰긴 했죠.”

그녀가 쓴 페이스노트 탐사보도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전세계 언론에 인용됐다.

덕분에 WST와 오코너 기자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당시는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라 WSJ 탐사보도는 당연히 읽어보았다. 애초에 그 기억으로 사내 리포트를 작성한 거고.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번에 트리시가 쓴 기사가 WSJ 기사보다 훨씬 잘 쓴 것 같다.

난 트리시와 맥주잔을 부딪쳤다.

“고생 많았어요.”

“미루도요. 아! 막판에 필립스 상원의원이 들고 나온 개인정보 해킹 사건은 미루가 제보한 거죠?”

난 짐짓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미루가 아니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요?”

“…….”

대체 난 어떤 이미지인 거지?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페이스노트 개인정보 유출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열 건이 넘는다. 안 알려진 건 훨씬 많을 테고. 유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들에게 잘 알리지도 않았다.

마침 이 시기쯤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또 터졌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한참 뒤였지만.

유출된 개인정보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다크웹(Dark Web)을 통해 거래됐다.

시드는 한때 다크웹에서 해커들과 교류한 적이 있다.

때문에 쉽게 페이스노트 개인정보 유출 건을 찾아냈고, 난 이를 바로 FBI에 알렸다.

항상 인력 부족으로 바쁜 수사기관의 특성상 범죄를 인지해도 수사로 이어지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

그러나 제보자가 나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틀리면 모나앱 해킹툴을 못 쓰게 할 수도 있으니까.

FBI는 즉시 수사에 들어갔다.

어차피 유출된 개인정보 역시 모나앱을 통해 거래되고 있던 만큼, 해커 조직을 바로 체포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필립스 상원의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내부고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잖아요.”

난 페이스노트 본사에서 만났던 마이크 골든버그를 떠올렸다.

잠깐 얘기를 나눠본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아무런 준비 없이 청문회에 출석할 리 없다.

당연히 예상되는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일부 의원들과 사전이 교감을 나눴겠지.

역시나 그는 날카로운 질문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고, 오후에는 오히려 공매도 세력과 내부고발자 거론하며 반격했다.

“만약 잘못했다면 내부고발자의 진정성이 의심받았을 거예요.”

내가 제일 우려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공매도 전에 근거를 만들어 놓기 위해 미리 사내 리포트를 작성해놓았고, 페이스노트를 직접 탐방했다.

그곳에서 마이크 골든버그를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만약 이대로 청문회가 끝났다면, 여론은 공매도 세력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WST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쪽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개인정보 해킹 문제가 나오자 골든버그 CEO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억 5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그것을 숨기기까지 했으니까.

이런 잘못을 저질러놓고 내부고발자와 공매도 세력들을 탓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대중들은 한쪽이 옳으면 다른 쪽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골든버그 CEO의 발언들은 전부 힘을 잃은 반면, 내부고발자의 주장은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

“페이스노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아마 힘들겠죠.”

내부고발도 내부고발이지만, 개인정보 수집과 알고리즘 편향은 페이스노트의 근본적인 문제다.

이를 개선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매출과 수익 모두 정체되고, 한동안 부진을 겪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링크랩스의 BCI 기술이 상용화되며 떡상한다.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페이스노트의 주력은 소셜 네트워크가 아닌, BCI 기기 제조로 변했고, 이는 페이스노트의 주가를 몇 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링크랩스 인수에 실패할 테니, 앞으로의 전망이 암울하다.

“이제는 진짜 유명 기자네요. 이러다가 퓰리처상 받는 거 아니에요?”

“놀리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이전까지는 주로 내가 정보를 알려주며 가이드를 줬고, 그걸로 기사를 쓰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보를 받아 직접 발로 뛰어서 취재했다.

아마 성취감이 남다를 것이다.

“탐사보도 끝났으니, 이젠 좀 쉬겠네요.”

트리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후속기사가 남았어요. 그리고 계속 페이스노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봐야죠. 그게 언론인의 역할이니까요.”

“오, 멋진데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초보 기자 티가 풀풀 났는데, 지금은 어엿한 한 명의 기자다.

성장한 모습을 보니, 왠지 내가 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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