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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70화 (270/529)

270화. 소셜 네트워크 (11)

오후 청문회가 이어졌다.

상하원 의원들은 돌아가며 때론 호통을 치고, 때론 훈계하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했던 말들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골든버그 CEO의 얼굴에는 점점 여유가 생겨났다.

그는 막힘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는 균형에 관한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검열조치는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를 적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처음 청문회를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날이 서있던 의원들의 공세는 점차 약해졌다.

“내부문건에 나온 미얀마와 에티오피아 사태에 대해 페이스노트가 책임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잘못된 정보와 유해한 콘텐츠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막아야 했지만,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합니다. 우리는 큰 책임을 지니고 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에는 호건 상원의원이 질의에 나섰다.

그는 37세의 젊은 의원으로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만큼 빅테크 기업들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리고 페이스노트는 그의 선거캠프의 중요한 후원자였다.

가벼운 눈빛이 한번 오고간 다음 호건 상원의원이 질문했다.

“이번 내부고발이 있기 전, 공매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컨티뉴 캐피탈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이번 일이 있기 전 페이스노트 주식을 대량 공매도했습니다.”

“그들이 공매도를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일과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골든버그 CEO는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내부고발자가 헤지펀드와 어떠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페이스노트의 주가가 떨어지면 누군가 이익을 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잘못되고 과장된 기사로 인해 다수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여론전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다. 흔히 쓴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든버그 CEO는 의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윌리엄스 의원, 존슨 의원, 칼튼 의원 등,

오전 청문회에서 그를 강하게 질타했던 의원들은 다들 허를 찔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끝났군.’

방금 이 발언으로 인해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그의 잘못을 추궁하는 것은 페이스노트의 주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그게 사회적 공정과 정의를 위한 거라면 괜찮지만, 선량한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헤지펀드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까딱 잘못 공격했다가는 주주들의 거센 비난을 받게 될 상황.

이를 깨달은 의원들은 알아서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크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한 대책은 있습니까?”

골든버그 CEO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가 페이스노트를 만들었고, 제가 페이스노트를 운영했습니다. 페이스노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저의 책임입니다. 회사 전체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지적된 잘못들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처음 페이스노트를 만들었을 때와 지금이나 저의 목표는 똑같습니다. 바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말은 책임을 지고 변화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의원들 중 누구도 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사실 이후 그가 뭘 어떻게 할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빅테크 기업들이 로비 자금을 뿌려대는 이상 굳이 나서서 규제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그저 지켜보는 국민들이 의원들이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해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다들 청문회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쯤.

이번에는 필립스 상원의원이 나섰다.

그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이번 청문회를 추진한 사람이다.

“알고리즘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의원님들께서 충분히 질문하셨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페이스노트의 사회적 책무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앞으로도 이를 따를 생각입니다.”

골든버그 CEO는 대답을 하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그 역시 주주들에게 손실을, 헤지펀드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을 테니, 이대로 청문회를 마무리 짓고 싶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청문회가 끝난 뒤다.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지.’

이번 청문회로 인해 다행히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번 폭로를 컨티뉴 캐피탈, WST, 내부고발자를 하나로 묶어서, 공매도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기극으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그게 진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진실이니까.

자신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다. 그 시작은 일단 내부고발자와 WST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필립스 상원의원이 말했다.

“그럼 이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필립스 상원의원은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들었고, 직원은 증인에게 전달해주었다.

“그게 뭔지 아실 겁니다.”

“…….”

그것을 본 순간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변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렸다.

필립스 상원의원이 말했다.

“지난달 해커조직의 보안 오류를 이용한 공격으로 1억 5천만 명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그중 개인정보가 뚫린 6천만 명은 이름과 이메일 주소는 물론, 핸드폰번호, 나이, 성별, 국적, 종교, 로그인 정보와 검색기록까지 넘어갔습니다. 심지어는 제 두 딸의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까지 노출돼 있더군요. 이 정보는 다크웹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현재 FBI가 관련자들을 체포했습니다.”

그 말에 청문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페이스노트의 개인정보가 해킹됐다니!

필립스 상원의원은 차분하지만,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이러한 해킹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5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영국의 ‘노팅엄 애널리카’라는 회사에 넘어가 브렉시트와 대선 여론전 등 정치 공작에 사용됐습니다. 또한 작년 해킹 포럼에서 5억 3천만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100여 개국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다른 앱이 페이스노트 계정에 있는 비공개 사진과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사진에 접근해 이용자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마구 유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골든버그 씨는 페이스노트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문제가 없고, 모든 정보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겠습니까?”

필립스 상원의원이 말한 해킹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노트가 이를 파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를 알아냈단 말인가?

이게 우연일 리 없다.

누군가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컨티뉴 캐피탈?’

이것까지 준비해놨다고?

필립스 상원의원의 말처럼 페이스노트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잠깐씩 이슈가 되긴 했지만,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필립스 상원의원은 계속해서 물었다.

“페이스노트는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다시 묻겠습니다. 페이스노트는 언제 이 문제를 인지했습니까? 그리고 CEO에게 언제 보고가 됐습니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가 뭡니까?”

“…….”

청문회장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골든버그 CEO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 문제는 현재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라…….”

“이용자들에게는 언제 알릴 생각이었습니까? 설마 조사가 끝난 다음에요?”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노트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용의가 있습니까?”

“의, 의원님, 저희는 지금 다양한 변화의 시도를 계속해서 해나가는 중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예, 아니오, 로만 대답하세요.”

“…….”

수십 대의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비췄지만, 당황한 골든버그 CEO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유성타운 D동 매각이 완료됐다.

계열사는 이미 빠져나가 대부분의 층들은 비어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이 가장 먼저 옮겼고, 에드워드 밴슨은 인력을 재배치했다.

이어서 김범석의 소속사인 메이블 엔터테인먼트도 이전을 결정했고, 엔터 투자부서와 패션 투자부서도 새로 만들어지며 빌딩은 이사와 시설공사로 분주했다.

한창 바쁜 와중에 이동호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컨티뉴 캐피탈이 페이스노트를 공매도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무려 400억 달러나!

“이게 뭐야? 가만히 있는 페이스노트를 왜 건드려?”

이동호는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기사를 쓰는 언론들도 이유를 잘 몰랐다.

역시 이런 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이다.

이동호는 바로 한미루에게 전화했다.

“어째서 페이스노트를 공매도한 거야?”

[SNS는 인생낭비잖아요.]

“……응?”

상대는 무려 미국 빅5 기업.

이런 기업의 공매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다들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 뒤부터 사건들이 차례대로 일어났다.

엔플의 개인 정보 보호 조치에 이어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WST의 탐사보도가 나오고, 상원 청문회까지 이어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10시에 열린 청문회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집에 가지 않은 채 TV로 페이스노트 청문회를 지켜보았다.

궁지에 몰릴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골든버그 CEO는 선전했다. 상원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문제는 인정하되 결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청문회 막판에는 오히려 공매도 문제를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어! 이러면 나가린데.”

치졸한 수법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그 이후부터 의원들은 제대로 질문을 하지 못했고, 공매도에 대한 반감에 때문인지 주가는 더욱 강하게 반등했다.

그런데…….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나오자, 분위기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필립스 상원의원의 추궁에 골든버그 CEO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이동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페이스노트 주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주가 실화냐?”

* * *

청문회는 마이크 골든버그의 완패로 끝났다.

골든버그 CEO는 개인정보 보호에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개선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노트, 해킹 유출 사실 숨겨.]

[페이스노트, 1억 5천만 명의 개인정보 해킹!]

[골든버그 CEO, 피해자들에게 개별 고지하고 유출된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

-야이씨! 이게 뭐야?

-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대체 이번이 몇 번째야?

-와아! 해킹 당한 걸 숨겼다고?

-6천만 명은 프로필 항목에 체크해 놓은 모든 정보가 다 털렸다 함. 그중 미국인이 3200만 명~

-ㅋㅋ 마이크 골든버그 정보도 털림.

-이랬는데 뭐? 엔플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인터넷 자유를 침해한다고?

-이 새끼들 진짜 안 되겠네!

-니들이 지금 공매도 욕할 때냐?

-설마 이것도 내부고발자와 컨티뉴 캐피탈이 짜고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려고?

-소셜 미디어는 인생 낭비다~

페이스노트의 시총은 한때 1조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엔플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와 각종 논란으로 인해 8300억 달러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청문회 후…….

[페이스노트 36퍼센트 폭락!]

[페이스노트, 하루 만에 시총 3000억 달러 증발!]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종목 최대 손실!]

주가는 하루 만에 36퍼센트가 폭락해 3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페이스노트 상장 후 최대 낙폭이자,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종목 하루 최대 손실이었다.

퍼센트로만 따지면 하루에 99퍼센트가 폭락한 기업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덩치가 큰 대형주가, 이 정도로 짧은 시간에 폭락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페이스노트 주가 폭락 여파로 나스닥마저 3퍼센트 하락했다.

* * *

컨티뉴 캐피탈 본사.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다들 하던 일을 멈춘 채 초조한 마음으로 페이스노트 청문회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페이스노트 주가가 폭락하는 순간.

시장은 비명을 내질렀지만, 컨티뉴 캐피탈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빅테크 기업을 완벽하게 몰락시킨 것이다.

단지 청문회에서 깨졌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타격은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것.

빅테크 기업들이 독과점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 페이스노트가 고객의 이익이 아닌, 오직 회사의 이익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론이 악화되자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스타벅스, 나이키,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더 이상 페이스노트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약 개별 사건들이 따로 터졌다면, 페이스노트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동시에 터지며 충격을 제대로 얻어맞았다.

데이비드는 나를 보며 말했다.

“또 해내셨군요.”

“전부 트리시 덕분이죠.”

잘 키운 기자 하나, 열 투자자 안 부럽다.

난 조셉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 많았어요.”

자료 찾고 리포트 쓰느라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자료는 트리시가 기사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내 말에 그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컨티뉴 캐피탈은 공매도를 청산했다.

420억 달러를 투자해  벌어들인 돈은 비용과 수수료를 제하고 약 180억 달러.

누군가는 돈을 잃었지만, 누군가는 돈을 벌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매일 같이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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